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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남자 B형? (B for Bad guy?)

Inuit 2004. 11. 1. 20:59
요즘 갑자기 B형 남자 신드롬을 필두로 혈액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제가 피를 주고 받기에 꼭 필요한 만큼의 지식인 제 혈액형만 기억할뿐 혈액형에 관한 속설을 다 기억도 못합니다만 이번에 "B형 남자"란 노래를 계기로 언론에 나오는 기사들을 보니까 B형 남자가 다혈질이고 바람둥이라고 하더군요. -_-

대부분 혈액형에 대한 호기심 수준의 stereotyping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요즘엔 이슈가 된 김에 '진짜 그런거 아니냐?', '나도 그런 경험있다' 내지는 '내가 뭐 그렇단 말이냐' 등등 갑론을박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사실은 인터넷의 보급률이 높아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극도로 활발해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상황인 듯도 싶습니다.

인터넷을 잠시 찾아보니,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짓는 것은 예전 나치시대에 독일의 정치우생학에서 시초가 되었고 그것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까지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더군요.
사실 인간을 12가지 띠나 12가지 별자리로 운명을 나누는 것과 똑같이 (제 관점에서는) 덜 합리적인 분류이지만, 성격이 피와 연관되었고 (다혈질, 냉혈한) 그 피의 성격을 보아 인간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우긴다면야 그러려니 하지요.

그러나, CEO 조사결과를 놓고 B형 남자가 CEO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가십성 호기심을 넘어서게 되더군요. 경영정보지인 ‘월간 CEO’의 2003년 6월 조사에 의하면 93명 CEO 조사결과 B형이 조사대상 93명 중 36명으로 38.7%를 점유하여 한국인 평균인 30.1%를 8.6% 초과하니 CEO에 과격한 B형 남자가 더 잘 맞지 않는가 하는 기사입니다.
(나머지 혈액형은 A형이 평균보다 좀 낮고 비슷한 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간단히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_-
통계적으로 모비율의 검정을 하면 통계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z = (p1- p2)/sqrt(p1*q1/n1 + p2*q2/n2)
위 식에 앞의 숫자와 대한민국 국민수 4700만명을 대입하고, 분산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계로 등분산 가정을 하면
z = 1.70이 나옵니다.
이것은 95.6%에 해당하는 값인데, 그 의미를 잘 보면 신뢰도 5% 양측검정이면 1.70 < 1.96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있을 수 있는 변이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표본의 값이 작아서 38%지만 30%와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고, 주어진 샘플 집단은 특이한 샘플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결국 B형 남자분께는 미안하지만 특별히 B형이 CEO에 더 잘맞는다고는 위의 데이타로 증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골치 아픈 통계이야기를 차치하고도 왜 혈액형이 성격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믿어질까요?
그 해답은 심리학의 바넘효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넘 효과는 모호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채택함으로 주어진 단편적 정보에서 믿고 싶은 시나리오를 추려내는 심리적 기제를 말합니다. 그 수많은 점성술, 성격분석 정보를 보고 '이건 정말 내 이야기다. 신기하게 잘맞네'라고 하는 이유는 종종 문장내에서 상반되고 모호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정보를 주면 알아서 자기 이야기로 소화를 해서 잘 맞는다고 믿게 되기 때문입니다.
혈액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문득 'B형 남자는 터프하다' 이런 명제를 받으면 주변에 둘러봐서 거기에 맞는 실제 사례를 발굴하고는 그 말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예외는 신기하게 잘 잊어버립니다.

만일 이러한 현상이 더 진전되어 사회적으로 상식이 된다면, '피그말리온 효과'가 작동하여 '나는 B형이니까 좀 괄괄해야해'라는 자기 암시가 되며 점점더 이런 현상이 고착화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전 혈액형에 전문가가 아니므로 얼마나 이런 혈액형 stereotyping이 고착화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혈액형은 재미로 보는 이상이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

참고로 전 B형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