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먹기'에 해당하는 글 2건

불황을 넘어서

Biz/Review 2010.12.26 21:00

Alvin Toffler &

(Title) Beyond Depression: Yesterday, today, and tomorrow

Season for futuristics
연말연시에 미래학 책이 유독 땡기는 이유는, 이 때가 연중 삶의 지평과 시야를 가장 넓게 가져가는 탓일겝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1년의 주요 방향과 개발할 분야 등을 고려하기에 좋은 자극이니 말입니다.

그런면에서 토플러 선생의 책을 선택한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근년간 벌어진 세계적 금융위기의 구조를 보며 해법을 논한다는 취지에 홀리듯 책을 샀지요.

Zombie Prophecy
하지만, 이 책은 다소간 실망이었습니다. 내용이 딱히 틀리거나 공감가지 않아서 그렇지는 않습니다. 굳이 이유라면 1975년도 자신의 책을 윤색해서 재간했다는 점이지요. 책 쓴 동기부터 그럿습니다. 자신도 잊고 있었던 1975년 책에 이미 지금의 위기를 너무도 잘 묘사해놨다는 독자의 제보를 받은데서 출발하니 말입니다. 
물론 상당히 많은 내용을 요즘 시대에 맞춰 다시 쓴걸로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미 훌륭한 고전에 덕지덕지 덧칠한 점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러셀이 백년을 앞서 지금 시대를 관찰한 경우, 그 뛰어난 통찰력에 찬사를 보내지 디테일한 시대착오에 촛점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토플러 선생도 1975년 책에서 상당한 부분 지금의 위기를 잘 짚었던듯 한데, 그걸 굳이 리메이크하다보니 너저분합니다. 특히 시점의 혼란이 몰입을 방해하는데, 지금 현상에 대한 서술이 1975년에 예언한 건지 2009년에 사후관찰한건지 자꾸 따져보게 됩니다.

Sources of crisis
책의 형식적 요건에 대한 불만은 접고, 책 이야기를 하지요. 토플러 선생이 보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제3의 물결로 일컬어지는 지식의 중요성에 가장 먼저 주목한 미래학자 토플러답게, 지식사회의 특성은 물론 사회의 변화동인을 면밀히 잘 관찰하여 맥을 짚어냅니다. 
결국, 두가지 핵심주장이지요. 기존의 경제학으로 현대 사회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과거의 위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맞이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미래주의(futurism)를 강조합니다. 즉,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문화와 사회역학을 고려한 총체적 모습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건 유로달러로 대변되는 자본의 초국적 이동과, 지식의 중요도로 자산의 무형과 유형성이 상호 변이하는 특징을 고려하면 단순한 경제학 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정보기술학 등이 총망라된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문제를 풀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Solutions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울까요. 어쩌면 다가올 위기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고 보입니다. 즉, 다음 위기 또는 불황은 전 지구적인 규모와 짧지 않은 시간에 걸칠 파괴적 수준임을 분명히 알지만, 어느 개별 주체가 능동적으로 대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든 점입니다.

토플러 선생의 대안도 설득력 있지만 무력한 구호성입니다. 그래도 의미가 깊어 몇몇 눈에 띄는 부분을 봅니다.
  • 민주주의를 무력화하고 자본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다국적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초국적 규제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 식량/자원의 안전한 공급을 위해 국제적 비축시스템을 창설한다.
  • 각국의 고용창출은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 위주로 전개한다.
  • 정책의 개발은 미래상황을 장기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의무화하여 선제적으로 펼친다.
하나하나가 깊은 사색의 결과이며 의미있는 통찰입니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면 된다는 해법까지는 알아냈는데, 누가 방울을 달 수 있을까요. 고양이는 얌전히 방울달 때까지 기다려 줄까요. 토플러 선생은 암울한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합니다만, 해법의 다중주체성과 복잡성을 고려하면 구현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위기 때마다 지혜를 발휘해 고비를 넘겨온 역사가 있습니다. 다만, 아픔이 심하기 전에 협력과 논의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형제같은 남북사이에서도 대포 들이대고 총질하는 장면을 보면 다시 또 요원함을 떠올리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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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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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ebber를 Flock으로 바꿔 보았습니다. disqus가 뜨는 방식이 다르네요.
    Inuit님은 저의 블로그와 독서와 RSS와 SNS의 멘토이십니다.
    특히 RSS ^^.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 외는 무한하지요.
    저는 음모론과 결정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만.
    계시록에 예언된 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지구적 환경 재앙과
    전 지구적인 금융 재앙. 이미 우리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즉, 이렇게 근본적인 대안 없이 가다가는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예언대로 절대 가늠할 수 없겠지요.
    아마 늘 그랬듯이 방심할 기회를 줄 것입니다. 이른바 폭풍전야겠죠.
    대안 움직임이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나 정치에는 기대안하는 게 현명하겠지요.
    조금씩 시골에서 문명의존성을 줄이며 사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습니다.
    수영 등의 운동은 필수이겠지요.
    요리, 농사도 필요하겠지요.
    • 하하.. 마지막 부분은 의미있는 통찰이네요.
      큰 불확실성을 예견하는 사람이라면, 생존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있겠네요. 수영, 요리, 농사.. 이 모든게 상업/경제 인프라가 무너지면 해결해야하는 긴요한 기술이겠습니다.. ^^
  2. 저는 그냥 블로그를 하기로 햇습니다.
    아이폰으로 카카오톡을 주고 받는것도 힘겹더군요. 허덕허덕이고 있습니다. 흑흑.
    아마 이책은..보다가 잠들거 같습니다.
    • 하하하 카카오톡도 힘겹다고요..
      하긴 저도 많이 안쓰네요. 주로 연락받는 용도로.. ^^
secret

Peter Drucker

원제: Peter F. Drucker on Innovation

요즘 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바로 혁신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창의성 (creativity)을 체계화하는 혁신 (innovation)과 그 결과로 사업을 일구는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까지를 포괄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혁신조직을 통한 회사의 미래 준비가 제 당면한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이 부분을 잘 이끌 수 있도록, 얼마전 조직개편까지 단행했으니 어느 정도 압박이 느껴지기도 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커 선생의 혁신에 관한 새 책이니 서둘러 읽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책은 이번 여름 SERI 선정 CEO의 휴가
독서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었지요.
항상 느끼지만, 드러커 선생의 통찰력은 강한 포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1851년 런던 박람회 이후 1차대전까지 기업가정신의 시대를 구가했고, 그 이후 경영의 시대가 꽃을 피웠다가, 지식사회의 도래와 함께 다시 혁신에 의한 기업가 시대가 돌아왔다는 나선구조의 시대적 인식같은 경우, 곰곰히 짚어볼 점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혁신은 자원에 가치를 부가하는 활동이라는 단순하고 심오한 정의는 아름다움마저 느껴집니다. 경제적 가치가 생기기전까지 모든 식물은 잡초고, 자원은 돌덩이라는 것이지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야 꽃이 되는 것이 또한 혁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혁신의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 혁신의 성공 및 실패 요인, 시장 개척 전략, 혁신 조직의 경영에 대해 사례와 시사점과 실천강령을 논합니다. 구절구절이 곱씹어 볼 만하고 유익합니다.

하지만! 이미 예전 책에서 읽었다는 거~

참 아쉬운 점은 어째서 이것이 드러커 선생의 유작이라고 불리우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로 이미 나왔던 내용을 다시 정렬하여 만든 책이라는 것입니다. 저처럼 혁신이라는 주제를 좋아해서 따로 드러커 선생의 글을 하나의 관점으로 새로 모아 놓는 것 자체로도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왜 이 책을 사야할지 당위성이 약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번역의 문제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예전에 드러커 선생의 글을 읽던 흥이 매우 떨어집니다. 마치 타계한 영화감독의 수많은 필름을 다시 짜깁기 하여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같은 골수 팬에게는 나름대로 감동적이고 신선하며 영감마저 불러 일으키지만 딱 거기까지죠. 더이상
시대정신의 창안은 없는 것입니다. 예전에 드러커 선생의 쩌렁쩌렁한 일갈이 느껴지던 감동에 비하면, 맥없이 주절거리는 은퇴직전 노교수님의 지루한 강의 같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책의 미덕은 드러커 선생의 혁신에 관한 글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번에 위대한 혁신을 읽으며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 부분은 공공부문의 혁신에 관한 논의였습니다. 현재 공공부문(public sector)의 비중은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가를 도모하지 못하면 이러한 비생산성이 전체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지요. 남의 일이 아닌 것입니다.

혁신은 매우 단순한 개념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혁신은 어느 순간 벌어지는 우연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상활동이며 체계입니다.
그리고 혁신은 몇몇 엘리트나 경영진에게 맡길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직접 참여해야 할 내 일입니다.
혁신합시다. -_-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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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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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겐 입문서로 괜찮을거 같은 생각도 드네요/^^;;
    • 굳이 혁신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knowledge worker에 관한 내용을 먼저 보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너무나 피부에 와닿는 것이 많아서요. ^^
  2. 혁신과 개혁의 차이점이 갑자기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보았드랬습니다. ㅎㅎ
    완전히 다른 것이 혁신이군요...ㅋ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여긴 어제 비온 후, 아침저녁으로 춥습니다.
    하늘 참 맑다, 캬~하~!
    • 그곳이 한국보다 더 쌀쌀한 편인가요?
      가을 풍경은 보기 좋은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몸 건강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3. 어떤 글을 봐도 inuit님은 언젠가 큰 일을 이루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불혹이 눈앞인 제겐 '언젠가'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단어인걸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ㅠ.ㅜ

      중국엔 잘 도착했나봐요. ^^
  4.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국내에 출판되는 드러커의 책에는 재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작 자체도 근간은 그랬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강조하는 내용은 결국 그 수많았던 책과 강연중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 네 맞아요. 일본도 좀 그렇고 이리저리 재탕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꼭 피터 선생의 유고를 정리한 신작처럼 프로모션 했다는 점이 치사했다는 생각입니다.
      뭐 또 읽고 또 읽으면 복습도 되고 좋잖아요. ^^
  5. 혁신활동에대하여 많은 얘기 나누시죠 초보라 트래백 추가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 네 기대하겠습니다. ^^

      트랙백은 아름다운이야기님의 해당 포스트에서 트랙백 보내기 클릭한 후, 글을 걸고 싶은 포스트(예컨대 제글)의 트랙백 주소를 긁어다 붙이시면 됩니다.
  6. 가치를 부여하기 전에는 너는 돌덩이.. 검은물에 불과했다...혁신의 참 뜻을 알게되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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