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해당하는 글 3건

지난 주말의 파리 테러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세계 만방에서 애도를 하는 모습은 아직 인류애가 살아있음을 보임과 동시에,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고한 연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모습입니다.



야단법석

이로 인해 다양한 연관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안전 확인 서비스 같은 경우, 하이테크가 어떻게 이런 재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한편, 아직도 세상은 서구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요.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Anonymous라는 해커그룹이 ISIS에 전면전을 선언했습니다. Anonymous는 전에 북한을 해킹하여 그 실력을 드러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NGO처럼 정의만을 추구하는 집단은 아니고, 크래커, 그레이해커 등이 섞여 있는 그냥 집단입니다.




911에 비견될 터닝포인트

그렇다면 왜 이번 파리 공격(Paris Attack)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실제로 올해 1월 파리에서 이미 Charlie Hebdo 테러가 있었고, 올해 내내 프랑스 전역에 경미한 테러 또는 사전 행위가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911에 비견되는 이유는, 테러의 형태를 취한 현대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즉, 동시다발적으로, 조직적인 스킴하에, 방어능력이 낮으나 심리적 타격도가 높은 목표물에 동시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비대칭 전력하에서의 전쟁수행 중 하나의 형태로 봐야합니다. 그래서 파리 테러라 하지 않고 파리 공격이라고 부릅니다. 911때도 무역센터의 두번째 건물이 넘어지자 자막이 본토 공격(mainland is under attack)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호들갑이 아닙니다.


War 1.0 & 2.0

정규전이 1.0 전쟁이라면, 비대칭 전력하에서의 비정규적 전투 수행은 아마 전쟁 2.0일 것입니다. 게릴라 전투가 대표적이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작금의 상황은 War 3.0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민간인의 공격은 전쟁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저열한 테러지만, 상대방이 전쟁이라 생각하면 당하는 쪽은 어쩔수 없이 전쟁국면으로 끌려오게 되니까요.  


War 3.0

만일 War 3.0이 하나의 형태로 자리잡는다면 그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1. 전방위 전선

War 3.0은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전선이 비교적 명확한 1.0 전쟁, 모호하게나마 전선과 주요 방어 타겟을 설정할 수 있는 2.0 전쟁과 다릅니다. 언제 어디를 공격당할지 알기 힘들어 효과적 방어가 어렵습니다. War 1.0시대의 종심타격 이론이 3.0으로 변화되면 공포에 기반한 심리전으로 바뀌며 후방 개념이 사라지는 상시적 전장으로 변모합니다. 테러의 악질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이 사라지는건 사회적 후생을 논하기 전에 트라우마적 상황입니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을 받는 상황을 악용해 그리스로 난민 등록을 하고 침투한 일은, 자유와 인류애에 대한 믿음을 교란하는 몹쓸 짓입니다. 시리아 난민이 누구때문에 도망치는데..


2. 소모전

필연적으로 전쟁 3.0은 장기적 성격을 띕니다. 3.0형태의 비정규적 전투로 전쟁을 승리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지속적 전쟁상태로 상대국의 경제, 정치적 토대를 약화시키면 총알없이 체제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번 파리 공격으로 미국과 유럽의 선거 기조가 변하는 것이 그 일례입니다.

반면, 경제력에 기반한 비대칭 전력 상 우위를 이용하기 힘든 이유가 테러 거점을 말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번 공격에 대응해 프랑스가 ISIS 거점을 타격했다고 합니다만, 이는 전시적 의미가 더 큽니다. 테러전쟁의 본질 상 민간인과 전투수행 인력의 구분이 매우 어려운데다가 ISIS 같은 경우 복잡다단한 특성으로 지휘부 타격이나 전쟁의지 분쇄가 상당히 힘듭니다.



3. 하이테크 전

테러 형태의 전쟁은 그 연원이 깊지만 2015년 와서 그 효과가 심대해지는건 하이테크 전쟁의 요소를 차용하기 때문입니다. SNS를 이용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지지자를 포섭하며, 감시받지 않는 통신이 가능합니다. 이를 중앙통제형 감시로 잡아보겠다는게 미국 같은 입장입니다만, 이는 스스로 체제 내 통신의 자유를 속박하는 페널티를 이미 감수하여, 사회적 비용이라는 형태로 전쟁에 휘말리는 일입니다. 민주체제의 핵심자산인 소통의 자유를 비용으로 치르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Anonymous의 참전은 흥미로운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공격과 방어의 모양을 규정하기 어려운 불특정한 성격,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임의적 행위주체의 개입, 그리고 어느 중앙정부보다도 네트워크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집단의 '피 흘리지 않는' 전투능력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촛점이 프랑스지만 전선의 확대는 유럽 어느나라도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3.0 전쟁터이고 비교적 안전한 아시아 국가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예상컨대 당분간은 여태껏 미뤘던 ISIS 거점의 소탕작전이라는 전쟁 2.0 시대의 틀로 대응하리라 봅니다만 어쩌면 3.0 전쟁에 맞는 대응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더 이상의 어처구니 없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즐겁게 여행하고, 맘편히 출장갈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밀한 꿈  (0) 2016.12.03
벨기에 맥주, 단번에 정리  (8) 2015.11.18
1113 파리 공격. War 3.0의 현실화?  (0) 2015.11.17
일본은 참 외로운 나라다.  (2) 2013.09.14
Day of Ravel  (2) 2013.06.16
진화론으로 본 종교 그리고 선지자  (0) 2010.10.09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Lorant Deutsch

(Title) Metronome illustre

 
보는 순간 환호했다
멋진 컨셉이다. 1세기부터 21세기까지, 각 세기마다 중요한 파리의 건물이나 지역을 정하고 그 곳에 닿는 메트로(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구조다. 공간에 흩어져 있는 파리를 시간축과 공간축에 따른 변화로 이해할 수 있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하다.


막연히 알던 부분이 명확해졌다
처음 로마인이 왔을 때 갈리아 사람들이 살던 곳은 시테 섬이 아니라 지금 파리로는 외곽 쪽이다. 하지만, 파리의 기원과 시발점은 시테섬이 맞다. 이후 도시로 성장하면서 시테 북쪽, 또는 센느 우안으로 공적 건물이 커 나가고, 센느 좌안은 학교나 수도원, 시장 등이 발달하게 된다. 


파리의 골격
부르주와란 말이 나오게 된 파리의 성 역시, 시테섬을 중심으로 조금 더 큰 동심원이었고, 그 외곽이 성밖이었다. 지금의 에펠탑은 예전 강남처럼 빈땅이었고. 이렇게 파리가 진화한 경로를 알면, 꽤 큰 파리도 그 뼈대가 보인다. 이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 있었던 독서다. 


숨겨진 이야기들
부가적으로는 파리의 다른 이름인 뤼테스(Lutès)가 고대 파리지역의 늪에서 나온 이야기랄지, 루브르가 독일어 Loewer에서 나왔다는 등, 우리나라 여행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도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Inuit Points 
전체적으로, 파리 살지 않는 이방인에게라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소상하다. 뒷골목과, 역사적 배경을 물고 이야기를 풀어가므로 시원시원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여행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파리지앵을 위한 교양서니까. 하지만, 매우 클리어한 컨셉과, 많은 고대자료와 실물 사진이 뒷받침 되어 꽤 인상깊은 파리 소개서다. 별점 넷을 줬다. 그리고, 우리 서울에 대해서도 이렇게 세기마다 중요한 의미를 정리해도 재미있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ultur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덜란드: 튤립의 땅, 모든 자유가 당당한 나라  (0) 2015.09.12
런던 비즈니스 산책  (0) 2015.08.29
파리 역사 기행  (0) 2015.07.18
런던에 미치다  (0) 2015.07.11
음식의 제국  (0) 2015.06.27
강대국의 경제학  (2) 2015.06.20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정수복

저자 정수복

사회학자이자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은 파리에 관한 가장 풍성한 내용을 적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읽기 시작하자 장소(lieu)와 비장소(non-lieu)를 이야기하고, 니코틴 처럼 파리에 중독되게하는 요소를 "parisine"으로 이야기할 때만해도 잘 골랐다고 환호했다.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게 뻑뻑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어떤 개념을 여러 방면으로 곱씹어 다양한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은 좋다. 아니 난 환영한다. 그러나 책은 그냥 중년의 넋두리 같다. 감정과잉에 내부침잠으로 점철되어 있다.


Lieu의 함정
장소(lieu)는 정체성과 정서가 있는 곳이고, 비장소(non-lieu)는 단지 기능만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장소를 뼈대로 삼는다. 그래서 정서적 몰입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개인의 사변 및 인상을 곁들이면서도 경쾌하고 또한 묵직한 글쓰기는 얼마든 가능하다. 잘 적힌 여행기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출신탓일게다
사회학자로서 익숙함을 벗어나,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면, 아예 먹물과 힘을 빼고 가든지, 아예 서현처럼 전공자의 치밀함을 견지하면서 인문적 터치를 하든지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엉거주춤하다. 그나마 김석철의 소년감성 충만한 칭얼거림을 면한 게 다행이랄까.


크게 네부분
글의 첫 뭉치는 파리하면 흔히 방문하는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 등을 이야기한다.
둘째 뭉치는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장소다. 슬럼, 묘지, 감옥 등이다. 그 이후는 임팩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자가 좋아하는 파리의 뒤안길과 산책 코스 등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흔히 알려진 장소보다 현지에 솥뚜껑 걸고 살며 좋았던 장소에 대한 글을 높이 평가한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서와 정보가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와의 공감을 포기하고 저멀리 혼자 달아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글 끈 따라 저자 쫓아가기가 버겁다.


지도 펴고 읽은 책
쉴새없이 늘어 놓는 파리 골목 이름이 어지러워, 아예 지도에 표시해가며 저자의 마음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재미난 경험을 하긴 했다. 대개 해외 도시에 대한 글을 보다보면 환상이 모락모락 자란다. 막상 가보면 여행이 아닌 '짧은 생활'이 되면서 환상과 실제간의 괴리를 느끼게 마련이고.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추상하며 골목골목을 돌다 보니 파리 여행이 아닌 파리 산책을 한 듯 현지 사람의 정서를 경험했다. Lieu의 위력이랄까.


수고는 인정
다소 냉소적 평을 했지만, 저자가 발품 팔고, 공들여 쓴 책이라 배운 점도 많다.
에펠탑의 위대함을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으로 파악하는 통찰이랄지,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느꼈던 '슬픈 화사함'의 공감, 그리고, 일반 여행 책이라면 여간해서 듣기 힘든 파리 코뮌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 깊고, 읽는 동안 신났다. 바라건대 다음 책에서는 'compact'함의 미덕을 갖추면 좋을 듯 하다.


파리에 몇번 가봤는지 모르겠다
주로 출장 길에 잠시 둘러 봐서, 내겐 점처럼 흩어져 있는 파리 지리다. 정수복 저자를 따라 파리를, 관광객이 없는 일상의 길 따라 걸어다닌 느낌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다. 책 읽는 시간은 좀 아깝되, 책 값은 아깝지 않았다. 가족 여행때 파리 꼬뮌의 골목을 걷는게 목표였는데 시간이 없어 못간게 아쉽다.


마지막 단상 하나
시간 날 때마다 곳곳을 다녀도 또 다닐 데가 많은 파리다. 그 사실 자체로 매력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곳곳에 장소(lieu)가 있고, 스토리가 있고, 역사와 그 흔적이 있는가? 혹시 관광객이 돈 쓰도록 기능만 작동하는 비장소로 빼곡한건 아닐까?


Inuit Points 
별 셋을 주었다. 읽기가 즐겁지 않고 수십페이지 읽어 몇 줄 건지는 수율이 섭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저자의 감상을 과감히 덜고 반짝이는 독특함만 추려내면 꽤 수작이다. 처음 파리 여행 가는 사람은 이 책 읽지 마라. 파리한번 다녀온 사람은 읽어라. 아련한 정서가 쓸만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또 파리행 비행기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ultur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의 제국  (0) 2015.06.27
강대국의 경제학  (2) 2015.06.20
파리의 장소들  (0) 2015.06.13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2) 2015.05.31
인생게임, 더 지니어스  (6) 2013.12.14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10) 2013.12.08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