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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코드

Inuit 2007. 5. 20. 10:46
짧지만 미국에는 두차례 거주했더랬습니다. 하지만 현지 사회 속에 섞여 사는 형태가 아닌지라 관찰자로서의 삶에 가까웠지요.

왜 미국에는 비만한 사람이 많을까?

왜 미국 실내는 이리도 춥지?
어째 그렇게 평생 기를 쓰고 돈을 버는지, 그리고 또 쉽게 기부를 해버리는지?
기술만 놓고 보면 별로 신통하지도 않은 블랙베리는 왜 그리 인기지?

퍽퍽한 땅콩버터는 왜 그리 각별한 애정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잠깐씩 있었고, 느닷없이 떠오른 만큼 또 그렇게 빨리 생각의 뒤편으로 물러갑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그럴듯한 답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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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taire Rapaille

원제: The culture code

부제: 세상과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

이 책을 통해 위에 열거한 제 개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궁금증에 대한 답들도 많습니다.

왜 패스트푸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왜 미국은 앨고어 대신 조지 부시를 택했을까.
왜 미국인은 야구에 열광할까.


이유는 바로 코드. 마음의 열쇠입니다.

라빠유씨의 기본 가설은 이렇습니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학습을 하게 되는데, 학습과정에서 감정적 인식과 묶여 각인(imprint)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각인은 인성을 정의하는 기초가 되며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학습이 이뤄진 상황에서의 관점인, 감정상태를 파악하면 학습의 본령에 접근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한 감정상태는 문화권 마다 다르며, 책에서는 컬처 코드라 칭합니다. 따라서 각인이 행동 비밀의 자물쇠라면, 코드는 그 열쇠에 해당합니다. 결국 '왜 이렇게 행동할까?'란 물음에 대한 궁극적 답을 제공하게 되지요.


설명이 좀 어렵지요? 예컨대 자동차의 잠재고객에게 어떤 기준으로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봅시다. 대개 연비니 인테리어니 선회 성능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말한 것도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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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Cruiser

배운대로, 또 질문자가 원하는대로 대답할 따름입니다.

실제 미국인의 감성적 각인을 조사해보면 실체에 조금 가깝습니다. 예컨대 머스탱과 캐딜락 등 고전 자동차에 대한 강렬한 인상, 처음 열쇠를 받았을 때의 해방감, 자동차 뒷자리에서 처음 가진 성적 경험 등이지요. 결국 근저에는 자유와 관능이라는 코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크라이슬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독특하고 도전적이며 섹시한 컨셉의 PT Cruiser를 개발하였고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연비나 안정성, 기계장치의 차별적 우수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부분을 consumer survey로 알아낼리가 만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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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p Wrangler

그 뿐인가요. 90년대 말 지프 Wrangler가 SUV에 형편없이 밀렸을 때의 일입니다. 미국인의 지프에 대한 코드를 찾아보니 말(horse)이었습니다. 결국 거친 가죽소재와, 탈착식 도어 및 개폐식 지붕을 채택하여 말달리는 느낌을 강화하고 사각형 전조등을 눈을 닮은 원형으로 바꾸었습니다. 광고 또한 말을 연상시키는 셰인 류로 집행하였습니다. 결과는 사라져가는 브랜드의 부활이었지요.


더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랭글러가 미국시장 성공 이후 유럽시장에 진출할 때는 다른 전략을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지프에 대한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각인 코드는 독일로부터 벗어난 '해방'이었고, 랭글러는 즉시 해방자 (liberator)로 포지셔닝 하였습니다.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은 즉각 상승했지요.

이처럼 마술과 같은 코드 각인 가설에 대해 저자는 인간 뇌구조로 설명합니다. 즉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 그리고 생존과 연관된 파충류의 뇌 (reptilian brain)까지 복합적, 심층적으로 각인을 담당하지만 외부와의 교신은 오직 대뇌피질이 담당하므로 피상적 설문에는 그럴듯한 이야기만 나오지 근저의 진짜 원인에는 접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드에 접근하기 위한 라빠유씨의 방법은 양파 벗기듯 뇌의 내부로 들어갑니다. FG를 모아놓고 세개의 세션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에 대해 조사한다고 가정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시간은 이성(理性)과 대화합니다. 식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외계인을 상대로 개념을 설명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둘째 세션에서는 감성의 영역에서 놉니다. 잡지에서 식사와 연관된 그림이나 단어를 자유롭게 오려서 새로 붙이며 마음을 열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 세션은 파충류의 뇌와 통신하는 시간입니다. 포커스 그룹사람들을 눕게 하여 가수면상태로 한 후 최초의 식사에 대한 인상을 묻습니다.
바로 각인이 코딩된 그 시점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여러 명의 응답을 확보하면 그 문화의 코드에 다가설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책의 대부분은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가 알아낸 미국인의 코드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재미가 있어 책에 나온 코드를 빠짐없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부제는 미국의 해부학 (anatomy of US)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국인의 문화에 대한 많은 해답을 줍니다. 그러나 미국인에 한정된다는 제한성도 갖습니다.
그래도 컬처 코드 개별이 아닌 총체로서의 시사점도 큽니다.


이를테면, 경영학의 주류를 점하는 미국의 학문적 결과에 대해 반드시 음미할 필요가 있음을 또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특히 심리 및 행동의 문화적 컨텍스트가 강하게 작용하는 HR 관련한 분야라면 더 그렇습니다. 실험으로 검증되었을지라도 대양을 건너면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다른 관점에서는 각국이 다른 문화 코드를 소유함을 전제하면 지나치게 빠른 세계 동조화가 우려됩니다. 전쟁이든 교역이든 문화 교류 자체도 충격이 컸는데, 기술 발전에 의해 물리적, 정보적으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상이한 페이스로 인한 불일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그런 사례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장유유서에 대한 뿌리깊은 각인과 능력위주 사회성의 요구 간의 마찰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자로서의 관점입니다. 책에 나온 기업 사례는 무섭도록 조직적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 커피를 팔기 위해 컬처 코드를 조사한 사례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 커피에 대해 아무런 코딩이 되어 있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이 회사는 결국 일본 전체에 대해 10년 이상 장기에 걸쳐 커피라는 개념을 각인시킵니다. 코딩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일본을 커피 중독국가로 만들어 많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커피 3대 소비국이며, 커피의 여왕이라는 블루마운틴은 90%를 일본이 입도선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이름은 네슬레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귀 기울일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모든 코드를 다 믿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예컨대 임의의 두 상징를 연관시키고 사후적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쉬우나 인과성 있는 적확한 개념을 뽑는 것은 항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몰라도 반은 맞을 확률을 깔고 들어가는 부채도사의 오류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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