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모든 도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 바르셀로나입니다. 가족 첫 유럽여행을 스페인으로 오게 된 이유기도 하지요. 
전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도 갔지만, 제가 가족에게 가장 바르셀로나다운 곳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소는 구엘 공원입니다. 아침 먹자마자 바로 향했습니다.
구엘 공원 가는 방법은 메트로 L3 Lesseps에서 걸어가면 됩니다만, 구엘공원의 정문으로 들어가 순차적으로 보겠다는 생각만 포기하면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Lesseps 다음 역인 Vallcarca에서 내리면 공원 옆구리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바로 구엘공원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즉 공원의 가장 후면인 정상에서 공원 정문까지 내려오면서 일반 관광객과 반대의 순서로 보게되지요. 이러면, 우선 체력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으면서, 비교적 관광객 틈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정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전에도 정말 감탄했던 공원 정상의 돌무덤. 그곳에서 바르셀로나 시내와 먼 바다를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지는듯한 평온함을 느낍니다.
구엘공원은 처음에 신도시 주택단지로 지은 것입니다. 돌로 된 산을 개발한 것이지요. 그러니 산에 토목공사를 하여 평지 조성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사람살게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그의 신조대로 돌파합니다. 
첫째,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다. 
둘째, 돌산을 깎아 나온 돌을 재활용한다. 
셋째, 인간적인 건축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의 걸작들이 탄생합니다. 우선 돌로 다리를 괴어 평평한 대로를 만듭니다. 위에서 걸을 때는 그냥 넓은 흙길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 그 밑은 돌다리입니다. 가파른 돌산에 계단도 안쓰고 오히려 마치 시골길을 걷듯 평화로운 감성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산을 쪼아 나온 자갈들을 끌어 모아 구조물의 미학적 변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가우디는 괴물같은 천재성을 발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흠모하는 가우디의 작품에는 새가 깃들고 있지요.
그런 면에서, 가우디하면 생각나는 색타일이 돋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천한 재료인 폐타일입니다. 그것을 색색으로 조화시켜 아름다운 벤치로 만들었지요. 트렌카디스 기법은 재료를 재활용하고 공사비를 아끼려는 건축가의 쟁이기질에서 생겼습니다. 단, 재료는 싸되 수고는 비쌉니다. 이 트렌카디스 작업을 할 때는 가우디가 한시도 떠나지 않고 인부들에게 색과 모양을 계속 지시하여 아름다운 모양을 뽑아냈다고 하지요.

이 무슨 합성도 아니고..

산을 내려오면서 차근차근 구엘공원의 숨겨진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겉으로 보는 미학 이면에 진실된 인문학이 겹쳐있는 공원이니까요. 

내려오는 길 내내 좀 불편한 점은 길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이었습니다. 다른 관광지처럼 소매 잡아 끌며 귀찮게 하지는 않는데, 조용히 가우디를 즐기려는 눈에 거슬리고, 마음에 가슬거리는건 맞지요. 조잡한 기념품들을 저리 여러사람이 들고나와서 수지가 맞으려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장내가 술렁이더니 전 노점상이 후다닥 짐보따리를 싸고 뜁니다. 정문에 단속경찰 나타난 사실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도망가는 모습이 참 스페인 답습니다. 별로 바쁜 기색없이 낄낄거리며 집을 싸서 이동하는 사람들이나 주변에서 웃으며 도망을 독려하는 관광객이나 모두 초등학교 운동회에 나온 아이와 부모처럼 한바탕 소동을 즐깁니다. 더 재미난건 경찰이지요. 소란이 나고도 한 십분 넘게 늑장을 부리며 나타나서는 코믹할정도로 위압적인 모습으로 가슴을 내밀고 돌아보고는 싱겁게 물러갑니다. 마치 스패머의 이면을 보는듯한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깨진 타일 모아 붙여 만든 유쾌한 벽면들, 손으로 빚은 듯한 돌의 부드러운 곡선, 쉽게 쉽게 꼬아 놓아 살아 있는 듯 섬세한 금속 장식들. 이 모든 것이 재질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재질의 고유치를 무시하고 가우디만의 재료로 만들어간 재능이 놀랍습니다. 누구는 산수 풀 때, 누구는 같은 연필로 상대성 이론을 유도하는듯한 차이를 느낍니다. 세상의 진리는 아름다움에 있다 했는데, '돌로 시를 쓰는' 가우디 또한 자신의 미학으로 가우디만의 우주를 만들었습니다.
흔히 구엘공원의 이정표, 가우디의 상징,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으로 사용되는 타일 도마뱀입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 재료에 대한 접근법, 폐타일의 경제성 같이 이 도마뱀이 생겨난 이력을 알고나면 이 아이콘에 대한 애정이 배가되지요.
가벼운 산책삼아 나선 공원이지만, 어느 큰 미술관에 간 때보다 더한 감동과 즐거움 몸으로 배우는 교훈을 가득 안고 산을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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