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리히 알츠슐러'에 해당하는 글 1건


TRIZ.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이름이다.
언젠가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또 하나의 키치(kitch)적이며 마케팅용의 조어 정도로 여겼었다.

그러다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에서 TRIZ를 유용한 생각의 도구로 추천하기에 만만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몇 권의 후보 중 처음 읽은 책이 바로 김효준의 책이다.

TRIZ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 
TRIZ는 러시아의 천재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chuller)가 만든 창의적 발상 기법이다.
알츠슐러는 14세에 특허를 등록하고 해군 특허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부분은 특허, 발명, 그리고 창의력을 발현하는데 있어 모종의 방법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를 천재라 생각했다.
스스로 똑똑해서 발명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 방식'에 무언가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점이 경탄할만하다.
더 놀라운 부분은 해군에 보관된 전세계 20만건의 특허를 죄다 읽고 분류하면서 문제 해결의 방법론을 찾았다.
(이러한 끈기 역시 내가 생각하는 천재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가 찾은 답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공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즉, 문제의 근원을 모순으로 정의하고 그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가 나온다는 방법론이다.
이  부분만 들으면 그게 무슨 대단한 발견일까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모순은 두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이다. 어떤 사물이 동시에 복수의 모순적 속성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자전거 체인은 축과 함께 회전할만큼 유연해야 하지만, 힘을 받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 즉 유연하면서 강해야 하는 물리적 모순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알듯 쇠사슬을 엮어 강하되 매우 부드럽게 휘어지는 방식으로 해결을 했다.

둘째, 기술적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성능이 좋아지면 다른 속성이 나빠지는 모순을 뜻한다. 예컨대 자동차 엔진은 출력이 좋으면 연비가 나빠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 경우 가변 실린더 구조를 채용해 필요한 만큼의 기통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방법론 상으로는 꽤 쓸만한 관점을 제시했지만, 알츠슐러씨는 멈추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40가지 해결책'으로 발상을 돕는다. 

거칠게 말하면, 문제의 모순을 정확히 규정하고 이 40가지 해결책을 꾸준히 머릿속에서 굴리면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대단하다.

슬프고 재미난 일화가 있다.
알츠슐러는 이러한 방법론을 찾아내고 조국에 이 사실을 알린다.
'소비에트 연방의 창의적 사고능력 향상을 위한 조언'이란 제목으로 편지를 썼고, 오히려 당국은 체제 불만자로 낙인 찍어 그를 감옥에 가둔다.
더 재미난건, 그 감옥이 지식인의 수용소인였다는 점이다. 옥중생활을 통해 수많은 석학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이론을 더 공고히 한다. 만사 새옹지마다.
결국, 투옥된지  5년 후 스탈린이 죽고 그는 사면되어 나와 TRIZ 방법론을 세상에 전파한다.
들리기로는 소련이 TRIZ를 국가 기밀로 간직했다하고, 개방 이후 서방 대기업이 거액의 돈으로 TRIZ 전문가를 데려가 혁신을 주도했다고 한다.
공공연한 이야기지만 삼성에서도 비밀리에 TRIZ를 통해 많은 혁신과 발명을 이뤘다고도 전해진다.

책 이야기보다도 TRIZ 일반론이 길었지만, 김효준의 책은 깔끔하다.
개념 정리도 간결하고, 논점과 주장도 명확하다.
40가지 솔루션을 다 설명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사전적으로 다 열거한 전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TRIZ를 실무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부분이다.
책 읽으면서 대뜸 들었던 생각, '프레임웍은 좋은데 너무 사후적이지 않나?'라는 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책 말미에 그는 직접 답한다.
방법론 자체가 특허 조사를 통해 나왔고, 특히 TRIZ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법론으로 사후적 설명을 통해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는 TRIZ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IZ 생각법을 체화하면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매우 일리 있다.

나는 충분히 공감했고, 좋은 관점을 얻어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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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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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리즈 맛본사람 2013.06.12 22:33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트리즈 관련서적 꼭 한번 사서 정독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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