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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멘토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저를 멘토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감히 '내가 아무개의 멘토다'라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만한 인격과 역할모델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개인이나 팀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보면, 코칭이 그나마 적합한 지칭입니다. 그래도 코칭이란 말도 버겁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뭘 안다고 가르칠까요. 그러던 중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빌 캠벨을 알게 된 이후지요. 뭐 잘나서가 아니라, 동행하는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코칭은 의미도 있고,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칭에 관해 꽤 고전에 속하는 책인가봅니다. 전 이번에 처음 접했지만 1992년에 초판 이후, 이 책은 25주년 기념 재개정판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읽어보니 고전의 ..
저는 공대에서 구조역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학문은 물리학, 그중에서도 뉴턴의 고전적 세상입니다. 힘과 변형을 다루는 정역학, 시간을 감안해 미분과 적분을 왔다갔다하며 진동문제를 푸는 동역학 등이 범주입니다. 그러니 학교 때도, 아인슈타인의 세상은 멀게 느껴졌습니다. 슈레딩거는 딴나라 이야기 같았고요. 한번은, 물리학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상대성 원리를 설명해 달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외계어같은 소리와 공식을 읊조리는데, '야야 됐어 당구나 치자'하고 말을 막았었지요. 당시 저도 인내심이 없었지만, 그 친구도 실상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는 점을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됩니다.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면 청자의 눈높에에 맞춰 환언(paraphrasing)이 가능하기 마련이니까요. 어쨌든, 잘 이해는 안가도 몇 년에 한..
꽤 오래전 일입니다. 도쿄에 출장 간 김에 현지에 있는 친구랑 저녁을 먹었습니다. 분위기가 밝은 이자카야였는데, 서빙해주는 직원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니폼 대신 유카타를 입고, 제 친구랑 대화하는게 상냥하고 쾌활했지요. 말도 못알아듣지만 저마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올 땐 귀여운 유자된장 한병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제껏 도쿄에서 갔던 식당이나 술집이 스무개도 넘을텐데 그 집은 아직까지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 책을 읽다 문득 수년전 기억이 떠올라 구글맵을 켰습니다. 역시나.. 제가 갔던 그 집이 맞더군요. 쓰카다 농장이었습니다. 그다지 친숙하진 않은 단어,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입니다. 신을 대하듯, 상대를 미리 헤아려 마음 쓰는 행위를 말합니다. 흔히 료칸이나 가이세키요리에서의 극진한 서비스가 오모..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을 읽고 신유물론의 매력에 푹 빠졌더랬습니다. 길게 보는 미래와 지구적 시간의 관점에서 환경과 인간의 존재의미, 관계를 두고 다양한 실험적 사고를 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배우고 상상을 자극하는 지점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내친 김에 데이비드 하비를 읽었습니다. 사회주의를 지리학에 접목한 천재란 소리만 듣고 꾸역꾸역 읽었지만 하나도 재미 없었습니다. 논증은 촘촘하지만 모든걸 사회주의와 공간의 개념으로 붙잡아 두는데 질렸달까요. 본인에겐 재미날지 몰라도 독자는 고역이었습니다. '지리한 지리학'이라고까지 생각했었지요. 사변적 내용은 대개 한챕터 정도만 재미날 경우가 많지요. 반면, 이 책은 그냥 경제사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집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읽는 동안 앞의 두 책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제야 알겠다. 어떤 주제가 마음에 들면 연관된 책을 여러 권 읽는게 제 공부버릇입니다. TRIZ에 꽂혀 네 권을 연달아 읽었던게 벌써 7년전 쯤 되네요. 당시 결론은, '대략 뭔진 알겠는데 명확하겐 모르겠다' 였습니다. 딱 한권을 빼곤 저자 스스로도 무얼 말하는지 모르는 듯했습니다. 자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리즈로 진짜 가치를 내는 사람은 책을 쓸 이유가 별로 없고, 트리즈 컨설턴트라도 좋은 책을 쓰면 좋은데 이 역시 저변이 넓지 않은듯 하다. 오로지 책 써서 강의 장사하려는 강사만 득실대는듯 하다. 그래서 읽어도 읽어도 어렴풋할 뿐 끝내 모호했지요. 경영 관련했다면 어떤 주제라도 세 권 정도 읽으면 꽤 자세히 내용을 파악했을겁니다. 저자가 풍부하니까요. 제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았음은, 이 ..
새해 첫날은 양면적인 것 같습니다. 한 해가 마감되고 새 해가 시작되는 야누스 적 순간이고, 지인과 더불어 감정적 유대를 느끼는 사회적 순간이며, 연 단위의 회고와 결심을 하는 개인적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1년 365일 중 하필 이 날일까요? 해가 제일 짧은 날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가장 덥거나 추운 날도 아닙니다. 물리적 의미가 없다면, 서기의 기원인 예수가 천년의 왕국을 만든 날 따위의 역사적 이유라도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달력이 없다면 1년 중 그날을 집어 내기도 어려운 날에 화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가듯 이유보다는 용도지요. 연속체인 시간에 금을 그어 매듭을 짓고 리듬을 부여하며 새 출발 할 기회가 필요한 모멘트적 용도입니다. 책은 우리 삶의 이런 지점을 꼼꼼히 따지고 들어갑..
"나는 곱해주는 사람이다. 더하는게 아니고." 제가 함께 하며 돕고 있는 창업팀들에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더하는 역량은 열정 있는 창업팀 멤버보다 못할 수 있어도 각자의 역량 자체를 스트레칭 해주고, 그들간의 역량을 곱해 주고, 제가 가진 약간의 경험과 지식을 다시 또 곱해서 다른 결과를 내고자 하는게 제 의도입니다. 몇달전 이 말을 하고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보게 된 책입니다. 예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당시 필요에 의해 몇가지 발췌해서 보고는 잊어버렸습니다. 생각나서 찾아보니 마침 개정증보판이 나왔길래 진정한 멀티플라이어의 덕목을 살펴 보려 꼼꼼히 다시 읽었습니다. 책은 그대로일테니, 제가 변한거겠죠. 요즘 상황에 잘 부합되어서인지, 제가 조금 더 성숙해졌는지 아무튼 문장 하나하나가 더 와닿았습니..
전에도 리뷰한 바 있지만, 저는 OKR의 효용을 믿고 주변에 많이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OKR을 실리콘 밸리의 힙한 프레임웍 정도로 여기고, 고민없이 유행처럼 도입하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니, 누군가는 장사하듯 초식처럼 팔고 다니는 데는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OKR은 성스러운 소도 아니고 성배도 아닙니다. 절대 변경할 수 없는 금과옥조도, 하기만 하면 복된 날이 축복처럼 내려오는 자동 프로세스가 아닙니다. 제가 OKR을 좋게 본 이유는 단지 damage tolerant 하기 때문입니다. 즉 실행을 꾸준히 하면 성과가 나도록 짜여 있다는게 장점일 따름입니다. 중간에 탈선을 하거나 결과를 분장하지 않고, 스스로와 팀에 진실되게, 구체적으로 모든 팀원이 성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여..
고객과 브랜드를 소재로 소통하려할 때, 클리셰처럼 자주 쓰는 말이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추상성에 머무르는 브랜드가, 구체화되고 현실감을 갖게 되는 개념이지요. 제가 클리셰라고 한건, 4차혁명처럼 아무나 언급을 하면서도 막상 브랜드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지, 아니 그게 뭔지 깊이 고민해본 사람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마케터가 아닌 한 말입니다. 그런데 진짜 스토리 작법을 브랜드에 부여하면 어떨까요? (title) Building a Story brand: clarify your message so customers will listen 저자가 제안하는 브랜드 스토리의 7요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캐릭터 2 난관 3 가이드 4 계획 5 행동촉구 6 실패를 피하도록 돕기 (Help avoid..
히트작의 요체를 글 하나로 정리한다니, 이게 말이 될까. 믿을만한 친구의 추천이 아니면 읽지 않았을 책입니다. 성공의 쉬운 공식을 믿기엔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읽어보니, 책은 꽤나 합리적이고 마음에 듭니다. (Title) Hit Makers: The Science of Popularity in an Age of Distraction MAYA MAYA는 신선하지만 받아들일만한(Most advanced yet accpetable)의 약자입니다. 즉 참신함과 친숙함이란 두 요소의 절묘한 배합이 히트작의 기본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요약 가능합니다. "친숙한 것을 팔려면 낯설게 하고, 낯선것을 팔려면 친숙하게 하라." '흥행의 재구성'에서 강조하는 헐리우드의 하이 컨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