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해당하는 글 4건

비행기 타기전 약간의 여유. 절친은 오후 시간을 빼내어 프랑크프루트 인근을 보여줍니다.

오늘이 목적지는 뤼더스하임(Rüdesheim)입니다. 뤼더스하임의 특징이라면 두 가지, 라인강과 와인입니다. 그리고 그 둘이 만나 만든 유복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소복히 내려앉아 있지요.

독일의 젖줄인 라인강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물살도 거셉니다. 라인강의 기적이라 칭해지는 이유로, 한강과 비견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은 완전 오산입니다. 거대한 화물선 여러대가 동시에 다닐 정도로 강의 폭과 깊이가 넉넉합니다.

취리히의 호수, 루체른의 호수가 흘러흘러, 프랑크푸르트를 지나는 마인강을 포함해 각지의 강물이 만나 라인 강을 이룹니다. 고대에는 라인강이 그 물이라는 생명 요소로 인구를 흥하게 했고, 현대에는 그 유량으로 물동을 담당하며 경제적 가치를 주었으니 대단한 강이기도 합니다.

라인 강에 대한 이야기는 새록새록이지요. 로마가 서양 세상의 전부일 시절, 카이사르가 북벌을 하다가 기후와 풍토가 척박하던 차에, 라인강을 보고 더 이상 정복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로서 라인강이 로마제국의 북쪽 경계가 되었고, 라인 강 이북은 자유는 구했으되, 문명의 혜택을 못 받은 야만으로 중세까지 지내게 되지요.

또 한 가지 이야기는, 그리드락 사례입니다. 라인 강을 건너는 사람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강 양안에 빼곡히 세금 징수 목적의 성들이 들어차고, 이는 소유의 과도한 분권화를 초래해 결국 라인 강 통행이 올 스톱 되는 결과를 보이지요.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 멍청하고 잔혹한 성들이, 지금은 로렐라이 등등 관광지로 남아 돈을 벌어주고 있습니다만.

결국 이 라인강을 직접 보니 역사의 중요한 꼭지가 훤히 보이더군요. 저 거세고 깊은 강은 건넌다는 개념의 교통에는 중요한 장애가 되었고, 따라 흐른다는 개념의 교통에는 완연한 혜택이었습니다. 이렇게 라인 강 구비구비가 역사와 얽혀 흐르고 있습니다.

뤼더스하임 마을 위편의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강 저 건너에 보이는 독일 마을이 왠지 짠합니다. 어찌나 도시가 산에 예쁘게 정렬되었는지, 한번 거리를 직접 거닐어 보고 싶더군요.

강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전망대 기념탑입니다. 평탄한 독일 지형치고는 주목할만한 언덕이고 탑은 우뚝하니 높습니다.

보통 범상한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 보았지만 영어 안내가 전혀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해하는 저를 위히 친구가 현지직원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비스마르크의 보불전쟁 승전탑이라고 합니다.

프러시아가 프랑스를 힘으로 제압하고 유럽의 중심으로 거듭난 그 통일전쟁이지요. 이 전쟁에 이기고 비스마르크는 베르사이유 거울방에서 독일제국의 성립을 선포했던, 프랑스로는 아주 치욕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3세가 퇴위하며 파리 코뮌이 들어서 내전으로 전개된 복잡한 상황이고, 독일은 갈갈이 찢어져 유럽의 열강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앞마당 역할만 하다가, 비로소 하나된 중심국가로 합쳐져 합스부르크 시절의 위엄을 되찾은 계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패권주의가 다시 세계1차대전의 빌미가 되니, 역사는 돌고 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기개가 활개만큼 대단한 저 독수리의 웅대함이 당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불전쟁 이후 프랑스와 강화조약을 맺은 비스마르크의 치솟는 만족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예전 피비린내는 역사에 남아 있고, 마을은 포도향이 가득합니다. 아주 놀랍게도 뢰더스하임은 와인 산지입니다. 마을 인근이 온통 포도밭이고, 질좋은 리스링(Riesling) 와인과 아이스바인이 생산됩니다. 매년 와인 축제 (Wein Fest)를 개최하는ㄷ, 그 자체가 장관인가 봅니다.
강이 좋고, 와인이 잘되어서인지 마을 전체가 넉넉하고 아름답습니다. 골목 골목 하나도 놓치기 싫게 예쁩니다. 마치 테마파크에 온듯 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실제 살림집이란 점과, 골목을 돌고 집을 돌아도 뒷편의 남루함이 없이 환상이 실존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지요.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음식도 맛나지만, 와인이 아주 질 좋습니다. 독일에서 맥주가 아닌 와인을 시키게 되다니 제게는 상상도 힘든 일이지만, 항상 산지제일주의, 또는 특산추구형이라는 의미로 보면 뤼더스하임은 분명 와인을 마셔야 하는 곳입니다.
식사 후, 공항까지 배웅해주며 친구가 넣어준 뤼더스하임의 와인. 그 마음이 고맙고 찡합니다. 아주 신나는 일 있을 때 이 와인을 따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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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방문하셨던 도시 이름이 다른 듯하여 댓글 달아요^^
    말씀하신 도시는 Ruedesheim인 듯하네요.
    사실 업무차 Walldorf라는 곳에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찾아가보려고 구글맵을 뒤졌었거든요. ^^
    그런데 Roedersheim으로 찾을 수가 없어서요^^
    확인 부탁드려요^^
    • 네. 지적 고맙습니다.
      제가 스펠을 잘못 알았네요. 뢰더스하임이 아니고 뤼더스하임이 맞습니다.

      동상 있는 주소를 링크 남기니 참고하세요. ^^
      (http://maps.google.com/maps?q=49.981633,+7.899621&num=1&sll=49.995123,8.267426&sspn=0.114836,0.256119&ie=UTF8&ll=49.980212,7.900919&spn=0.005892,0.011019&z=17&iwloc=A)
  2. 예전에 '어린아이가 똑같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의 말씀을 어느 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30대 초반이고, 한 아기의 아빠로서 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Inuit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노력해 보려 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려요~
    • 네. 저도 그말에 공감합니다. 아이가 닯고 싶은 역할모델이 어떠냐에 따라 삶이 많이 좌우된다는 부분 말입니다.

      제가 얼마나 그 역할을 할지는 몰라도, 딸과 아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합니다. ^^

      라딘님도 속이 깊으신듯 하니, 아이 크면 멋진 아빠가 되실겁니다.
  3. 비밀댓글입니다
    • 추석직전에 출장은 다녀왔고, 글만 뒤늦게 올리는거야. ^^;

      내가 어제 밤에 알려줬더니, 딸이 기특한 짓을 했네 그려. ^^
      생일 축하해. 바쁜일좀 지나고 10월에 식사한번 하자꾸나.
  4. 나 여기 게르만하우스로 일단 첫날 숙소 에약 했어.. 근데 벌써 결재도 되버렸네 ..ㅠㅠ
    • 댓글을 이제 봤네. 여기 정말 괜찮은 동네야. 나중에 식구랑 프랑크푸르트 가면 다시 들를 계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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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돼..

이기중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다음에 쓰고 싶었던 책이 바로 맥주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지만, 단연 맥주 애호가를 자처하는 저입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맥주는 솔직히 곁가지 중에서도 방계 쯤 됩니다. 라거 계열이지만, 거품이 가볍고, 홉의 맛을 잦혀서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맥주는 와인보다 열위의 카테고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천 달러 넘는 와인은 많아도 맥주는 그렇지 않지요. 게다가 와인은 빈티지니 떼루와니 갖은 스토리로 스스로를 신비화하지만 맥주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그냥 거품있는 술 정도만 압니다. 사실 그 맛의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한 깊이는 와인과 비교가 안되는데 말입니다. 원료로만 따져도 보리와 밀이라는 큰 두 축이 있어, 맥주는 그 맛의 다양성이 풍성합니다.

책은 매우 폭 넓은 맥주의 범주를 차근히 좇아가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가장 재미난 컨셉은 50일간 맥주 여행을 따라 내용을 적은 것이지요. 맥주 벨트라 불리우는 북부 유럽 6개국 (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체코)의 유명 도시에서 맛 볼 맥주를 적어놓고 하나하나 퀘스트를 수행하듯 시음하고 그 정취를 적었습니다.

무작정 마셔대는게 아니라 인류학 전공자답게 미리 맥주의 지도를 가설로 머리에 넣고 직접 체험을 통해 실제 지도를 완성합니다.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지만, 맥주의 한국적 등가는 막걸리입니다. 와인은 과실주고 맥주나 막걸리는 곡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막걸리를 'Korean rice wine'이라고 부르는건 어폐가 있지요. 그 곡물도 밀을 넣느냐, 보리를 넣느냐에 따라 맛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싹튼 보리 (malt, 맥아)와 홉(hop)의 혼합으로 달콤한 부드러움과 상쾌한 쌉쌀함이 밸런스를 갖추게 됩니다.

지역적으로는 에일이 강한 영국+아일랜드, 필즈너 계열의 라거가 강한 독일과 체코, 그리고 밀맥주를 포함한 모든 맥주가 맛있는 맥주의 아티스트 벨기에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악마의 맥주 두블(Duvel)을 포함해 레페(Leffe), 후가르든(Hoegaarden) 등이 다 벨기에 출신이지요. 물론 마시는 빵 기네스나, 눈물나게 맛좋은 뮌헨 밀맥주 아우구스티너까지 책에 망라되어 있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미리 말하자면, 책은 내내 먹음직스럽지는 않고 오히려 백과사전처럼 퍽퍽합니다. 나중엔 뒷심이 달리는지 김빠진 맥주마냥 지루하게 나열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맥주의 세계를 제대로 다룬, 정교하고 상세한 지도를 얻었다는 것으로도 무척 기쁩니다. 저는 굳이 책을 안 써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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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등. 그런데 저 책도 일단 마셔봐야 실감이 날 듯 해요;;;^^
  2. 흠.. 유럽 쇼핑 견문록이라던가.. ㅡ.ㅡ;;;
  3. 맥주가 입으로 마셔봐야 아는 음식이라서 책으로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언정 실감은 덜하겠네요 히히;;
    • 띠용님도 맥주 맛을 좀 아시는군요. ^^
      모르는 맛을 실감나게 해주기보다는 맛들 사이의 위치를 자리잡아주는 책입니다. ^^
  4. 음주는 목 하면서 음주자리는 쪼아라하는 토댁입니당.
    넘들은 제가 아주 잘 마시는 줄 안다능..ㅋ
    근데 맥주는 한 모금에 얼굴 빨갛고 소주는 두 잔에 뻘겋게 되지요..우쨰 정신은 말짱한데 얼굴색이 바뀌는쥐~~~

    울 inuit님~~~
    오늘도 즐거운 날 되셔야되욤!!'
    요즘 이 토댁이 게을러 온라인주문을 팍팍 넣어드리지 않았더니 down되셨군요..^^
    오늘부터 또 팍팍 넣어드릴테니 UP UP 하세욤~~~아자!!
  5. 와~ 좋은 책이군요. 저도 맥주를 꽤 좋아하거든요.
    부어라 마셔라 하는 한국의 호프집 맥주 말고,
    뭐...이름은 잘 모르지만 맛난 다양한 맥주가 좋아요.
    일본 맥주 소개하는 책은 없나요? 지금 일본에 있어서..ㅎ
    • 네. 저도 들이 마시는것 보다 맛난 맥주 음미하는게 좋습니다.
      일본은 딱 아사히 기린 삿뽀로 아닌가요. ^^;;
      책은 잘 모르겠습니다.
  6. 저도 맥주에 대한 블로그를 하고 싶었는데,, 이 책도 선물로 받았고, 살찐돼지의 사진관 님의 블로그를 보고 접었습니다. ^^ 링크 붙입니다(세계 맥주 시음 / 소개에 대한 블로그) http://fatpig.tistory.com/185
  7. 어쩌다 한번 얻어먹은 벨기에 맥주는 정말 맛있다는 이미지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 책도 구입을 해야겠군요. 감사합니다.
    • 네. 제게 위 여섯 나라 맥주중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전 주저없이 벨기에 맥주 고릅니다. ^^
  8. 그렇죠. 맛의 풍성함으로 따지면 맥주가 와인보다 월등하죠. 미국에도 벨기에 후예들이 만든 괜찮은 동네맥주 꽤 있습니다.
    • 저도 미국에서 수제 맥주에 가까운 브루어리 맥주를 마셔봤는데 참 좋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와인보다 맥주랑 친한경향도 있고.. ^^
  9. 저도 '유럽 맥주 견문록' 읽으면서 유럽여행 지름신과 접신했습니다. ^^;
    맥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10. 암만 마셔도 술맛은 모르겠어요..
    -_ㅜ 와인이나 맥주나..맛있다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11. 맨처음에 쓰신 책은 무엇인가요 ㅎㅎ
  12. 하늘아래 새로운 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게 이미 만들어져있고 내가 만들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을 종종 겪고 있네요.

    전 곡주보단 과실주를 좋아해서 에일보단 사이다(Cider)쪽이 더 좋던데요. :)
  13. inuit님 팬입니다..ㅎㅎ
    맥주에 대한 inuit님의 고견 또한 궁금한 데 책을 안쓰신다면 다음 주제가 궁금하네요..^^
    • 고맙습니다. ^^
      다음 책은 이리저리 생각만 굴리고 있어요.
      어느날 계시처럼 토픽이 떠오를거라 믿으면서요. -_-;;

      종종 찾아와 이야기 나누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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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에 도전한 나파밸리의 투혼. 프랑스 와인을 희소품에서 일용품으로 끌어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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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년 연말 투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봤던 영화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도대체 몇 살때까지 아버지가 아들을 권투로 이길 수 있을까? 였는데 말이죠..^^
    • 진짜 대단한데요. easysun님 (http://twitter.com/easysun/status/2148849781)도 그리고 저(http://twitter.com/inuit_k/status/2149021968)도 비행기에서 이 영화를 봤거든요. 하늘의 흥행작인가봐요. ^^;

      말씀해주셔서 생각났는데, 아들과 치고 받고 권투하는 장면이 참 생경하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와닿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
  2. 와인미라클 볼만한가요? 신의 물방울은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
    • 신의 물방울은 좀 드라마틱하지요.
      일부러 오래 끄는 일본 만화 특징도 있고.
      와인 미러클은 이야기 구조는 단순한데, 와인에 제조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거리를 줍니다. 볼만해요.
      클리티에님 와인 좋아하시나봐요. ^^
    • 설명 고맙습니다. ^^ 함 다운 받아서 봐야 겠어요..
      그리고 원래 와인 잘 알지도 못하고 마실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신의 물방울 읽으면서 관심이 생겼었어요..
      아 근데 전 싸구려 입맛인지 달달한 와인이 너무 좋더라구요.
      아버지가 가끔 좋은 와인 여러병 선물 받으시는데, 저한텐 진짜 너무 떫고, 도저히 맛을 모르겠는거에요.
      그런데 저번에 저렴한 레드와인 선물 받았는데 너무 맛있더라구요. 하하^^;
      달달한 와인만 제게 맞나봐요..
    • 아니 여성분들이 원래 좀 달달한거 좋아하십니다.
      그러다가 좀 익숙해지면 드라이한거나 바디감 찾으실 때가 있구요.
      음식따라 달달한게 어울릴 때가 있어요.
      전 취하려 마시니까 드라이한거 좋아하지만. ^^;;;;;

      아마 진로포도주가 좀 달달하지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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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ional Gut

Biz 2009.02.13 22:46
작년, 터프한 협상 3번을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어차피 맺을 계약이지만, 우리는 시간을 끌면서 조건을 개선하고자 하고, 상대는 빨리 매듭짓고 싶어하는 상황입니다. 계속 지공을 펼치니 상대, 열받아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협상하다 집에 간다하기, 버럭버럭 소리지르기, 대표이사에게 메일질하기 뭐 이런 치졸한 짓이지요. 대화가 점점 뻑뻑해지고 산통 깨질 조짐마저 보입니다.
결국 감정선의 조율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저녁식사 약속을 잡아냈습니다. 식사는 매우 중요한 교감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날이 11월 셋째 목요일. 보졸레 누보 나오는 날입니다. 마침 상대가 프랑스 사람인 점에 생각이 갔습니다. 예약장소가 횟집이라 좀 어색합니다. 게다가 중국 사람앞에서 한자 쓰듯 계면쩍은 일이지만 앞 뒤 볼거 없습니다. 식사 장소로 가는 도중 막내는 편의점으로 살짝 빠졌습니다.


횟집에서 눈 딱 감고 꺼낸 비장의 무기인 보졸레 누보. 다행히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다른 와인과 달리 세계 동시 발매인지라 그 친구도 처음 맛보는 보졸레 누보입니다. 낯선 타국에서 동양인과 횟집의 식사인데, 의외의 선물이었겠지요.

뭐, 그 뒤론 십년지기처럼 개인적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소주 잔 돌리기에 파도타기까지. 2차 맥주 마시러 갈 때도 서로 손에 손잡고, 어깨 걸고 다니고. 그 날 우리 모두는 형제였습니다. -_-

직전까지 같이 말 섞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도 이렇게 협상 중간에 (끝나도 마찬가지) 협상 상대와 무장해제하고 술 마신것도 처음이라고 한국 지사에서 전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좋은 친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협상도 잘 진행되어 계약도 했습니다. 어젠, 다시 만나 signing ceremony를 했지요.

일전에 gut rationale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횟집에서 대뜸 꺼낸 보졸레 누보.
계산된 목적이었지만, 마음으로 열어가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Rational gut이라 부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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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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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ss로 구독하며 늘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일전에 소개해 주신 해바라기C님과는 많이 친해졌죠. 이모저모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 소개해 주신 포스팅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제 경우는 학위하고 지금까지 계속 병원 연구소만 전전하고 있어서 Inuit님처럼 드넓은 세상을 상대로 활약(?)을 하는 삶을 부러워만 하는 백면서생입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평양에 건립중인 평양과기대에 가서 북한 학생들을 꼭 가르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평양과기대에 대한 홍보를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년간 퍼주기 논란 덕분에 북한을 지원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거죠.

    그런 분들께 다가가기 위해 오늘 언급하신 rational gut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나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 해주시는 포스팅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히야님과는 서로 팬이 되신듯 해요. ^^

      참, 유니크한 꿈을 갖고 계시는군요.
      그 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뤄질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떻게 제 어줍잖은 글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힌트가 되었다면 다행이고 기쁜일입니다.
      어려워보이지만 달성가능한 그 꿈을, 저도 성원하겠습니다. ^^
  2. inuit님 블로그 포스팅을 보다보면 제가 '콩나물'이 되는 기분이에요~^^
  3. 대단하십니다~ ^^
  4. ㅋㅋㅋㅋㅋ

    선물의 심리를 간파하셨군요 ^^
  5. 너무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역시나 빼곡히 좋은 글들을 그 사이에 올려주셨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2년차가 되니 마음이 잡히질 않네요.
    물론 악화일로인 경제상황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또한 원인인듯 합니다.
    오늘은 이 블로그의 저 앞으로 넘어가 Inut 님이 졸업을
    앞두고 느끼셨던 고민을 다시 한 번 읽어보려합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아직 멀었잖아요. ^^
      1년동안 여러가지가 더 많이 바뀔겁니다.

      혹시 이 글 안보셨으면 참조해보세요. ^^
      ( http://inuit.co.kr/1564 )
  6. 좋은 친구를 얻으신 것과 좋은 계약을 하신 것 모두를 축하드립니다. 경기가 어려운데 힘든 일을 해내신 것 같습니다.
  7. 요즘 정말 마음을 사는 소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제 칼은 날카로워 지는 것 같은데,

    그릇은 넓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진정한 소통, 설득, 협상은 모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인 것 같습니다.

    나와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 ^^
    • 내맘과 꼭 같아요.
      결국 소통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지요.
      큰 그릇에 가득가득 담읍시다. ^^
  8. 역시 감각이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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