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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Arrival) 본문
원작인 'Story of your life'를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
꽤 복잡한 개념이 들어가서 이걸 어떻게 visualize할지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 찬사 받은 소설을 영화화해서 욕 안먹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원작 생각하면 솔직히 실망스럽지만 반면에 어려운 이야기를 나름 잘 풀어 나갔다.
테드 창의 핵심은
언어는 사고를 규정한다.
만일, 시간에서 자유로운 언어가 있다면, 사고도 시간에서 자유로와지지 않을까?
라는 SF적 상상력에 있다.
그리고 SCIENTIFIC novel 답게 다양한 과학적 근거로 독자가 수긍하도록 설득의 수위를 높인다. 그 중 가장 직관적 논증은 빛의 굴절이다. 빛이 최단 경로로 가기 때문에 매질이 달라질 때 굴절을 한다. 근데 끝점을 미리 알지 못하면 어떻게 최단경로를 알 수 있을까. 즉 과학적으로 끝점 또는 '정해진 미래'를 알 수 있는 차원이 있으리란 발상이다. 궤변이지만 꽤나 신선한 착안이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미래를 아는 것을 신비한 초능력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대중성을 고려한 남루한 타협이고 원작은 우회하지 않는다.
SF는 과학에 기반한 생경한 설정을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데 매력이 있다. 복잡하거나 번거로운 증명은 차치하자.
만일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 삶을 받아들일까? 철학적 질문이다. 어찌보면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 슬퍼하고 기뻐하고 행복하게 산다. 비극의 결말을 안다면 슬몃 슬픈 느낌이 있겠지만, 그래서 순간순간이 빛나게 감동적이고 고맙기도 할테다.
그런면에서 테드 창이 제시한 세계관은 묻는다. 운명에 대처하는 당신의 자세가 어떠한지. 받아들일텐가? 슬퍼할텐가, 감사할텐가?
마지막으로 제목은 언급해야겠다. 컨택트? 난 조디 포스터의 영화를 재개봉하는줄 알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서정적 제목을 버릴 이유도 못찾겠지만, arrival이라는 중의적 제목을 굳이 괴랄하며 이미 소비된 컨택트란 워딩을 택한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제목 지은 사람은 조리 돌림 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테드 창의 소설 모음집은 강력 추천한다. 과작으로도 유명한 테드 창의 진수가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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