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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에 일본이 대처하는 자세

Inuit 2010. 2. 7. 23:35
Scene #1 US
해당 업계 수위업체인 미국의 A사에서 파트너십 체결 협의를 위해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저희는 이미 다른 업체와 협업 중이었지만, 관계변화를 모색하려 총괄사장(President), 사업부문장(General Manager)를 위시해 네명이 찾아와서 열정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했지요. 하도 거물들이 떠서 평소 우리 회사와 협의를 담당하던 중국 매니저는 가방들고 다니는 신세가 되고, 그 동안 의사결정을 담당하던 Biz develop VP는 입도 벙긋 떼지 못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궁금증과 우려를 한발 앞서 풀어주고 자사의 강점과 경쟁력을 끊임없이 열성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면전에서 말은 안했지만, 우린 꽤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Scene #2 Japan
세계 최고 브랜드 중 하나인 일본 업체 B사에서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우리회사가 을이긴 합니다만, 전적으로 우리에게 제품 공급을 의지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방문자는 총괄과장이 제일 거물입니다. 그건 괜찮은데, 모든 협의가 끝나면 부문장인 총괄부장에게 허락을 맡아야하고, 다시 부문 임원을 거친 후 본사의 검토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 만난게 11월경인데, 계약은 3월부터야 이야기 가능하고 5월경 서명할 수 있을듯 하다고 합니다.

Scene #3 US
A사의 방문자 네명은 구성 면면이 재미납니다. 프레지던트는 강한 액센트의 영국인입니다. GM은 아르헨티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입니다. VP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출신이고 현재 거주지는 싱가폴입니다. 어카운트 매니저는 중국인입니다. 하루 45만원짜리 스위트룸에 묵는 고위급들이지만, 1인 홈오피스를 적극 활용합니다. 사무실이 필요없는게, 어떤 이는 1년중 10개월을 해외출장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Scene #4 Japan
B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합니다. 모두 아연실색했습니다. 일본어가 고스란히 적혀있는 슬라이드를 올려 놓고 태연히 일본어로 설명을 합니다. 필요하면 알아듣겠지 합니다. 물론 시작에 의례적인 인사는 했습니다. 일어 자료를 그냥 가져와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리 미안해하지 않는게 그 뒤로 두번을 더 왔는데 모두 일어 자료 그대로 놓고 일어로 이야기합니다. 영어에는 다들 능통한 청중이었지만 일본어는 한 두명 밖에 못 알아 들으니 논의가 매우 더딥니다. 매우 간단한 이해조차도 '일어 - 통역 - 한국어 -통역 -일어'를 거치니 시간이 서너배는 듭니다. 무엇보다 말이 요점만 건너다니니 매우 건조하고 공식적이면서 모종의 긴장마저 흐릅니다.

꼭 영어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글로벌 지향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늘 느끼지만 일본은 저 속도로 어떻게 IT 산업을 쫓아갈지 안쓰럽습니다. 너무 빠르고 지름길 좋아하는 우리나라도 스스로 돌아볼 부분이 많지만, 공무원을 능가하는 절차서, 사양서 등 폭포같은 페이퍼웍이 겨누는 목적은 시장이 아니라 내부의 책임소재 규명이란 점이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최근 토요타 자동차가 천만대 리콜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유야 일견 자명하고 또 갖은 설명이 난무합니다만, 저는 세계화에 대처하는 일본식 비즈니스 자세가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다고 봅니다. 영국에서 소니 영업사원의 오만한 자부심은 유명합니다. "Hey, I am a Sony salesman. What do you want me to sell?" 

토요타 방식으로 지상 최고의 프로세스라는 찬사를 받았던 일본 시스템, 이제 그 멘털리티의 한계를 일본이 과연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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