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입니다.

도쿄에 출장 김에 현지에 있는 친구랑 저녁을 먹었습니다. 분위기가 밝은 이자카야였는데, 서빙해주는 직원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니폼 대신 유카타를 입고, 친구랑 대화하는게 상냥하고 쾌활했지요. 말도 못알아듣지만 저마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올 땐 귀여운 유자된장 한병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제껏 도쿄에서 갔던 식당이나 술집이 스무개도 넘을텐데 그 집은 아직까지 기억이 선명합니다.

책을 읽다 문득 수년전 기억이 떠올라 구글맵을 켰습니다. 역시나.. 제가 갔던 그 집이 맞더군요. 쓰카다 농장이었습니다.

 

그다지 친숙하진 않은 단어,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입니다. 신을 대하듯, 상대를 미리 헤아려 마음 쓰는 행위 말합니다. 흔히 료칸이나 가이세키요리에서의 극진한 서비스가 오모테나시의 정수입니다. 오모테나시를 일상에 두는게 일본 다도이기도 하고요.  

 

일본 특유의 극진한 접객에는 오모테나시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은 오모테나시로 성공한 일곱개의 기업을 소개합니다.

 

잉여와 비효율로 승부하는 사토 카메라는, 빅카메라 같은 대형마트에 치이고 디카와 폰카에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카메라를 전문으로 합니다. 직원들은 잡담력으로 승부한다고 정도로 고객와 오래 대화를 합니다. 타겟이 카메라에 관심 없었던 비고객이라서 그렇습니다. 카메라에 관심 있고 잘 아는 사람은 전문점이나 인터넷을 뒤져가며 알아서 삽니다. 카메라를 딱히 생각이 없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사용할 있도록 점원과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사람들은 카메라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건 충동구매나 용팔이 후려치기와 다르지요. 실은 사토 카메라의 핵심 사업은 카메라 매출이 아니라 인화 매출입니다. 한번 카메라를 사면 10년이고 오래 쓰도록 도와주고, 대신 매장에 자주 와서 인화하면서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도시형 홈센터 도큐핸즈나 안팔리는 위주로 진열하는 빌리지뱅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점의 대척점에서 롱테일과 특이성으로 승부합니다. 서두에 소개한 쓰카다 농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을 기절시키는 접객서비스로, 농장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산지직송의 비싼 재료를 커버하는 장점으로 바꿉니다. 일어도 못하는 제가 두어시간 머물고도 수년간 인상이 깊을 정도의 서비스였습니다.

 

고객만족도 1위의 슈퍼호텔과 홋카이도 1위의 세이코 마트도 같습니다. 경영이론으로 보면 경쟁의 요소를 재편하여 이기지 못할 부분은 냅두고, 이길 부분에 역량을 집중 포진하였습니다. 숙면에만 충실한 객실이랄지, 현지화에 천착하는 총체적 밸류체인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김위찬의 블루오션이니 하멜의 핵심역량보다 오모테나시라는 표현이  적확한듯 합니다. 머리보다 마음이 앞서가야하는게 오모테나시의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잘 대하려다보니 제약이 생기고 제약을 극복하다보니 경쟁요소 재편이 필요해진 탓입니다.

 

Inuit Points 

저널리즘의 책은 제가 좋아합니다. 원래 저널리즘을 책으로 엮어보려는 기획이라 트렌디함과 깊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놓치지 않지요. 이 책은, 오모테나시든 전략캔버스건 묵직한 사고의 틀은 접어두고 사례 하나하나를 곱씹는 맛이 좋습니다. 어떤 업종에 있든 고객과의 관계, 대형사업자와의 경쟁을 고민하는 사람은 읽어보면 도움이 같습니다. 저도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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