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자 총아입니다. 인간이 중심되고, 지식이 넘쳐나는 찬란한 도시 그 자체이지요.


따라서, 피렌체를 거쳐간 수많은 지식인과 명사를 다 헤아리기도 힘듭니다. 

한편, 도시가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이 다시 도시에 유수한 스토리를 남기는 상호작용의 특성 상, 피렌체를 건물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보는건 꽤 흥미진진한 접근일겁니다.

David Leavitt

이런 기대감을 갖고, 수많은 작가들의 사연 중심으로 피렌체를 설명한 이 책 '아주 미묘한 유혹'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패였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오로지 문인, 그것도 영국인 문인이 중심인 까닭입니다. 저같이 문학과 소설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에겐 내용이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아니 왠만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시시콜콜히 나열되는 영국 작가들이 쉽게 머리에 들어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항상 그렇듯 이런 일화 위주의 책은 읽다가 얼결에 줍는 화제들이 제법 있습니다. 우선, 제 어렸을 때 유명했던 영화 '전망 좋은 방'의 무대가 피렌체였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호방한 자유와 발랄한 사상이 꽃을 피운 피렌체는 백년 전에 게이의 선구도시였다는 점은 이 책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게이가 아니라 문인, 예술가 등 거물급 동성애자들이지요.

지식이 만발해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기고, 또 그 자체로 아름다워 수많은 자살자들을 불러 모으는 피렌체. 불후의 명작을 보고 다리에 맥이 풀리고 기절하는듯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스탕달 신드롬'이 생겨난 치명적 미학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전세계 미술품의 1/5이 모여 있다는데 가보기 전에 그 규모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영국 문인의 자취만 좇는 이 책보다는, 피렌체의 지식인들 이야기가 만발한 '천재들의 도시'가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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