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Bryson

(원제)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처음 이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정말로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를 썼을까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니, 웬걸, 과학에 관한 책이란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에 나온 것처럼,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비유해보자.
단세포 동물이 처음 출현한 것은 새벽 4시경이었지만, 그뒤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저녁 8시 30분에야 최초의 해양식물이 등장하고 밤 9시 4분에 캄브리아기의 스타, 삼엽충이 등장한다.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육상 식물이 돌연 나타나고 그 직후 육상 동물이 출현한다.
이때 지구는 10분간 온화한 기후가 주어지고 이 덕에 10시 24분 숲과 곤충이 나타나게 된다.
11시 직전에서야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족속이었던 공룡이 나타나서 무려 45분간을 지배한다.
자정 21분 전에 공룡은 돌연 사라지고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다.
인간의 출현은 자정전 1분 17초이고 이중 호모 사피엔스는 3초가 될까말까이다.

즉, 지금껏 우리가 아는 기록된 역사는 위의 비유에서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니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는 물리, 화학, 지질, 유전학 등이 역사를 기술하는 적확한 언어인 것이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과학의 문외한으로서 과학을 설명하는 책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현대 과학의 state of art를 두루 섭렵하고 수많은 과학자를 인터뷰하여 명저를 완성하였다.
(거의 20년 전이지만) 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놀랄만큼 현대과학의 이슈는 다양하고 찬란하며 인간적이다.
입시를 위한 과학 이후로는 별로 흥미가 없었던 과학 제분야를 어찌나 생동감있게 묘사했는지 재미나고 친근한 과학이 되는 느낌이다.

이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과학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세계 과학계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한데, 물리하는 사람은 물리만 하고 지질하는 사람은 지질만 하고, 또 일반인은 그런 체계를 그대로 배우다 보니 사실은 하나의 문제를 각각으로 보게 된다.
빙하주기를 측정하는 책의 사례처럼 지질학의 고민은 사실 천문학에서 알 수 있는 답인데도 말이다.

인상깊은 대목이 많지만, 특히 와닿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인류에 관한 부분이다.
전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볼때 인류는 갓 번성하기 시작한 족속이라는 점.
그 성패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지금까지를 따지면 삼엽충이나 공룡이 그나마 성공했던 선조라는 점.
미시세계로 내려가보면, 사실 인류는 DNA의 숙주라는 점.
우리는 DNA의 보존을 위해 주어진 다양한 인센티브(성적 만족이나 성취감)에 그저 만족하고 살아갈 뿐이고 환경이 급변하면 새로운 숙주가 우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

우주의 탄생부터 원자의 세계, 그리고 지구의 총 역사를 보고나면 갑자기 사는 것이 시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14) 2007.08.12
마인드 해킹  (22) 2007.05.26
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38) 2006.10.21
WiBro 사용기  (4) 2006.05.21
거의 모든 것의 역사  (9) 2005.06.15
오.. 구글 데스크탑  (5) 2005.03.08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이 하나이고 , 댓글  9개가 달렸습니다.
  1. 구경만 하다가 글 남기네요. 마지막부분의 말씀, &#039;과학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039; 란 말씀. 늘 문제와 사건의 관점을 멀티디시플리너리하게 보려 하지만, 지식의 부족을 핑계삼아 포기해 버리고 마는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것과도 일견 상통하네요. 학교때 어느 교수님께서 &#039;만약 과학자와 과학자가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서로의 학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만 있다면 인류는 지금의 100배로 발전할 수 있을것&#039; 이라고 말씀하신것도 기억나고. ^^ <br />
    <br />
    DNA 에 관한 책중에 &#039;이기적 유전자&#039;란 책을 봤었는데, 아마 흥미로우실 겁니다. (이미 독하셨는지도...^^) DNA 란 놈들이 인류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가 &#039;과학적&#039;으로 증명되어 있더군요. ^^<br />
    <br />
    항상 좋은 정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homepage>http://www.photable.com/scjin</homepage> -->
  2. 분명 잘 쓰기는 했는데... <br />
    <br />
    아무래도 현대 과학까지 600p도 안 되는데 구겨넣다보니 좀 어렵더라고요...; <br />
    <br />
    문과생의 비애인지, 제가 무식한건지... 솔직히 벡터가 뭔지도 며칠 전에 알았습니다-_-<br />
    <br />
  3. 호..맨 DNA가 우리를 이용해 먹는다는 부분 흥미롭습니다. <br />
    Inuit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됩니다. 저도 책을 좀 읽어야겠는데..잘 안되는군욧! <br />
    Inuit님께서 요약을 너무 잘해주셔서 그래욧!<!-- <homepage>http://elwing.egloos.com</homepage> -->
  4. 찐 // 커밍아웃을 축하해야 할지 감사드려야 할지... 아무튼 반갑습니다. ^^<br />
    10년전에도 multidisciplinary study가 화두였습니다. 그나마 공학은 mechatronics, MEMS, optoelectronics, nano-technology 등등 자본과 시장이 모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자발적 통합의 동기가 부여되는데, 자본하고 동떨어져서 고매하게 연구에 매진하는 소위 순수학문쪽에서는 구태여 고생스럽게 남의 학문을 배울만한 이유가 없는 듯 합니다. 그 교수님의 지적이 절대로 과장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br />
    <br />
    &#039;이기적 유전자&#039;는 아직 안 읽어봤습니다. 위의 글이 실은 도킨스의 주장에 기반한 것이지만요. ^^
  5. 누드모델 // 그.. 그럼... 매트릭스는...? -_-
  6. 엘윙 // 엘윙님을 위해서, 앞으로는 책을 읽은 후에도 30자평을 해야겠군요! ^^
  7. 찐 //<br />
    multidisciplinary 라는 말씀을 들으니 bubble box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Berkeley의 물리학자 Luis Alvarez와 지질학자인 그의 아들 Walter Alvarez가 70년대에 공동으로 발표했던, 6500만년 전의 공룡 멸망의 원인을 멋지게 설명한 K/T event theory가 문득 생각납니다.<br />
    <br />
    Alvarez 父子의 예에서 보듯 multidisciplinary 혹은 interdisciplinary study는 학자들 특유의 고집과 쫀쫀함으로 인해 한국에서든 歐美에서든 가족이나 친지 정도의 유대감이 없다면 아직 至難할 듯 싶습니다. 아쉽게도...<br />
    <br />
    Inuit //<br />
    &#039;입시를 위한 과학&#039; : 난 아직도 물리학을 단순한 &#039;算術&#039;로 격하시킨 한국의 고교 물리 교육 과정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네. 계산문제만 죽어라 풀다가 고3 때 과기대 입시 문제를 접했을 때의 충격이란... 계산이 전혀 없는 물리 문제들을...<br />
    <br />
    여담이네만, 군복무 시절에 장교 선발 시험의 전공 분야 출제 의뢰가 들어왔을 때 위의 경험을 상기하며 기사 시험 문제집 류의 문제를 출제하던 관행을 깨고 계산기가 전혀 필요없는 문제들을 잔뜩 내 주었는데(사실 출제하기는 이게 더 어렵더군...), 이 시험 치고 들어왔던 후배의 말을 나중에 들어 보니 시험보면서 출제자 욕을 속으로 엄청 했다 하더군...^^
  8. 波灘// <br />
    지금 생각해 보니 제 석사논문이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인터페이스를 &#039;연구(라기 보단 그냥 슬쩍 본)&#039;한 usability testing 쪽이었는데, 그때 제가 결론 및 제언으로 언급한 내용이 일제시대를 거친 우리나라 문화와 일본내의 무선인터넷서비스와의 상관관계까지 들먹이면서 썼던 기억이... 결국은 교수님들께 &#039;황당하다, 소설쓰냐&#039; 란 말을 듣고 대폭 수정을 했습니다만...^^ <br />
    <br />
    어쨌든 전 현재 공학을 업으로 삼고 있진 않지만, 현재 저의 필드에서(광고를 합니다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공학적으로 접근한 몇몇의 프로젝트에서 &#039;신선하다&#039;란 말을 듣습니다. <br />
    <br />
    굳이 광고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른 경험과 다른 전공의 인재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으로 문제를 풀면, 지금보단 훨씬 &#039;잘풀리는&#039; 문제해결방법이 되지 않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br />
    <br />
    <br />
    Inuit //<br />
    예전에 &#039;마이크로소프트의 비밀&#039;이란 책에서 빌게이츠가 사원선발시 냈던 문제를 보고는 여러가지 상념에 잡혔었습니다. <br />
    <br />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단순히 한가지 공식에 대입해서 나오는 한가지 답만이 아니었단 말이 정말 당연하지만, 그 당시엔 참으로 빌게이츠가 &#039;기특&#039;했습니다.<br />
    <br />
    저두 여담이지만, 제가 예전에 사원선발과정에 참여했던 적이 한번 있었는데, 이런 비슷한 문제를 냈었는데, 위에 팀장님이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더군요. ^^ <br />
    무척 민망했던 기억이... T.T <!-- <homepage>http://www.photable.com/scjin</homepage> -->
  9. 波灘 // 맞아. 과학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고등학교 학생이 1%라도 될까..<br />
    그나저나 출제 건은 좀 파탄스럽군. ^^ 조직이 받아 들일만큼 먼저 하고 또 해야지..<br />
    <br />
    찐 // 요즘은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창의성 위주의 교육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br />
    토론도 많이 하고..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지겠지요? ^^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