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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과 Arbitrage

Inuit 2004. 11. 3. 13:44
요 며칠 최대의 이슈는 미국 대선입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선과 악의 마지막 대결인 "아마겟돈"이라고도 하고, 부시 자신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하기까지 했지요. 저야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한켠에 놓기엔 그 결과가 세계적으로, 또 비즈니스에 너무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그런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 대선 관련한 뉴스를 간간히 들으면서 엉뚱한 상상이 들었습니다.

바로 미 대선 시스템이 독특한 관계로 arbitrage 찬스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먼저 arbitrage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흔히 무위험 차익거래 또는 그냥 차익거래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위험 없이 이익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예를 들면 내가 5.1%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 A를 알고 5.2%에 돈을 빌려갈 은행 B를 알고, 두 은행의 대출기간은  오늘부터 1년으로 동일하며 credit limit이 매우 크다면 A에서 천만불을 빌려서 B에게 빌려주고 만기에 0.1% 즉 만불을 내돈 한푼 안들이고 벌게 되는 것입니다. 내돈이 안들어가므로 무위험이며, 수익이 나는 거래의 조합을 하므로 차익거래라고 하지요.
실제로는 약정이자율은 시장가격으로 정해지므로 이런 차익거래 찬스를 잡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이런 세팅이 생기면 이를 노리는 사람이 A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리려고 하니 이자율이 올라가고 B은행에 돈을 많이 빌려주려하니 이자율이 떨어져서 수수료 이상의 차익이 오래도록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를 차익거래 찬스가 닫힌다고 합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외환, 선물 시장에서 가격 변동시 이런 차익거래 찬스가 잠시 나지만 위와 같이 차익거래를 노리는 사람들이 매매에 들어가므로 차익거래 찬스가 짧게는 15초 길어봐야 2분안에 닫히게 됩니다. 또 이런 원리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미 대선 시스템을 보면 직접선거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좀 당황스럽지요. 표수대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별 선거인단을 승자독식하여 선거인단 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간접 투표이니까요. 이는 미합중국의 근간인 연방제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 주는 부시를 선택했다, 우리 주는 케리다 이런 주별 의견을 종합하여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요. 사실 고어-부시 이전에는 후보간 차이가 뚜렷한 편이어서 직접 선거나 간접선거나 큰 차이가 없었겠습니다만 고어-부시 때부터 투표수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확보에서 지는 일반적 인식에 불합리해 보이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번 선거도 2002년의 재판이 될 소지가 많은 듯 합니다만.

여기서 드는 생각이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시장을 믿는 제 입장에서 보면 미 대선 시스템은 시장원리와 동떨어진 어떤 "제한사항(friction)"이 있는 시스템인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차익거래의 찬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예컨대 A당 지지자를 미리 알 수 있고 그 들을 통솔할 조직이 있다면, 그리고 A당과 B당의 예상 득표수가 박빙이고 (조금 지는 경우도 상관없습니다.) 선거인단 수는 질 것이 예측된다면 미리 A당 지지자들을 정확한 계산에 의해 접전 지역에 분할 투입함에 의해 승부로 연결지을 수 있는 총 선거인단 확보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경우 새로 B당 지지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으므로 B당 인원이 얼마가 더 전향할지에 대한 risk를 지지 않는 상태에서 승부를 확정지을 수 있으므로 무위험 차익거래의 요건에 해당하지요. ^^

그런데, 재미있게도 최근 뉴스에 의하면 대선 투표를 위해 80만명이 오하이오주로 전입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공화당 중 어느 지지자가 더 많이 움직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대단한 뉴스인 것은 실제로 개인의 비용을 발생시켜 실행이 어려운 일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고,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어떠한 조직적 지시없이 개인의 의사에 의해 이뤄진 점입니다. 즉 문제 있는 시스템에는 반드시 차익거래 찬스가 난다는 시장 원리를 정부나 조직이 아닌 시장참여자들이 증명한 것이지요.
단 이렇게 해서 한쪽 당이 선거인단 확보라는 승부를 뒤집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양당이 모두 투표자를 이동시켜서 결국 득표수와 선거인단 수가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게 되고 차익거래 찬스는 닫혀 "시장가격"인 직접선거와 동일한 효과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점심시간에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개표는 이뤄지고 누군가는 승자가 되겠지만, 제발 지구촌에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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