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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지인 소개로, 미슐랭 받았다는 삼청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이곳은 매번 코스요리의 컨셉이 있는데, 전에 갔을 땐 '별의 향기를 맡다'는 주제로 어린왕자가 나오고 그랬다. 이번엔 영화테마라고 한다. 메뉴와 빵 차림부터가 심상치 않다. 처음엔 영화 매거진에 이 식당이 소개되어 잡지를 디스플레이 해 놓은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그냥 매거진을 차용해 메뉴를 만들었단다. 전체 코스가 영화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는데 소개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뉘벨 퀴진 계열의 프렌치 요리에서 셰프가 내는 한턱인 아뮤즈 부시. 그냥 예쁜 애피타이저 같지만, 내면은 다르다. 영화관의 3대요소인 땅콩, 팝콘, 오징어를 재료로 쓰고, 트러플 같은 재료로 프렌치스럽게 해석했다. 여기서 이미 머리를 띵 한대 맞은 느낌. 아뮤즈 부시가..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생 10대 사건을 설문해보면, 평균 여섯 개가 15세에서 30세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첫 키스, 첫 캠퍼스, 첫 직장, 결혼과 아이의 탄생 등 엄청난 순간들이 그 시기에 이뤄지지요. 그 뒤로는 그런 인상적 순간은 간격이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물리적 시간과 달리, 인상과 의미의 시간은 후딱 간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기억은 감정으로 물든다는 게 뇌과학의 핵심 발견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생경함, 설레이는 불확실성이 기억을 강화하는거죠. 그런 면에서 설레임은 시간을 순간으로 쪼개고 세월 속에 박제하는 중요한 호르몬 작용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설레임은 오래 사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

주문한 돌반지가 도착했습니다. 선물용이 아니고 내 것이에요. 이 나이에 돌이라니? 발단은 '100세 인생'이란 책입니다. 그 전부터 '생각보다 오래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책을 통해 깊이 있고 함의 풍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더 진해졌습니다. 지금 이후의 삶이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기승 중이라 아직 전결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린다 그래튼이 제안하는, 100세 인생에 대비하기 위한 세가지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ductivity Vitality Transformation 다 중요하고 부족한게 많지만, 저는 특히 vitality에 신경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관련해서 유형성숙(neoteny)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의 마음을 갖..
매년 읽는 이코노미스트 지의 1년 경제전망 책이 있습니다.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으로 균형감 있는 조망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거시적 현상에 대해 글로벌한 저널리즘의 시각으로 정리하다보니 새로운 개념이나 경향을 예민하게 짚어내는 부분도 흥미로운데요.이번 호에서 인상깊었던 단어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신조어도 있고 그냥 내가 처음 본 것도 있지만, 새 단어(와 개념)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사회적]ze: he와 she를 포괄하는 중성적 인칭 대명사civil partnership (민사 동반자): 이성 또는 동성간 삶의 동반자 관계. 민사 결혼에 준하는 법적효력을 가지며 civil union이라고도 부름. 2017 네덜란드는 17,000커플이 civil partnership을 맺었으며 네쌍 중..
3일에 2 kg 감량이후 한달간 감량 수준 유지 귀리 우유의 성과입니다. 믿어지시나요? 아이코스 끊고나서 체중이 급격히 불었습니다. 약속이 많은 탓인지 운동량을 늘려도 이번엔 잘 잡히지가 않습니다. 마침 먼저 다이어트를 고민한 후배가 알려준 귀리우유 다이어트. 이야기 듣자 마자 바로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실패. 평소 아침을 안먹는데 아침에 귀리우유를 먹으니 크게 감량 효과를 못 봤습니다. 그 사이 체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종일 굶되, 배고플 때만 귀리우유를 먹는다 이 방법으로 하니 3일만에 2 kg 이상 빠졌습니다. 실은 귀리우유로 뺀게 아니라 안 먹어서 빠진거지요. 하지만 이 부분에서 귀리 우유의 공은 지대합니다. 일단 먹으면 포만감이 5시간 이상 갑니다. 아..
어제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길고 고생스러웠던 촛불 집회와 그로 대표되는 국민의 마음이 원동력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이뤄진 것은 없고 한가지 관문을 돌파한 것이지만, 그 의미는 남다릅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386세대입니다. 6월 항쟁을 직접 목격했지요. 하지만 대학 이후로 대규모 집회는 여러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여섯차례 중 세번을 참가했습니다. 현장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TV로 압도적 다수를 목격하는 것도 장관이지만, 현장에서 인산인해 속에서 펭귄걸음으로 이동하고, SNS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육성으로 이야기 듣고, 인스타그램의 멋진 사진이 아니라, 실제 만질 수 있는 재미난 피켓과 배너를 보는건 느낌이 다 다릅니다. 그 와중에 느낀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
일본에 유행하는 '익스트림 출근'이란게 있습니다. 출근 전에 평상시에 꿈조차 꾸기 힘든 활동을 하고 출근하는겁니다.예컨대, 새벽에 강변에 모여 한시간동안 바베큐를 해먹고 출근한다든지, 새벽축제에 참가하고 출근. 또는 프로레슬링을 하고 출근하거나 노천탕에서 몸을 풀고 출근한다는 식입니다. 처음 시작은, 협회장을 맡게 된 아마야씨, 고지식한 엔지니어였는데 회사 가기가 죽기보다 싫던 차에 회사 반대방향으로 전철을 타버리면 어떨까 상상을 덜컥 실행해 버린데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전국적인 협회가 되어 버리자, 기업들이 속속 협찬을 해서 아침에 물총 쏘고 출근하는 장소를 공공기관에서 대주고, 화장품 뷔페를 열어 실컷 발라보기도, 농촌에서 협찬한 밥과 반찬을 먹고 출근하기도 합니다. 회..
벨기에 여행이 가장 행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맥주입니다. 와인벨트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라면 맥주 벨트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체코지요. 위도에 따라 질 좋은 보리냐 포도냐가 다르니까요. 전 지금까지 맥주벨트 5개국 중 벨기에만 못 가봤습니다. 따라서 이번 여행에서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벨기에 맥주를 다양하게 맛볼 작정을 하고 갔습니다. German Beer잠깐, 독일을 제쳐놓고 바로 벨기에가 최고라고? 독일맥주는 순수령이라는 양날의 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중세에 맥주가 대중화되자 재료에 싼걸 섞는다든지 음식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었겠지요. 신성로마제국의 바바로사 황제는 맥아, 홉, 정제한 물 이외에 다른 불순물을 넣으면 위법이라 선언했습니다. 당시 술을 만든 맥주 장인..
지난 주말의 파리 테러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세계 만방에서 애도를 하는 모습은 아직 인류애가 살아있음을 보임과 동시에,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고한 연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모습입니다. 야단법석이로 인해 다양한 연관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안전 확인 서비스 같은 경우, 하이테크가 어떻게 이런 재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한편, 아직도 세상은 서구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요.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Anonymous라는 해커그룹이 ISIS에 전면전을 선언했습니다. Anonymous는 전에 북한을 해킹하여 그 실력을 드러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NGO처럼 정의만을 추구하는 집단은 아니고, 크..
여느 국가와 달리 호텔에 들어가면 빈 냉장고가 맞이한다.층마다 자판기가 있고, 동전만 있으면 물과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참 편하다. 심지어 자판기 옆에는 환전기가 있고 환불요령이나 문제발생 시 대처방안이 상황별로 매뉴얼이 붙어 있다. 화장실은 비데와 건조기가 곳곳에 있어 우렁각시가 관리하듯 인적없이 깔끔하다.정말 기계의 나라다. 그런데, 참 사람냄새 없다. 호텔 직원과 시답지 않은 농담 주고받기나길에서 마주치는 우연의 대화에서 예정되지 않은 의외의 정보를 얻을 일도아니면 그냥 몇마디 나누고 흐뭇한 미소로 돌아설일도 없다. 점심시간에 전선의 참새처럼 줄지어 혼자 앉아 밥먹는 직장인들을 보면 눈물나게 가엽기까지 하다.무슨 재미로 살까 궁금하기도 하다. 꼭꼭 눌려진 극저 엔트로피의 사회같다.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