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Harford

(원제) Undercover Economist

어떤 면에서 인간은 경제적 동물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부지불식간 효율을 따집니다. 같은 산출을 얻기 위해 투입을 줄이거나, 같은 투입인 경우 산출을 늘이도록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하지요.
뿐만 아니라, 일을 하고, 돈을 모으고, 투자하고, 소비하고 생활의 여러 면이 경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세상을 보는 사고의 틀로 적절하게 익혀놓으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에 대해서는 막연히 딱딱하다거나 어렵다거나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경제학하면 그저 X자 모양의 수요공급 그래프가 먼저 떠오르면서 골치가 아프기 시작하는 것이죠.

음모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희소성을 유지하여 독점적 이윤을 노리고자 하는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적 행위의 결과일 것입니다. 일반인이 쉽게 경제학을 접하지 못하도록 어렵게 책을 쓰는 것이지요. (정말일리가...)
실제로 경제학 내에서도 특정 학파가 차별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미적분을 비롯해서 편미분방정식까지 동원해가며 경쟁학파를 따돌리는 경우가 있으니 아주 황당한 가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예전 '미 대선과 arbitrage'라는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인위적 제약은 시장가격으로 회귀하게 마련이지요. 바로, 대중을 위한 쉬운 경제학 개설서입니다. 골치아픈 수학 없이도 훌륭히 경제학을 실생활과 연계하여 설명할 수 있다면 수요는 만만치 않겠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원제와는 좀 동떨어진 제목의 '경제학 콘서트'란 책이 그러합니다.
논의의 내용이 품질이 있는 주제를 그다지 어렵지 않게, 수학없이도 납득이 가도록 잘 써놓았습니다. FT 경제담당 논설위원이란 것이 아무나 하는 자리는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개념을 잘 이해하면서도 쉽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 책의 진짜 미덕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구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80년대의까지 경제학은 시장원리의 작동이념과 그 구현에 무게중심이 있었습니다. 반면 90년대 이후에는 경제학 기본가정인 완전시장의 실패 부분에 집중적인 관심이 쏟아졌고 여러개의 노벨상을 부여받은 기존 경제학의 보완이론이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정보 비대칭에 의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다룬 정보경제학, 망 외부성 (network externality), 게임이론 등등이 그것입니다.

'경제학 콘서트'는, 이렇게 새로운 개념에 대부분의 내용을 할당하여, 경제학의 생활에 대한 설명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오래전 경제 교육을 받은 내 또래 사람들에게는 유지보수 교육의 기회마저 제공할 듯 싶습니다.

On one hand, 제 알량한 지식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이 책에 대해 악평을 하여 쓰레기의 혐의를 씌워 놓거나 아예 무시하는 것이 옳겠지만,
on the other hand, 디지털 경제학의 특성상 정보는 비경합적 (non-rivalry)이고, 정보 생성의 공유결과가 내게 역으로 약간의 도움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positive network effect가 있는 것이니 그냥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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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7개가 달렸습니다.
  1. 이 책...생일 선물로 받을 예정입니다. ^^;
  2. 경제학 콘서트라는 제목은 이전의 베스트셀러인 과학콘서트에서 따온 제목이라 더군요..
  3. 모든 전문용어의 사용은 '전문가' 세계로의 진입장벽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시 말하면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합죠.
    • 전문용어 자체는 같은 이해도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경우에 의사소통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해주지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자연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겠지만요.
      따라서 모종의 냄새가 난다면 꼭 한번 들이대볼 필요도 있을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랍니까??" 혹은 "그게 무엇의 약어인가요??"
  4. 와! 이거 왠지 재밌을거 같군요. +_+
    경제학 음모론이라..솔깃한데요. 정말 그럴거 같기도 하고!!
    • 엘윙님!
      소문내지 말고 독파해서, 꾸꾸님 코를 납작하게 한번..
      쿠쿠쿠... (evil smile)
  5.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스타벅스 얘기로 시작하기에 꽤 가볍게 쓴 경제학 책일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는 깊이가 있더군요. 서른살의 경제학, 괴짜 경제학과 함께 아주 괜찮은 책^^
  6. 이 책, 요새 여기저기서 많이 이름이 들려오더군요. 한 번 읽어봐야할듯..
  7. 북세미나에선 강사가 별로 이상한 이야기만 하는거 같아서..
    그냥 나와버렸는데.
    책은 좋나바요?^^
  8. 책을 읽고 다시 Inuit님 서평을 읽으니까 완전히 다른 내용의 책 같군요. 크크. 제가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흠.. 아마 제가 책 내용하고 관계없는 이야기를 많이 써서 그럴겁니다. 사설이 길었다고나 할까..
  9. 같은 이해도가 있는 영역에서의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도구로써 쓰이는 전문용어가...일반인들에게는 장벽이 되는 것이라 부탁드리건대 무슨 뜻인지 알고싶은 일반인 들에게 약간의 설탕을 뿌려주심이 어떠하실련지요...
secret
낮에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미팅중이라서 전화를 못받았습니다. (사실은 전 미팅중에 오는 전화는 아주 급한 일 아니면 안받습니다.)
마침 물품 배송을 기다리던 중이라서, 그 전화인가 하면서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오후 늦게 다시 같은 번호가 울리더군요.

받아봤더니, 끄응.. 또 텔레마케팅입니다.
이 양반들이 대개 제일 바쁜시간에 전화통 잡고 보험 설명이니 대출한도 확대니 이런 이야기를 해대는 통에 늘 매정히 끊습니다만, 제 메인 카드사에서 온 전화이고 점잖게 시작을 해서 좀 들어주었습니다.
실은 어제 신용카드 재발급을 받았는데, 오후에 신청해서 다음날 점심때 퀵으로 왔습니다. 24시간도 채 안되었기에 카드사에게 무척 호의적인 마음이 들던 참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레딧케어'라는 서비스 소개입니다.
웃기는 것은 제가 사고가 나거나 해서 60일간 신용카드 결제를 못하는 경우 5천만원까지 결제를 면제해 준다고 합니다.
얼마를 내야하냐고 물으니, 결제액의 0.5%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친절하게도 10만원 쓰면 5백원밖에 안되니 좋은거라고 계속 권합니다.

나.. 참.. 사람을 바보로 아는지, 아니면 서비스 만든 사람이나 전화를 시킨 사람이 상황파악 못하는 바보인지.

저 같은 경우, 소득공제 때문에 카드결제 가능한 모든 생활비를 카드로 결제합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몰아주는 것이 마일리지나 대접면에서 낫기에 한 카드사를 메인으로 사용합니다. 물론 지불수단만 카드이기 때문에 다 일시불입니다. 그리고 이 카드사는 제가 계열사에 입사했던 10여년전에 만든 후부터 계속 써왔고,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연체도 없었습니다.

계산하기 쉽게 카드결제를 매월 200만원만 한다고 가정하면 유사시 두달치, 즉 400만원을 면제받기 위해 매달 1만원을 내야하는 게임을 하라는 것입니다. 과거 연체율 제로를 고려한 위험율을 감안하면 이렇게 황당스레 비싼 보험이 또 없지요.

결국 이런 시스템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내재한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향후 연체할 확률이 일정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관심이 적습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보험료가 높아져야하고 높아진 보험료는 더더욱 스스로 생각하기에 건전한 가입자를 몰아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 게임의 룰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조금 쓰다가 몸이 안좋거나 결제를 못할 사정이 생길 무렵에 몇천만원을 긁어버리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지 보험들듯이 수락한 얌전한 보통사람들은, 이런 신용불량자들의 사고처리 비용을 꼬박꼬박 메꿔주기만 하는 것이지요.

더욱 치사한 것은, 위의 내용을 단지 말로만, 그것도 좋은 쪽으로 장황히 설명을 하고, 자세한 내용을 듣고 선택할 수는 없고 가입을 수락한 사람에게만 문서를 보내주겠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우롱행위입니다. 대화는 분명 녹음되고 있을테고, 잘 이해못한 상태에서 좋은 면만 생각하고 예스라고 대답한 사람은 말도 안되는 서비스에 가입한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으니까요. 꼭 거짓으로 사기를 치는 것만 나쁜 것은 아닙니다. 덕택에 요즘 물량공세와 속도전으로 제마음을 누그러뜨렸던 카드사는 다시 원래의 한심한 포지션으로 돌아갔습니다.

짧은 통화 시간에 이런 내용을 세세히 파악하기 힘들지라도, 우리나라의 정상적 사람들이라면 눈치로 '이거 뭔가 낌새가 수상하구나' 하고 짤깍 끊어버릴테니 선의의 피해자가 많지는 않겠지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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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9개가 달렸습니다.
  1. 전 이 글 한참 보고서야 대충 내용을 알았는데 전화로 깨닫다니 대단합니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카드를 안 써서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습니다.
    • 글로 장황히 써서 그럴겁니다. 요즘 포스팅을 잘 안해서 그런지, 글이 주저리주저리 늘어지는 경향이 있네요. -_-
      그리고, 생활이 규모있게 되기 전까진 지금처럼 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방식이 좋은겁니다. ^^
  2. 경제성공학을 배우면서 카드 사용의 현명한 방법을 잘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 1년때였습니다. 학점은 B+ OTL;;;
    저런식으로 사람을 "낚는" 수법을 사용하는군요. 확실히 자세하게 듣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고 "보험처럼 가입"을 해버릴 위험이 있군요......
    요즘 카드신청을 무지무지 하고싶어 안달인데 이런글 보니 또 마음이 쑥 들어가버리네요. 확실히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고 능력이 어느정도 된 다음에야 만들어서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는게 카드인듯 싶습니다.
    • 오옷~ '경제 성공학' 이란 것도 가르치나보군요! ^^;

      궁금한 것이, 카드가 없으면 온라인 쇼핑이 불편하지 않나요? 결제확인에 시간이 걸릴듯한데..
  3. 오옷. 저는 저런 전화가 오면 자세히는 이해를 못해도 낌새로 -_- 수상하다 싶어 안합니다. 뭐든 복잡한건 안하는게 좋아요!>_<
  4. 텔레마케터가 뭘 설명하면, email이나 팩스로 자세한 설명 또는 브로셔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럼 즐~ 하지요. ^^
    • 전 그냥 나직히 말합니다. '관심없습니다.'
      수율을 신경써야 하는 텔레마케터의 특성상 90%는 그냥 끊습니다.
      일부 의욕과잉 또는 눈치결핍인 분은 찐득이처럼 들러붙어 자기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땐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지요? 상급자 좀 바꿔주시겠어요?' 하면 바로 전화를 끊지요.
      여기까지 처리시간 약30초..
  5. 투입과 산출이 정확한 자본의 세계
secret

오늘 받은 광고메일이다.
서로의 인맥을 공유하여 인맥을 넓히는 "온라인 양방향 네트워크"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즉 A라는 사람의 인맥 정보를 공유 약속이 된 B라는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반대급부로 B의 인맥을 A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인맥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재미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모델을 보고 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좀 있었다.

1. 게임이론에 따른 cheating 가능성
1:1 인맥 교환의 상황상 상대의 중요 정보를 취하고 나의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득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고, 양자는 똑같은 결론하에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할 유인이 있다. (게임이론을 아주 짧게 설명하면 cheating의 인센티브가 항상 유리하다고 모든 참여자가 판단하게 되어, 개인의 최적화가 시스템의 비최적화를 이루는 것이다.)

2. Lemon problem
위의 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lemon problem"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 시장인데, 연식과 차종에 따라 공정 가격이 매겨지면 그 가격보다 비싼 차 (좋은차)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중고차 시장에 팔지 않고, 그 가격보다 낮은 차(숨은 결함이 있는 차)만 중고시장에 나오게 되고, 이는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가격의 신뢰성을 잃고 거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imperfect information이 주 요인이다.)
즉, 모든 사람이 상대로부터 얻는 인맥 정보가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상황을 예측하게 되면 더이상 인맥공유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3. Network effect에 의한 파국
이러한 지식 집중형 모델의 핵심은 네트웍 효과이다. 즉 참여자가 많을수록 정보의 양과 질이 우수해져서 새로운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기하급수적인 가입자 증가로 critical mass를 통과하여 수익과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되는 것이다. (제일 대표적인 예로 MMORPG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negative network effect를 타면 그 반대의 결과로 참여자가 적어 쓸만한 정보가 없고 이로 인해 가입자가 속속 이탈하게 되어 결국 썰렁한 서비스가 되어 버린다. (무수한 예가 있지만 아이러브스쿨만큼 드라마틱한 것이 또 있을까. 내 고교 동창이 사장이었지만. -_-)

결국 이러한 사업모델은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마케팅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교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모쪼록 참신한 아이디어가 좋은 사업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안면없이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 주소록 수준의 데이터만 가지고 효과적인 인맥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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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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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이글루에 오셨기에 왠 기인이신가 했는데... 수준이 그저 부럽네요 ㅜ.ㅜ<br />
    저도 졸업하고 사회 나가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지금은 병역특례중...)<br />
    <br />
    위 글은 확실히 공감갑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저 그림만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광고의 힘(구라빨?)이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그리고 저 아이템은 성공 여부를 떠나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넘긴다는 게 도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워낙 인맥국가이긴 하지만 이런 사업까지 등장하는 건 좀 씁쓸하네요.<!-- <homepage>http://seires.egloos.com</homepage> -->
  2. 서로가 합의하에 교환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 모델의 "도덕성"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겠네요. <br />
    <br />
    춘향이 글은 허락을 받았다는 가정하에서 퍼왔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
  3. 공터 공원 공용....과연 나 아닌 이웃을 위하여 스스로의 숨겨진 얼굴을 내보일 수 있는지가 먼저 궁금해집니다...어쩐지 먼나라의 이야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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