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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서 5월부터 디지털시네마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통상적인 영화 배급과정에서는, 필름을 프린트하여 영화관마다 배달하고 상영이 끝나면 소각합니다.
디지털 시네마는 영화 배급 과정을 디지털로 바꾼 사업모델이지요. 원화를 디지털 상태로 저장하여 광대역 네트워크로 영화관에 송신하고 영화관에 설치된 디지털 프로젝터로 바로 상영을 하게 됩니다.

디지털 시네마의 장점은 많습니다.
기사에 나온 바처럼, 아날로그 변환과정에 수반되는 열화가 없으므로 고화질 고음질의 영화감상이 가능합니다. 또, 한벌 프린트 할때마다 발생하는 200만원 가량의 인쇄 비용, 저작권을 염두에 둔 안전한 배송과 보관, 상영후 소각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요. 따라서, 영화배급의 디지털화, 또는 디지털 시네마는 시기의 문제일뿐 변화의 방향임에는 확실합니다.
2006년 말 국내 스크린 수는 1850개 정도로
추산되며, 이중 KT는 롯데시네마, 씨너스, MMC 위주로 500개 스크린 확보가 목표인가 봅니다.  CGV나 메가박스 등은 자체적으로 디지털 시네마를 구축할 예정이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디지털 시네마는 디지털화에 의한 기존 물류의 혁신 모델 정도로 생각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보다 큰 산업과 문화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네마는 필연적으로 마이크로시네마(microcinema)라는 트렌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시네마 이전에 멀티플렉스를 볼까요.
미국 영화산업의 획기적 전환은 기존 대형 영화관이 소비자 기호의 변화를 맞이하여 멀티플렉스로 변화를 추구했던 바 가능했었습니다. (흥행의 재구성 등 참조) 멀티플렉스는 공석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는 통짜 영화관을 복수로 가르는게 기본 아이디어이지요. 이에 따라 관객의 관심도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고 필요한 경우 복수 영화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상영하면 전체 스크린과 객석이 활발히 회전된다는 발상입니다. 또한 추가의 수익은 물레방아처럼 시차를 두고 상영시간이 맞물려 꾸준히 소비를 대응할 수 있는 매점에서 발생하게 되어 있지요. 예전 대한극장 같은 곳에 가면 상영전 사람이 많아 팝콘 하나 사기도 힘들었잖습니까.

마찬가지로 현재 평균 180객석 기준 5~10개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를 30인 기준 30개에서 50개 스크린을 가진 공간으로 쪼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대박영화는 10개 정도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군소영화, 독립영화 그리고 좀 지났지만 스테디한 소요가 있는 영화 등으로 동시 상영이 가능하겠지요. 이상적으로 영화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었다면 공석은 매우 줄어들겠습니다.
이 뿐인가요. 이정도 사이즈면, 회사나 영화 동아리에서 사전 예약을 하여 1실 대관이 매우 용이해지지요. 디지털 시네마라는 기술이 뒷받침하는 한, 앞의 이야기는 매우 쉽게 이뤄집니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영화가 저장되기 때문에 저작권만 지불하면 50개 영화를 확보하는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매우 낮습니다. 영화관 포트폴리오에 맞는 특색있는 영화나 대관에 따른 영화도 신청하면 순식간에 네트워크로 전송 가능하지요.


정리해보면, 현재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가장 많이 찾는 영화 위주로 상영이 가능하지만, 디지털 시네마 기술이 도입되어 마이크로시네마 서비스가 가능하면 작지만 매니악한 잠재소비를 현실화 할 수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요? 바로 롱테일 어쩌구 할 때 많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마이크로시네마는 정보기술이 가져다 주는 효과로 인해 상업적 의미가 중대해질 수 있습니다. 첫머리에 과장되게 말했듯, 마이크로시네마가 많이 진전되면 문화적으로도 변화가 많을 듯 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까요.


지역 영화관 (마이크로멀티플렉스)
동네에도 상가 슈퍼쯤 자리에 프로젝터나 대형 평판 TV와 적당한 방음시설, 입체음향을 설치하면 2~3 방을 가진 마이크로멀티플렉스의 입점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최신영화를 보러 좀더 멀리 멀티플렉스를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슬리퍼에 츄리닝 차림으로 개봉영화를 가족단위 관람하는 사례가 늘지도 모릅니다. 주류 상품인 개봉영화는 흥행성이 보장된 탓에 동네가지 내려오기 가장 쉬운 아이템입니다.

영화 큐레이터의 등장
개념적으로 전체 스크린을 flexible하게 사용하게 되므로, 빈 객석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이는 영화 산업의 역량 전이를 수반할겁니다. 즉 마케팅에서 포트폴리오의 collection쪽으로 중요도가 옮겨갈 수 있습니다.
어떤 멀티플렉스 체인은 독립영화의 발굴에 능하다거나, 다른 멀티플렉스는 제3세계 영화에 강하고, 또는 중앙대 근처 마이크로멀티플렉스에 가면 중앙대 영화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감상 가능하다는 식의 선구안 중심 영화관 포지셔닝도 가능해집니다.


저예산 영화의 수혜
위에 잠시 언급한 바처럼,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자체가 구색 상품과 틈새 상품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면 영화산업의 하부구조가 강화되는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온라인 홍보라는 저예산 마케팅 스킴과 결합하면 그 자체로 손익을 맞추게 되는 저예산 영화 제작이 활성화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가족 영화관까지..?
저는 근미래에 일어나기 힘들다고 비관적으로 봅니다만, 결국 디지털 시네마를 가정의 DTV나 PC까지 배송하면 개인화 영화관이 되지요. 현재 IPTV와 중첩되거나 배타할 부분이 있지만, 나중에는 나노시네마(nanocinema)와 같이 가족 단위 개인화 영화관이 생길 날도 올 것입니다. 이때는 실감과 체험이 비즈니스의 화두가 되는 시기이므로 2015년 이전에는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추정합니다.


일요일 아침에 백일몽을 꾸듯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결국 기술의 발전은 여러가지 연쇄적 변화의 단초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입니다. 왠지 재미난 영화 한편이 보고 싶어지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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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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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읽고 갑니다^^
  2. 잘 읽고 갑니다. 일종의 영화의 롱테일이 되겠군요..
  3. almost 독점시장에 무늬만 민영인 복지부동 늙은 조직문화. 그 회사 나름대로 올 때 까지 온 각 제품라인에 나름대로 고민해서 신규 비지니스 해 보겠다고 영화시장에 까지 뛰어든 거 겠죠.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 네 결과는 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KT의 서비스 능력이 검증 안된 부분이 있어서요. ^^
  4. 저는 소규모와 집단의 특수 목적성에 맞는 서비스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서비스는 앞으로 사회 다변화에 맞춘 필연적인 문화트렌드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누잇님께서 생각하시는 4가지 모델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도래할 것 같습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 네, 기술과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놓고 보면 트렌드는 맞을듯 합니다.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건이지요.
  5. 작게 쪼개지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에 말씀하신것처럼 IPTV 부분도 있고 그렇게 되면 대형 테레비젼의 비디오방에 근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것들보다 가장 중요한건 사람이 영화관에 가는 이유입니다. 마이크로시네마의 한계는 넓은곳에서 보는 시각적 만족감과 마치 자장면이라도 외식을 한다는 사람들의 느낌을 충족시켜주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얼마전 어둠의 경로로 본 황후화를 영화관에서 봤더라면(대형스크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화면의 크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 공간의 만족감과 구매자 회전율을 적절히 조합해야 할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각개화의 한계점은 실감성을 포함한 만족도와 편의성의 trade-off으로 정해지리라 봅니다.
      FPD의 가격이 무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5년이내에 50"대 LCD TV 가격이 2천달러 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지요. 이 사이즈는 좁은 집에다 달아놓으면 아이맥스 수준이거든요.
      기술적으로만 보면 가족 영화관이 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 빨리 진행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IPTV로 충분하니까요.
  6. CGV의 경우 이미 디지털라이즈된 상영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범적으로 말씀하신 가족영화관(?)식의 테스트베드도 운영중입니다. 용산에 위치하고 있구요, 제목은 프라이빗 시네마라고 합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 잡은 주요 타겟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었습니다. 개봉영화는 보고싶은데, 아이를 떼놓고 갈 수는 없고, 막상 아이와 함께 상영관에 들어가자니 민폐끼칠 것이 걱정되는... 또는 연로하신 부모님께 영화구경을 보여드리고 싶은 효자(?)가 타겟이랄까요 ㅎㅎ
    그러나 가격이 워낙 높이 책정되어 있어서- 감히 들어가 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허나 소규모화 하는 것이 수익모델 측면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말이지요. 어둠의 유통 경로가 보다 활성화 될 우려도 있구요.
    참고로, 현재 멀티플렉스의 경우, 수익은 영화상영보다는 스낵에서 납니다. 일부러 팝콘 냄새가 상영관 입구로 흘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정도입니다. ^-^
    • 생생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
      아실테지만, "마이크로시네마"라는 개념 자체는 제가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몇년전부터 이야기 나온 부분입니다.
      포스트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술 인프라가 갖춰짐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상하는 부분이었지요.
  7. 작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싸이더스FnH 차승재 대표가 강의했던적이 있었죠. 강의 주제가 디지털시대의 영화 뭐 그런거였는데, 오늘 포스팅해주신 내용과 거의 흡사했어요.

    싸이더스FnH는 KT가 대주주로 있는 영화사니까 자연스럽게 싸이더스FnH의 영화들이 먼저 시도 되겠죠. 제작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제작을 디지털로 하는거죠. 그걸 테스트 하느라 달콤살벌한연인을 HD카메라로 찍었구요. 이것이 의외로 대박까지 나면서 흐름을 정확하게 그쪽으로 잡은거 같더군요.

    아 근데 기사를 다시 읽고와서 수정하는건데 곧 싸이더스가 배급업을 시작한다는 말과 같은소리로 들리는군요.
    • 흥미로운 지적이십니다. 싸이더스의 배급이라..
      정황상으로는 그럴만한 유인도 있고, 하지 않을 유인도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이군요.
      감사합니다. ^^
  8. 저는 가격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TI 칩셋과 고화질 영사기와 수백기가의 스토리지를 갖춘 디지탈시네마는 결코 저렴하지 못합니다. 이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TI 칩셋 가격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 프로젝터 말고 FPD쪽의 활용도도 고려할 부분이 있지요.
      가격만 놓고 보면, 시간은 디지털 편이잖습니까. ^^
  9. 즐거운 상상을 유발하는 글이었습니다. 가격이나 규모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결국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된 뒤엔 영화를 만드는 원가가 지금보다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관객 역시 지금은 블록버스터만 보게 되는 구조에서 블록버스터+맞춤형 영화의 구조가 형성되면 저예산이지만 큰 수익을 올리는 영화도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영화산업 자체가 거품이 꺼지고 다양한 수익구조가 창출되면 결국 즐거운 상상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http://leekangbin.blogspot.com/2007/04/digital-cinema.html

    제 상상을 적어봤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네.. 제가 마이크로시네마 트렌드에서 부수적으로 주목했던 부분이 total cost의 감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마케팅과 채널 유지 비용에서 가치혁신이 생기면 기존 대박공식을 우회하는 모델이 나오리라 예측되네요.
      고맙습니다. ^^
  10. 재밌는 상상이네요.
    제 주위에는 고화질 영화를 PC로 다운받아서 집에서 52인치(헉!) TV로 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신작 영화를 극장말고 다른데서 큰 스크린에 고화질로 감상할수 있다면!! 원츄! 이쪽에 먹을거리가 없을까 기웃거려봐야겠네요. 요즘은 다들 먹을거 찾느라 바빠요. 점점 굶주리고 있어요. 흑흑.
    • 잘 노려 보세요.
      먹을게 의외로 있을지 누가 압니까. ^^
      요즘 어떤 제품 하는지 궁금하네요. 언제 시간나면 알려줘요.
  11. 아직 '마이크로시네마'는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고, coup doeil님 말씀대로 장비 가격도 만만치 않죠.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법복제와 해킹이 봉쇄되려면 최종 상영관의 브랜드 파워도 어느 정도 돼야겠고요. 그런데, 어차피 방향이 저 곳이라면, 그 사이의 어느 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CGV상암 같은 경우는 이미 가장 작은 상영관을 '인디영화관'이라고 부르며 운영하거든요. 기존 중형 상영관을 50~80석 규모 소규모 관으로 반씩 나누는 방식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곧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
    • 제가 드리는 말씀은 장기적 추세가 그렇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중간중간 여러 사회-경제-문화적 이벤트에 의해 추세는 발현되거나 변형되겠지요.
      어떤 Entrepreneurship이 주도하냐가 관건이겠습니다.
  12. KT 텔레콤의 서비스처럼만 안한다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겠네요.
    (저는 KT 와 NAVER를 무지무지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이유는 길어서 생략.... )

    결국 KT가 아니더라도 '영화'분야뿐만 아니라 수만은 분야에서 '개인규모화' 된 서비스가 제공될꺼
    같습니다 . 그리고 그 방향을 잘 제시해 주셨네요 ;

    언제나 INUIT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반론거리를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리플이 늦어서 제가 짧게
    생각한것들은 다 나왔네요.. 소규모화의 비용이라던지.. 큰 스크린에서밖에 느낄수 없는 것이라던지...

    어쩌면 너무 소규모화 한다면 집에서 '불법'경로를 거쳐서 보는것과 별반 다를바 없는 서비스가
    되버릴지도 모르겠네요... 당장 저도 5.1채널 스피커와 20인치 와이드 LCD를 사용중이니 ^^ㅋ;

    여튼 여러가지 재미있는 상상거리를 던져주는 글이네요 ^^ㅋ
    • 앞에 언급된 바처럼, 실감과 몰입에서 오는 만족도와 편의성의 trade-off 되는 여러 포인트가 생기리라는게 골자입니다. 지금처럼 집 또는 영화관의 두가지 선택지가 아니라.
  13. 재미있는 상상이군요~. 영화관마다 디지털 프로젝터가 완비되면 영화 뿐 아니라 '하얀거탑'같은 드라마도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디지털=마이크로 시네마가 진화(?)하다보면 영화만의 고유한 특성이 뭐냐, 를 묻게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환상의 종말'을 바라지 않습니다만....^^
    • 네, 저는 기본적으로 PMP와 영화관을 동일한 범주의 device로 간주합니다. 하얀거탑을 영화관에서 상영 못할 이유가 없지요. ^^

      한가지 확실히 장담할 부분은 '환상의 종말'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거지요. 환상 자체는 인류가 불피우고 동굴에 살던 때부터 검증된 판매거리니까요.
      형태가 변할 뿐인데, 팝콘 아삭거리며 영화보는 맛도 사라질리가 없을겁니다. ^^
secret

흥행의 재구성

Biz/Review 2006.11.19 19:15
자, 영화를 하나 보려고 합니다.
영화 사이트에 갔는데 몇개의 모르는 영화들만 있습니다. 참조할 만한 정보라고는 영화 전문가란 사람들의 별점만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고르시겠습니까?


이번도 뭐 정답 없는 문제입니다. 요즘은 댓글이라는 부가적 정보가 있고, 영화 전문가가 따로 필요한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마추어 리뷰어(I mean, non-paid reviewer)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별점이 감탄사나 이모티콘으로 격하된 감이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별점은 의미소였습니다. 그리고 쓸만한 영화는 바로 별점 세개 짜리라는 농담이 있었지요. 다섯개가 아니라.

흥행의 재구성

김희경

부제: 히트하는 영화의 진실 혹은 거짓


전문 비평자의 높은 평가를 받는, 즉 별 네개나 다섯개 보다 별 세개를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는 이유야 쉽습니다. 지나친 작가주의는 피곤할 뿐이고 흥행은 대중성이 담보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러한 영화 흥행의 구조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와 구조적 성찰을 엮어낸 책이 바로 '흥행의 재구성'입니다.
이 책은 1) 기획 과정, 2) 개봉 마케팅, 3) 관객의 수용자적 특성 그리고 4) 히트 영화의 사업적 속성이라는 네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워낙 영화라는 재료가 친근한 까닭에 이 책이 아우르는 다양한 깊이는 어떤 의도로 책을 읽던 원하는만큼의 만족을 얻도록 텍스트와 컨텍스트가 잘 안배되어 있습니다.



Nobody knows anything
정말 하늘도 미리 알기 힘든 것이 영화의 성공여부입니다. 의외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영화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를 점하는 헐리웃 영화는 나름대로의 생존법칙이 있으리라 믿어집니다.
헐리웃 영화의 특징이라면 무엇을 꼽을까요? 단순한 내러티브, 해피엔딩, 불에 타고 폭발하고 물에 떠내려가는 막대한 자금. 이런거겠지요. 헐리웃 영화의 기획과정과 성공공식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롭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장 근원적인 부분은 무수한 아이디어를 제한된 시간에 presentation 해야하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니 한줄로 복잡한 개념을 요약하는 one line pitching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에일리언은 '우주선의 죠스'였다고 합니다. 유사하게 말해 인디펜던스 데이는 스타워즈가 V를 만났을 때이고, 맨인블랙은 고스트버스터스가 ET를 만난겁니다. 결국 이렇게 클리어하게 전달되는 '하이컨셉' 영화가 작업의 자금을 지원받을 확률이 무척 높으니, 원래부터 오리지널인 영화는 애초에 헐리웃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희박한 겁니다.

그리고 거액의 스타 개런티와 제작 비용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헐리웃이 그동안 학습해온 여러가지 기법을 동원합니다. 예컨대 프리 마케팅과 테스트 스크리닝을 거쳐 결말을 다시 고치고 촬영도 다시 합니다. 어찌보면 QC 작업이기도 하지요. 이 과정에서 또 모든 영화는 서로를 닮아가고 과거를 모방합니다. 이제 리마커블 해질 여지는 더더욱 줄어듭니다.
이렇게 전형화된 헐리웃 제작 패턴은 성공의 평균 확률을 높이고 분산을 줄이는 과정이라고 간주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뻔한 영화를 왜 볼까요. 어차피 관객도 기대하는 부분이 딱 그만큼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집을 떠나 어두컴컴한 극장안에서 판타지를 맛보는거지요. 스토리가 너무 복잡하거나 생경한 내러티브는 부담스럽습니다. 책에도 나오는 바처럼, 오히려 경제나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한 시절에 영화산업은 상종가를 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과거 성공한 스토리의 변종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동종교배는 생물이 그러하듯 다양성의 상실로 멸절하기 십상입니다. 헐리웃은 그에 대한 대비책도 있습니다. 바로 인디 영화입니다. 인디로 성공한 영화 제작자를 영입하거나, 우리나라 영화의 대본을 사서 재작업한다든지, 작은 돈으로 다양성을 보충해 가며 지금 가진 우성의 유전자를 이어나갑니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몰라도 당분간은 이런 패턴을 반복하겠지요.


Business Drives Movies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서 문화과정의 MBA를 이수하며 배운 프레임웍과 자료를 바탕하였기에 사업적 관점의 조명이 탁월합니다. 저는 비즈니스와의 놀라운 유사성과 시사점이 있어 책을 잡은 내내 신이 나서 줄을 긋고 낙서하고 메모하며 읽어댔습니다.

예컨대 고딘씨의 리마커블이란 개념을 영화판에서는 'shock value'라 부르며 성공의 요소로 쳐줍니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며 생산설비의 discountinuity가 오히려 완화되는 점은 경제학 개념에서의 short run, long run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capacity의 연속성은 마찰을 줄여 디지털 산업의 특징인 수렴성과 양극화 현상을 촉진하여 오히려 소규모 극장이 늘어도 소규모 영화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또한, 시사회와 대규모 선전의 심리학도 그렇습니다. 서로 판단이 힘든 낯선 상황에서 한명이 킥킥 웃으면 모두 와 하고 웃어버리며 재미있는 영화가 되는 효과를 얻거나, 엄청난 광고비를 쏟으걸로 보아 분명 대단한 영화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유사하게 기업에서도 viral marketing 뿐 아니라 좀 더 복잡한 상황에서의 정교한 signaling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마케팅의 기본적 tool이므로 영화라고 다르기를 기대할리 없지만 말이지요.

이 뿐인가요. 시간이나 여력이 없어 판단하기 힘든 영화는 시나리오를 사서 캐비넷에 감금해 버리는 행위 조차도, 거대기업이 작은 벤처가 경쟁사로 가서 얻을 damage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냥 사버리는 practice와도 매우 닮았습니다.

사업적 접근법을 문화에 적용하여 성공한 사례는 프랜차이즈 영화(franchise movie)라고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처럼 성공한 원작을 시리즈로 만들어내는 영화입니다. 프랜차이즈 영화가 헐리웃에 가져다 준 첫째의 공은, 영화의 주도권을 스타가 아니라 캐릭터로 귀속시킨 점입니다. 스타의 후속영화에 대한 제어권을 일정부분 캐릭터가 소유하므로 과다한 개런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들어 가슴 봉긋한 헤르미온느보다 1편에서 만큼 깜찍한 헤르미온느가 있다면 전 후자를 절대적으로 선호합니다. 제가 매료된 것은 롤링 여사의 판타지 세계관이지 엠마 왓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정적인 원가 절감을 가져옵니다. 둘째로, 캐릭터는 영화사가 보유하면서 후속 사업을 지속하게 합니다. 잘만 관리되면 미키마우스처럼 100년도 가겠지요. 물리적으로 지치지도 않고 세계 어디도 마다않고 가니 레버리지 효과가 큽니다. 무엇보다, 영화 흥행의 주된 비용 계정인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입니다. 1편이 성공했고, 그 다음 스토리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고 눈으로 확인하러 가는 관중에게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설명할 필요가 무엇이겠습니까. 다만 이렇게 멋지게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까지 납품하겠습니다. 이 두가지 메시지면 충분하지요. 흥행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마케팅 비용까지 줄이니 금상첨화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장화홍련을 필두로 대두된 기이한 현상입니다. 이른바 어설픈 내러티브의 흥행성공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 전통적 관점으로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관객이 한번 상황에 몰입만 된다면 모자라는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더 만족스러운 스토리 소비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소극적 UGC 개념으로 봐도 되고, prosumer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다. 인터랙티브가 부족한 영화라는 전통 미디어에서 상상을 통해 소비자가 참여할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 신선한 발상 아닙니까.
이 모든 유사성과 시사점이 어차피 영화를 산업화 한 헐리웃의 공이고 업보겠습니다.


Excerpts
현직 문화담당 기자가 쓴 책이라서, 글이 재미있습니다. 딱딱한 재료를 양념 치고 조리를 하여 말랑말랑 잘 읽히지요. 공감이 가는 섬세하고 힘있는 펀치라인이 많습니다.
영웅은 개처럼 맞는다. 영웅은 끝까지 두들겨 맞고 멸시를 당해야 한다. 그래야 그때까지 당한 것의 총합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센 반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활한 예수의 벌거벗은 허벅지가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폭력의 강도를 높여 스펙터클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요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를 만드는 생산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관객들의 분노보다 관객들의 무관심이 되었다. 엔터테인먼트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심박수를 높이는 것이다. 관객들은 자극받고 도발당하고 분개하고 도전받기 위해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리지널 영화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 타협의 산물이 받아들여지는 현상에 대해
영화관람은 집단으로 겪는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고독한 행위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영화관람은 강한 사회적 제의와 개인이 소설을 읽으면서 겪는 백일몽의 합성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주는 경험의 가치에 관하여
책은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그 물밑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재미 뿐 아니라 흥행에도 촉각을 기울이는 현 세태의 궁금증을 효과적으로 해소합니다. 어찌보면 공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판을 들여다 보았기에 더이상 영화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재미가 없을 듯 하지만, 어차피 알면서 원해서 속는게 영화입니다. 그래서 밑바닥을 알고 보면 영화보는 일이 더 즐거워 질 듯 합니다.

대단히 무거울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매우 깔끔하고 섬세하며 단정히 엮어낸 책입니다. 책은 주인을 닮는다던데, 이 책의 주인공이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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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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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 보니, 어째서 "영화"라는 문화에만 별점이 활성화 되어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 재미난 궁금증입니다. 저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언뜻 생각나는 부분은 이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1) 일단 경험재다. 미리 소비한 남의 의견이 궁금하기 때문 2) 이리저리 길게 말하면 귀찮으니 딱 얼마나 좋은지 쉽게 표현해주라

      그러고보니 마찬가지 이유로 20자평도 영화에서 잘 쓰이는 듯 합니다.

      더 궁금하시면 이부분은 이 책의 저자인 김희경 님께 여쭤 보도록 할까요? ^^
    • 별점 평가는 레너드말틴이 원조라고합니다. 시초라고 하기에는 이견들이 있지만 30년전부터 별갯수로 점수를 매기는 방법으로 유명해졌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그런방식으로 점수매긴분은 고 정영일씨구요....

      손가락으로 up,down해서 평가를 하는방식은 유명한 평론가인 로저 애버트가 원조라고합니다.

      ^_^
    • 20자평 원조는 씨네21
    • 2)번 말씀 공감합니다. 미국영화는 보통 엄지손가락으로 하죠..^^
      그리고 냉혹하게 수우미양가 혹은 점수보다는 조금더 인간적인듯.
      음식점과 호텔 평가도 "별"로 많이 합니다.
    • 주성치님//
      영화평의 역사를 꿰뚫고 계시는군요. 덕분에 좋은 사실을 많이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isanghee님//
      그러고보니 음식점과 호텔도 영화와 유사한 상품이군요. 주저리주저리 이건 좋고 이건 어떻고 골치아프지 않은 분류도 의미가 있겠네요. zagat survey는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3.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떡밥인줄 알고 지나쳤는데...
    지렁이였군요 ㅡㅡ;; 저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듯한... ㅋㅋ
  4. 이미 아시겠지만, 저자 분의 블로그입니다. http://www.bookino.net/
    저는 한 주 전에 처음 만나뵙게 되었는데, 아주 묘한 매력이 있는 기자님이셨습니다.
  5. 포스팅도 멋지지만 마지막 문장이 참 재미있습니다. 궁금해하던 그 책의 주인공과 지금은 꽤나 친밀한 관계가 되셨으니까요 ^^
    • 그렇지요.
      저때도 산나님하고 댓글로 친한 상태였지만, 지금처럼 깊은 존경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될줄은.. ( 저혼자만의 생각일진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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