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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로 부활한 라디오 스타

Inuit 2006. 11. 5. 16:21
들어가면서
뉴 미디어에 관한 생각을 포스팅으로 정리해볼까 생각한게 벌써 몇 주째입니다.
썩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니 제 스스로가 흥이 안나 마냥 귀찮았습니다. 10월 내내 너무 바빠서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지요. 게다가, 사용하려는 자료가 올초 업무상 산출물이라 공개하면 안될 부분을 빼고 나면 매우 밋밋해서 더욱 따분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선뜻 손이 안가서 내버려두던 중, 영화 '라디오스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억지로 잊고 말려던 뉴 미디어란 주제와 매우 부합합니다. 최소한 제 스스로 재미는 생겼습니다. 오늘도 한번 달려 봅니다. -_-

Disclaimer 이 포스트는 '라디오스타'라는 영화의 리뷰가 아닙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차용할 뿐입니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영화의 내용을 들쭉날쭉 미리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또는 영화의 맥락에 대한 설명없이 허리를 끊어 내어 비유를 할겁니다. 그러니, 영화를 안 보신 분은 더 이상 읽기를 멈춰주시면 고맙겠습니다.(돌아가기)


최곤은 왜 몰락했는가?
영화에도 안나온 몰락의 이유라니 뭔 소린가 하시겠습니다.
미디어를 먼저 보겠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니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는 다양화 되었습니다.
결과는 뉴 미디어와 올드 미디어의 대격돌 양상이지요.


신문의 사례를 볼까요? 메이저 3대 신문의 신문산업 내 지위는 공고했지만, 전체 신문의 열독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략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쭈그러지는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정작 급한 일은 누가 1,2,3등이냐가 아니라 산업간의 충돌 이후 헤게모니의 향방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올드 앤 뉴 미디어 간 헤게모니 싸움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바로 광고 수입입니다.


전통적으로 유력 미디어인 TV와 신문의 영향력 감소는 수익의 감소로 직결되게 되었습니다. 2005년 국내 총광고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제로섬이었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파이를 뉴 미디어가 가져간거지요. 미국은 더 비참합니다. 전체 광고시장이 2005년 4%로 소폭 늘었음에도 전국 TV, 전국 신문은 오히려 파이가 줄어들었으니 말입니다.


결국 올드 미디어의 사업구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널리즘을 통해 언론이라는 권력을 생성하고, 구독자와 광고를 유치하여 사업기반을 공고히 합니다. 사업 기반을 현금으로 전환하고 잉여자본은 저널리즘을 개선하는 투자 재원이 됩니다. 이런 선순환이 80년대까지의 사업모델이었습니다. 뉴 미디어 시대에서는 올드 미디어의 위상이 추락함에 따라 사업 기반의 전이가 이뤄집니다. 그에 따라 수익은 새어나가고 서서히 악순환에 들며 나락으로 선회하는 모델이 됩니다.

스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팬덤을 형성하고 음반 판매와 CF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음 작업을 할 여력이 생기면 선순환이지요. 최곤처럼 자기 세계에 빠져 마약을 하고, 폭력을 휘둘러 감방에 심심찮게 드나들며, 대중의 인기와 카리스마를 잃으면 수익기반의 붕괴와 함께 밤무대를 전전하는 부나방 신세가 되는 겁니다.


영월의 DJ 2.0
최곤은 왜 영월에서 재기에 성공했을까요.


이번에도 미디어를 먼저 보겠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기본공식은 Push형 소비구조였습니다. 분배 과정은 채널형 소비입니다. 기본 철학은 "You decide, we consume."이지요.
하지만 뉴 미디어 시대에서는 Pull 방식의 미디어 소비를 합니다. 분배과정은 네트워크 형태입니다. 기본 철학은, "We decide what is news."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뉴스의 수명조차도 미디어 소비자가 결정합니다. 뉴스의 가치도 종전과 다르게 판단합니다. 특히 블로고스피어가 개입하면서 이러한 뉴스 미디어의 소비 패턴은 불확실성과 다양성이 폭증하게 되었습니다. 뉴스의 후기, 독자가 발굴한 뉴스 자체가 새로운 뉴스가 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황우석 교수 사건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드 미디어는 아직 agenda setting 능력이 있다, 하지만 뉴 미디어의 고객 지향성과 적극적 미디어 프로슈머는 새로이 등장하여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화려하게 고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황우석교수 사건을 drive한 측은 올드 미디어였지만, 사진 합성 이후로 실질적인 뉴스 소비 양상을 주도한 측은 뉴 미디어와 네티즌이었습니다.)

라디오스타를 볼까요. 영화속 임백천은 과거의 방식대로 DJing을 했겠지요. 음악도 사연도 이 정도면 좋을 거라고 알아서 틀었을겁니다. 듣는 사람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재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인터넷을 보겠지요. 소비자가 외면하니 광고도 떨어져 나갑니다. 방송국에서는 DJ를 자르는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할테지요.

최곤이 처음에 그토록 무시했던 영월이지만, 영월 주민들은 전형적인 뉴 미디어 소비패턴을 보입니다. 내가 참여하고, 나의 스토리와 컨텐츠(UGC)가 우선 순위를 갖는거지요. UGC의 성격상 컨텐츠는 또다른 연결형 컨텐츠를 낳습니다. 다방 김양의 외상값 갚으라는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공지였지만, 돈을 갚은 철물점, 세탁소 주인은 또 다른 후속 컨텐츠의 주인공이 되지요.
최곤의 KSF(Key Success Factor)는 두가지였습니다.
첫째, 영월 바닥의 소식이 오가는 플랫폼을 제공했다는 점.
둘째, 가식없이 막나가는 문화를 통해 컨텐츠 생성과 소비를 조장했다는 점입니다.


영월에서 전국을 쏘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스토리 전개상 최곤이 서울로 가지 않고 영월에서 전국 방송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만일 최곤이 서울로 갔다면 오히려 정착이 힘들었으리라 예측합니다. 영월에서의 성공요인은 산간 지역 특유의 넉넉한 인심에 의존한 막나가는 방송 스타일과 동네 사람들의 참여에 의한 UGC인데 서울로 갑자기 옮기면 두가지 모두를 버리고 새로 구축해야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최곤의 방송이 전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는 영월의 질박한 상황과 가식없는 방송 그 자체입니다. 갑자기 세련된 컨텐츠로 물갈이가 되면 몹시 당황스럽겠지요. 요즘 세상에 기술은 충분히 발달하여 거리는 사라졌고 시간도 소멸되고 있으므로, 비용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영월의 연속성을 이어 서서히 옮기는 방식이 더 맞을 겁니다.

미디어를 볼까요.

모 신문사의 가치사슬을 분석했던 자료입니다. 가입자당 12,000원을 받는다치면 기사 생성에 드는 비용이 1,500원 인쇄비가 10,000원선, 영업 및 배송에 7,000원이 소요됩니다. 이중 광고로 7,500원을 커버하고 구독료를 받으면 인당 월 500원 남기기가 힘겨운 구조입니다. 지식산업의 대표 주자로 불리워도 손색없는 신문사지만 전형적인 굴뚝산업의 특성을 보이지요. 변동비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뉴 미디어 시대에 맞설 답은 방향이 보입니다. 인쇄 및 배포 비용을 최소화하고 지식 컨텐츠의 레버리지를 최대화 해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소비를 진작할 여러 방식을 조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영화속 상황으로 말하면, 괜히 서울로 옮기지 말고 영월 컨텐츠를 이용해 전국으로 그냥 쏴버리는게 득이 된다는 겁니다. 차츰 부산과 광주 소식을 더해나가면서 말입니다.


Brand is King
설마 최곤이 이런 계산을 염두에 두고 방송을 했겠습니까. 어찌보면 우연히 재기에 성공한 기연체 영화라고 폄훼를 받아 마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곤이 아니었으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단 하나의 중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입니다.
뜬금없는 자체 방송에 Rock'n'Roll을 틀어대는 엽기적 방송이, 그나마 정착되기 전의 불안정성을 극복했던 이유는 최곤이 그래도 왕년의 스타였기 때문이지요. 브랜드 효과는 고객 접점의 순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유지에는 다른 요소가 많이 개입되구요.

뉴 미디어의 핵심요소도 브랜드입니다.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극도로 미미하므로 브랜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중요한 맥을 갖습니다. 검색을 하려면 어딜 가십니까? 동영상 검색이라면? 지식 검색은? 사진과 음악은? 여행 관련한 정보라면? 각각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지요? 높은 최초 상기율을 가진 기업이 선두권 업체일겁니다. 그리고 대개 돈을 벌고 있거나 곧 벌겠지요.


New Media killed Old Media Stars
재미난 드라마와 스토리를 이렇게 낱낱이 해부해서 구조를 까는 일처럼 매력 없는 짓도 없지요. 게다가 이해 못할 jargon과 slang이 난무하는 끔찍한 포스팅이었습니다. 다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재미없는 이야기를 전달해 보자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이해해 주시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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