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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한줄 評

한줄평, 마이크로 블로그 그리고 하이쿠

Inuit 2007. 4. 19. 22:53
시간이 없어서 길게 썼습니다. -마크 트웨인

이번주에 컨디션이 안좋았습니다. 며칠간 블로그를 방치하니 희한하게도 몹시 켕기는군요. -_-
와중에 짬짬히 블로그를 돌다보니 좋은 글이 있었습니다.

아거님 께서 플레이톡과 미투데이, Jaiku 같은 마이크로블로그와 일본의 하이쿠(俳句)와의 analogy에 대해 흥미로운 글을 쓰셨습니다. susanna님 또한 일본의 SMS 모블로깅과 하이쿠 전통간의 연관성에 대해 의미있는 통찰을 보여주셨구요.

다채로운 포스팅을 모토로 하는 -_- 제 블로그에도 마침 운율을 이용한 포스팅이 좀 있었습니다.
소위
4언절구 포스팅이지요. 엄격한 4-4조는 우리말에 딱 맞는 운율은 아니지만, 대체로 3-4조와 4-4조의 리듬감은 한국사람에 내재된 전통 운율이란 생각을 합니다. 특히 어느 블로거의 독백 이란 글의 댓글에서 보듯 많은 분들이 흥겹게 동참해주시는 대중성을 확인한 바도 있습니다.

그리고, 큰 호응은 없어도 간간히 잊지 않고 쓰는 또 하나의 파격이 있습니다.
바로 한줄평 이라는 카테고리입니다. 처음 목적은 블로그 개설 목적의 하나인 글쓰기 연습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촌철살인의 커멘트 능력을 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 30자 평이었지요. 통상 영화의 20자평이나 30자평은 한두자가 아니라 50%도 넘는 공차(tolerance)를 보여 늘 시시하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저는 30자를 고수하는 리얼 30자 평을 써보려 마음 먹었지요. 글자 수를 딱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가실겁니다. 30자를 맞추는 노력이 긴 글 포스팅 하나를 하는 시간보다 더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이리저리 단어도 바꾸고 글자수도 헤아리다 보면 30분에서 한시간도 우습지요.


결국, 30자를 포기하고 한줄 평으로 완화했습니다.
하나의 영화를 보고 생기는 감정을 어찌 한줄에 표현가능하겠습니까. 하지만, 한줄로 표현하다 보면 매우 담백해서 그만큼 아름다와집니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는 평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 감정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 핵심을 내포해야 하지요. 한줄평도 그래서 역시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마크 트웨인 선생의 말처럼 시간이 없어서 또는 시간이 아까와서 한줄평은 잘 안하고 긴글을 주로 쓰게 되었지요.

저 또한 하이쿠의 회화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이 청년시절에 각인되었던 바 있습니다.
아거님과 susanna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한줄평도 훌륭한 블로깅의 한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을 내어 종종 한줄평도 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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