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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2010] 1. Slow for Spain

Inuit 2010. 11. 15. 22:00
이번 스페인 여행은 컨셉을 미리 정했습니다. 
"욕심 버리고 즐기자."
처음 스페인으로 여행지를 정했을 때, 의욕이 앞서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당연, 수도 마드리드와 톨레도는 필수입니다. 그 뿐인가요. 그 도시에서 가장 불행한 자는 맹인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라나다, 유럽과 신세계를 잇는 가교인 세비야 정도는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정이 모자랍니다. 9일이지만 오고 가는데만 이틀 이상이 소요됩니다. 7일간 다섯 도시를 보겠다는건 거의 매일 이동을 의미합니다. 물론 강행군하면 소화 못 할 일정은 아닙니다. 한가지 간과하면 안되는 건, 낯선 곳에서의 이동은 의외로 변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저 거리와 시간 계산해서 딱 맞춰 움직여지지 않고 생각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과 매번 이동에 소요되는 공력과 스트레스 생각하면, 잦은 이동은 아이들 데리고 할 짓이 아니란 결론을 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쳐냈습니다. 딱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두 도시만 반반 씩 머물기로 했습니다. 대신, 충분히 즐기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가족 여행 갔을 때도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유명한 랜드마크를 봤을 때가 아니였습니다. 그냥 경치 좋은데, 마음에 흡족한 데 있고 싶은 만큼 머물면서, 땅에 주저앉고, 한없이 하늘보고, 살랑이는 바람 즐기고, 시원한 물에 발담근 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유럽의 정취를 그냥 그대로 즐기기로 했습니다. 
여행객의 속도가 아니라, 현지인의 속도로 머물기로 했습니다. 
물론, 간김에 부지런히 다녔습니다만, 이동거리를 줄인 대신 경험과 노출을 늘렸기 때문에 못 가본 그라나다와 세비야가 궁금하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이제 그 9일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