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배드 사이언스 본문

Review

배드 사이언스

Inuit 2012. 5. 10. 22:00


Ben Goldacre

(Title) Bad science


과유 불급.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딱 그렇습니다. 앞부분을 읽을 때 까지는 환호했습니다. 건강 관련한 사이비 과학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리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의 컨셉은, '개처럼 물고 늘어지는' 저자의 근성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정의감의 통쾌함과 전문성의 대리만족을 줍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독소제거나 피부과학의 완전한 허구성을 짚어내는 점은 박진감있는 소설같이 재미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와닿지 않지만, 영국에서 무수한 사이비 신도를 몰고다니는 동종요법이나 뇌호흡법만 해도 그렇습니다. 시비논란을 일거에 잠재운 명료한 논점은 영국에서 이 책의 성가를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셈이지요. 사실 병의 치료제는 병원균 자체에 있다고 그것을 희석해서 약으로 만들어 먹는 동종요법은 뭐 과학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미신과 역술의 영역임에도 그의 허구성을 ‘과학적으로’ 지적해서 명성을 얻는 상황은 흥미롭습니다. 제삼자가 보면 너무 당연할지라도, 그 한복판에서 다수의 믿음체계에 반기를 드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출중한 언변이 필요한 일이니까 말입니다.


So shouting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세번 들으면 지겨운데, 시종일관 하이톤으로 과학의 엄정함에 대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반복하는 책의 구조는 매우 불편합니다. 당연히도, ‘가디언’ 컬럼 연재물을 기반으로 책을 엮은 탓이 큽니다. 긴 호흡의 스토리가 아니고 짧은 주장들의 엮음이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책으로 가져갈만큼의 호흡으로 가다듬었다면 훨씬 좋았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나중에는 ‘광고적 과장’으로 볼 부분까지 과학의 메스로 난자하고는 은근 으스대는 그 패턴이 지겹기까지 합니다.


Useful

확언하건대, 책의 내용에는 건질만한 구석이 많습니다. 예컨대, 모든 사이비과학의 존립기반인 위약 효과는 너무나도 강력한데, 그 생생한 고증은 제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피실험자는 물론이고 실험자 자체가 실험에 대한 정보를 아는 자체로도 실험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깊이 새겨둘 부분입니다.


그 외에 ‘검증된’ 만병통치약 구실을 하는 항산화제, 비타민제의 허구는 저자의 논증에 수긍이 가면서도 쉽사리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알려진 상식에 반하는 부분입니다.


Not fun to read

결론입니다. 책의 소재들은 기억해둘만 신선함이 있지만, 책으로서의 재미는 매우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과학적 잣대의 엄정함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저자의 학문적 결벽증은 100페이지 이내에서 그쳤으면 딱 멋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이런 날 선 긴장을 누그리려 영국식 냉소유머가 책 곳곳에 있지만, 번역의 어려움인지 문화적 거리감인지 제 구실을 못합니다. 유머는 휘발하고 냉소만 남아 한결 더 어색합니다.


한의학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제게 중대한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과학적 잣대로 검증이 어려운 한의학은 사이비 과학일까요, 최소한 과학의 검증필터를 통과할 수 있는 대안 치료법일까요. 영국에 한의학이 주류 요법이 아니라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반박검증은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투로 한의학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치료법으로 언급합니다.


 저는 체험과 경험을 통해 침술의 효익을 믿지만, 정확한 과학적 기전을 설명할 수 없는 한 위약효과에 불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