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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여행 다니다 보면 낯선 도시의 낯선 브랜드 속에서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브랜드라면 색다르게 경험하고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암스테르담 갔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에 들렀을 때가 그랬어요. 여행 전까지 하이네켄은 제겐 애매한 맥주였습니다. 카스보다 살짝 윗길 정도 느낌. 미국에 크래프트 맥주 유행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알려졌지만, 실은 유럽 어느 동네 가도 더 맛난 맥주가 많은 딱 그 정도니까요.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본진에서 금방 담근 하이네켄은 꽤 훌륭했고, 여러 나라 로컬에서의 파생본과 차원이 다른, 원본의 진가를 알게 되었지요. 이후로 제겐 굳이 찾진 않지만 있으면 손 가는 정도로까진 격상되었으니, 하이네켄..

무지개가 있습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난 저중에서 빨간색이 제일 좋아." 있을법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누군가는 말합니다. "빨간색만이 무지개의 정답이야. 주-노-초는 틀렸고, 파-남-보는 천박해." 좀 의아합니다. 요즘 책 쓰는 진입장벽이 없다시피 낮습니다. 그래도 책으로 엮을 정도의 글이면 저자가 해당 분야에 일정 부분 경륜이나 식견이 있고, 책 부피만큼의 다채로움 정도는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기대의 배반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인문학으로 바라본 여행'이라는 컨셉은 말라가는 한국의 독자 커뮤니티에 막바로 소구하는 주요 키워드를 잘 골랐고, 좋은 조합이기도 합니다. 실제 책은 어떨까요. 그냥 책의 몇부분만 인용하겠습니다. "사랑을 얻으리라는 보장을 믿던 청년들은 이제 여행을 믿게 되었다." "저..
가장 마지막 여정은 리스본 야경을 택했습니다. 아내는 쉬고 싶다 남고, 셋만 출격합니다. 아테네에서도 셋이서만 야경 보러 바람 부는 산을 오른 적 있는데 데자부 같습니다. 야경을 위해 아껴둔 장소는 성모 언덕의 전망대(miradouro de nossa senhora do monte)입니다. 숙소에서 먼 거리는 아니지만, 오르막길이라 우버를 탔습니다. 리스본 시내 풍경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풍경을 눈에 꽉꽉 담아두고 내리막을 걸어 호텔로 옵니다. 늦은 점심이 거했고 배가 고프지 않아, 로컬 분들 많이 가는 간이식당에서 비파나 두개를 사서 들어왔습니다. 배가 여유 있고 피곤하지 않다면, 한참 머물러도 좋을만큼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윽고 귀국날.여행의 시작은 설레고 반짝이지만, ..
식사를 마쳤으되 해가 아직 중천입니다. 마지막 날 시간이 여유로우니 좋습니다. 어딜 더 가볼까 별별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테주 강너머 예수상을 가기로 합니다. 긴 이름은 예수왕 국립 성소(santuario nacional de cristo rei)인 예수상은 리우 데 자네이로의 예수상을 본딴 것 맞습니다. 한때 식민지였던 리우의 예수상에 감명받아 포르투갈 국민 청원에 의해 지어진 유래가 인상적입니다. 이 예수상은 크고 아름다운 다리를 지나서 갑니다. 다리 밑을 지날 때마다 저기 한번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예정없이 소원을 풀게 되었습니다. 이 다리는 유명한 독재자의 이름을 따서 살라자르 다리로 불리었습니다. 수십년 독재를 견디다 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뤘고 다리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Ponte..
한참 걷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 목도 말라 광장 카페에 자리를 잡습니다. 유럽 어느 광장에 있어도 행복도가 +5 상승하는데요. 광장의 매력 같습니다. 탁 트여 사람이 모이고 만나고 다시 흩어지는 전통의 플랫폼. 플랫폼이 그렇듯 광장은 사람을 유인하는 요소가 있지요. 랜드마크 건물이거나 분수, 동상, 탑 같은. 어트랙션의 나머지를 채우는건 사용자입니다. 이 날은 지독히 못부르는 가수가 저 편에서 노래를 합니다. 그래도 너무 멀어 소리가 가물거리니 나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바람을 쐬며 상그리아를 마시니 올라간 체온도 식고 팍팍해진 다리도 쉬어서 좋습니다. 카페 주인같은 여성은 영어를 잘하는데 일하시는 할머니는 영어를 못하십니다. 그럼에도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까 몸짓으로 위치 알려주시고 남녀 공용이라 누가 있..
여행 마지막 날. 원래 날씨나 돌발상황으로 놓칠 곳을 보충하려 예비로 빼둔 날입니다. 하지만 예정해둔 여행 포인트는 대부분 클리어한 상태. 오비두스(obidus)를 갈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진자(ginja) 또는 진지냐(ginjinha)라 불리우는 체리주가 유명합니다. 하도 이뻐서 왕비에게 선물로 준 마을이라 왕비마을이라는 별칭도 마음을 끕니다. 가보면 좋긴 하지만, 여행의 말미에 장거리 여행이 약간 부담스러울듯도 하여 리스본 시내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뭐하지? 식구들과 간단히 이야기해 본 후, 오늘 일정은 고공 테마로 정했습니다. 리스본은 도시 경관이 수려합니다. 도시 안에서 봐도 이쁘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절경이지요. 먼저 소피아 전망대에서 시내를 보고, 비센테 성당을 지나 알파마를 크게 돌고, 제가..
짐 찾기전 마지막으로 포르투 시내를 작게 한바퀴 돕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암기하듯 눈에 넣습니다. 관심 없어 안간 명소인 맥도널드 임페리얼 점도 들러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맥도널드 점"이란 칭호를 가진 곳입니다. 인테리어가 고급지긴 하지만, 맥도널드는 맥도널드지 어디 가겠습니까. 그래도 누가 만들었는지 관광 마케팅에는 쓸만한 캐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을 찾은 후 시간 여유가 좀 있습니다. 일단 역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버를 타고 가는데 포르투갈 우버 기사는 다들 왜 그리 잘생겼는지, 이분도 영화배우 느낌이 납니다. 저는 브라질 살다 왔어요. 아 그래요. 적응 잘돼요? 차가 새거라 훌륭해요.회사차인걸요.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아저씨가 "근데 역..
와이너리가 있는 가이아 지역은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갈 순 있지만, 되짚어 걸어오긴 먼 거리라 우버를 탔습니다. 우버 기사 만나면 수다를 많이 떠는데, 현지 정서를 알기 제일 좋은 시간입니다. "포르투FC 좋아해요?" -포르투 버전 "어느 팀 응원해요,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버전 로컬사람과 대화할 때 급속도로 친해지는 마법의 질문입니다. 포르투갈은 축구의 나라고, 리스본과 포르투는 매우 자부심 강한 축구의 도시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이 축구에 흠뻑 빠진 이유가 독재자 살라자르 정권 시절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3F(Futebol, Fado, Fatima) 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 없는 다른 라틴계 나라도 축구에 미쳐있는걸 보면, 이용했을망정 조성한건 아닌성 싶습니다...
어느 골목이나 아름다운 포르투 시내를 흥겹게 걸어 도우루 강변까지 갔습니다. 포르투 오는 기차 객실에서도 반은 한국인이었는데, 시내 걷는 도중에도 역시 엄청난 한국인 관광객을 보게 됩니다. 딱 이태원을 걷는 느낌입니다. 현지인 제외하고 반은 한국인, 일부 일본인, 나머지 유럽과 남미인 정도의 분위기. 중국 관광객이 없어 매우 쾌적하기도 합니다. 아내가 묻습니다. "왜 이리 한국사람이 많을까? 근데 다들 매너도 좋은거 같아" 저는 대답합니다. "파란 샤넬백인거지." 팟빵인지 유튜브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친구가 말했다고 합니다. '저 ㄴ은 무슨 복으로 파란 샤넬을 들고 다닌대?' 갑자기 첨 본사람에게 뭐 그리 거칠게 말하냐 물었더니, '그렇잖아. 샤넬은 검은 색이 기본인데, 파란 샤넬을 들고 다닌다는..
벨렝에서 하루 자도 좋다 싶을 정도로 감흥이 많았던 하루입니다. 그래도 숙소로 복귀는 해야하기에 나타를 더 사서 리스본으로 복귀합니다. 트램은 줄이 길어 멋스러운 이동은 포기하고 줄이 짧은 버스를 탔습니다. 대신, 재미한번 더 느끼고자 소드레 역에서 내려 바이후 알투로 올라가는 케이블 트램, 아센소르(ascensor)를 탑니다. 이건 바이후 알투를 걸어 다니던 중, 우연히 올라오는 트램을 봐두었던건데, 벨렝의 산뜻한 전원적 풍경에서 다시 복닥한 시내로 오는 모드 전환에 좋은 아이템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알파마보다는 덜해도 길이 네모반듯하지는 않은 시아두 거리를 구글 맵따라 잘 찾아서 아센소르 정거장에 들어섰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올라가는 트램과 유사합니다만, 규모와 풍경은 나이아가라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