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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본문
'그레이트 디베이터스'란 영화 보셨나요? 미국 대학 최초의 흑인 토론팀이 겪은 실화를 극화한 영화입니다. 재미난건 토론 시합이 벌어지면, 한 이슈에 대해 팀별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부여받고 그 입장을 고수합니다. 순수한 언어기술로 청중을 쥐락펴락하면서 논점을 공고히 하지요.
몇 번 말한 바 있지만, 논리학은 진리에 관심있고 수사학은 승부에 관심있습니다. 미국의 토론 클럽(debate club)은 이런 승부를 위한 논변을 갈고 닦는 모임입니다. 미국 상원의원의 2/3가 토론 클럽 출신이란 말도 있지요. 오바마 대통령도 유명한 디베이터였습니다.
Arthur Schopenhauer
오로지 논쟁을 위한 책입니다. 그 유명한 쇼펜하우어가 정리한 역작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생
부유했지만 어머니의 행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아들입니다. 당시 어머니의 살롱에 드나들던 사람 중에 괴테도 있었습니다. 잘나가는 여성이었지요. 결국 쇼펜하우어는 엄마친구아들이 아니라, 엄마친구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혐오가 여자에 대한 염증으로 번지고, 세상에 대한 비관을 전파하던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가 죽은 후, 미공개 원고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정리해 둔, 이 책입니다. 참 흥미롭지요. 비유컨대 죽음을 초월한 사상을 설파하는 사람이 날마다 집에서 호신술을 익혔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죽을 때까지 공개 안하고 '짱박아' 둔 건 더 흥미롭습니다. 명성에 그토록 목말랐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38가지 요령
책에 나오는 38가지 요령입니다. 철학자가 나설 정도의 작품은 아닌듯 하지요.
요령1: 확대해석하라
요령2: 동음동형이의어를 사용하라
요령3: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화하고 보편화하라
요령4: 당신의 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요령5: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하라
요령6: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요령7: 질문 공세를 통해 상대방의 항복을 얻어 내라
요령8: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요령9: 상대에게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던져라
요령10: 역발상으로 상대방의 의표를 찔러라
요령11: 낱낱의 사실들에 대한 상대방의 시인을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라
요령12: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요령13: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하여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라
요령14: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라
요령15: 안개 작전을 사용하라
요령16: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요령17: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요령18: 논쟁의 진행을 방해하고 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요령19: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하여 그 부분을 공격하라
요령20: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 내라
요령21: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요령22: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요령23: 말싸움을 걸어 상대로 하여금 무리한 말을 하게 하라
요령24: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요령25: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요령26: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어라
요령27: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요령28: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
요령29: 상대방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요령30: 이성이 아닌 권위에 호소하라
요령31: 당신의 말은 형편없는 내 이해력을 넘어서는군요
요령32: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 속에 넣어라
요령33: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요령34: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요령35: 동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요령36: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요령37: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요령38: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마지막 요령에 이르면 삼십육계가 생각납니다.
말싸움
하나하나가 참 뻔뻔하고 지저분한 요령들입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저런 기술을 구사하는 악당들이 종종 보이지요. 실제로도 쇼펜하우어는 공격 뿐 아니라, 방어를 위해서도 이러한 논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그 근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비롯되지만, 아 선생님의 수사학은 논리학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씨의 리스트는 논리학을 완전히 배제하고 말싸움하는 방법만 모아 놓았습니다.
실제 책의 내용은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이 리스트가 책의 80%라고 보면 됩니다. 나머지는 부연 설명입니다.
베를린을 떠난 수사학
나중에 쇼펜하우어는 헤겔과 맞짱을 뜹니다. 베를린대학에서 강의할 때 헤겔에 대한 경쟁심으로 같은 시간에 강의를 배정합니다. 그리고 고작 다섯명이 수강하는 참패를 겪고 대학을 떠납니다. 결과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암살무기, 수사학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면 지나친 결론일까요.'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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