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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오래 갈까? 본문
#1 죽음의 손
공학적으로 아이폰4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슬림한 바디 안에 나름대로 많은 하드웨어를 구겨 넣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안테나가 문제인데 외장안테나 겸 금속프레임에 손이 접촉하면 수신감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 데스 그립(death grip)이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컨슈머 리포트까지 나서고야 잡스 씨는 범퍼를 무상 지급하는 것으로 급히 마무리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지요. 미국 애플의 정책에 따르면 당연지급입니다. 그래서, KT에서도 범퍼지급 된다는 점을 홍보는 안해도 문의에 확인해왔던 사항입니다.
그러다가 9/30일까지 지급한다는 안내, 수신에 문제가 있는 폰만 지급한다는 안내 등 설만 무성하고 아무도 확실한 공지를 하지 않는 암흑기적인 상황만 이어졌습니다.
#2 범퍼를 찾아서
결국 9/27일부터 범퍼 지급을 시작은 했는데 아무데도 공지가 없습니다. 전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우연히 읽고 검색을 통해 기사로 확인을 했습니다만 결국 정식 공지는 못 찾았습니다.
문제는 아이폰4 사용자 중 돌아가는 정황도 모르고, 트위터도 안 쓰는 사람들이지요. 9/30일 경, 회사에 아이폰4 장만한 직원들마다 범퍼건을 아는지 물어봤더니 단 한명도 아는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신문 기사와 소문도 우습기만 합니다.
-직접 애플 서비스 센터에 단말기 가지고 방문신청만 가능하다
-가봤자 신청서 쓰는 5분이 전부인 일이다
-단, 줄은 수십분을 서야 한다
-신청서 써도 바로 내주지 않고 수령 공지가 문자로 오면 다시 방문수령만 가능하다
이 정도면 범퍼 주기가 싫다는 거지요..
#2 센터에서
전 아이폰 수령 전에, 범퍼지급이 불확실하기도 하고, 제 취향에 맞는걸 쓰려고 케이스를 이미 구매했지만, 행태가 괘씸해서 꼭 받아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방문수령이 결정적 걸림돌. 바쁜 직장인이 센터 방문을 언제 하겠습니까.
다행히 수리센터들은 토요일도 근무를 합니다. 저는 토요일 아침에 자전거 운동길에 애플 서비스센터를 들렀습니다.
갔더니 가관이더군요. 아침부터 여기저기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하긴, 소비자는 다른 것 다 모릅니다. KT에 서비스 가입하고 단지 전화를 샀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KT는 열심히 애플에 미루고, 애플은 묵묵부답 서비스센터에 가라는 기계음만 내고 있습니다. 센터는 다시 본사의 정책이라 자기는 어쩔 수가 없다는 환상의 변명고리를 완성하고 있지요.
이러면 아무래도 죽어나는건 서비스센터지요. KT와 애플코리아가 먹을 욕을 다 먹는게 실질적인 가치일지도 모릅니다. 하나 더 있다면, 그냥 포기하고 아우성을 미리 줄이는 역할이랄까요.
물론, 통화품질 문제는 단말기 제조사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싶은 KT 마음과, 가급적 범퍼 지급 수량을 줄이고 싶은 애플코리아의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만원 가량 하는 단말기를, 그 모든 고생하고 줄서서 사는 소비자의 마음을, 초장부터 '사랑한 네가 죄야'라고 매정하게 내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지금까지 봐온 수많은 경영사례에 비춰 보아도 이건 오래갈 회사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아이패드 구매하면서도 뼈저리게 느낀 점이지만요.
#3 자전거를 타고
그나마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점은, 아침에 자전거 타고 범퍼 신청을 했다는 점입니다. 구미동 애플 AS 센터는 탄천 자전거도로에서 매우 가까워서, 자전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서울에서도 방문해볼만 합니다. 탄천에서 불곡초등학교 옆으로 빠지면 바로 있습니다. 늘 운동삼아 자전거 타다가, 나름 경제적 목적을 위해 자전거를 타니 뿌듯하고 재미있더군요. 게다가, 아들 학예회 시간 전까지 복귀해야 해서 짧은 거리지만 스피디하게 달려서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벌써 범퍼 수령을 위한 자전거 타기가 기다려집니다.
이처럼, 소비자는 작은 즐거움도 큰 만족을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두푼도 아닌 범퍼를 무상으로 지급하면서도 욕을 바가지로 먹는 사람도 있구요. 독점은 잠시고 경쟁은 다시 찾아옵니다.
애플, 그 오만한 콧대가 낮아지게 만들 누군가가 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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