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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거의 모든 것의 역사

Inuit 2005. 6. 15. 00:29

Bill Bryson

(원제)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처음 이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정말로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를 썼을까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니, 웬걸, 과학에 관한 책이란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에 나온 것처럼,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비유해보자.
단세포 동물이 처음 출현한 것은 새벽 4시경이었지만, 그뒤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저녁 8시 30분에야 최초의 해양식물이 등장하고 밤 9시 4분에 캄브리아기의 스타, 삼엽충이 등장한다.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육상 식물이 돌연 나타나고 그 직후 육상 동물이 출현한다.
이때 지구는 10분간 온화한 기후가 주어지고 이 덕에 10시 24분 숲과 곤충이 나타나게 된다.
11시 직전에서야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족속이었던 공룡이 나타나서 무려 45분간을 지배한다.
자정 21분 전에 공룡은 돌연 사라지고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다.
인간의 출현은 자정전 1분 17초이고 이중 호모 사피엔스는 3초가 될까말까이다.

즉, 지금껏 우리가 아는 기록된 역사는 위의 비유에서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니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는 물리, 화학, 지질, 유전학 등이 역사를 기술하는 적확한 언어인 것이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과학의 문외한으로서 과학을 설명하는 책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현대 과학의 state of art를 두루 섭렵하고 수많은 과학자를 인터뷰하여 명저를 완성하였다.
(거의 20년 전이지만) 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놀랄만큼 현대과학의 이슈는 다양하고 찬란하며 인간적이다.
입시를 위한 과학 이후로는 별로 흥미가 없었던 과학 제분야를 어찌나 생동감있게 묘사했는지 재미나고 친근한 과학이 되는 느낌이다.

이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과학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세계 과학계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한데, 물리하는 사람은 물리만 하고 지질하는 사람은 지질만 하고, 또 일반인은 그런 체계를 그대로 배우다 보니 사실은 하나의 문제를 각각으로 보게 된다.
빙하주기를 측정하는 책의 사례처럼 지질학의 고민은 사실 천문학에서 알 수 있는 답인데도 말이다.

인상깊은 대목이 많지만, 특히 와닿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인류에 관한 부분이다.
전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볼때 인류는 갓 번성하기 시작한 족속이라는 점.
그 성패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지금까지를 따지면 삼엽충이나 공룡이 그나마 성공했던 선조라는 점.
미시세계로 내려가보면, 사실 인류는 DNA의 숙주라는 점.
우리는 DNA의 보존을 위해 주어진 다양한 인센티브(성적 만족이나 성취감)에 그저 만족하고 살아갈 뿐이고 환경이 급변하면 새로운 숙주가 우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

우주의 탄생부터 원자의 세계, 그리고 지구의 총 역사를 보고나면 갑자기 사는 것이 시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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