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때문에 꼭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대리석에 붓질을 했다는 평을 듣는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세를 조각해 놓고, '왜 말을 안하는가?'라고 물었다니 할 말 다 했죠. 안 볼 수 없습니다.

쇠사슬 성당이 관광객 주요 루트에 있지 않은 탓인지, 파업 탓인지, 꽤나 한산한 교회에서 모세 상을 한참 바라 봤습니다. 머리에 뿔이 독특하다 했더니 아들이 설명을 해줍니다.
"유대 말로 후광이란 말이 뿔과 유사한데 와전이 되었대요. 그래서 미술품에 종종 뿔을 넣은 경우가 많대요."
"그렇군."

성당의 가운데에는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있습니다. 그래서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으로 불리웁니다. 이런 유니크 아이템을 보면 신화적 종교에서 역사적 종교로 관점을 이동해서 보게 됩니다. 예전 베드로와 바오로가 활동했던 이 땅 로마란 사실을 새삼 확인합니다.

다행히 예상대로 테르미니 이외의 지역에선 택시 잡기가 수월합니다. 한 십 분 기다린 끝에 택시를 잡아타고 핀초 언덕으로 갑니다.

핀초는 포폴로 광장 위의 언덕인데 조망이 좋습니다. 보르게세 공원의 일부이기도 해서 숲이 시원할듯 했습니다.

역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언덕위 공원에서 젤라토와 함께 휴식도 취하고 더위를 식힙니다. 

이후에 포폴로 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는 쌍둥이 교회로 유명한데 정확히 쌍둥이는 아닙니다. 포폴로 광장은 우리말로 인민 광장이지요. 로마로 들어오는 관문이기도하고 여기부터 베네치아 광장까지 일자 도로가 나 있습니다.

이후로는 아우구스티노의 영묘에 갔는데 공사중이라 멀리서만 바라 봤습니다.

스페인 광장은 파업을 하든, 더위가 작렬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젊음의 열기로 끓고 있었습니다.

퀴리날레 언덕에는 독특한 분수가 있습니다. 사거리 모퉁이마다 놓은 '네개의 분수'인데 예술품을 실생활에 던져 놓는 로마의 미적 감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피렌체에서는 이렇게 미술품을 대중이 항상 감상 가능하도록 광장이나 거리에 놓는 것 자체가 사회에 대한 기여로 여겨졌었지요.

마지막은 테르미니 근처의 '천사와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에 갔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욕장'이 있던 자리에 남은 벽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교회입니다. 이런 천재성이 미켈란젤로에 의해 발휘되었다 해도 이제 더 이상 놀랄일은 아니지요.

원래의 곡선을 그대로 살린 솜씨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내부의 아름다움은 상상 이상입니다. 원래 욕장의 옹벽이 높았던 지라 내부공간의 부피가 엄청나고, 높이가 까마득한 지경입니다. 


아침에 황당한 파업 때문에 다소 곤란도 겪었지만,  크게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서 로마의 마지막 여정을 즐겼습니다. 의도 이상으로 걸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어 마음 가는대로 볼 수 있는 사실을 새삼스레 감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로마의 마지막 밤은 일찍 쉬면서 가벼운 비노와 함께 자축을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어로 말하기  (14) 2012.03.29
[Barcelona 2012] 까다께스 가는 길  (2) 2012.03.18
[Roma 2011] 19. Hard walking  (2) 2011.08.31
[Roma 2011] 18. Lost transportation  (2) 2011.08.30
[Roma 2011] 17. Lost in Rome  (4) 2011.08.29
[Roma 2011] 16. The castle of holy angel  (0) 2011.08.23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오..조각이 정말 돌을 깎은게 아니고 붓으로 그린 것 같이 부드럽네요.
    남편은 다음 유럽여행은 스페인으로 하자고 하더군요. ㅋㅋ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기대됩니다.
    • 남편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네요. 데이트를 오래하셨는데. ^^
      스페인 참 좋아요. 나중에 꼭 가족과 가보세요. ^^
secret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 관광으로는 마지막 전일 일정입니다. 해도 9시까지로 워낙 길고, 줄 서는데 시간을 거의 안 쓰고도 중요한 곳을 대부분 봤습니다. 그리고도 하루 남았으니, 꽤 여유로운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운 애초 계획은 '선선한 마무리'였습니다. 그간 일주일을 아침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걸었기에 식구들 모두가 자잘하게 발, 무릎 등에 무리도 있고, 몹시 피곤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보겠다는 욕심 내지 않고 로마 패스를 이용해 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우선 순위는 낮지만 봤으면 하는 것들을 차분히 보려는 계획이었지요. 특히 저는 성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로마 4대성당하면  Peter, Paul, Mary and John입니다. 즉 베드로, 바오로, 마리아 그리고 요한 성당입니다. 물론 저 성인 이름 들어간 성당은 정말 많은데 그 중 성 베드로 대성당(San Pietro Basilica), 성 밖의 바오로 대성당(Basilica Papale di San Paolo fuori le Mura), 성모 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maggiore), 라테란의 성 요한 대성당(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을 말합니다.

이 중 베드로 성당마리아 대성당은 봤고, 버스를 타고 가까운' 라테란의 요한 성당'을 가보고 기분 내키면 '성밖의 바오로 성당'을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생각은 좋았습니다만, 다시 또 여행자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계획대로 되는 일 없습니다.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탓하던 제게 본때를 보여주려는지 아예 교통이 전면 파업을 하더군요. 버스는 물론이고, 전차, 메트로까지 죄다 운항 중지입니다. 관광은 고사하고 아내는 내일 귀국길 공항 갈 일까지 걱정합니다.

하긴 지금 테르미니는 전쟁통입니다. 다른 도시로 움직일 사람들 공항갈 사람들 모두 엉켜 난리입니다. 여러 명에게 확인하니 다행히 오늘만 파업이고, 그것도 5시까지만 한답니다.

아들이 재미난 커멘트를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단결 못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니까 세가지에는 단결을 잘해요."
"뭔데?"
"첫째, 축구할 때요. 둘째는, 내 일 아니라고 딴데 가라고 이구동성 할 때요. 셋째는 파업할 때 단결을 잘해요."
"그말이 맞다." ㅠㅜ 

로마 패스 하루 남은 것 날리는건 일단 뒷일이고, 오늘 관광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으로든 이동해야 하는데, 방법이 막막합니다. 역 근처에 앉아서 잠시 궁리를 합니다.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택시입니다. 날이 날인지라 모두 택시를 원하니 줄만 서도 하세월입니다. 이탈리아 택시 장난 아니게 비싼건 또 다른 이야기지요. 
둘째는 사설 투어버스입니다. 인당 25유로인데, 주요 관광지를 계속 돕니다. 비싼게 흠이지만 이조차 사람들이 많이 몰려 매우 붐빕니다. 일단 주요 루트는 확보되는 대신, 이미 중요 포인트를 다 가본 후 자잘한 우리만의 즐거운 사이트를 가보려는 우리 가족과는 잘 안 맞습니다.
마지막은 걷는건데, 몹시 지친 우리 가족이고, 걸어서 커버할 수 있는 반경이 작습니다.

비상 상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단 수정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많은 걸 보려는 목적보다, 오늘 하루 가장 즐거운게 목적이다. (Maximum joy)
둘째, 그렇다면 남부 로마의 4대성당 컬렉션은 포기하는게 맞다. 대신 테르미니 근처의 쇠사슬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oli)까지는 가까우니 걸어 가고, 거기서는 택시로 포폴로까지 이동한다.
셋째, 포폴로에서 천천히 중간중간 쉬면서 테르미니 방향으로 이동한다. 5시 이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아쉬움도 있고, 원망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로마 초반이나 마지막 날 맞이했다면 생겼을 재앙을 생각하면 무척 행복한 상황이니 또 다시 즐거운 길을 나섭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아드님의 통찰력이 대단한데요? 이탈리아인들의 단결 포인트를 몇일간의 여행만으로 집어내는군요 :)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살짝 놀랬어요.
      그리고 아들에게 블로그 게재를 사전 허락받고 인용했지요. ^^
secret

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시 테르미니 역이었습니다. 역에서 아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제 이탈리아와 로마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아들입니다. 아래 층쪽으로 화장실 표지가 보이니 혼자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라, 유료일듯 해서 1유로 하나 쥐어서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2분쯤 지났을까, 아차 싶었습니다. 테르미니는 큰 역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로마의 표지판은 가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모호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돌아오는 계단이 똑 같이 생긴게 두개 있어 되짚어 올 때는 헛갈리기 쉽습니다. 

저는 단박에 아래층으로 내달았습니다.
역시 화장실이 두개 있습니다. 왼편에 하나, 오른 편에 하나. 

과연 아들이 어디로 갔을까? 일단 왼쪽을 가봅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에 화장실이 있는데 아이가 그 안에 없습니다. 오른쪽인가 봅니다. 후다닥 가보니 아이가 없습니다.

이국 이탈리아의, 싹싹하지 못한 도시 로마에, 메마르고 광할한 테르미니에서 아이를 잃어 버렸습니다.

심장이 콩닥거리고, 머리에 피가 솟습니다. 흥분하기보다 침착해야할 순간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들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아들 입장에서 경로를 추적해야 합니다. 모든 분기의 가능성을 살펴 길과 가능성을 하나씩 따내야 합니다.

우선 다시 위로 올라가, 딸을 첫번째 분기점인 아래 층 사거리에 세워 놓습니다. '넌 여기서 동생이 지나는지 주위를 둘러봐야 해. 절대 찾는다고 움직이면 안 돼. 아빠가 널 찾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등대 역할을 하는게 네 임무야.' 상황을 이해한 누이는 임무에 들어갑니다.

아내는 처음 아이가 길 떠난 위층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립니다.

저는 오른쪽 분기점을 하나씩 뒤지다가 아이가 길을 혼동했을 법한 계단을 발견합니다. 처음과 꼭 같이 생긴 계단입니다. 그리로 올라가니 과연 저 멀리서 아이가 정신없이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테르미니 지나는 사람이 다 쳐다볼만치 큰소리로 아이를 불렀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제 소리를 들었습니다. 웃기게도 저는 아이에게 뛰어가고 아이도 제게로 뛰어 중간에 또 서로 놓칩니다. 다시 이름을 크게 불러 찾았습니다.

겨우 손을 잡고 안도하는 부자. 아이는 그제야 참았던 불안과 공포가 목을 타고 오릅니다. 
"어디 갔었어? ㅠㅜ"

어디 가긴. 네가 길을 잃은거란다.. 

너무 평온한 여행에 두고두고 기억할 추억과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ma 2011] 19. Hard walking  (2) 2011.08.31
[Roma 2011] 18. Lost transportation  (2) 2011.08.30
[Roma 2011] 17. Lost in Rome  (4) 2011.08.29
[Roma 2011] 16. The castle of holy angel  (0) 2011.08.23
[Roma 2011] 15. Vatican, the city in city  (2) 2011.08.22
[Roma 2011] 14. Walking on ancient roma  (2) 2011.08.21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1. 아이쿠.. 정말 큰일날뻔했네요. 테르미니역에서 저도 로마패스 산다고 여기저기 가판대 기웃거리던 거며, Information 위치가 지도와 달라서 주변 배낭여행자들과 허탈하게 찾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아찔하지만,) 추억이 하나 늘어났네요. ㅎㅎ

    다시 또 가고싶어졌다는... ㅠ.ㅠ
  2. 아찔하셨겠네요. 이렇게 불친절한 로마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가고 싶어하는 걸 보니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가 봐요.
secret
세계 신도를 감싸안듯 웅혼한 광장에서 잠시 머물다, 산탄젤로(Sant'Angelo)를 향합니다. 

제가 로마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거룩한 천사의 성이란 이름에 걸맞는 대천사 미카엘 상이 꼭대기에 올려져 있습니다.

590년 대 역병이 돌 때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집어 넣는 모습을 교황이 꿈에 본 후 정말 역병이 멈췄습니다. 그 이후 거룩한 천사가 도시를 구했다는 감사로 지은 조각상입니다. 물론 건물 자체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로 지어졌고, 그 튼튼함으로 인해 방어 건물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예술적, 문화적 건물이 빼곡한 로마에서 유일하게 본 성채, 카스텔로이지요. 중세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 되기도 합니다. 

우아하지만 단단한 건물, 세련되지만 절제된 장식이 어울려 귀족 장군 같은 독특한 장관입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계획은 의미 없습니다. 일정을 멈추고, 우리 가족은 산탄젤로 공원에서 한참을 머물며 지금 이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테베레 강이 있어 바람이 정말 시원합니다. 거리는 아지랭이가 보일듯 뜨거운데 여긴 별세계입니다. 게다가 앞에는 산탄젤로. 서로 무릎 베고 눈도 붙이고, 젤라토도 먹고 한참을 쉬었습니다. 아니 적극적인 붙박이 관광을 했습니다. 이게 자유여행의 진미이기도 하지요. 안 내키면 안가고, 마음에 들면 실컷 머물다 가고. 

산탄젤로에서 철수하고 테베레를 건너 다시 일곱 언덕쪽으로 가려던 차에, 아내가 제의를 합니다. 혹시 모르니 바티칸 미술관에 가보자고 합니다. 

그 때가 네시경. 기적같은 광경입니다. 미술관에 줄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관광객이 오전에 주로 보고 빠졌나봅니다. 그냥 걸어 들어가 바티칸 미술관을 어이없도록 쉽게 감상합니다.

미술관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시스티나 예배당을 본 순간 그 앞의 모든 기억은 지워져 버렸습니다. 천재 미켈란젤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 곳, 천장에는 천지창조가, 앞면에는 최후의 심판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곳. 아무리 봐도 계속 새로운 것이 보이는 뺴곡하고 세세한 천장화와 벽화들. 바티칸 미술관의 실체는 시스티나 예배당이었습니다.


시스티나는 콘클라베(conclave)라는 교황선출의 장소로 유명하지요.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이곳에 들어와 만장일치로 선출할 때까지 문을 잠궈버리는 독특한 시스템. 메디치의 아들들이 그렇게 교황으로 뽑혔고, 최근의 베네딕토 16세도 그렇게 교황이 되었습니다. 전 딱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건 불후의 명작이 말 그대로 도배되어 있는 곳이었다니.
 
로마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은 이만하면 다 봤다고 단언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로마 관광의 백미 바티칸에 가는 날입니다. 

가장 들어가기 힘든 곳은 바티칸 미술관입니다. 여기서도 우피치와 같은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밥도 안먹고 바티칸으로 출발했지요. 그런데 아뿔싸. 모두 예정 시간에 일찍 일어났음에도,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늑장을 부리다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갔더니 이미 줄이 한가득이더군요. 그냥 서있으면 두세시간은 족히 걸릴듯 했습니다. 

[##_http://inuit.co.kr/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10.uf@143A51484E3E76B31361A7.jpg%7Cwidth=%22334%22%20height=%22500%22%20alt=%22%22%20filename=%22IMG_7632.jpg%22%20filemime=%22image/jpeg%22%7C_##]

다행히 우린 자유 일정. 내일 아침에 다시 더 일찍 오기로 하고 미련없이 줄을 벗어납니다. 바로 바티칸 시국으로 향했습니다. 워낙 일찍 움직인 탓에 줄도 없이 바티칸에 들어가고, 쉽게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에 오릅니다.

[##_http://inuit.co.kr/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10.uf@203A51484E3E76B517A282.jpg%7Cwidth=%22500%22%20height=%22334%22%20alt=%22%22%20filename=%22IMG_7791.jpg%22%20filemime=%22image/jpeg%22%7C_##]

로마 제일경.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베드로 성당입니다. 베드로가 죽어 묻힌 자리에 서있는 성당이기에, 미켈란젤로가 왕관 형태의 쿠폴라를 씌웠습니다. 그 우미한 아름다움은 장관입니다.



쿠폴라에서 내려오면 바로 베드로 성당입니다. 세계 모든 성당의 본당이기도 합니다. 교황이 머무는 그 곳. 천주교 신자라면 정말 무한한 감흥이 몰려들듯 합니다. 무교인 저또한 이리 감격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 미학이란. 하다 못해 근위병의 유니폼은 미켈란젤로의 디자인 아닙니까. 게다가, 중세 이후로 항상 교황을 지켜왔던 스위스의 용병 이야기며, 건물마다 내려 앉은 수많은 성인의 조각까지, 광장에 앉아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차고 넘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언제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그런데 정말 저리 깔끔하나요?
    거리들이 신기합니다.
    여긴 그렇지 않거든요..ㅎㅎ

    빈틈이라고는 없는 ,
    작은 생명들이 모여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들판이랑 논둑길. 골목길..

    가끔은 아이들이 저리 깔끔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하지요..
    아사가재요... ^^;;;;
    • 아니요. 이탈리아 상당히 지저분 합니다.
      저기만 깨끗해 보이지 뒷골목은 쓰레기 널려있고 막 그래요. ^^
secret
이젠 고대로마에 가볼 차례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콜로세움에 갔습니다. 로마 패스 덕에 줄도 안서고 바로 들어가 체력과 시간을 많이 아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익숙한 모양. 항상 그림 속에서만 보던 콜로세움을 직접 보니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시공이 혼돈스러운 감정과 엄청난 규모에 압도됩니다. 

그나마 유적 안으로 들어가니 콜로세움에 왔구나 싶습니다. 이면을 봤다는건 실제와 마주했다는 좋은 증거겠지요.

콜로세움의 고층 관중석이 꽤 높은지라 바람이 셉니다. 해만 피하면 상당히 시원할 정도입니다. 지금 세계 사람들이 베르나베우캄프 노우, 웸블리에 열광하듯, 당시 콜로세움은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스타디움이었겠지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숫자인 8만명을 수용했던 위용은 대단합니다. 게다가 화재 발생 시 이 모든 인원이 10분이면 모두 빠져나갈 수 있었다니 당시의 건축기술이 어땠을까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멸망 후, 로마의 도심을 신축할 때 필요한 돌을 깨다 쓴 인공 채석장 노릇을 했으니 참 아이러니칼 합니다. 이 부분은 포로 로마노가 더하지만 말입니다.


로마 패스의 첫째 무료 관람권은 콜로세움에서 쓰고, 다음은 팔라티노+포로 로마노에 무료 입장을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휑하게 터만 남은 황성옛터 팔라티노 언덕은 신속히 보고 포로 로마노 쪽으로 향했습니다.

팔라티노 언덕 위에 포로 로마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는데, 이곳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미리 책을 많이 읽었어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던데, 위에서 보니 하나하나 식별이 쉽습니다.


가기 전에 가장 관심 있던 곳은 베스타 신전과 (카이저가 죽은) 원로원이었는데, 실제 가서 보니 막센티우스의 공회당이 단박에 눈에 듭니다. 사실 콘스탄티누스에게 제압당한 불운한 황제이지만, 그 의미를 능가하는 규모의 무게가 대단했습니다. 


아스라히 흔적만 남은 폐허인데도, 과거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가 실제 살아 숨쉬었던 바로 그곳이란 사실만으로도 아득한 세월을 넘어 감격이 가슴을 채웁니다. 해 떨어지고 조명이 켜질 때까지, 노닐며 머물며 밤의 포로 로마노를 완상하려했는데, 폐장 시간이라고 내 모는 관리소 측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노곤한 상태에서 타임 머신을 타듯 고대에서 현세로 문하나를 통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비밀댓글입니다
    • 먼저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
      내용 정확하게 인용하셨고, 책에서 언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략 짐작은 가는데 어떤 멋진 책이 나올까 기대되는군요. ^^
secret

로마는 그 명성과 관광객의 수에 비해 대중교통이 매우 취약한 도시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주처럼 땅속을 건드리면 유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지하철을 깔기 어려운 탓이 큽니다.

하지만, 전차나 트램, 다중구조 버스 등 대량 수송 수단을 갖추지 못한 것은 분명한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후진적인 버스 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매우 불편하지요. 예전 80년대 서울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툭하면 잘 막히고, 차가 늦게 오기 쉽고, 와도 사람이 많아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든 교통입니다.

같은 이유로 소매치기도 극성이지요. 바티칸 행 64번은 잘 알려진 도난전문 노선입니다. 이탈리아 간다니 여러 사람들이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심을 당부한 탓인지, 우리 가족은 소매치기나 도난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소매치기 용의자는 여러 번 봤습니다. 버스 안에서, 정류장에서 눈을 바삐 놀리며 먹이감을 찾고, 끊임없이 이동하더군요. 미리 노려보며 경계하면 슬슬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한번은 시루같은 버스 때문에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차안에 승객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조차 없어 더 이상 타지 못하고 같은 버스를 네 번 연속 놓치니 정류장의 사람들 모두가 무척 열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버스. 어떤 이가 꽉찬 버스임에도 무슨 일이 있어도 타겠다는 각오로 들이댔고, 내릴 사람이 비키라고 했습니다. 단 두어 마디 시비끝에 바로 내리려는 사람이 들이대던 사람 턱에 펀치를 날려 격투가 벌어졌지요.

이건 뭐 2011년 도시 사람의 감각이 아니더군요. 뒷일 생각 안하고 바로 내지르고 봅니다. 무책임한 테르미니 사람들에 이어, 다혈질 이탈리안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켜 줬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식사를 마치고 판테온에 갔습니다. 구의 지름과 천장의 높이가 같은 독특한 기하라든지,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는 구조 등은 잘 아는 바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처럼 기대를 뛰어 넘는 정서적 만족을 준 곳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웅장한 규모에 압도됩니다. 근방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전체 모양이 잡히지 않을만한 크기입니다. 이것을 고대 로마시대에 만들었다는게 짐작이 되지 않지요.

이 독특한 구조는 바티칸 미술관이나 파리를 비롯해 무수한 후대 건축가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브루넬레스코는 로마 유학 시절에 판테온의 벽을 몰래 깨서 그 공학적 비밀을 습득했겠습니까.

그러나 판테온의 매력은 넉넉한 공간 사이로 들어오는 서광입니다. 판(pan)테(the)온이란 뜻 그대로 모든 신을 섬기는 범신전입니다. 그래서 사방 어딜 둘러봐도 둥그런 평등한 구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정한 신에게 바쳐지지 않은 모든 신을 위한 신전, 그래서 오히려 인간을 위한 신전 판테온입니다. 그 크기로 인해 실내이면서 답답함이 없고, 위가 뚫렸지만 안에 앉아 있으면 한없이 포근합니다. 


그리 유명 장소는 아니지만, 판테온 근처에 미네르바 성당(Santa Maria sopra Minerva)이 있습니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을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들, 로마에서 당당히 외칩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다음 행선지는 나보나 광장입니다. 

나보나 광장은 한쪽이 매우 긴 직사각형의 광장입니다. 과거 경기장이었기에 갸름합니다. 벤허 같은 전차 경기도 열렸겠지요. 이름 자체도, 경기장을 뜻하는 아고네(in agone)라는 말이 변해 나보나라고 불리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또 천재조각가 베르니니의 4대강 분수로 유명한 곳입니다. 로마의 거실이라는 별명처럼, 현지인들의 사교 장소이기도 하지요. 

비록 비싼 돌은 아닐지언정, 하나하나가 어디 고이 모셔 두어야 할 작품들인데 분수 하나에 오글오글 모여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자신들의 신이나 이상을 새기는게 아니라 세계의 모습을 담으려 애썼다는 점입니다. 남미의 플라테 강, 아프리카의 나일강, 동양의 갠지즈강, 유럽의 도나우 강 이렇게 4대 강입니다. 세상 지리에 밝고, 세계의 으뜸이라는 로마의 자신감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요.

분수를 한참 즐겨보고,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성 아녜제 성당(Sant'Agnese)이 눈에 띕니다. 이런, 놓치고 갈 뻔했군.

아녜제는 흔히 말하는 성녀 아그네스입니다. 너무 예뻐서 빗발치는 구혼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종교에 귀의해 동정으로 죽기를 원했던 소녀, 결국 기독교도라는 죄목으로 창녀의 집에 넘겨졌어도 끝까지 동정을 지키다 사형을 당한 아그네스입니다.

과연 종교란게 무엇이길래, 어린 소녀가 목숨까지 하찮게 여기며 귀의했을까요. 또 그 꽃다운 정념을 기독교란 낙인 하에 꺾고 만 그 이들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요. 모두가 신을 모신 마음은 같았고 진실했을텐데 왜 그리 광적이었을까요. 아니, 그나마 이성이 좀 더 자리를 잡은 지금은 광기가 좀 사그라들었을까요.

어린 성녀 아녜제의 성당은,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소통하는 그 공간 곁에 물러서, 무수한 화두만 던진 채 고혹적인 우아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6개가 달렸습니다.
  1. 세상에 종교적 광신만큼 무서운게 없지요. 그렇기에 어린 소녀의 순수한 열정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었을 겁니다. inuit님 포스팅이 왠만한 가이드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올겨울에 로마로 가족여행을 갈까 생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로마는 정말 아는만큼 보입니다. 가이드 써도 좋지만 지금부터 열공하시면 재미날겁니다. ^^
  2. 아그네스가 누구인가하여 찾아보았습니다. " 집정관 아들의 구혼을 이미 그리스도와의 약혼을 이유로 거절" 했다니..대단한 사람이군요.
    저도 신혼여행기 후기를 빨리 올려야겠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으하하하하.
    • 네 미모도 뛰어났지만 의지도 대단했던 소녀입니다.

      정말 엘윙님 신혼여행 이야기가 빨리 듣고 싶군요. ^^
  3. 저도 로마 관광의 백미는 판테온과 나보나 광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판테온 돔 천장의 커다란 구멍, Oculus?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비가 와도 신전 안으로 안 들어올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 더운 기운이 밖으로 나오면서 비가 잘 들이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가 들어오긴 하지요.
      내부의 복도가 가운데가 솟아 올라 물이 쉽게 빠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
secret
우여곡절 끝에 로마 패스를 얻고 나니, 무슨 운전면허증이라도 딴 듯 기쁘더군요. 어쨌든, 로마에 3일 이상 있을 사람은 로마패스를 꼭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모든 로마의 교통시설을 3일간 무제한 이용 가능한데다, 바티칸을 제외한 두 곳의 관광지에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세번째 관광지부터는 할인요금이 적용되지요. 그래서 3일간 집중 관광하는 경우, 비용과 시간 면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예컨대, 콜로세움 같은 곳은 로마패스 줄이 따로 있어서 긴줄 안서고 바로 들어가 두시간 정도는 벌어줬으니 티켓 값 이상을 톡톡히 했지요. 아침에 로마 패스 산다고 허비한 시간을 바로 토해냈습니다.

로마 패스를 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버스타기였습니다. 베네치아 광장에 가고 싶었습니다. 바티칸까지 가는 64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리면 됩니다.

베네치아 광장 자체보다 그 뒤에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목적이었습니다. 중세 이후로 도시 국가 형태로 쪼개져 있던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입니다. 사보이 공국의 영주였지만, 지역명인 이탈리아를 국호로 했을 정도로 통일주의자 였지요. 밀라노에도 두오모 근처에 비토리아 엠마누엘레를 기념하는 파사주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곳은 유구한 역사의 로마에서도 독특하게 근대의 로마가 근거하는 곳입니다. 포로로마노 근처의 고대 로마와, 바티칸 중심의 중세 로마와는 또 다르지요. 특히 캄피돌리오 북쪽은 제국시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고, 베네치아 광장에서 근대의 점을 찍었지요. 바로 이 기념관입니다.

비토리오 기념관은 그 눈에 띄는 흰색과 독특한 모양으로 인해 많은 경멸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타이프라이터 또는 웨딩 케익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펠탑이 그랬듯,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가 그랬듯, 지금은 조화로운 로마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다음 들른 곳은 비토리오 기념관 바로 뒷편의 캄피톨리오 광장입니다. 

말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넓직한 계단, 그 위에 날렵히 내려 앉은 매우 세련된 광장이 특징이지요. 로마에 가면 꼭 가보고 싶던 곳 중 하나입니다. 특히 뒤로 넓도록 사다리꼴로 광장을 만든 미켈란젤로의 센스가 돋보이는 곳이지요.

로마의 일곱언덕 중 제일 작지만 발원지로서의 강력함을 가진 언덕입니다. 수도라는 capital의 어원이며, 현재도 비토리오 기념관이 기대고 있습니다. 민중 혁명가 크라수스가 추락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성당.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하늘 제단의 성모 마리아 성당(Santa Maria d'Aracoeli)으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이름마저 거룩하고 낭만적인 성당은 내부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십자가 형태의 서방 교회가 아닌 정방형의 바실리카 식입니다. 양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로마의 주요한 언덕에 있는 교회치고 소박한 외양, 정성이 하늘에 닿을 듯한 계단의 간구가 강렬한 심상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교회 안에 들어가면 마음이 치유되는듯한 따뜻한 정서가 좋았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1. 월드컵 경기 갈꺼라고 겸사겸사 유럽에 갔었던 아는 동생이 거기나 여기나 더운건 마찬가지인데 유럽쪽은 건조해서 살것같더라고 말하더라구요. 정말 그렇던가요?^^
secret

유럽 여행을 한다면 가장 나중에 봐야한다는 로마입니다. 여길 보고 다른 데를 보면 모두가 시시해 보일테니까요.

영 과장은 아닌 것이, 고대부터 중세까지 제국의 황제, 기독교의 황제가 거한 곳이며 서양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했고 문명의 선도자였던 곳입니다. 그래서 로마를 유럽 도시의 홈타운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첫 인상부터 로마는 꾸깃꾸깃합니다. 역 근처의 마디손(Madison)이라는 호텔에 묵는데 서비스가 끔찍합니다. 불친절과 무뚝뚝은 관광지라고 이해한다 쳐도, 미리 예약한 방조차 준비가 안되어 네명이 세명 한 방, 한명 한 방 묵어야 합니다. 미안한 기색도 없습니다. 정 싫어서 바꾸고 싶으면 내일 바꿔달라고 말해 달랍니다. 당연히 싫다고 했더니, 한번 자보고 내일 말하면 조치를 취해 보겠답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가서 방 바꾸고 싶다고 했더니, 아직도 조건이 많습니다. 짐을 다 싸서 한방에 모아 놓으면 싫은 걸로 간주하고 원래 예약한 4인용 큰 방으로 옮겨주겠답니다. 대체, 같은 호텔 묵으면서 매일 짐싸는건 무슨 일이고, 내 권리를 찾기에 참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게 기가 막힙니다. 아 물론, 와이파이 같은건 돈주고 사려 해도 없답니다. 인테리어는 비교적 깨끗하지만 미니바 냉장고는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식사.. 

여행지에서 아침은 여러가지로 중요합니다. 바쁜 아침에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과 더불어 그 나라 그 도시의 특색있는 메뉴를 맛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아침을 정말 맛나게 먹었더랬지요. 하지만 여기는, 아침이 군대 배식 수준입니다. 하도 끔찍해서 아침을 못 먹고 길 나서는 날 오히려 식구들은 더 즐거워 했습니다.

뭐 호텔만 이런가하면 전체적으로 끔찍합니다. 다 상기하기도 꿉꿉하고, 일일이 쓰기는 더 귀찮지만 몇가지 사례만 이야기합니다. 


둘째날 로마패스 살 때는, 표를 어디서 사는지 알아내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로마 사람 특유의 두가지 기질 때문입니다. 첫째 기질입니다. 빼도박도 않게 자기소관이 아닌한 무조건 다른데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둘째는, 그 가리키는 방향이 매우 확언적입니다. 설마 잘못 가르쳐줄거라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탈리아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걸 인정하기 싫어해서 잘못된 정보도 매우 확실하게 가르쳐준다고 하더군요. 매번 새겨 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요.

-역의 경비원에게 로마패스 어디서 사는지 물어봅니다. 저기 역무원이 판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역무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잠깐 한가지만 묻겠다 하니 줄 서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줄을 서서 내차례가 되어 로마패스 살 수 있냐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고 'News stand!' 한마디 합니다. 
-뱅뱅 돌아 가판대를 찾아 로마 패스 있는지 물어봅니다. 
-'Sold out!'하고 끝입니다.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다시 물어보니 거리 이름을 말합니다. 테르미니 역안에 있다고 들었는데 뭔 소린가 싶어 있었더니, 종이에 펜을 들어 거리주소를 적어줍니다. 
-지도를 꺼내들고 역 건너편의 거리를 가보는데 있을리가 없습니다. 
-다시 역으로 들어와 다른 신문가판대에 가서 물어봅니다. 로마 패스좀 팔아주실래요? 
-손가락으로 단호하게 가리킵니다. 그 방향에는 아까 뉴스가판대로 보낸 역무원이 보입니다. 

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ㅠㅜ
 
화도 나고 어이없어서 어떻게 할까 궁리하던 차에, 아내가 뉴스스탠드의 점원이 바뀌었으니 다시 물어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처음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르쳐 줍니다.
'24, information'.
24번 플랫폼 근처에 인포메이션 가보란 소리 같습니다. 그쪽으로 갔더니 드디어 판매대가 있었습니다. 별거 아닌데 감격이 되더군요. 

그도 잠시, 이젠 끊임없이 느린 이탈리아식 처리 시스템의 횡포에 놀아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5분도 안걸릴 정도의 사람들이 서있는데, 근 한시간 기다려 로마 패스를 살 수 있었습니다. 아니 팔아주셨습니다 고맙게도. 물론 그 와중에 새치기 세번, 관광객끼리 말싸움 등 소란이 많았지요.

뭐 이 뿐이겠습니까. 표 하나를 잘못 사서 환불하려고 역에 갈 때마다 10번도 넘게 시도했지만,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될 정도입니다.

로마인, 선조는 위대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참 못나보였습니다.

물론 최대의 관광지인 로마, 그리고 관료적인 테르미니 근처의 사람들이 주로 제공한 인상이긴 하지만, 제 발로 걸어와 수많은 유로를 사용하는 관광객의 접점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면 이런 실망에 에둘린 관점도 크게 틀린 시각이 아닐듯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