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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우리 부부 중) 누군가 죽으면 파리로 이사할 거야."라는 말에 남편과 아내 둘 다 미소지었다는, 프로이트의 농담이 있지요. 같은 말을 들어도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자기 본위 편향(self-serving bias)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인지적 편향을 비롯해 수많은 오류와 불완전성을 수반하고 살아가는게 우리 인간입니다. 스스로가 불완전하다는 자체를 걸 아는 자체로 오히려 대단한 일이겠지요. '위험한 생각들'을 읽고 절실히 깨달은 바 있습니다. 한가지 질문에 여러 전문 분야의 석학과 연구자들의 답을 모아듣는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말입니다. 그 브록만의 엣지.org에서 펴낸 다른 책입니다. 당신의 생각하는 능력을 크게 개선시킬 과학적 인지 도구 하나를 꼽자면 무엇이겠는가? 이 질문으로 150명의 다양한 의..

저는 그야말로 흙수저입니다. 사교육은 없었고, 학교 공부 이후론 집안의 지원 없이 무일푼으로 시작해 가정 이루고 잘 살아왔습니다. 도를 닦듯 많은 노력을 했고, 실력을 키우려 공부와 수련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는 상황이지요. 하지만, 언젠가부터인지 이게 다 내가 잘해서만은 아니란 점을 깨닫습니다. 제 운은 뭐가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못사는 나라에 태어났지만 역대급 성장률을 기록하는 시기에 살았다는 점이 첫째 아닐까 싶습니다. 기회는 범용재고 사람이 희소자원었습니다. 그래서 노력과 결과가 선형적이고, 시간축에선 복리적인 수혜를 받았습니다. 또 큰게 있지요. 남성으로 태어나서 부지불식 해를 끼치면 끼쳤지 성별로 인한 손해를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하나 더 하면, 결..

실리콘 밸리에 취업하는 방법은? 정답: 실리콘 밸리로 이사가라.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의 이력은 그야말로 다채롭고 경이스럽습니다. 하버드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월드뱅크에 들어갔고, 이후 인도에서 빈곤퇴치 일을 합니다. 이후 맥킨지에 잠시 일하다 워싱턴 정계에 입문 비서로 정책을 다룹니다. 다시 밸리로 넘어와 구글에서 광고부문의 막대한 사업을 일군 후, 페이스북에서 최고 운영 책임자가 되지요. 능력도 뛰어나지만 경력의 스펙트럼이 상상을 초월하게 넓습니다. 하지만 한발 가까이 들여다보면 뜬금 없어 보이는 경력상의 점과 점을 잇는 사람이 있습니다. 월드뱅크에서 함께 일했던 래리 서머스를 따라 워싱턴에 갔고, 워싱턴에서 근무할 때 알던 구글의 에릭 슈미츠의 조언을 새겨듣고 밸리로 갑니다. 결국 ..

전에 전략의 양대 학파에 대해 글을 적은 적 있었죠. 이 중 핵심역량 파의 대표적 인물로 저는 잭 웰치를 꼽습니다. 1981년부터 20년간 연평균 20.9% 성장을 했으니 괴수급이라 볼 수 있죠. 특히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업계 평균을 능가하는 성과를 낸다는건 탁월한 능력이라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잭 웰치를 오징어로 만들어버리는 원빈 급의 CEO들이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장기간에 걸쳐, 시장은 물론 잭 웰치보다도 탁월한 성과를 거둔 CEO들을 찾아내고 그 핵심 요소를 찾아보는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아, 먼저 말해둘 부분이 있습니다. 전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을 재미나게 읽었지만, 믿지는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후견지명(hindsight)의 도그마에 빠짐을 경계하기 때..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분량이 많고 사뭇 기술적인 내용 아닐까 싶어 마음 한켠에 치워뒀던 책입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기계학습 관련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이 책이 종종 언급되길래 최근에야 손이 갔습니다. 글이 너무 재미나고 통찰도 풍부해서 여러 주말 동안 잘근잘근 읽었습니다. 모든 신호는 소음이었다. 제 나름대로 뽑아낸 이 책의 한 줄 요약입니다. 우리는 매일, 매분, 수없이 많은 패턴을 접합니다. 나와 주변의 물리적 움직임, 도박과 경기, 정치적 함의, 경제의 변화, 날씨와 재해 등 시간 속에 흘러가는 모든 것들이 대상입니다. 그 의미는 알수 있거나 모르거나 오해하거나 짐작할 따름입니다. 그러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의미가 생기면 우린 과거의 패턴들을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아, 이게 신호였구나 ..
비즈니스 스쿨 때, HR 과목 중 행동심리학을 수강한 적 있었습니다. 인간의 성격 모형에 대해 MBTI와 Big 5를 배웠습니다. 기억에 MBTI는 신비롭게 과학적인 느낌이었고, 빅5는 따분하게 과학적인 느낌이어서 MBTI를 더 좋아했었지요. 졸업 후, MBTI를 몇 년에 한번씩 해보면 약간씩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 이상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MBTI는 더 이상 심리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모델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이항분포가 아닌 정규분포를 갈라 판정을 내리는 흠결이 가장 크고, 자기보고의 한계성, 더 멀리는 마이어스-브릭스 모녀가 심리학의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만들어낸 모형이란 점들입니다.) 별점 수준의 MBTI를 버리면서 인간성격 모형은 잊고 있다가, 최근에 HR 관련 방법론을 찾던 중 성격 ..
장군의 전술은 장교의 전략이고, 장교의 전략은 사병의 전술입니다. 즉, 큰 그림을 그리고 조직 내 넓은 범위와 소통하여 뜻을 이루는게 전략이라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하는게 전술이지요. 우열 개념보다는 시야의 차이입니다. 그런면에서 마케팅 관련해서 전략 개념이 필요한건 그로스해킹과 브랜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브랜딩은 온전히 실행하려면 사업 전략과 기업 정체성 그리고 조직의 운영을 물고 들어가기 대문입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 한권이면 브랜딩 관련해서 개념을 잡기 좋습니다. 저도 명료하게 머릿속이 정리되어 좋았습니다. 저자의 말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은, 브랜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란 지적입니다. 수많은 브랜딩의 실패는 선언적 명사형인 브랜드..
(부제)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title) What money can't buy 돈돈돈돈 싫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돈이면 최고라고 여기는 인식이 강해졌다. 예전보다 더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돈만을 외친다. 그에 따르는 말이 있다. "돈으로 못 사는게 뭐 있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책에도 나오지만 정말 돈으로 살 수 있는게 많다. 돈만 주면 비행기를 탈 때나 먹을걸 살 때 줄을 안 서도 된다. 아이도 살 수도 있고, 아이를 낳을 권리를 살 수도 있으며 반면 마약중독자가 임신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맑은 공기를 사거나 대기를 오염시킬 권리도 살 수 있고, 멸종위기의 동물을 사냥할 권리를 살 수 있다. 세상 눈 닿는 모든 것은 광고의 장소로 거래가되고 심지어 인간의 몸, 문신광고도..
A book like choloate이 책을 뭐라 비유하면 좋을까. 딱 초콜릿 같다. 먹어서 한끼 배부르지도 않고, 안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보면 소유를 욕망하고, 간직하고 싶은. 딱 그렇다. 벨기에 곳곳을 간단히 설명한 내용은 타 여행서랑 그리 다르지 않다. 오히려 분량은 적다. 여행지 다니는 참조로 하기엔 내용이 빈약하다. 내용을 설명하자면 딱히 쓸말도 없을 정도로 한산한 글이다. Warm touch이 책의 강점은 감성이다. 감성 충만한 도시곳곳의 사진도 사진이려니와, 사진을 바탕으로한 일러스트가 일품이다. 그냥 벨기에 일러스트집이라 생각해도 소장가치가 충분할 정도다. 물론 책 자체도 감성이란 렌즈로 보면 빼곡하다. 문학적 감수성으로 여행자의 눈길 발길 닿는 순간을 잘 잡아두었다. 눈이 아니라 ..
발랄한 책이다쨍하는 감동은 없지만, 목적에 충실하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소개 책이라면 갖춰야할 미덕을 다 갖고 있다. 간결하고 적절한 설명, 다시 찾기 쉬운 편제, 장소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지도, 이해를 돕는 생생한 사진까지. 풍성한 깔끔함이 책의 장점은 깔끔히 분류한 다양한 테마다. 널리 알려진 장소는 짧게 넘어가고, 문화, 대중예술, 음식, 쇼핑 등 주제로 분류해 각 분류 별로 알뜰히 내용을 담았다. 흔히 가는 명소 이외의 덜 알려진 장소를 통해 런던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음에 맞는 주제를 좇아서. 숨은 명소특히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런더너의 숨은 명소와 시장에 대한 분류였다. 여행중 짧은 기간에 이 많은 곳을 다 방문하긴 어렵겠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길가다 들러볼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