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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부제: 최애시인 알현기 성덕, 되다 제 최애시인은 함민복 선생입니다. 하도 떠들고 다녀 제 지인들은 많이 알죠. 거미줄 같이 연약한 연을 조심히 부여잡아, 그를 직접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만남 과정도 글 한편이 될만큼 드라마틱합니다만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죠. 인사, 드리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시집 한권을 공통점으로 마주 앉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만나본 시인은 극도로 수줍음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말을 붙이면 상냥하게 답하지만 가만 있자면 해질때까지 입을 열지 않을 느낌입니다. 아주 가벼운 질문들로 시작합니다. 시와 산문에 나오는 그의 '김치국물 사촌형', 강원 산골에서 결혼한 친구분, 여진호 승준씨 등 잘 지내시는지 묻습니다. 반면, 그의 심원인 어머니, 아버지, 형, 예당에서 개나리에 젖어 전화한 옛사랑..
지인 소개로, 미슐랭 받았다는 삼청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이곳은 매번 코스요리의 컨셉이 있는데, 전에 갔을 땐 '별의 향기를 맡다'는 주제로 어린왕자가 나오고 그랬다. 이번엔 영화테마라고 한다. 메뉴와 빵 차림부터가 심상치 않다. 처음엔 영화 매거진에 이 식당이 소개되어 잡지를 디스플레이 해 놓은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그냥 매거진을 차용해 메뉴를 만들었단다. 전체 코스가 영화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는데 소개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뉘벨 퀴진 계열의 프렌치 요리에서 셰프가 내는 한턱인 아뮤즈 부시. 그냥 예쁜 애피타이저 같지만, 내면은 다르다. 영화관의 3대요소인 땅콩, 팝콘, 오징어를 재료로 쓰고, 트러플 같은 재료로 프렌치스럽게 해석했다. 여기서 이미 머리를 띵 한대 맞은 느낌. 아뮤즈 부시가..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생 10대 사건을 설문해보면, 평균 여섯 개가 15세에서 30세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첫 키스, 첫 캠퍼스, 첫 직장, 결혼과 아이의 탄생 등 엄청난 순간들이 그 시기에 이뤄지지요. 그 뒤로는 그런 인상적 순간은 간격이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물리적 시간과 달리, 인상과 의미의 시간은 후딱 간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기억은 감정으로 물든다는 게 뇌과학의 핵심 발견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생경함, 설레이는 불확실성이 기억을 강화하는거죠. 그런 면에서 설레임은 시간을 순간으로 쪼개고 세월 속에 박제하는 중요한 호르몬 작용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설레임은 오래 사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
주문한 돌반지가 도착했습니다. 선물용이 아니고 내 것이에요. 이 나이에 돌이라니? 발단은 '100세 인생'이란 책입니다. 그 전부터 '생각보다 오래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책을 통해 깊이 있고 함의 풍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더 진해졌습니다. 지금 이후의 삶이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기승 중이라 아직 전결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린다 그래튼이 제안하는, 100세 인생에 대비하기 위한 세가지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ductivity Vitality Transformation 다 중요하고 부족한게 많지만, 저는 특히 vitality에 신경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관련해서 유형성숙(neoteny)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의 마음을 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