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에 해당하는 글 2건

'그레이트 디베이터스'란 영화 보셨나요? 미국 대학 최초의 흑인 토론팀이 겪은 실화를 극화한 영화입니다. 재미난건 토론 시합이 벌어지면, 한 이슈에 대해 팀별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부여받고 그 입장을 고수합니다. 순수한 언어기술로 청중을 쥐락펴락하면서 논점을 공고히 하지요.

몇 번 말한 바 있지만, 논리학은 진리에 관심있고 수사학은 승부에 관심있습니다. 미국의 토론 클럽(debate club)은 이런 승부를 위한 논변을 갈고 닦는 모임입니다. 미국 상원의원의 2/3가 토론 클럽 출신이란 말도 있지요. 오바마 대통령도 유명한 디베이터였습니다.

Arthur Schopenhauer

오로지 논쟁을 위한 책입니다. 그 유명한 쇼펜하우어가 정리한 역작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생
부유했지만 어머니의 행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아들입니다. 당시 어머니의 살롱에 드나들던 사람 중에 괴테도 있었습니다. 잘나가는 여성이었지요. 결국 쇼펜하우어는 엄마친구아들이 아니라, 엄마친구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혐오가 여자에 대한 염증으로 번지고, 세상에 대한 비관을 전파하던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가 죽은 후, 미공개 원고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정리해 둔, 이 책입니다. 참 흥미롭지요. 비유컨대 죽음을 초월한 사상을 설파하는 사람이 날마다 집에서 호신술을 익혔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죽을 때까지 공개 안하고 '짱박아' 둔 건 더 흥미롭습니다. 명성에 그토록 목말랐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38가지 요령
책에 나오는 38가지 요령입니다. 철학자가 나설 정도의 작품은 아닌듯 하지요.

요령1: 확대해석하라
요령2: 동음동형이의어를 사용하라
요령3: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화하고 보편화하라
요령4: 당신의 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요령5: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하라
요령6: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요령7: 질문 공세를 통해 상대방의 항복을 얻어 내라
요령8: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요령9: 상대에게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던져라
요령10: 역발상으로 상대방의 의표를 찔러라
요령11: 낱낱의 사실들에 대한 상대방의 시인을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라
요령12: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요령13: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하여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라
요령14: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라
요령15: 안개 작전을 사용하라
요령16: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요령17: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요령18: 논쟁의 진행을 방해하고 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요령19: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하여 그 부분을 공격하라
요령20: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 내라
요령21: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요령22: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요령23: 말싸움을 걸어 상대로 하여금 무리한 말을 하게 하라
요령24: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요령25: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요령26: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어라
요령27: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요령28: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
요령29: 상대방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요령30: 이성이 아닌 권위에 호소하라
요령31: 당신의 말은 형편없는 내 이해력을 넘어서는군요
요령32: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 속에 넣어라
요령33: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요령34: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요령35: 동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요령36: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요령37: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요령38: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마지막 요령에 이르면 삼십육계가 생각납니다.

말싸움
하나하나가 참 뻔뻔하고 지저분한 요령들입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저런 기술을 구사하는 악당들이 종종 보이지요. 실제로도 쇼펜하우어는 공격 뿐 아니라, 방어를 위해서도 이러한 논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그 근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비롯되지만, 아 선생님의 수사학은 논리학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씨의 리스트는 논리학을 완전히 배제하고 말싸움하는 방법만 모아 놓았습니다.
실제 책의 내용은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이 리스트가 책의 80%라고 보면 됩니다. 나머지는 부연 설명입니다.

베를린을 떠난 수사학
나중에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맞짱을 뜹니다. 베를린대학에서 강의할 때 헤겔에 대한 경쟁심으로 같은 시간에 강의를 배정합니다. 그리고 고작 다섯명이 수강하는 참패를 겪고 대학을 떠납니다. 결과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암살무기, 수사학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면 지나친 결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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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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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등입니다 ^^ 저도 등수놀이.

    '그레이트 디베이터스' 저희 아이들과 즐기며 봤던 영화입니다. 큰 아이는 벌써 디베이팅을 시작했고 작은 아이도 미국 교육을 받는 이상 언젠가는 해야겠기에 일부러 보여주었습니다. 관련된 포스팅도 생각해두었었지요.

    이 책 이야기는 들었는데,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적어주셨으니 리스트만 봐도 될 것 같기는 한데요 ^^ 말씀대로 수사학에는 한계가 있지요. 깊이 없는 잔재주는 오래 가지 못하지요.
    • 리스트만 보셔도 됩니다.
      크게 관심두실 부분은 아닐듯 합니다.
      수사학은 화려하지만 내공이 달리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도 거리의 싸움에서는 쓸모가 있긴 하겠죠. ^^
  2.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면 안좋은 것들이네요 ㅡㅡ;; 확대해석 인신공격.. 저렇게 해서라도 이겨야하는 걸까용?
    • 이겨야하면 이기는 수 밖에 없겠죠.
      쇼펜하우어 씨는 그런 철학이더군요.
      기왕 나선 싸움 질 필요 있겠는가? ^^
  3. 저는 토론 클럽에나 가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런 대화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약한 1인. ㅠㅠ
  4. 올바른 것을 떠나서 무조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이더군요. 거꾸로 이런전략을 쓰는 것을 미리 알고 대응하는 것도 좋을것 같은데, 대응전략은 책에 안나왔던 것 같습니다.
    • 네. 이기고 보자는 방법론이죠.
      알면 응용해서 대비하겠지 하는 취지이기도 하구요. ^^
  5. 눈에 확들어오는 글이기에 지나칠수가 없네요...ㅎㅎ

    첫째, 인생의, 인간관계의 99%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에 작년부터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분야이기는한데, 영 ~~실천이 되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지금....
    둘째, 나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모임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이제 그 해결책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글을 읽으며 '그래 토론 클럽을 만드는 거야'라며 무릎을 쳤습니다. ㅎㅎㅎ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기기 위한 토론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고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을 즐기고 싶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기본...(물론 논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좋겠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오늘은 만사제쳐두고 영화한편 봐야겠습니다!!!
    • 네 토론클럽은 매우 의미있지요.
      미국에는 직장인 대상의 커뮤니케이션 클럽이 활성화 되어 있는듯 합니다.

      전 아이들에게 논리학과 토론술을 가르치는데.. 재미있습니다.
  6. 와이프한테 맨날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모여있네요 ^^;저도 맨날 당하다보니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던데 말이죠. 38개를 줄줄 외우고 다녀야겠습니다. ㅋㅋ
  7. 이젠 몸싸움은 물론이고 논쟁도 피하고 싶네요.
    하기야 싸우지 않고 이기는게 상수중 상수라 했으니 먼저 내공을 닦아야겠습니다. ^^
  8. 결국..뒷심 강한 사람이 이기는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ㅎㅎ
  9. 다른 블로그의 글이 생각나서 추천합니다.
    http://pyrechim.egloos.com/2322885
    • 좋은 글 추천 고맙습니다.
      제게 딱 맞는 글이군요.
      필명을 알려주시면 더 좋을텐데.. ^^
  10. 기본적으로 토론에 능하려면 수사학 자체의 재료가 되는 상식이나 잡식에 능해야 겠죠.. 부분적으로 전문적일 필요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그런 전문성을 지닌 사회적 위치에 있다면 더 유리하겠구요...
  11. 저는 요즘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법(매슨 피리 저)"를 읽고 있습니다. http://www.jameschung.kr/1509 비슷한 부분과 다른 부분도 있는 듯 합니다. Inuit님께서 말씀하신 이책마저 읽어 습득해 버리면 과연 블로고스피어에서 논쟁에 달인이 되는 걸까요? :) 몸소 테스트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말싸움의 달인이 되어도 재미는 없지 않을까요.
      늘 누군가를 표적삼고 제물삼아야 견디는 삶이란 참 공허하지요.
      남을 축으로 도는 인생이잖아요..

      송선생님 이야기한게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감사합니다.
  12. 죠커를 보면 상대방의 약점을 가지고 어찌 그리 잘 놀리는지.. 참 신기하더라구요;
  13. 상대방이 저런 방법을 마구 동원해서 무조건 이기고 보겠다고 덤비면, 전 그냥 져 주고 편하게 사는 쪽을 택하렵니다. ^_^
  14. 공감되는 요령이 몇개 있네요,모 실전에서 잘 써먹어야 유용한 요령이겠죠?
  15. 오호~ 한 수 배워갑니다. ^^
secret

설득의 논리학

Biz/Review 2007.12.22 11:15
굳이 가르면, 저는 논리의 세계에 사는 사람입니다.
전략의 요체가 논리이고,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역량도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제 배경도 그러합니다. 공학을 석사까지 하며 과학적 논리를 배웠습니다. 실험이나 관측에서 신중하게 결론을 도출하는 법, 논리적 문장을 다루는 법을 포함합니다. 사실에서 의미를 도출하는 귀납의 세계이기도 하지요.
비즈니스 스쿨 이후로는, 컨설팅 방법론으로 대표되는 연역의 세계에서 단련을 해 왔습니다.

어느 경우든, 전 논리에 별 아쉬움 없습니다. 그리고 설득은 제 업이자 전공이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용규

세상에.. 설득의 논리학이라니.

치알디니 책 '설득의 심리학'의 아류향이 강합니다. 제가 굳이 관심 가질 일이 뭐 있었겠습니까. 처음에는 익숙한 제목에 막연히 읽은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님을 안 이후도, 짝퉁 느낌에 손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설득은 논리학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전략가들은 논리로 이긴 설득은 쳐주지 않습니다. 머리로만 인정하고 마음에서 저항하는 상황은 피상적 설득이니 말입니다. 필연적으로 실패를 야기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격물치지님이 세번 정도 칭찬하는걸 듣고서야 굼뜨게 구매를 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이라고 표현하기엔 외람됩니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 이후로 공부하듯 열심히 읽은 책은 처음입니다. 세부에서 큰 그림까지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논리학의 구석구석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닙니다. 깊이 없이 늘어놓지도 않고 짐작 안가게 훑어내리지도 않습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이어져온 논리학의 뼈대를, 철학과 과학,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살을 붙였습니다. 쇼펜하우어와 무사시의 공통점에 이르러선 미소가 나왔습니다. 전체를 관하지 못하는 저자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업적입니다. 저는 지적인 쾌감을 느끼며 매우 즐겁게 읽었습니다.

논쟁에서 붙으면 수사학으로 심리학을 못이기지만, 심리학도 논리학을 못이긴다는 저자의 관점에 일부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설득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제목은 책의 본질을 너무 가볍게 포장했습니다. 정확히 논리학의 세계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정녕 시류에 영합하는 아류적 제목이 필요했다면, '논리학 콘서트'가 적당했겠습니다. 물론, 2006년 사와다 상  저서에 빼앗긴 이름이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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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5 , 댓글  6개가 달렸습니다.
  1. 저도 제목만 보고 아류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하길 꺼려 했었는데, inuit님의 소개를 보니 읽어 보고 싶군요. 역시 책 제목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네, 책 제목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듯 해요.
      그런면에서 유정식님의 이번 새 책 제목은 일단 좋아보입니다.
      읽고 나서 제목과 매치되는지 다시 말씀 드릴게요. ^^
  2. 책 사고 싶게 만드시는 데 일가견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Inuit팀 소개글만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사 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많아 꾹 참고 있습니다. 논리가 전공이시라면서 글 쓰는 솜씨도 일품이신 것 같습니다.

    오늘 쓰신 글에서 가장 맘에 드는 표현은

    "깊이 없이 늘어놓지도 않고 짐작 안가게 훑어내리지도 않습니다"

    입니다. 저라면 아마 "깊이와 넓이를 잘 조화시켰다"라는 정도로 표현했을 것 같은데...

    전체를 관하지 못하는 저자라면에서 '관'이라는 말이 볼 관을 의미하신다면...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을 쓰셨으면 좋을 것 같다는 외람된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ㅎㅎㅎ

    요즘 제가 등록한 RSS 중에 매일같이 가장 기대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는 요즘 거의 개점 휴업 상태라 미투로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다시 분발 좀 해야겠습니다. ^^

    주말 잘 보내십시오~
    • 좋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관이란 말은 근거없이 그말이 씌어야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쓴겁니다. 가끔 그럴때가 있어요. 왜 적당한지는 나중에야 설명가능한. -_-
      주말 잘 보내세요.
  3. 김윤수님 말씀대로 '책 사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신 것 같습니다.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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