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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게임, 더 지니어스

Inuit 2013. 12. 14. 10:00
내 주변 지인은 아는 이야기지만, 난 TV를 안 본다.
집에는 통상적 개념의 TV조차 없다.
다만, PC나, 태블릿을 통해 스마트TV로 TV 컨텐츠를 소비한다.
TV의 개념이 모호한 시대 맞다.

그리고 주로 보는 컨텐츠는 거의 100% 스포츠다.
축구가 그렇고, 주요 야구나 세계대회 이벤트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EPL을 보다 잠시 다른 채널을 검색했는데 우연히 더지니어스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나서 끝까지 다 봤다.

1회 방송분인 '먹이사슬' 게임의 룰은 일반 시청자 대상이라 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
게임 전개를 상세히 적는건 이 포스트의 목적과 맞지 않으니 아래에 접어 놓고.


우승이 눈에 보일만큼 강한 캐릭터였던 사자의 전략적 실수를 굳이 짚어 보자면,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상위 포식자와 동맹을 맺어 자신의 입지를 좁힌점이다.
이는 순수하게 수학적 논리인데 급박히 전개되는 상황 상 간과하기 쉬웠다. 
게다가 사자는 승리를 지나치게 확신했다.

이 간단한 모형의 먹이사슬 모형은 인간의 게임을 몹시 닮았다는 점에서 인상 깊더라.
즉, 게임의 목적과 미션 이외에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변수가 인생게임에는 큰 요소라는 점.
'최후통첩게임'에서 이론적으로 방증했듯, 인간은 항상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
감정이 개입되고, 정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게임은 돌발상황으로 치닫는다.

둘째, 큰 게임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자신의 합리적 선택을 버리고, 동맹의 의리를 택한 쥐는 큰 게임에 충실했다.
즉,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특정게임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매 회 살아남는 것이다.
따라서, 탈락자의 선정과 데스매치에서의 승기를 잡는데는 동맹의 조력이 절실하다.
배신하지 않는 모습, 겸손한 모습,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핵심이다.
쥐 캐릭터인 임윤선 변호사는 그 점에서 노회하고 영리했다.

이렇게 보면 이 게임은 인생의 정수를 몇십분으로 잘 압축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목적에 따라 주어진 구조를 배신하고, 어떤 이는 주어진 구조를 고수하는 인간의 예측불가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일회성 승부와 장기성 관계의 함수 관계, 동양적 겸손과 사회적 관계의 축적이 주는 무형의 강력한 이득이 모두 드러났다.

그런면에서 첫회는 제작진의 입이 벌어질만했다.
풍성한 스토리가 복잡한 진행방식의 부담감을 장점으로 바꿨다.
현재까지는, 내게 EPL 축구보다 더지니어스가 더 재미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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