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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지금까지 가장 맛나게 마신 커피는 무엇이었나요? 전 매우 춥던 날 파리 몽마르트 언덕 아래, 이름 없는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습니다. 당시 폭설과 이상 한파의 겨울날씨와 어울렸고, 걷다 잠시 들러 마시기엔 작은 사이즈가 좋았으며, 살짝 단맛 감도는 풍미가 유별났고, 몽마르뜨 성혈성당의 여운을 잇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당시 지불한 커피 가격은 1유로였는데, 이 느낌을 재현하는데 얼마를 지불할까요? 어쩌면 100유로도 아깝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인생 커피였다면. 저자는 이 지점을 파고 듭니다. 그냥 커피 원두를 파는 범용품(commodities), 커피 한잔을 파는 재화(goods), 스타벅스나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분위기까지 파는 서비스(service)를 넘어 독특한 인상과 기억을..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이 개념이 연애를 만나면, 수많은 공식이 생겨납니다. '남자는 사냥꾼이니 일단 거리를 두며 밀당을 해라.'에서 시작해 문자 씹는 법, 튕기며 시간 끄는 법, 남자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여우가 되라는 등 여러 '초식'이 전승되어 오지요. 스낵 같은 '연애 지침서'도 많이 나왔고요. 이런 조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하버드에서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해서 유명해졌던 내용을 책으로 냈나봅니다. 책의 지향점은 충분히 수긍가고, 좋은 논점도 많습니다. 다만 진화생물학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아예 남녀의 차이 자체를 부정하여 논지를 달성하려는데서는 다소 의아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남녀가 다르게 태워났다고 믿을 경우, 변화를 위해 우..

어렸을때, '업타운 걸'이란 노래를 처음 듣고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왜 다운타운이 못살고 하찮은 곳을 뜻할까였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미국 가보니 교외는 가족중심에 주택 위주로 되어 있고 중산층이 주로 산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나라의 아파트 형식은 미국에선 열악한 공동주거 형태란 점도 듣게 되었습니다. 서울도 성장을 하면서 도심에서 외곽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도심이 빈곤함의 상징은 아니지요. 다른 나라의 대도시를 가봐도, 도심이 최적의 주거지는 아니지만 미국처럼 영 사람 못살데처럼 보진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다운타운 뉘앙스는 신기했습니다. (Title) Triumph of the city 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360도로 해부하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평평한 세계, 뾰..
꽤 방대한 책그냥 음식의 역사를 다룬 정도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보다 내공이 깊다. 인류 역사에서 음식의 의미를 짚어낸다. 음식이 동기가 되어 나라를 이루고 확장하고 멸망하는, 음식 스스로가 제국이란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정리했다. (Title) Empires of Food: Feast, famine, and rise and fall of civilizations Food for survival좀 사는 나라라면 음식 비용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음식값이 두배가 된다해도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큰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다르다. 음식값이 50%만 올라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 지나면 폭동이 생긴다. 이게 바로 음식이 갖는 의미이자 정치학적 포인트이다. Food for growth..
한번 시작하면, 책장 덮을 때까지 회사 가기 싫어 회사 잘릴 각오하고 보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서평을 보고 고른 책이다.여름 휴가 때 읽으려다가 바빠서 지나치고, 추석 연휴 때 읽었다. 책 많이 읽는 나지만, 시간에 늘 쫒기기 때문에 소설은 거의 못 읽는다. 그래서 소설 읽는 시간이란, 내게 사치와 과소비이고 다르게 보면 내가 나에게 주는 휴식과 보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난 책이라면 중간에 흐름이 끊겨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뭐 책장 덮기 전에 회사 못 갈 정도의 진득한 흡인력은 아니다.연휴에 읽으면서 중간에 가족과 외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했지만 책에 미련 남아 책상을 못 떠나지는 않았다.하지만, 기대수준을 낮춘다면, 층분히 매력적이고 재미난 책임은 사실이..
일본 실용서는, 미국발 책과 달리 협소한 주제에 천착하는 장점이 있다.미국 경영서가 테마와 관련한 모든 재료를 내 놓는 정찬이라면, 일본서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한권에 담아 내는 도시락 같다. 분명, 짧은 시간에 한가지를 배우는 장점은 있다.다만 내가 싫어하는 부분은 책 한권 분량 만든다고 중언부언에, 별 중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버무려 번들화하는 상업성이다. 이 책은 한페이지로 업무를 정리한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어 집어 들었다.결론만 말하면, 업무와 관련해서 정리를 잘 못 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읽어볼만 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프레임워크는 크게 7가지이다.1 사고력과 가설 능력을 키우는 S쪽지 2 효율을 극대화하는 16분할 메모 3 책 한 권을 15분에 킬러 리딩 4 누구라도 한번에 이해하는 한장 인수..
업보다.책장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흔히 인문학을 알아야 경영이든 사업이든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십분 긍정한다. 마찬가지로 과학도 그렇다.당장 응용가능한 기술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기초과학은 인문학에 상응하는 힘이 있다.과학 자체가 사고의 틀이고, 경험을 이론으로 변환하는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 * * 블로그 분류에도 반영되어 있듯, 난 과학 책도 무척 좋아라한다.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과학 책 좋은 것 없나 난 기웃거린다. (Title) One, two, three: The beauty and symmetry of absolutely elementary mathematics * * *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좁다.한국어 사용자가 많지 않은데, 시장은 퇴화하고 있다..
(Title) When I am playing with my cat, how do I know that she is not playing with me?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에세, 또는 수상록으로 유명한 몽테뉴지만, 딱 그 지점까지다. 중고등시절, 필독 목록에 있었고, 한두장 들췄는지 좀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므로 내겐 안 읽은 책이니까.뭔 바람이 불었는지, 몽테뉴를 재포장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이후에는 그만 홀딱 매료되어 읽었다. 그 매력의 근원은 진솔함이다.솔직함이 힘이고, 개인적 스토리가 주는 위대한 교감이다.키가 작다는 컴플렉스, 여성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는 물론, 먹고 마시고 냄새 맡는 모든 일, 심지어 배변과 지병인 요로 결석에 대해서도 가식없이 걱정과 생각을 적어 간다.그 ..
제목만 에러다. 책을 덮으며 든 느낌이 딱 이랬다.잘 알려진 스페인 여행서의 아류작스러운 이 책은, 제목만 경망스럽다. 그러나, 내용은 만족스럽다. 내가 책을 읽으면 하는 몇 가지 일이 있다. 책 DB에 status를 다 읽음으로 바꾸고 별점을 입력한다. 그리고 간단한 인상 평을 적고, 주말에 좀 긴 리뷰를 적는다. 이 별점 시스템에서 5점 만점을 받는 책은 1년에 한 두권이니 대개 실제적 만점은 별 네개가 최고다. 그냥 괜찮은 책은 별 셋.이 책은 주저없이 별 넷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 책의 미덕을 모두 갖췄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하지만, 일반 가이드북이 반복하는 테마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냥 낙제점이다. 그럴 바에는 건조한 가이드북이 낫다. 이런 ..
글쎄. 뭐랄까. 이 책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단연 제목이다. 경쾌하니 라임 돋는 제목에, 창의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책 소개까지 놓고 보면, 딱 이거다 싶었다.그리고, 내용은 내 기대와 달랐다. 책의 기획의도는 십분 동의한다. 같은 주제의 책이 있다면 또 다시 손댈 정도로 컨셉은 매끈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직장인에게. 우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마사지는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책은 그 대상이 지나치게 초보적이다. 기획상 타겟 세그먼트가 어딘지 정말 궁금할 정도이다. 결국, 제목의 말장난이 한 권 내내 시종일관이다.그렇다고 그 말장난에서 심오한 깨달음이 있느냐하면 그도 아니다.그저 말의 향연에 취해있다. 말 비틀기가 창의성의 실체이던가?동음이의나 유사음에서 생각의 가지를 뻗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