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셋째 날은 벨렝 가는 날입니다.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외곽에 있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때 왕가가 화를 면하게 된 곳이기도 합니다. 공주들이 벨렝의 수목원이가를 가고 싶다해서 왕은 벨렝으로 이동했습니다. 벨렝의 성당에서 미사를 하던 중 발생한 지진에서 벨렝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왕실도 안전했습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은 벨렝이 암반 위에 있어 지진에 강하다고 합니다


이런 우연으로 왕이 건재했고, 멘탈은 무너진채 카르발류에게 리스본 재건과 개혁을 일임해서 포르투갈은 몰락을 면했습니다. 왕이 죽고 도시와 경제가 파탄에 빠진채 왕위계승 전쟁이 나고 민심을 수습한다고 혹독한 종교적 구심점이 되는 왕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오늘날 포르투갈은 매우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전날 미리 사둔 리스보아 카드를 사용합니다. 관광용 카드라서 모든 교통수단 아니라 주요 관광지에 무료 또는 할인으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리스본 시내 여행을 몰아서 때는 매우 효율적입니다.

 

덜컹거리는 트램을 타고 풍경을 정신없이 보다보니 금방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나옵니다. 여기는 신트라의 페나성처럼 리스본 관광객이이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라 줄이 항상 깁니다. 시간 아끼려면 10 개장에 맞춰 가야 시간을 줄인다는 딸램의 성화로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가보니 효과가 있습니다. 10 정도 전에 도착했는데 줄이 짧아 개장하자마자 바로 입장했습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부속된 성당도 볼만합니다. 여기에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묻혀 있는데, 가장 유명한건 바스쿠 가마지요. 포르투갈의 위대한 문학가로, 바이후 알투에 자기 이름이 붙은 광장이 있는 까몽이스도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융성 시대에 재임한 왕이 마누엘 1세입니다. 이때 지어진 건축물들이 당대의 화려함을 자랑하는데, 포르투갈 특유의 양식이 있습니다. 바다를 상징하는 패턴이 양각된다는 점이죠. 기둥을 보면 돌을 깎아 만든 밧줄과 , 산호초를 비롯해 대작은 바다생물 또는 괴물까지 나옵니다. 이는 바다에 기대어 살고 바다와 싸우며 나라를 발전시켜온 포르투갈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문맹이 많아 성서를 성당 벽에, 역사를 공공건물 벽에 새겨야 하는 중세의 특성도 반영이 된거지만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마누엘 양식의 전범으로 불리웁니다. 피렌체 두오모나 로마 성당 때처럼 한참을 들여다봐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오브제가 눈에 들어오고, 빛이 바뀜에 따라 자아내는 감성이 달라집니다.

 


아침에 일찍 움직여 배도 출출하고. 바로 나타 집으로 갑니다. 벨렝 빵집(Pasteis de Belem) 리스본 여행객의 필수 요소로 알려져 있지요. 나타(pastel de nata) 흔히 에그타르트라고 불리우는 빵의 포르투갈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에그타르트라는 명성을 먹어본 사람들마다 간증하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은 마카오에서 맛난 에그타르트를 먹고 정도 에그타르트를 찾아 많이 시도했었습니다. 주로 홍콩, 일본과 파리 같이 빵을 만들고 문화적으로 포트투갈과 그나마 연관성이 있는 곳인데요. 그래도 마카오만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에그타르트는 정말 다릅니다. 겉의 페스트리는 졸깃하게 바삭하고 안의 크림은 달지 않으면서도 식감 좋은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맛이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수녀님들 옷에 풀을 먹이는데 계란 흰자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남는 노른자로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는데 맛이 좋았고, 수도원 빵집에 레시피를 알려줬다고 합니다. 1837년부터 지금까지 빵집에는 항상 세명만 레시피를 알고, 셋은 함께 차를 타지도, 회식을 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 역공학하면 못할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여행의 재미를 위해 브랜드 스토리를 믿기로 합니다. 그게 행복하니까요.

 

밥때가 아니라 맛이나 보려고 들어간터라 넷이서 여섯개를 시켰습니다. 먹다가 다들 입 딱 벌어지고, 먹고 싶어서 6개를 추가로 주문했지요. 주문 받는 핸섬한 서버 아저씨가 '쯧쯔 그럴줄 알았지' 느낌으로 눈을 찡긋합니다.

 

결국 인당 세개나 먹었음에도, 오후에 벨렝 지구에서 한참 놀다 숙소 가기 전에 다시 와서 6개들이 박스를 하나 사갔습니다. 놀라운건, 새로 에그타르트 그 밤엔 배불러 못먹고 다음날 되어서야 먹었는데, 그래도 맛이 훌륭했습니다. 가게에서 방금 만들어 따끈하게 내온 것만 못해도, 다음날까지 파삭함과 크림의 부드러운 질감이 유지되는걸 보고, 뭔가 레시피가 있긴 있나보다 생각했지요.

 

포르투갈 식으로 나타를 먹는 방법은, 고운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는겁니다. 설탕은 단거 싫어해 생략하고 시나몬만 뿌렸는데, 과연 맛이 훨씬 깔끔해지고 많이 먹게 됩니다. ;; 아무튼 이후로도 나타 좋아하는 딸램 덕에 포르투갈 뜨는 날까지 매일 두개는 계속 먹었는데 다 맛이 좋았지만, 벨렝의 이집만한 곳은 봤습니다. 포르투에서 한집이 그나마 비슷.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벨렝의 나타를 먹는 순간, 다른 에그타르트가 맛없어 보이는 저주에 걸릴거다.

 

그래도 어느 레벨되어야 이상적인지 알려면 저주에 걸릴걸 알면서도 먹을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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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세트가 아니라고?

페나성(Palacio de Pana)은 여행 사진으로 볼때부터 아기자기한 미감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허나 실제로 가보니, 초현실적이었습니다.

 


무어인의 성에서 버스로 정거장, 걸어도 15분거리지만 오르막입니다. 체력을 아껴야 하는 여행객은 신트라 패스로 버스를 타고, 여정이 넉넉하면 산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좁은 산길에 거의 꽉차는 버스는 구불구불 길을 잘도 가는데, 마지막 모퉁이를 돌면 눈앞에 튀어나오는 노란 성은 소리가 나옵니다.

 

페나성은 유명한 관광지라 무어성보다 줄이 몇배 깁니다. 하지만, 딸램의 사전조사로 무어성에서 통합 입장권을 샀기 때문에 우리는 안서고 바로 입장했습니다. 피같은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최소 반시간 이상 아꼈고, 괜히 기분으로 흡족히 입장했습니다. 페나성은 정문에서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하면 3유로 정도하는 카트를 타도 됩니다. 우리는 내면 마음이 불편하니 신나게 걸어 갔습니다. 사실 포르투갈 정도 언덕은 한국사람에겐 귀엽습니다. 연일 다니는게 힘든거지.

 

신트라 마을에는 리스본 왕가가 더위를 피하던 여름궁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트라 여행의 주요 목적이라 정도로 페나성이 유명하지요. 기암절벽위에 강렬한 원색의 성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성은 페르디난트 왕이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는데, 부자의 왕놀이보다는 자체의 생김새가 눈을 잡고 놔주지 않습니다.

 


건물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슬람 양식과 고딕, 심지어 포르투갈 고유의 마누엘 양식까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오욕의 세월을 견뎠다는 이야기고, 한발 물러서 보면 사실 건물이 욕볼일이 뭘까 싶기도 합니다. 거주하는 사람이 서로 이기고 바뀌었을 뿐이지.

 

아무튼 인생사진 건진다는 페나성에서 아이폰X 초상화 모드로 사진을 잔뜩 찍고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멋진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레스토랑 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카페(Tasca보다 캐주얼해서 음료와 가벼운 빵을 파는 식당의 통칭)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산위에서 바람을 많이 맞아 뜨끈한 빠니니가 매우 반갑습니다.

 


다음은 헤갈레이라 별장(Quinta da Regaleira). 장소를 점지한 딸램은 어떤 곳인지 알고 갔지만 저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갔다가 가장 즐거웠던 곳입니다. 왕궁도 아니고 백만장자의 별장이 대수라고.. 생각했던 저는 짧았던 소견을 뉘우쳐야 했습니다.

 

정원의 여러가지 탑과 인공호수, 건물들도 아름답지만 이런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수도 없이 봤으니 넘어가고.. 별장에는 매우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3차원적이고 매립형이라 사진으로는 제대로 보여주기도 힘들어요.

 

일단 설명하면 언덕의 위에 작은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돌무더기 사이에 돌판으로 문이 있는데 문을 열면 동굴입구가 나옵니다. 그리로 바로 들어가도 되고 돌무더기에서 약간 내려오면 작고 평평한 운동장이 있는데 여기에도 비밀의 돌문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듯, 돌판인데 밀면 회전하면서 한명이 빠져나가도 다시 닫히는.

 


입구로 들어서면 밑으로 깊이 파인 원형 계단이 있습니다. 결국, 언덕속에 묻혀있는 탑인겁니다


탑을 따라 내려가다가 길이 아닌듯 어둠속으로 분기해서 수도 있습니다. 깜깜한 동굴을 믿음 하나로 걸어 밖으로 나가면 전체 언덕의 중턱으로 빠져 나옵니다. 광장과 분수도 있고요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고 중간이므로 다시 원형계단을 따라 탑의 끝까지  내려갑니다. 탑의 바닥에서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멀리 보입니다


다시 원형 바닥에 어두컴컴 뚫린 구멍으로 몸을 낮추고 걸으면 미로 동굴이 나옵니다. 미로 동굴의 끝에는 폭포가 보입니다


폭포 넘어에 언덕 아랫자락인거죠. 언덕 속에 거대한 탑과 미로 동굴이 폭포와 숨은 돌문 속에 숨어 있는 구조입니다.

 

철학적으로는 탑의 최상층에서 아래로 가서 폭포로 나오는 과정이 죽음 이후의 환생 과정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매순간이 매우 기이하지만 가슴 설레이는 경험입니다. 어른을 위한 놀이터라고나 할까요. 헤갈레이라 별장은 브라질과의 커피무역으로 돈을 많이 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돈만 있다고 이런걸 쉽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인장의 세계관이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페나성과 헤갈레이라 별장, 정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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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ibest 2018.02.02 08:57 신고

    열혈독자가 다음 포스팅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페나성 딱 내 스똬일~

  2. BlogIcon Inuit 2018.02.03 10:51 신고

    응 페나성 가서 너가 이거 보면 꽤 좋아하겠다 생각했었네. 근데 사실 헤갈리이라 가면 더 좋아할걸. 완전 인디아나 존스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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