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업타운 '이란 노래를 처음 듣고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다운타운이 못살고 하찮은 곳을 뜻할까였습니다.

 

한참이 지난 , 미국 가보니 교외는 가족중심에 주택 위주로 되어 있고 중산층이 주로 산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나라의 아파트 형식은 미국에선 열악한 공동주거 형태란 점도 듣게 되었습니다.

 

서울도 성장을 하면서 도심에서 외곽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도심이 빈곤함의 상징은 아니지요. 다른 나라의 대도시를 가봐도, 도심이 최적의 주거지는 아니지만 미국처럼 사람 못살데처럼 보진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다운타운 뉘앙스는 신기했습니다.

 

(Title) Triumph of the city

Edward Glaeser

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360도로 해부하는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평평한 세계, 뾰족한 도시"입니다. 마천루로 상징되는 높은 건물이 위치한 도심에서 흘러내려 확산되는 도시의 시티스케이프가 도시의 기능적 위대함을 대변합니다. 또한 글로벌화되는 세상은 꽤나 평평하지만 도시는 각기 다르게 뾰족함을 뽐내지요.

 

도시의 가장 특징은 거리의 소멸입니다. CBD(중앙상업지구, central business district) 중심으로 밀집된 생활반경이 도시 특유의 강점을 만듭니다. 짧은 이동거리, 대중교통을 통한 탄소배출 절감, 그리고 위대한 지식의 융합입니다.

 

아이디어는 교류하면서 깊이를 더하고 확산성이 높아지므로 도시와 아이디어는 뗄레야 떼기 힘듭니다. 고대, 중세, 근세의 도시는 과정을 통해 명멸했습니다. 심지어 뉴욕도 흥했다 쇠락하다 다시 흥한 역사를 갖는데, 지식과 아이디어가 흥망의 중심을 관통합니다.

 

도시에 흘러다니는 아이디어의 중핵은 좋은 교육 인프라와 괜찮은 기업입니다. 대개 둘이 상보합니다만, 미네아폴리스처럼 교육만으로도 좋은 도시가된 독특한 사례도 있습니다. 어쨌든 인구가 많아 사람구하기 쉬워 기업이 많아지고, 기업이 많으니 직장의 다양성이 많아 다시 인구가 유입되는 선순환이 시작되면 도시는 흥합니다. 회사수가 10% 늘면, 20년간 취업자가 9% 증가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망하고 실패한 도시 사례도 많이 소개되는데, 특징은 과한 인프라 투자입니다. 인프라 투자를 과하게 해서 망했다기 보다, 효과도 없는데 사람이 몰려들기를 헛되이 기대하며 투자를 지속하는 정치인과 지자체의 성향에서 비롯합니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망정, 가난한 장소를 도와선 효과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디트로이트 보면 말이 이해가 갑니다. 한산하게 우람한 건물들이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를 봐도 그럴것 같습니다.

 

몇가지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도 여러가지 나옵니다.

예컨대 도시의 인상입니다. 회색에 반환경적이고, 양극화로 도시빈민의 고혈을 빨고 있는 자본가들이 위에서 웃고 있는것 같은 이미지.

 

하지만 저자는 이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합니다. 우선 도시 빈민은 도시의 성공이지 실패를 증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시가 갖는 장점으로 빈민이 유인되어 왔고 기초적 생존과 나아지는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도시 부자와 비교하지 말고 그들의 연원인 시골의 동계급과 비교해야 합니다. 실제로 인구의 사다리 이동이 활발한 지역은 다들 비슷비슷 못사는것 같지만,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질 나은 삶을 얻어 전출해 나가는 집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적 이동의 배경에는, 도시가 주는 장점인 좋은 교육, 건강하고 안전한 그리고 대폭적으로 개선된 직업 기회가 있습니다.

 

'회색' 도시만해도 착시가 많습니다. 서울만 봐도 알지만, 제대로 기능하는 도시는 대중교통이 발달하게 되어 있고 단위 거리를 이동하는 비용과 탄소배출이 시골에 비해 현격히 작습니다. 난방 에너지효율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면에서 뾰족함이 부족한 미국 도시는 탄소배출 관련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합니다.

 

경제적 동기가 다는 아니지요. 도시는 재미있습니다. 도시가 갖는 익명성과 기회 덕에 다양한 배경의 도시인구가 유입되어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콘서트나 연극 공연처럼 고정비가 많이 드는 엔터테인먼트를 먹여 살릴만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입니다.

 

결국 책을 따라 읽다보면, 도시는 가장 녹색이고 궁극적으로 도시는 승리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처음의 문제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저는이 책을 읽다가 오래전 품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미국 다운타운이 슬럼화되는 이유는, 도로와 유가면에서 자동차 통근에 매우 친화적이란 점이 큽니다. 교외의 거리적 단점이 크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미국 교육제도의 문제입니다. 도시 경계 내에서는 평준화 규제가 심해 수월성 교육이나 통학 방법의 선택이 어려워 규제의 경계인 시계 밖으로 나가는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그로 인해 교외에 명문학교가 많아 다시 중산층은 교외로 유입되고 높아진 집값과 생활수준으로 다운타운과 업타운은 경계를 기준으로 삼투압이 작용하듯 분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미국적 규제가 미국적 다운타운 컨셉을 낳은거지요.

 

Inuit Points ★★★★☆

책은 진짜 재미납니다. 읽는 동안 읽은 내용을 가지고 우리나라나 외국의 도시를 다시 들여다보며 식구들과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책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초벌 번역같기도 하고 직역투의 번역은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처음엔 학자연하는 저자의 교과서풍 저술인가 싶었는데, 이해가 안가는 대목을 원문 찾아 읽어보니 오롯이 역자의 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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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 Fraser

꽤 방대한 책

그냥 음식의 역사를 다룬 정도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보다 내공이 깊다. 인류 역사에서 음식의 의미를 짚어낸다. 음식이 동기가 되어 나라를 이루고 확장하고 멸망하는, 음식 스스로가 제국이란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정리했다.
 
(Title) Empires of Food: Feast, famine, and rise and fall of civilizations

Food for survival
좀 사는 나라라면 음식 비용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음식값이 두배가 된다해도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큰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다르다. 음식값이 50%만 올라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 지나면 폭동이 생긴다. 이게 바로 음식이 갖는 의미이자 정치학적 포인트이다.


Food for growth
인류가 수렵을 통해 생존하다 정주하여 농경하며 잉여 생산물이 나오게 된다. 이는 인류학적인 터닝 포인트다. 덕분에 문화, 제도, 국가가 생겼다. 그리고 탐욕도 생긴다.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자원을 향해 서로 침범하고 다투게 된다.


Food empire
최초의 음식 제국은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 로마에서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식민지에서 가져와야 제국이 돌아가는 시스템. 태평성대에는 효율적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국자체가 붕괴되는 취약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는 '강대국의 경제학'에서도 짚고 있는 요소다.


Still the empire
지금 사회도 그렇다. 잘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각자 생산해 열심히 각지로 나른다. 경제적 효익은 생기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분배는 공정보다는 경제성이 결정한다. 여기는 음식으로 호사하는 동안 저기는 굶는 사람이 생긴다.


End of empire?
더 어려운 일은 로마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음식제국이 붕괴되는 취약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병균에서 올지, 화석연료값에서 올지, 환경과 기후에서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식품의 이동거리인 푸드마일이 길어지는 상황은 지구화한 음식제국의 단면이다.


내몸에 내음식
이 대목에서 신토불이는 다시 음미할 가치다. 동네에서 자란 음식을 그 동네에서 소비하는 것. 다소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음식 공급망의 안정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모든 음식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주된 음식은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 국수적 가치가 아닌, 상생의 이념이다.


질소
음식의 이동을 물질적으로 보면 질소의 이동이기도 하다. 땅의 비옥성은 질소에서 나오고 이 질소는 식물과 동물을 통해 이동한다. 이에 따라 음식, 인구, 국가, 권력의 이동이 항상 따랐다. 맬더스의 비관적 예측대로 인구의 성장은 식량의 성장을 앞섰다. 지구가 먹일 수 있는 인구는 30억이 최대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나오면서 추가의 30억을 먹여살리게 되었다. 그리 보면 화학비료는 인류의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 숨은 공신이다. 같은 제법으로 폭탄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긴 하지만.


Inuit Points 
배불리 읽었다. 별점 넷이다. 음식을 문화로 보는 내겐, 시야를 넓히며 음식의 이면에 대해 새삼 배운 시간이었다. 예컨대, 로마인이 사랑한 올리브오일은, 100ml로 1000칼로리를 공급하고, 필수지방산과 비타민 A, E를 포함한다. 로마 서민은 하루 필요열량의 1/3을 여기서 섭취했고, 나머지는 액젓과 빵이다. 소박한 식사지만 하루 삶에 충분하고 팽창하는 제국을 지탱하는 기초자산이었다.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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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

한번 시작하면, 책장 덮을 때까지 회사 가기 싫어 회사 잘릴 각오하고 보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서평을 보고 고른 책이다.

여름 휴가 때 읽으려다가 바빠서 지나치고, 추석 연휴 때 읽었다.

책 많이 읽는 나지만, 시간에 늘 쫒기기 때문에 소설은 거의 못 읽는다. 그래서 소설 읽는 시간이란, 내게 사치와 과소비이고 다르게 보면 내가 나에게 주는 휴식과 보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난 책이라면 중간에 흐름이 끊겨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뭐 책장 덮기 전에 회사 못 갈 정도의 진득한 흡인력은 아니다.
연휴에 읽으면서 중간에 가족과 외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했지만 책에 미련 남아 책상을 못 떠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수준을 낮춘다면, 층분히 매력적이고 재미난 책임은 사실이다.

내용은, 인류에 단절적 진화가 일어났고, 그 초인류를 둘러싼 이야기다.
하고픈 이야기는 많지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나름 소심한 반전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있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외형적 미덕만 몇가지 언급하자.

#1
책은 꽤 공들여 쓴 흔적이 넘쳐난다.
처음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흐르고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좀 지루하고 진도가 더디다.
하지만, 인트로 세팅이 끝나고 인물의 캐릭터가 잡힌 이후에는 물흐르듯 빨리 읽힌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가 치밀하게 맞아 들어간다. 공들인 티가 나는 부분이다.

#2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작가의 강한 혐오는 많은 공감이 간다.
오히려 그래서 너무 무난한 느낌도 있다.

#3
한국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기비평이 돋보인다.
즉, 과거 일본이 한국을 제노사이드했던 부분을 주인공의 시각을 빌려, 비판한다.
그 보상인지 한국인 조연이 꽤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하고.

#4
번역은 매끄럽다.
내가 읽은 중, 매우 잘된 번역서 중 하나다.
문장이 껄끄럽게 튀지도 않고, 글 읽는 속도를 잡아두듯 모호하지도 않으며, 마치 처음부터 한국어로 적은듯 자연스럽다.
안 보이지만 대단한 내공이다.
잘은 몰라도, 이 같은 장르에 익숙하거나, 일본어 공부가 깊거나, 작가랑 친하거나 이 들 몇의 조합일듯 하다. (솔직히 난 모른다)

SF라고 볼지, 추리소설로 볼지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흥미진진하고 과학적 양념이 진하게 밴,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기 바란다.
진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읽으면서 깊은 사색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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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lms 2013.10.04 12:55

    책비평이 너무 맛깔지네요.
    요즘 스마트폰 덕분에 책을 거의 못 읽고 있는데
    팟캐스트 제껴 놓고 읽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바로 지를까 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3.10.13 16:24 신고

      때론 전화를 멀리두고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

  2. 우끼닭 2013.10.12 23:45

    처음으로 이누이트님보다 먼저 읽은 책이 있네요..ㅎㅎㅎ
    저도 재밌게 보고 이 작가의 다른책도 찾아봤는데 구성과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비슷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그래도 굉장히 퍼즐조각 맞춰나가며 줄줄 읽혀나가게 하는 실력이 발군인듯요

Takahashi Masahumi

일본 실용서는, 미국발 책과 달리 협소한 주제에 천착하는 장점이 있다.

미국 경영서가 테마와 관련한 모든 재료를 내 놓는 정찬이라면, 일본서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한권에 담아 내는 도시락 같다.

분명, 짧은 시간에 한가지를 배우는 장점은 있다.
다만 내가 싫어하는 부분은 책 한권 분량 만든다고 중언부언에, 별 중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버무려 번들화하는 상업성이다.

이 책은 한페이지로 업무를 정리한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어 집어 들었다.
결론만 말하면, 업무와 관련해서 정리를 잘 못 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읽어볼만 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프레임워크는 크게 7가지이다.

1 사고력과 가설 능력을 키우는 S쪽지 
2 효율을 극대화하는 16분할 메모 
3 책 한 권을 15분에 킬러 리딩 
4 누구라도 한번에 이해하는 한장 인수인계 맵 
5 회의 시간을 확 줄이는 매핑 커뮤니케이션 
6 정리와 전달의 달인이 되는 세가지 포맷 
7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 프레젠테이션

각각의 템플릿은 잘 정리한 링크가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이 중, 내가 우리 직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사고의 틀은 1번 S쪽지와, 6번 1-2-3 스토리텔링 포맷이다.
나머지는 참조할만은 하지만 강력한 도구는 아니다.

위의 7가지 도구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이에 대한 다른 각도의 분석적 틀은 내 저서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에도 조목조목 정리했던 부분이다.
잠깐 설명하면, 결국 '명확한 목표의식'이다.

이를 위해 가설중심의 사고, 비주얼한 표현으로 설명력을 높이는 부분, 명확한 액션을 적시하여 실행력을 높이는 한편, 스토리로 전달력을 강화한다.
또한, 단순화를 위해 3가지 이상의 목록을 자제하고, 적극적인 관여로 목표달성과 실행력을 높이는 점이 핵심이다.
위의 원리가 7가지 템플릿에 녹아 있다고 보면 틀림 없다.

어차피 방법론이 당신을 구제해주진 못한다.
하지만, 적당한 방법론은 시간을 벌어주고, 생각을 단순화하여 목표에 효율적으로 이르게 하는 강력함이 있다.
책도 얇고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으니, 기획마인드를 함양하고 싶거나 보고가 많은 사람은 한번 들여다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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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케니 2013.08.18 10:46

    현재 저의 상황에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이는 군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업보다.
책장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흔히 인문학을 알아야 경영이든 사업이든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십분 긍정한다.

마찬가지로 과학도 그렇다.
당장 응용가능한 기술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기초과학은 인문학에 상응하는 힘이 있다.
과학 자체가 사고의 틀이고, 경험을 이론으로 변환하는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 * *

블로그 분류에도 반영되어 있듯, 난 과학 책도 무척 좋아라한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과학 책 좋은 것 없나 난 기웃거린다.

David Berlinski

(Title) One, two, three: The beauty and symmetry of absolutely elementary mathematics

 

* * *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좁다.
한국어 사용자가 많지 않은데, 시장은 퇴화하고 있다.

하필이면 IT 종주국이라 전자기기가 좋고 싼데다가, 지상파는 황금컨텐츠를 무료로 뿌린다.
책 안읽어도 소일할 거리는 많다.

게다가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대니, 혹 가다 책 읽을 마음이 들어도 그 제한된 기회를 어찌 잘 활용할지도 막막하다.

* * *

과학의 근원은 수학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과학은 수학이란 언어 위에 이뤄져 있다.
그래서 수학은 그 자체로 순수과학이지만,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메타지식적 성격도 있다.
"이것은 수학입니까?"
당돌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 * *

책 시장이 이럴진대, 번역시장은 수준이 떨어져도 한참이다.
그냥 영문 (다른 언어는 그나마 낫다) 글줄 깨나 읽으면 너도나도 번역이다.

꼭 번역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만 번역이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예컨대 주제가 마음에 들어 열과 성을 다한 번역은 아마추어든 데뷔작이든 번역이 쓸만하다.

그런데, 어줍잖은 다작 번역가들은 생계와 품질을 종종 맞바꾸곤 한다.

* * *

이 책 번역가의 상황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번역이 개판이란건 내가 확실히 알겠다.
책의 컨셉이나 저자의 식견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다.

* * *

우리가 쉽게 인정하고 들지만 엄밀히 따지면 막막한 몇가지 사실이 있다.
0의 진정한 의미.
음수의 의미다.

* * *

저자는 일반인이 쉽게 넘어가는 수학의 내밀한 비밀을 공공의 장소에 내어 놓는다.
그 의미를 함께 생각하고 수학적으로 정리를 해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 풀어나가는게 제법 향기있다.

인문적 소양과 수학사적 바탕위에 블랙유머와 위트를 버무려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이 책의 한국어로는 잘 전달이 안된다.
사변적이지만 딱딱해 내용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솜씨를 역자의 글솜씨가 못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답답할뿐더러 주절주절 헛소리 같이 쓰여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음수나, 끝없는 근심을 유발하는 분수같은 신선한 착상이,
이 책의 번역을 좇다보면 정신병자가 혼잣말 지껄이는 느낌이다.

* * *

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은 물론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학의 매력을 맛보게 하려던 의도로 산 책이다.

그러나 난 이 책을 조용히 책장에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웠다.
혹시 아이들이 잘못 보고 수학을 오해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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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u 2013.07.06 09:51

    번역은 참 안타까운 분야에요. 쉬워보이는데, 제대로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쉬워보인다고 댓가는 별로 쳐주질 않고, 그러다 보니 대충대충 날림이 난무하고...

    • BlogIcon Inuit 2013.07.07 12:55 신고

      네. 들이는 노력은 엄청난데 티도 잘 안나고 보상도 적고.. 그저 일부의 열정이나 호기심, 희소한 재능에 의지해야 하는 답답한 비즈니스죠..

Saul Frampton

(Title) When I am playing with my cat, how do I know that she is not playing with me?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에세, 또는 수상록으로 유명한 몽테뉴지만, 딱 그 지점까지다. 
중고등시절, 필독 목록에 있었고, 한두장 들췄는지 좀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므로 내겐 안 읽은 책이니까.
뭔 바람이 불었는지, 몽테뉴를 재포장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이후에는 그만 홀딱 매료되어 읽었다.

그 매력의 근원은 진솔함이다.
솔직함이 힘이고, 개인적 스토리가 주는 위대한 교감이다.
키가 작다는 컴플렉스, 여성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는 물론, 먹고 마시고 냄새 맡는 모든 일, 심지어 배변과 지병인 요로 결석에 대해서도 가식없이 걱정과 생각을 적어 간다.
그 개인적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냥 역사책 속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명사라는 생각을 건너, 먼 친척 아저씨의 소싯적 이야기를 듣듯 친근감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 정말 개인화 스토리텔링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 몽테뉴다.

물론, 개인적 잡문이 솔직하면 곧바로 위대한 문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솔함이 몽테뉴의 레시피라면, 특별 재료는 몽테뉴의 사유다.
몽테뉴 사유체계의 핵심은 자유분방함이다.
그리고, 그 자유분방한 사고의 줄기는 인본주의다.

어려서 우리아들 독서교육의 모태가 된 유럽식 귀족교육을 받았던 몽테뉴는 성장기와 중년 이전까지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그리스의 스토아 주의와 종교 내에서의 안정감이 강하게 깃들어 있었고 여기까지는 동시대 귀족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종교전쟁과 전염병으로 인한 마을사람들의 몰살, 그리고 낙마로 인한 사경을 경험한 이후 몽테뉴는 각성하게 된다.
즉, 금욕적 스토아주의 또는 데카르트적 이성본위의 이상론의 틀을 깨고, 인간 본연과 관계 중심의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된다. 이는 동시대 르네상스적 분위기와도 상통했고, 결과적으로 몽테뉴가 프랑스의 초기 르네상스를 연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책의 제목 또한 여기서 유래한다. 
결과적으로 문화적 상대주의를 표방한 몽테뉴는 당시 야만으로 표현되던 남미나 제3세계 원주민도 동등한 관점으로 다뤘다.
이를 넘어 동물까지 사고를 확장한 결과가 제목의 사유다.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놀아주지 말란 법은 없잖은가.
지금봐서는 그냥 재미난 말장난이나, 또는 있을 수 있는 시각이지만, 당시 인간과 동물의 자리매김 상 이런 발상은 감히 꺼내어 말하기 어려운 관점의 전환이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당시 왕정과 종교 사회가 억압하고 규정해 놓은 다양한 사고적 틀에서 벗어난 논의가 가능하다.
성(性)과 인간관계, 종교에 대한 태도, 다문화에 대한 개방성, 죽음에 대한 수용성까지.
일례로 몽테뉴는 종교를 절대적 신성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관계망의 연장선상으로 보기도 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죽음을 내포한 반역의 사유였다.
중요한 점은, 지금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고 당연히 여기는 많은 가치와 사상이 당시에는 발칙하거나 위험한 논의였다는 사실이고, 몽선생은 에세란 형식을 빌어 이를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복잡한 이야기가 많을듯 하지만, 책은 클래식 음악을 듣듯 우아하고 부드럽게 흘러간다.
이 부분은 저자 프램튼 씨의 공이다.
원문을 적절히 응용하되, 필요한 부분을 뒤섞어 몽테뉴의 삶을 독자가 함께 여행하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역할을 충분히 한다.
없는듯 개입하지 않되 잘 설계된 길을 따라 흥미진진한 투어를 하고, 여객의 배경지식이 모자랄만한 부분에 슬쩍 나타나 설명을 해주고 뒤로 빠지는 프로 가이드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부분은 디테일일 살아 있다는 부분이다.
그냥 추상적 주장이나, 요약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풍성한 디테일은 에세나 수기, 일기류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다.
뭘 먹었는지, 무슨 냄새가 났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고 누구를 만나 어디를 갔는지 시시콜콜 적었던 몽테뉴는 트위터적 부지런함을 지녔다.
그리고 그 디테일을 읽으며 지금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할 중세 유럽의 정서를 절절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다.

지금은 쉬운 해외여행이지만,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까지 2년을 잡고 다닌 여행이다. 규모의 방대함과 비용, 시간 그리고 목숨의 위험 정도에서 지금과 견주기가 어렵다. 예컨대 중세 저자가 여행은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이라해서 요즘 독자가 그 텍스트를 수긍한다고 치자. 그것을 지리적 이동이란 관점에서 지금의 컨텍스트와 같이 해석한다면 얼마나 많은 의미를 유실할까.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여행 중 와인에 물을 섞지 않고 마시는 법을 배운 몽테뉴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대체 로마식 물탄 와인이 16세기 프랑스 귀족 문화까지 이어져 왔었단 말인가.

아참, 흔히 몽테뉴라고 부르는 이 인물의 이름은 미셸 뒤켐 드 몽테뉴다. 
즉 몽테뉴 성의 뒤켐 가 자손 미셸 씨다.
마치 상산에서 온 조자룡에게 상산을 호처럼 쓰는 것도 모자라 상산이라 부르는 것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몽테뉴 성이 그 가문을 뜻하고, 또 그 가문에서 유일하게 세계적 명성을 얻은 미셸이니 뭐 꼭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부르주 몽테뉴에 살던 미셸 씨의 솔직담백하며 발랄한 사고는 그 후 프랑스와 유럽에도 큰 영향을 줬지만, 인간 몽테뉴 미셸의 향기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키보드로 블로그 적는 Inuit씨에게도 감명을 준다는 점이 재미있다.

또 하나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또 우리가 시시콜콜 남긴 기록들이, 먼 훗날 시공간을 지나 지적 충격과 감성적 공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1.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3.04.23 07:11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다음에 도서관에 가면 빌려다 읽어봐야겠어요. ^^

제목만 에러다.


책을 덮으며 든 느낌이 딱 이랬다.
잘 알려진 스페인 여행서의 아류작스러운 이 책은, 제목만 경망스럽다. 그러나, 내용은 만족스럽다.

내가 책을 읽으면 하는 몇 가지 일이 있다. 책 DB에 status를 다 읽음으로 바꾸고 별점을 입력한다. 그리고 간단한 인상 평을 적고, 주말에 좀 긴 리뷰를 적는다. 이 별점 시스템에서 5점 만점을 받는 책은 1년에 한 두권이니 대개 실제적 만점은 별 네개가 최고다. 그냥 괜찮은 책은 별 셋.
이 책은 주저없이 별 넷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 책의 미덕을 모두 갖췄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하지만, 일반 가이드북이 반복하는 테마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냥 낙제점이다. 그럴 바에는 건조한 가이드북이 낫다. 이런 면에서, 현지에 솥단지 걸고 살아본 사람의 말을 난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가급적이면 뼈 묻을 각오하고 간 사람(그가 한국인이든 제3국인이든)이 낫다. 인도네시아처럼, 현지에 정통하면서 동시에 글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그나마 오래 살아본 사람을 높이 본다. 이 책의 저자는 직접 현지인과 소통하며 문화에 대한 눈을 떠가고 그 과정을 잘 적어 놓은 점이 일단 합격점이다.

그 좋은 척도는 현지어다. 현지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현지 정서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면 그로서 만족이다. 같은 관점에서 러시아 책은 사진말고는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별점 두개를 받았다. 

다음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이다. 이 부분은 숨겨진 경관, 맛집 등으로 귀결되지만, 그보다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정서나 기류를 가이드 해주는게 큰 공헌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솥단지와 현지어를 이야기한 까닭이기도 하다. 여행자가 가이드에 의지해서는 절대 읽을 수 없는 현지의 중요한 정서나 문화가 있다는 점을 난 잘 안다. 이 부분을 단 하나라도 짚어준다면 그 책은 책값 이상의 가치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점이 뛰어나다. 일본 이전에 중국 등에서 살아본 다문화 경험이 있어 더 미묘한 차이를 잘 맡아낸다.

마지막 하나를 추가한다면 책으로서의 가치다. 난 좋은 책은 단연 잘 읽히는 책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독자를 질리게 만드는 책은 결격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여행 책은 재미읽게 읽혀야 한다. 일반화하기 힘든 개인적 스토리가 들어가든, 문체가 경쾌하든, 시각이 섬세하든 매력이 있어야 잘 읽히고 좋은 여행 책이다. 저자 김동운 씨는 일본인 부인과 함께 살기 위해 도쿄로 건너갔고, 처와 처가가 있는  그곳에서 도쿄를 대하기에, 시선이 따뜻할 뿐더러 현지 밀착적이다.

이런 미덕으로 잘 씌여진 여행책은 이미 현지에 가기 전에 그 곳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낯선 두려움의 여정을, 설레이는 인연과 조우의 시간으로 벼려낸다. 이번 일본 출장은 혼자 갔었다. 그 전에는 일본인 파트너건, 한국인 주재원이든 가이드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먹고, 자고, 이동하는 과정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말은 고민도 없고 느낌도 없는 대한민국 일본남도 도쿄시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혼자였고, 일어를 말하지 못하는 내 혼자의 어드벤처였다. 물론 하루 일과가 딱 짜여 있어, 혼자 점심 사먹고, 저녁 약속 찾아가는 정도의 모험이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다. 지루하고 고독할 수 있는 며칠이 새로운 발견과 배움이 곁들여지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책이고, 도쿄를 겉핧기식이 아니고 깊이 즐겨보고 싶은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참, 나의 멘치카츠 순례기도 이 책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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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13.03.18 08:07 신고

    읽을 책 목록에 오늘 또 한 권을 추가했습니다. ^^

    • BlogIcon Inuit 2013.03.19 18:41 신고

      즐겁게 읽으시고, 도쿄가서 참맛도 느껴보세요. ^^

유영만

글쎄. 뭐랄까.


이 책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단연 제목이다. 
경쾌하니 라임 돋는 제목에, 창의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책 소개까지 놓고 보면, 딱 이거다 싶었다.
그리고, 내용은 내 기대와 달랐다.

책의 기획의도는 십분 동의한다. 같은 주제의 책이 있다면 또 다시 손댈 정도로 컨셉은 매끈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직장인에게. 우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마사지는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대상이 지나치게 초보적이다. 기획상 타겟 세그먼트가 어딘지 정말 궁금할 정도이다. 

결국, 제목의 말장난이 한 권 내내 시종일관이다.
그렇다고 그 말장난에서 심오한 깨달음이 있느냐하면 그도 아니다.
그저 말의 향연에 취해있다. 말 비틀기가 창의성의 실체이던가?
동음이의나 유사음에서 생각의 가지를 뻗어가는데, 그 전개과정은 진부하고 유머코드는 식상하다.
좋게 말해 생각마사지일 뿐, 실상은 함량 미달의 어설픈 애드립이다.

이유는, 책의 논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좋은 말 다 가져다 붙인 느낌이다.
다른 한가지 이유라면, 강연체의 냄새가 강한 탓도 있다. 
즉 말로 들으면 그냥 멋적게라도 웃고 넘어갈 일이 글로 적어놓으니 영 어색하게 진지하다.
만일 강연을 책으로 적어 원소스 멀티유즈하려는게 컨셉이었다면, 정말 대단한 실패라고 본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실전 경험의 반영이란 생각도 든다. 
강단과 연단에서의 세상은 언어유희적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허나 전쟁터에서의 창의성은 생과 사의 찰나들이 벼린 날카로운 칼날일지니. 
요즘 보기드문 별 다섯개에 이어 근 1년만에 처음 주는 별 한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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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

모스크바 하면 잘 알듯 하면서도 은근 막연하다. 

붉은광장, 크레믈린 궁, 테트리스.. 음.. 그리고 추위..? -_-a


이런 '평균적' 한국인의 눈으로 생면부지의 모스크바에 적응하면서 발견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적은 책이다. 마케터 출신 답게 감각적이며, 사진이 많아 설명적이기도 하다.

다만, 그림책에 가까울 정도로 사진이 많다. 뒤집어 말하면 텍스트의 절대량이 부족해, 서평을 쓰기조차 민망한 스토리의 빈약함이 도드라진다. 어찌보면 책의 컨셉 상 용인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의 심로를 따라 잿빛의 무뚝뚝한 도시에서 하나씩 색이 입혀지며 온기가 도는 과정을 따라 경험하기에는 좋다. 그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을 짚어 나가자면, 풋내기 사랑의 느낌이 강하다. 아직 러시아어조차 읽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주 1년 지난 저자의 마음은 연애 초기의 열병 느낌이다. 제목 그대로, 판타지다. 기분좋은 달뜸이 있지만, 저 시간이 지난 뒤에, 아픔과 시련 그리고 세월이 뭉근히 녹여내는 깊은 맛이 없다. 재미삼아 읽기는 견딜만 하지만, 뭔가 배우고자 읽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총평하면, 이 책은 딱 패스트푸드다. 
깔끔하고 보기좋으며 빨리 읽히고 트렌디하다. 그러나 대량 생산의 박정한 인공미와, 허기는 달래져도 포만감은 없는 허전함이 뒷맛으로 맴돈다. 딱 패스트푸드의 그 뒷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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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플레잉 게임을 해보았는가? 

무늬만 롤 플레이지 돌아다니며 몹이나 잡는 슬래셔 타입의 MMORPG 말고, 순간의 선택이 불가역적으로 미래를 좌우하는 고전적 tRPG 말이다. 주요 분기점마다 선택을 하다보면 몇가지 실수로 게임 캐릭터를 망쳐버릴 때가 있다. 금방 발견하면 게임따라 리로드(reload)를 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진행되면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공략집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는게 최선인지, 게임 진행 중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보물의 위치는 어디인지, 결정적 성공의 열쇠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실수나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적의, 최고의 캐릭터로 성장 시킬 수 있는 공략집. 많이 보냐 제한적으로 보냐의 차이지만, 공략집의 존재는 게임을 완수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다.

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리로드를 하지 않고, 게임 데이터를 해킹하지도 않고 그냥 엔딩까지 달리는 타입을 하드코어 게이머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우리 인생이 하드코어 롤 플레잉이겠다. 쪼렙에서 헤메면서 희귀템을 막연히 바라기만 하거나, 꼭 찍어뒀어야 하는 스탯(stat)을 찍지 않아 많은 시간 허비하기도 하는 서투른 게이머.

그런데, 당신 인생의 롤플레잉에 공략집이 있다면?

Karl Pillemer

(Title) 30 lessons for living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은근 기대감이 컸다. 사회학자가 5년간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 고령자들을 인터뷰한 후, 통계처리를 통해 추출해 놓은 삶의 중요 포인트라니 여간 흥미롭지 않은가. 

실제로 읽어보니 이 책은 인생의 힌트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공략집이다.

예를 하나 들자. 결혼을 하려고 한다. 한 후보자는 당신과 성향이 비슷하다. 뜻은 잘 맞는데 안정적이라 지루하다. 다른 후보자는 당신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 만나면 격렬하고 새롭고 짜릿하다. 둘 중 누굴 고를까?

이미 게임의 엔딩 무렵 가있는 선배 게이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너와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라고. 처음엔 그 다름이 호기심과 끌림을 유발하지만, 그 다름이 사소한 마찰로 작용하며 평생 두 사람 사이를 맴돌고, 불화와 반목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사실, 이말듣고 생각해보면 부부, 연인 간의 마찰은 세계 평화나 대한민국의 가야할 길 같은 원대한 주제가 아니라, 나를 보는 눈빛이 나빴다거나 말이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경우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학문적인 절차에 따라 임의성(randomness)을 유지하며 세심하게 고령자 또는 지혜로운 자들의 의견 중 핵심을 추려낸다. 의외로, 정말로, 뜻 밖이었던 점은 그들의 의견이 다양하여 생각을 펼쳐보이는 스펙트럼이 아니라, 몇 지점으로 강한 수렴을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인생의 정답이, 최소한 최대가 합의하는 길이 있다는 뜻이다. 믿기지 않지만, 그런 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편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70세 넘은 '지혜로운 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중 하나인데, 늙는 것이 늙기 전에 생각했던 정도로 비참하지는 않다는 점. 물론 불편한 점이 많지만, 반대급부로 삶에 대한 관용과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 같이 새롭게 얻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그 말이 자기위안이든 아니든, 나이 먹음에 대한 근심이 감돌기 시작하는 근자의 나에겐 꽤나 고마운 종교적 깨달음을 주었다.

그 외에도, 건강한 삶을 위한 세가지 조건 절식, 운동, 금연 같이 평범해 보이지만, 딱 몇가지로 추려내기는 별로 쉽지 않은 핵심도 재미나다. 더 중요하게는 사회적 관계의 풍성함이 노년까지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 여행을 많이 다니고, 배우자에게 100% 헌신하라는 점도 새겨둘만 하다.

무엇보다, 행복은 선택이라는 교훈이다.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끊으라는 조언도 알뜰하다. 왜냐하면 걱정은 걱정이 없을 때 생기기 때문이니까, 결국, 삶의 순간 순간을 홀짝홀짝 음미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최상의 비법이다.

총평하면, 꽤나 매력적인 책이다. 마케팅 문구지만 '8만년의 인생'은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준다. 삶을 더 아름답게 살고 알차고 후회없이 살 수 있는 공략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책 추천해달라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많이 언급했다. 그리고 연말 블로그 친구들에게도 이책을 권하고 싶다. 연말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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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2.12.30 22:01

    저도 천천히 읽은 책입니다
    배움이 많은 것 같고, 감동있게 읽었습니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2. Jjun 2012.12.30 22:12

    ㄱㅅㄱㅅ 주문합니다 ^^;;
    근하신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_____^;

  3. 2012.12.30 23:51

    비밀댓글입니다

  4. kalms 2012.12.31 02:30

    저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5. BlogIcon 연님 2013.01.03 11:30

    선물 감사합니다. ^^ 어제 친척동생이 제게 책을 추천해달라고해서 뭐 좋은거 없을까하고 와봤는데 이런 따끈한 정보가! 추천도 해주고 저도 읽어야겠네요.

    • BlogIcon Inuit 2013.01.04 02:26 신고

      지혜로운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6. 아침바라기 2013.01.05 18:57

    덕분에 의미있는 책을 의미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담으로 받은분들에게 오래된 지혜를 담은책을 옆에두고 보길바라며 선물했는데 똑바로 살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더군요ㅎㅎㅎ

    • BlogIcon Inuit 2013.01.08 23:14 신고

      하하 설마 그렇겠습니까.
      정말 좋은 선물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

  7. BlogIcon 염소똥 2013.01.18 23:40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웬지 행복해졌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logIcon Inuit 2013.01.21 18:12 신고

      다행입니다. 제가 포스팅한 마음과 같습니다. 보람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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