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변연계'에 해당하는 글 3건

1970년 폴 매클린(Paul MacLean)은 뇌의 삼위일체론 (triune brain theory)을 선보였다. 즉, 뇌는 진화적으로 파충류의 뇌 (reptilian brain), 선사포유류의 뇌 (paleomammalian brain), 신포유류의 뇌 (neomammalian brain)의 경로를 거쳤으며 세가지 유형은 구조적으로 현격히 다르나 긴밀한 연결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이는 뇌과학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신경과학의 성과를 토대로 이처럼 포괄적이고 함축적이며 모든 이슈를 한번에 통합해서 명료하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3위일체 구조를 쉽게 구뇌, 중뇌, 신뇌라 부르기도 한다.


삼위일체 가설은 한발 더 나아가 각 부분에 역할을 부여한다. 즉, 생존의 구뇌, 감정의 중뇌, 사고의 신뇌로 대별해서 사람 마음을 설명한다. 특히 라파이유의 '컬처 코드'나 랑보아제의 '뉴로마케팅'이 이런 관점에 근거한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신뇌는 대뇌 피질, 중뇌는 대뇌 변연계, 구뇌는 후뇌 및 소뇌로 이뤄졌다며 기관을 특정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70년대 뇌과학의 편린을 비판없이 답습한 결과다. 현대 뇌과학에서는 삼위일체설을 정설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선 뉴로마케팅에서 말하는 뇌간(brain stem), 연수 또는 소뇌(cerebellum) 등 후뇌의 의사결정 참여과정이 뇌 스캔 등 과학적 기법으로 증명된 바 없다. 결정적으로, 인간 특정적 뇌인 신피질이 원시동물에게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결국 삼위일체의 아름다운 설명은 이론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져 버렸다.

달리 설명을 하자면, 삼위일체론은 국지화 이론이다. 뇌의 부분과 기능을 일대일 대응하고자 하는 시도인데, 이는 뇌의 복합적 작용을 간과한 단순화이다. 기능주의는 그간 뇌과학계가 미망처럼 빠져있던 유혹적 개념이지만, 요즘에는 뇌의 각 영역 간 상호작용의 총합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전체주의(globalism)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클린의 공헌은 지대하다. 아직도 의학적으로 편도핵, 시상,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를 일컬어 대뇌변연계라 지칭하며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다.[각주:1] 결정적으로, 원시의 과제를 해결하며 고차원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뇌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한 점이다. '도마뱀의 뇌'만 놓고 역사를 훑어봐도 현대 뇌과학이 겪고 있는 난맥상과, 정립중인 역동성이 느껴진다.


따라서, 나는 정서적인 뇌를 상징하여 도마뱀의 뇌 (lizard brain)라 부른다. 이는 포유류가 도마뱀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기 이전부터 공유한 기능이라서 생긴 이름이다. 그리고 종종 파충류의 뇌(reptilian brain) 또는 구뇌 (old brain)라 섞어 부르기도 하겠다. 르두는 말했다. "인간은 한마리 정서적 도마뱀이다."


한편, 신뇌의 생물학적 주요 기능은 자기를 성찰하고 미래를 투영하는 작용이다.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추론한다. 또한 자아상을 만들고 스스로를 존중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절대 잊지 말아야할 특징이다.

[잉여부활 YES!]


초반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한 부분입니다. 매우 중요하며, 놀랄만한 내용입니다. 매클린의 3위일체설은 그 과학적 실체가 모호한 채로 지금까지도 꽤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상당히 의심가는 부분도 많았구요. 제 책 체계의 하부구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라서 3위일체설의 정체를 파헤치려 꽤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결론은 3위일체설은 없다는겁니다. 신뇌-중뇌-구뇌라는 구분은 정설이 아닙니다. 뉴로마케팅 하는 양반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지요.

그러나, 상징적 의미로의 구뇌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후뇌가 생존을 담당하지만 깊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한다는 주장은 틀렸습니다. 그러나, 뇌 속에서 감정과 생존적 판단을 하는 기능이 의사결정의 중추라는 사실이 다각도로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뇌과학적 기반은 깔끔하고 자신있게 정리할 수 있었지요.

어찌보면, 그냥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제가 모르는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꼭 써야 한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늘어나고, 갈수록 책 속에 어려운 소리만 늘어놓게 되다보니 뭉텅 잘려나가게 되었지만 말이죠. -_-

이로서 의미있는 묶음으로서의 '잉여'들은 다 부활시켰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없습니다.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font></font><font size="2"><font class="Apple-style-span" face="tahoma, arial, helvetica, sans-serif">의학교과서에서 채택하는 범주화이지만 이마저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데 조셉 르두가 그렇다.</font></font><font size="2"><font class="Apple-style-span" face="tahoma, arial, helvetica, sans-seri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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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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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공이 다른 분야여서 이해하기 무한 어렵지만 이런 것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그게 궁금하기만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을 뇌의 어떤 부분이 작동(?)해서 기능을 발휘하는지 어떻게 알아냈느냐는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말입니다.
    • 보통은 굉장히 정교한 실시간 써모그래픽과 다양한 조영제와 함께 PET나 MRI촬영 등을 통해 알아낸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부는 뇌수술을 하면서 실험이 병행되기도 한다고 하고;;;

      예를 들면 향수의 향을 맡게 하고 뇌의 어느 부분이 열이 나는지, 혈액의 흐름이 활발해 지는지, 전극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전류/전압 변화가 있는지 등을 확인 하는 것이죰.

      현대의 의학/의공학 기술은 실시간으로 뇌의 활성화 부위를 다양하게 짚어낼 수 있습니다. 날이 갈 수록 그것이 점점 더 정밀/정확해 지고 있구요;;;;
    • 마하님이 소상히 답해주셨네요.
      뇌과학은 PET와 fMRI가 나오고 급격한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실시간으로 뇌의 국부적 활동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서요.
      그전엔 뇌수술이나 뇌 이상으로 알아내야했으므로 중대한 발견이 몇십년에 한 번 일어났지만 이젠 실험적 세팅으로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2. 잘 지내시죠? 오랜만입니다.

    또 나눔 소식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5차 동시나눔" 마당에 초대합니다.
    책도 나와서 더 반갑구요, 가능하시면 동참을 부탁합니다.
    • 소개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의도라해도 글과 무관한 내용의 트랙백을 대문글에 연달아 걸어주시는건 보기가 좋지 않군요.
      죄송하지만 트랙백을 삭제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 그러셨군요... ^&^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음에도 삼가해야겠군요!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네. 이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초하님 하시는 일 잘 되길 바랍니다.
  3. 역쉬 관련 내용이 있었군요 ^^* 육아 관련해서 뇌과학쪽 책들을 읽고 있었는데,인류 진화와 더불어 파충류, 포유류, 인간의 뇌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에 지적하신 내용이 있었드랬습니다.

    결국 뇌도 진화의 결과이기는 하겠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보니 명확해지네요..
    • 네. 뇌 관련 공부중이시라면 이 글이 좋은 길잡이가 될겁니다.
      기쁘네요. 책이 아닐지라도 도움이 된다면.
  4. 오늘은 제가 내남자의 도마뱀의 뇌에 속삭이러
    둘이서만 2박3일 어딜간답니다.^^

    긴 이야기는 다녀와서 말씀드릴께여
    주말 잘 보내세요..

    참, 늘 건강조심하시구요~~~
    • 왠지 멋진 시간이 될 듯 합니다.
      다녀와서 재미난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오붓하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고 오세요. ^^
  5. 일단 잉여부활들은 책을 완독하고 나서 읽어봐야 할 듯 합니다. 오늘 주문했어요 월급날이거든요 유후후~
secret
양심은 인간에 깃든 신성(神性)이다.
-톨스토이

마음, 감정 더 나아가 양심과 영혼 등 형이상학적 상위 개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합니다. 좋든 나쁘든 존재 자체가 인간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질 수준으로 내려가면 궁금증이 많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어디에 있을까요? 흔히 말하듯 가슴에 있을까요. 사고를 담당하는 뇌에 있을까요.

Marco Rauland

(원제) Chemie der Gefühle


거칠게 요약하면 호르몬에 관한 책입니다.
육체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호르몬은 파악된 환경에 맞는 육체적 상태로 감정을 매개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감정의 발현 기제는 이렇습니다.
감정을 관장하는 뇌는 대뇌변연계입니다.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정은 시상으로 모입니다. 시상은 감각신호를 통제합니다. 긴급하지 않으면 대뇌피질을 경유해 정보를 해석하고, 편도핵은 모아진 정보로 감정을 해석합니다.

감정이 결정되면, 두가지 경로로 몸에 전달됩니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작을 알려주고,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Fear
두려움이 생기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됩니다. 몸은 비상사태에 돌입하지요. 뇌, 심장, 근육 등 중요 부위에 피가 집중되고 부차기관은 혈액이 감소합니다. 판단은 예리해지지만, 심장은 벌떡입니다. 피는 진해지고, 동공은 확대됩니다.
이런 몸의 반응은, 원시 조상의 진화적 적응력입니다. 적을 만나 싸우거나 도망치는 육체적 스트레스 환경에 최적화된 몸입니다. 불과 20만년만에 물리적 투쟁에서 벗어날줄 알았겠습니까. 지적 노동을 하는 현대인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의 과도한 방어기제를 유발하여 많은 병을 근원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몹시 중요한 일로 전전긍긍할 때, 신기하게 병도 안걸리고 일을 잘 치러냅니다. 그리곤, 일 끝나고 큰 병에 걸리기 십상이지요. 이를 긴장이 풀려 그렇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염증을 치료하는 코르티손이 면역력을 높여준 탓입니다. 사안이 끝나고 코르티손이 감소하면서 병에 취약해져 버린 결과지요. 그렇다면 코르티손이 꼭 좋은 호르몬일까요. 나쁜 호르몬이 있겠습니까만, 현대 사회에서는 주의해야 합니다. 짧은 스트레스에 대비하는 코르티손이 지속 분비되면 피부와 두발에 문제가 생깁니다. 오래 고민하면 얼굴이 까매지지요? 그게 코르티손의 영향입니다.

Love
호르몬의 환경적응적 특징은 사랑 관련해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이상형을 만났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랑에 빠져 정신이 멍해지고, 사랑을 나누곤 황홀해지며, 헤어지면 우울한 이유도 감정을 전하는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관계가 잘 진행되어 혼인하면 임신하고, 임신하면 친밀히 돌보는 이유 또한 그렇습니다.
여러 호르몬 중 옥시토신은 가장 재미있습니다. 스킨십과 애무로 행복한 감정을 자아내고, 상대에게 충실하도록 작용합니다. 충성의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Pain
마지막, 고통입니다. 잘 알려진 엔도르핀이 고통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통을 원천 치료하는게 아니라 차단만 합니다. 그래서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되면 무한한 행복을 느낍니다. 장거리 달리기 때 고통지점을 넘어서면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달리기 중독을 낳는 이유도 그 엔도르핀의 기분좋은 행복 때문입니다.

구뇌, 또는 도마뱀의 뇌가 지닌 역할은 감정입니다. 그리고 감정은 부가의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주요 적응특질입니다. 다만, 원시 조상의 과제에 최적화된 감정, 그리고 그 매개체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아는 부분은 중요합니다. 모르면, 지식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진화는 아직도 진행중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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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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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
    inuit 님 오늘도 토댁일 즐겁게 해주시는군요.
    쪼기 쪼기 오타 발견....ㅎㅎ
    빈틈 없을 것 같은 님에게서 오타 하나 발견하니 이리도 즐거운 것을...ㅋㅋ

    전 아마 옥시토신이 자주 많이 분비되는 듯합니다..ㅎ
    제가 충성본능이 좀있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 옥시토신은 애무와 스킨십으로 분비를 촉진한다고 합니다.
      토댁님의 '내남자'와 아이들의 덕분일지도 몰라요. ^^;

      (오타가 어디있을까요. 찾기 어렵네요. ^^;;)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저도 동의!!

      마지막줄 므로면---> 모르면 ...아닌가요?
    •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얼른 고치겠습니다. ^^
  2. '코르티손'에 대한 부분이 매우 흥미롭네요.
    마감 때문에 보름마다 심한 압박감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만화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인 것 같애요.
    지옥같은 마감 때 다들 피곤해하다가도 마감 딱 끝내면 몸이 찬물로 샤워한 것 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지는 것도 '러너스 하이'의 일종이겠죠?
    내용 흥미롭네요 구해봐야겠어요~~!!
    ੦ܫ੦
  3. 오.. 흥미로워요.
    인간이 사고한다는 것만으로 자만심에 가득차서 자신이 동물의 한종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 같아요. ^^
    이기적 유전자, 털없는 원숭이.. 같은 책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그래서인 것 같아요. 이 책도 재밌겠는걸요...
  4. 안녕하세요, 분당에서 리눅스 데스크탑 맨드는 사람입니다. ^^

    저는 목이 진짜 안 좋은데 사회활동을 하고 밖에서 사람들 만나서 기분 좋고 하면 목이 별로 안 아픈데 주말에 집에서 쉴 때 목이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목 자체는 항상 나쁜데 엔돌핀이 분비되면 아픔이 차단되었다가 집에서 쉬면서 외로워지면 다시 고통이 전달되고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제 경우는 커피 같은 거 마셔서 각성도가 높아져도 안 아픕니다...각성도가 높아지면 통증을 더 잘 느낄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좀 이해가 안 가네요...

    오늘도 재밌는 블로그 하나 발견했네요. ^^;
    • 각성도와 예민한건 좀 달라서 그럴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5. 저도 호르몬에 대해 관심갖고 있는데 inuit님께서 멋지게 포스팅하셨네요. 관련 포스트를 트랙백 걸어 봅니다.

    호르몬에 대한 이해가 물질,감정,이성으로 이어지는 정보의 흐름을 배우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정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일요일 오전입니다. ^^
  6. 구뇌에 이은 포스팅 관심이 많이 가는데요..
    일전에 만들어진 신을 보면서, 진화론, 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ㅎㅎ
  7. 정말 잘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봄에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의 주제와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더 친숙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간여하는 모임에 Inuit 님의 글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글을 퍼가도 될런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 네. 출처를 링크(http://inuit.co.kr/1582)로 밝혀주시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어디로 소개하셨는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secret

컬처 코드

Biz/Review 2007.05.20 10:46
짧지만 미국에는 두차례 거주했더랬습니다. 하지만 현지 사회 속에 섞여 사는 형태가 아닌지라 관찰자로서의 삶에 가까웠지요.

왜 미국에는 비만한 사람이 많을까?

왜 미국 실내는 이리도 춥지?
어째 그렇게 평생 기를 쓰고 돈을 버는지, 그리고 또 쉽게 기부를 해버리는지?
기술만 놓고 보면 별로 신통하지도 않은 블랙베리는 왜 그리 인기지?

퍽퍽한 땅콩버터는 왜 그리 각별한 애정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잠깐씩 있었고, 느닷없이 떠오른 만큼 또 그렇게 빨리 생각의 뒤편으로 물러갑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그럴듯한 답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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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taire Rapaille

원제: The culture code

부제: 세상과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

이 책을 통해 위에 열거한 제 개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궁금증에 대한 답들도 많습니다.

왜 패스트푸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왜 미국은 앨고어 대신 조지 부시를 택했을까.
왜 미국인은 야구에 열광할까.


이유는 바로 코드. 마음의 열쇠입니다.

라빠유씨의 기본 가설은 이렇습니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학습을 하게 되는데, 학습과정에서 감정적 인식과 묶여 각인(imprint)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각인은 인성을 정의하는 기초가 되며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학습이 이뤄진 상황에서의 관점인, 감정상태를 파악하면 학습의 본령에 접근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한 감정상태는 문화권 마다 다르며, 책에서는 컬처 코드라 칭합니다. 따라서 각인이 행동 비밀의 자물쇠라면, 코드는 그 열쇠에 해당합니다. 결국 '왜 이렇게 행동할까?'란 물음에 대한 궁극적 답을 제공하게 되지요.


설명이 좀 어렵지요? 예컨대 자동차의 잠재고객에게 어떤 기준으로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봅시다. 대개 연비니 인테리어니 선회 성능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말한 것도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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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Cruiser

배운대로, 또 질문자가 원하는대로 대답할 따름입니다.

실제 미국인의 감성적 각인을 조사해보면 실체에 조금 가깝습니다. 예컨대 머스탱과 캐딜락 등 고전 자동차에 대한 강렬한 인상, 처음 열쇠를 받았을 때의 해방감, 자동차 뒷자리에서 처음 가진 성적 경험 등이지요. 결국 근저에는 자유와 관능이라는 코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크라이슬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독특하고 도전적이며 섹시한 컨셉의 PT Cruiser를 개발하였고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연비나 안정성, 기계장치의 차별적 우수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부분을 consumer survey로 알아낼리가 만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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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p Wrangler

그 뿐인가요. 90년대 말 지프 Wrangler가 SUV에 형편없이 밀렸을 때의 일입니다. 미국인의 지프에 대한 코드를 찾아보니 말(horse)이었습니다. 결국 거친 가죽소재와, 탈착식 도어 및 개폐식 지붕을 채택하여 말달리는 느낌을 강화하고 사각형 전조등을 눈을 닮은 원형으로 바꾸었습니다. 광고 또한 말을 연상시키는 셰인 류로 집행하였습니다. 결과는 사라져가는 브랜드의 부활이었지요.


더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랭글러가 미국시장 성공 이후 유럽시장에 진출할 때는 다른 전략을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지프에 대한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각인 코드는 독일로부터 벗어난 '해방'이었고, 랭글러는 즉시 해방자 (liberator)로 포지셔닝 하였습니다.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은 즉각 상승했지요.

이처럼 마술과 같은 코드 각인 가설에 대해 저자는 인간 뇌구조로 설명합니다. 즉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 그리고 생존과 연관된 파충류의 뇌 (reptilian brain)까지 복합적, 심층적으로 각인을 담당하지만 외부와의 교신은 오직 대뇌피질이 담당하므로 피상적 설문에는 그럴듯한 이야기만 나오지 근저의 진짜 원인에는 접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드에 접근하기 위한 라빠유씨의 방법은 양파 벗기듯 뇌의 내부로 들어갑니다. FG를 모아놓고 세개의 세션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에 대해 조사한다고 가정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시간은 이성(理性)과 대화합니다. 식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외계인을 상대로 개념을 설명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둘째 세션에서는 감성의 영역에서 놉니다. 잡지에서 식사와 연관된 그림이나 단어를 자유롭게 오려서 새로 붙이며 마음을 열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 세션은 파충류의 뇌와 통신하는 시간입니다. 포커스 그룹사람들을 눕게 하여 가수면상태로 한 후 최초의 식사에 대한 인상을 묻습니다.
바로 각인이 코딩된 그 시점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여러 명의 응답을 확보하면 그 문화의 코드에 다가설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책의 대부분은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가 알아낸 미국인의 코드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재미가 있어 책에 나온 코드를 빠짐없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보실분만 클릭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부제는 미국의 해부학 (anatomy of US)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국인의 문화에 대한 많은 해답을 줍니다. 그러나 미국인에 한정된다는 제한성도 갖습니다.
그래도 컬처 코드 개별이 아닌 총체로서의 시사점도 큽니다.


이를테면, 경영학의 주류를 점하는 미국의 학문적 결과에 대해 반드시 음미할 필요가 있음을 또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특히 심리 및 행동의 문화적 컨텍스트가 강하게 작용하는 HR 관련한 분야라면 더 그렇습니다. 실험으로 검증되었을지라도 대양을 건너면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다른 관점에서는 각국이 다른 문화 코드를 소유함을 전제하면 지나치게 빠른 세계 동조화가 우려됩니다. 전쟁이든 교역이든 문화 교류 자체도 충격이 컸는데, 기술 발전에 의해 물리적, 정보적으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상이한 페이스로 인한 불일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그런 사례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장유유서에 대한 뿌리깊은 각인과 능력위주 사회성의 요구 간의 마찰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자로서의 관점입니다. 책에 나온 기업 사례는 무섭도록 조직적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 커피를 팔기 위해 컬처 코드를 조사한 사례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 커피에 대해 아무런 코딩이 되어 있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이 회사는 결국 일본 전체에 대해 10년 이상 장기에 걸쳐 커피라는 개념을 각인시킵니다. 코딩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일본을 커피 중독국가로 만들어 많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커피 3대 소비국이며, 커피의 여왕이라는 블루마운틴은 90%를 일본이 입도선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이름은 네슬레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귀 기울일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모든 코드를 다 믿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예컨대 임의의 두 상징를 연관시키고 사후적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쉬우나 인과성 있는 적확한 개념을 뽑는 것은 항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몰라도 반은 맞을 확률을 깔고 들어가는 부채도사의 오류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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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5 , 댓글  20개가 달렸습니다.
  1. 나왔을때부터 찍어둔 책인데
    도서관에서 계속 다른 사람이 대출..-_-;;;
    아무래도 사라는 뜻일가요?;;
  2.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책장에 꼽혀만 있던 '읽어야할텐데'류의 책이었는데, 우선순위가 단번에 올라갔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읽어야 할텐데'에서'어서 읽자' 등급으로 상향 조정인가요. ^^
  3. 내일부터 출퇴근길에 읽으려고 가방에 챙겨둔 책입니다.
    다음부터는 [스포일러有]라는 말머리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스포일러 죄송합니다...만, 사실 스포일러 없습니다. 하하
      내용 보시면 포스팅과 또 느낌이 많이 다를겁니다. 제 리뷰가 늘 그렇듯. -_-
  4. 오옷~ 이 책 읽으려고 사둔 건데! 코드정리해두신 걸 보니 '이것만 보고 말까'하는 마음이 뭉글뭉글 피어오릅니당~.^^
    • 코드 정리는 susanna님 책 다 읽으시기 전까지는 빼도록 하겠습니다. susanna님의 '컬처 코드' 리뷰를 보고 싶기 때문이지요. ^^
  5. 멋진 책이군요. 사실 이와 같은 논의는 수도 없이 반복되었던 것입니다. 소위 경영 전략을 위해 소비자 조사를 하지 말라는 금언과 연관된 내용 같군요. 그렇지만 이 책처럼 인간의 뇌 구조나 문화적 코드, 그리고 시간적 접촉점까지 구체적이고 색다른 분석을 제시한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꼭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책이라면 일각연 있으신 분들 모두 이 책을 구입하신 것 같은데 당장 읽고 동참해야겠습니다.
    • 정신분석학자가 마케팅을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가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지요.
  6.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컬쳐 코드를 잘 이용하면 저렇게 무섭게(?)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 섬뜩하기도 합니다. (코딩이 되다니 -_-)
    우리나라사람들의 코드도 좀 분석해보면 좋을텐데요. Inuit님께서 좀 해주세욤. +_+
  7. 여지껏 inuit님의 책 리뷰중 가장 읽고 싶은 느낌이 드는 책이군요. 당장 주문해야 겠습니다. ^^
  8. 책 선물 받을 기회가 있었늗네 inuit님 리뷰로 이 책으로 낙찰되어 오늘 받았습니다. +_+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9.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책 소개 잘보고 갑니다.
  10. 아마도 제 잠제의식에 inuit님의 포스트가 남아서 이 책을 사게 됬던거 같습니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싸게 팔길래 후다닥 사서버렸다는...

    제 포스트가 부끄러워 감히 트랙백하지 못함을 이해해주세요 ㅜㅜ
    • 제가 스팟님 '구뇌'에 전했나 봅니다. ^^
      리뷰 읽어봤지만 훌륭한데, 트랙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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