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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

Culture/Review 2013.09.29 10:00
테러집단에 미개하고 공격적인 문명.

이희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에서, 이슬람처럼 그 많은 환상과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념체계가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시각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지런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

첫번째 오해
기독교와 이슬람은 매우 상극인 종교인가.
아는 사람도 많지만, 모르는 사람도 꽤 많은 부분이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한 뿌리다.
수녀님의 복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이 유사한만큼이나, 이슬람과 기독교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종교다.
이름만 보아도, 이브라힘(아브라함), 무사(모세), 이사(예수), 이스마엘(이스마엘), 야꾸브(야곱), 누르(노아), 아뎀(아담), 마리얌(마리아), 슐레이만(솔로몬), 다우드(다비드) 등 수많은 무슬림 이름이 유대의 이름들을 그대로 이어 쓴다.

다만 이슬람은 무함마드를 아담-이브라함-모세-예수에 이은 마지막 예언자로 보는 부분에서 두 종교는 갈라진다.
또한, 이슬람의 시각에서 보면, 하느님의 계시가 오역, 변질되는 부분이 많아 무함마드 이후로 강한 원칙을 고수하여 순수한 고대종교의 정신을 더 잘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결벽적 원리주의가 이슬람의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오해.
'한손엔 칼을, 한손엔 꾸란을'에서 보듯 매우 공격적인 종교 아닌가.
이 말은 근대에서 이슬람에게 덧씌운 망령같이 추잡한 이미지이다. 
꾸란에는 '종교는 어떤 강요도 있어서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되려, 무슬림에게 면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정복자 무슬림들은 현지 인원이 개종하는 것을 오히려 싫어했다.
다만, 경제적 동기로 자발적 개종을 막기 힘들어 demarketing을 했음에도 정복지의 개종자가 많이 늘었다는게 책의 견해다.
(개종에 대한 중립적이되 유럽식의 분석은 '고대세계의 만남' 리뷰를 참조)

셋째 오해.
무슬림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미개한 인간들이다.
이 부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즉, 이슬람 종교의 특징이 아니라, 사막 부족의 특성이다.
이 부분은 '공간의 힘'에서도 힘주어 이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대교와 기독교도 사막 부족의 토대 위에 생긴 종교다.
그래서, 유일신에 타종교 배타적이고 가부장적 카리스마가 근간이다.
반면, 각박하지 않고 먹을 것이 풍부한 열대나 온대, 열대 종교는 다신교가 근간이다.
어쨌든,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에서는 여성이 수상까지 갔고 이 나라들은 사막적 정서가 없는 지역들이다.

이슬람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생소한 부분도 많지만 매우 흥미롭다.

중매 및 형사취수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도 유사하다. 무슬림은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본다. 따라서, 재산권 및 혈연공동체간의 연대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바로 수계혼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형사취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라마단
가난한 자나 부유한 자가 동일 조건을 공유하게 해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라마단 이후 엄청난 사회기부가 이뤄지는데, 세금을 통하지 않고 부가 재분배가 되는 유효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부수적 효과도 있다. 장기 단식을 통한 체중감소 및 잔병 치유의 효과로 인적 자본의 정비효과도 얻는게 라마단이다.

얇지만 임팩트가 있는 책이다. 핵심은 이거다.
유대족과 아랍족은 언어마저 같은 셈계 언어를 쓰는 셈족의 분파다.
다만, 근대 유대족이 땅을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중세 이후 기독교인과의 부의 쟁탈전을 통해, 증오의 감정으로 유럽에서 씌운 단단한 오명이 무슬림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문명의 충돌 따윈 없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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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슬람문화, 이슬람 사람들에 대해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거나 보도되는 것들을 보면 '과연 같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말씀하신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군요. 물론 종파나 개인차도 있긴 하겠지만요.
  2. 서구국가는 가족문화(명절이나 중요한날에나 봄.)를 그리중시하지않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1인가구비율이 높아져서 가족과 같이살아도 대화가 안되는 무언가족으로 살고있으니...!
secret

용기를 줄 때 흔히 사용하는 스토리.
"예전 중세 사람들은 저 바다의 끝은 절벽과 같은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었으나, 콜룸부스는 그 말에 의문을 품고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발견했다."

그럼 이 말은 어떤가?
"지레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는 말했다. 
나에게 충분히 긴 장대와 지지점만 다오.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을테니."

그리스 시절의 아르키메데스는 분명히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말을 한 것 같은데, 과연 그 후대인 중세 사람들은 정말로 지리에 무지렁했을까?


E. Edson & E. Savage-Smith

옛 지도에 담긴 중세인의 우주관

(Title) Medieval views of the cosmos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니오다. 

이미 그리스 시절에 지구의 모습이 구형일 것이라는 과학적 추론이 있었다. 북쪽에서 보이는 별자리와 남쪽에서 보이는 별자리가 다른 것에서 착안하여 지구가 둥글 것을 예견한 철학자가 있었다. 더 나아가, 구형 지구를 가정하여 위도 길이를 산정하여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그리스의 과학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중세까지 평면 지구 가설을 모두가 믿고 있었다고 믿을까? 

책은 그 답을 워싱턴 어빙이라는 소설가가 콜럼버스의 삶을 미화한 허구를 쓴 이후,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음을 퍼뜨린 결과로 생각하고 있다. 

신화와 신학이 지배해온 중세에, 교육이 충분치 않은 그 시절에 일반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구형 지구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확실한 무리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고대 그리스 이래로 구형 지구를 바탕으로 수많은 지도가 그려지고, 셀 수 없는 탐험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사실은, 암흑시대에 조차도 천문과 지리가 신의 권위에 질식되어 압살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이슬람 문화의 공이 크다. 이슬람 학자들은 그리스의 원전을 온전히 받아 들여 자기의 언어로 번역하여 그 학문적 위업을 계승하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슬람의 율법과 정책이 이 부분의 스폰서였다. 우선, 메카를 향한 참배를 하기 위해서는 Qiblah라는 메카 위치를 알아야 한다. 즉 어느 위도-경도에 있어도 메카의 방향을 알아내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슬림 학자들은 정교한 위치 측정 시스템을 발전시켰고 이의 핵심은 바로 천문이다. 

또한, 무슬림의 정복사업과 제국 내 관할을 위해서는 지리 탐구와 정확한 지도제작이 필수였다. 따라서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중세의 지도를 발전시켜 갔다. 

그렇다면 보물지도 같은 우스꽝스러운 고지도는 무엇인가. 사실, 기독교 문화의 지도 역시 정확한 지리적 정보를 기반하고 있다. 다만, 에덴 동산이 표시되고 지옥의 위치가 포함된 지도가 신화적 색채를 지닐 뿐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탐험이나 교역처럼 실용이 아니라, 지식과 세계관의 표현이라는 종교적 목적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 지도의 경우 간간히 추상적인 모양을 띄는데, 이는 지리적 정보의 부정확이 아니라, GIS의 개념화로 봐야 한다. 지하철 노선도의 역간 간격이 똑같고 순환선이 직사각형에 가깝다고 지리적 정보의 불완전성을 논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쉽다면, 그리스에서 발전시킨 찬란한 과학적 관행이 로마와 기독교를 지나며 화석화된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세상 모든 현상에는 물질적 이유가 있고, 세계는 영원불멸한다." 
하지만 이런 불멸적 세계관과 유물론적 자연관은 기독교의 심한 거부감을 자아내어, 그리스적 과학이 풍성히 발전시키기 어려웠던 단초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슬람의 실용적 접근법이 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방식을 입양하여 잘 양육했기에 그 바탕으로 동-서양의 교류와 대항해시대가 꽃피운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발전이 식민시대와 제국주의의 소용돌이를 촉진하였을 수도 있지만, 다변수 세상에서 단선적 귀책은 의미 없는 일이다. 

책은 논문에 가깝게 건조하여 재미는 솔직히 없다. 하지만, 책장 넘기기가 아깝도록 신기한 고지도의 그림이 풍부한 점과, 안개마냥 모호한 중세 이전의 천문,지리에 대한 깨우침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좀 더 온전하려면 중국과 동양의 천문-지리를 포괄했으면 좋았겠다. 저자들 학문의 일천함인지, 기획단계의 오리엔탈리즘적 협소함인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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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수 많은 재미가 있었지만, 단 한 가지 기억만 남기라면 주저없이 고를 여정이 톨레도(Toledo) 관광입니다. 물론 톨레도는 마드리드 이외에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빠른 기차로 30분 거리라서 마드리드가 접근성이 가장 좋습니다. 
톨레도는 우리로 치면 경주에 해당하는 도시입니다. 스페인의 이전 수도입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 쌓인 천연의 요새인 탓에 그 군사적 가치가 컸고, 로마시대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톨레도입니다. 
로마가 공략할 때 하도 항복을 하지 않아, 인내가 대단하다 하여 톨레툼(Toletum)이라 부른데서 알 수 있듯, 그 지정학적 의미와 스페인 특유의 저항기질이 잘 나타난 도시지요. 
서고트의 이베리아 정복 이후, 톨레도는 서고트 왕국의 수도로 출발했습니다. 그 이후, 이슬람의 이베리아 진출 후 이슬람 지배하에 들어가지요. 이슬람 정권은 지식전문가로 유대인을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톨레도를 읽는 키워드는 다문화입니다. 카스티야 왕조의 기독교, 유대인, 이슬람의 혼합 문화이니까요.
톨레도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마드리드 천도 이후의 모습 그대로, 아직도 고스란히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낙안읍성이나 해미읍성 보면, 작은 촌락하나 그대로 보존하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톨레도에 가려면 마드리드의 중앙역에 해당하는 아토차(Atocha)역에서 출발합니다. 당일 표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사전 예매가 필수입니다.
스페인 국철인 renfe 중 톨레도행 Avant를 타면 70km를 30분에 주파합니다. 열차는 쾌적하고 빠릅니다.

톨레도 관광은 소코도베르(Zocodover) 광장에서 시작하는게 무난합니다. 기차역에서 택시로 5유로 정도, 10분도 소요되지 않으며, 대중 교통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톨레도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골목입니다. 건물과 건물사이, 막힌듯 트이고, 끊일듯 이어지며 굽이굽이 펼쳐진 골목은 정말 동화같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이 도시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가, 건물만 지정하면 무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여백인 골목이 더 중요한 의미공간이니 말입니다.

다시 보면, 고도시 답게 석조건물로 빽빽히 들어선 톨레도의 위엄이 재개발을 어렵게 해서 고스란히 보존이 된 탓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 살기에는 좀 불편한 구석도 있습니다. 작은 경차조차 집 앞에 들어가지 못하니 말입니다. 실제로 군데군데 비어있고 새로 입주를 포기한 집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만큼은 이대로 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아내는, 톨레도가 너무 아름다워서 관광객보라고 꾸며 놓은듯 하다고 찬사를 보낼정도였습니다.
스페인에서 꼭 마셔볼 술이라면 저는 와인, 상그리아(Sangria), 셰리주(Xeres) 그리고 카탈루냐의 카바(Cava)를 꼽습니다. 특히 레드 와인에 레몬이나 오렌지로 풍미를 더한 상그리아는, 이렇게 오래 걸은 여행객에게 원기와 활력을 회복시키는데 딱입니다.

정갈한 옛도시이자, 관광객이 줄을 잇는 도시답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습니다.
대항해시대 해본 분은 잘 알겠지만, 톨레도 특산은 검입니다. 예전에 명성을 날렸더랬지요.

톨레도의 중심을 잡아주는 대성당 카테드랄과 정부청사가 있는 마요르 광장에서, 여행 전부터 상상하던 멋진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냥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성당을 찬찬히 살펴보고, 하릴없이 햇살 받고, 광장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맞추고 웃음 주고 받고, 짧지만 시간 구애 받지 않는 인상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유럽 온 기분이 물씬 났습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은 유대인 지구의 옛 시나고그와 엘 그레코 집을 들러봤습니다. 톨레도는 엘 그레코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그가 400년전에 그린 톨레도 전경이 지금 사진과 똑 같다는 점으로도 유명합니다.

먹는 것으로 따지면, 톨레도의 특산은 마사 빵(Mazapan)입니다.
이슬람에서 유래된 아랍풍 과자입니다. 아몬드 가루와 달걀 노른자로 만듭니다. 하도 유명해서 톨레도 어딜 가나 팝니다. 수녀님들이 직접 구운 빵을 샀는데, 솔직히 너무 달아서 제 입맛에는 강했습니다. 진한 커피와 먹으면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예매한 마드리드 상행선을 타야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톨레도가 너무 정겹고 좋아서, 차마 발이 안 떨어집니다. 좀 더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그냥 톨레도에서 숙박잡고 하루 머물면서 밤의 톨레도를 물리도록 즐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도 인생은 초콜릿 박스 같은 것. 내일 또 어떤 재미난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여기 주저 앉아 있기만 할 수는 없지요. 다시 기운을 내어 마드리드로 떠납니다.

이제 점점 스페인에 우리 가족은 슬슬 동화되어 갑니다. 내일의 여정이 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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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톨레도! 보석같은 곳이죠. 메추리 요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었는데 너무 적은 양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골목을 누비다가 길을 잃어서 돌아가는 버스편을 놓칠뻔 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 아.. 저도 메추라기 요리를 먹어보려 했는데, 기회가 없었네요. (사실 원어 이름을 잘 못 외워서.. ㅋㅋ)
      그리고 골목에서 정줄 놓으면 차 놓치기 딱이겠더군요 정말. 저희도 복귀할 때는 대로로 왔습니다.
  2. 건물의 생김새가 마음에 드는데요.
    아드님의 점프 솜씨가 좋습니다.
  3. 우와 정말 멋지군요... 디지털 소책자로 만들어도 충분할 내용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컸네요. 12월에 한번 망년회 하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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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나

Biz/Review 2009.08.23 11:09
어느 토요일, 가족이 함께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딸 아이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해야 했지요. 못 나간다고 문자를 보내고 가볍게 따라 나섭니다. 전 놀랐습니다.
I: 그게 다니?
D: 네.
I: 전화 해야지? 나중에 보자고.
D: 문자 보냈으니 됐어요.
들어보니 딸아이 친구들도 다 그런답니다. 요즘 아이들 쿨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문자는 전화 통화가 어렵거나, 이미 이야기된 일을 확인하거나, 매우 간단한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거란다. 혹시나 무슨 일로 문자를 확인하지 못해서 약속을 미룬걸 모르면 친구는 엄청나게 실망하게 되잖아. 약속의 취소나 변경은 반드시 통화를 해야하고, 못 하게 되면최소한 답문자 확인을 해야 네 할 일을 다 한 거란다.
사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난히 가벼워지는 소통입니다. 우리 애들만 그런게 아니지요. 2006년 케빈 페더라인(Kevin Federline)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이혼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소 건조한 서구의 소통만 그런게 아닙니다. '이혼이야 (Inti talaq)'를 세 번 외쳐야 이혼이 성립되는 이슬람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두 번의 이혼 통보를 문자로 하고, 세번째에서야 만나서 한번 이야기하고 트리플 탈라크 요건을 마치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지요.

몸소 말하듯, 장문의 편지를 보내든,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든 직접 말을 전하는 예전의 소통보다 훨씬 다양한 소통의 방법이 많은 요즘입니다. 휴대폰 문자가 그 대표고, 이메일과 심지어 트위터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수단이 많아질수록 표현이 풍부해야 옳지, 가장 쉬운 소통의 기술 뒤로 숨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일은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귀중한 단서가 현장에 있듯, 사람 사이 일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 역시 대면 했을 때 알게 됩니다. 입으로 노(no)를 말하지만 실낱 같은 가능성이 있는지, 거의 예스에 가까운 노인지 어찌 원격에서 알겠습니까. 만일 그런 방법이 있다면 해외 출장은 거의 필요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사례처럼 대면 접촉을 피하는건 사회의 대세입니다. 이유는, 대면 접촉의 상황에서 생기는 감정적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서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대면 접촉의 기피는, 기피를 정당화해주는 많은 정보기술로 인해 다시 대면 접촉의 기회를 줄입니다. 결과로 더욱 대면 접촉에 불편한 감정을 증가시켜 다시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순환에 빠져 들지요. 한 조사에서 스스로를 수줍어 한다고 평가한 사람이 1985년 85%에서 2000년 93%로 늘었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우린 모두 수줍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서 소통 잘하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은 대면 접촉에 충분한 훈련을 쌓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제) Face to face

말이 길어졌는데, 이런 취지에서 대면 접촉의 길잡이를 자처한 책입니다. '일단 만나.' 제목부터 상큼하지요. 저자는 대면 접촉의 구도를 쉽게 도식화합니다.

small talk -> bridge -> big talk

결국 가벼운 스몰 토크에 저자는 무게를 많이 둡니다. 스몰 토크에서 감정적 유대와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나면, 목표와 정렬된 브리지 토크를 통해 본론인 빅 토크(big talk)으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빅 토크는 각각의 주제마다 방법론이 있을겁니다. 그래서 책은 스몰 토크에 방점을 찍고 있지요.

스몰토크의 비법으로 책은 OAR를 제시합니다.

Observe: 상대와 주변을 관찰하여 소재를 찾는다
Ask: 적절히 질문하라
Reveal: 관심사와 솔직함을 드러내라

이 중 질문은 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니까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재가 가벼워 스몰토크일 뿐, 실제로는 경청이 필요합니다. 경청의 방법은 제가 세가지 수준의 경청에 대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책의 나머지는 식사 대화법, 전화 통화, 세대간 이성간 대화, 온라인 대화 등인데,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친절한 세부지만, 꽤 자잘해서 사족 느낌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에 익숙지 않은 분께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배운 한가지 큰 교훈이 있습니다.
Be a host.
전체를 관통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느 자리에 가든 그 자리를 주최한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하면 적절하며 효과적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익숙지 않은 스탠딩 파티에 가면 누가 말 걸어주고 소개해 주면 참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비단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온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느끼는게 당연하지요. 그래서 먼저 나서서 그런 매개와 호스트 역할을 하는 이는 그 존재가 더욱 빛날 겁니다.

정리하여 말합니다.
  •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직접 얼굴보고 못 할 말은 이메일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 직접 만남에 능통한 사람이 소통의 달인이 됩니다.
  • 항상, 현장에 직접 나서서 체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 그리고 그 시작은 스몰 토크의 연마입니다.
  • 나머지는 당신의 말하기 재능이 알아서 인도할 것입니다.
일단 만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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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에는 사표도 문자로 제출하나 봅니다. ㅠ.ㅠ
    http://me2day.net/xain/2009/08/10#12:14:09

    지각 알림을 문자로 보내는 것은 일반사가 되었고 말입니다. 현장에 직접 나서서 체험을 하라는 말씀은 경험적으로도, 또 그러한 경험을통해서 알게되는 것이 많았던 적이 있어서 귀에, 눈에 쏙 들어옵니다.

    직접 얼굴보고 못 할 말은 이메일로 쓰지 말아라는 머리에 새겨두어야 겠습니다. 제 머리가 돌이라서 말입니다. ㅋㅋㅋ
    • 맙소사 사표도 문자로.. >_<
      문자는 숨는 매체가 아닌데 말입니다.

      지저깨비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2. 저도 약속같은 경우 문자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성해야겠습니다.
    • 문자가 반드시 나쁜게 아니죠.
      단순한 정보를 단체로 알리는데는 딱이죠.
      확인 용도도 좋구요.

      조수아님은 매체를 적절히 사용하시리라 믿습니다. ^^
  3. 저도 문자가 익숙해지면서 전화통화가 부담스러워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 다시 습관을 들여야겠네요 ㅡㅜ.
  4. 그렇죠.

    매번 생각하면서도 점점 편의주의적이 되어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5. 방금 제가 하고 온 과정이군요. ^_^
    small talk (공통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 이런 저런 신변 이야기)
    Bridge talk (그러면서 요새 제가 하고 있는 일들 이야기)
    Big talk (자. 지금 일잘해서 인정받으며 대우 좋은 직장을 떠나 인더스트리도 다르고, 대우도 시원치않지만 나와 같이 모험을 해보지 않겠나!)
    Face to face로는 처음 뵌 분과의 대화과정이었는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_^; 만나보니 꼭 뽑고 싶은 사람이었는데요. ^_^;;
  6. 으흐흐..
    문자가 점점 귀찮아지는 저에게 또다른 핑계를 댈 수 있는 포스팅이군요 ㄳ ^^;

    예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이메일 하나도 조심히 써야하듯이 문자메세지 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사용할때 조심해야 하는건 당연하겠죠 ^^;
  7. 전 성격이 외향적인건 아니라서요(ㅎㅎ 발랄한것과 다르다는~) 사람들 만나는게 참 어려울때가 많습니다. ㅡ.ㅡ;;안되는줄 알지만 문자 사직서... 전 저런게 일반화되면 인생의 100배는 더 행복해질지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
  8. 전요. 다른생각을 가져봅니다.
    배려? 배려!
    상대를 배려한다는 마음가짐, 그 변형일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상대가 바쁠때 전화를 걸면, 방해했다는 느낌 크죠.
    문자가 상대의 시간을 덜어준다는 그런 마음가짐일 수도 있어요.
    문자로 해고통보하는 건 말고요
  9. 제 생각엔 절대적인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방법이 어떤 것인지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정답은 눈치껏?? ^^;
    • 아뇨. 복잡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거나, 감정적인 이슈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자는 뜻입니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모호한 구분은 아닐겁니다.
  10. 온라인 대화(문자, 메신저, 이메일.등등)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가능한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ㅎㅎ 무엇보다 (최소한) 목소리를 듣는게 "인간적"인 대화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 '오해의 소지'가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신경 반드시 써야겠지요.
  11. 공감가는 글입니다. 전화로 하기 불편한 말은 문자로도 보내면 안된다는게 제 평소 생각입니다. 약속 취소, 지각, 병가 등등 말이죠. 그래서 언제가는 "문자는 가장 비겁한 통신 수단이야" 하고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 문자로 왔다 갔다 세 번 이상 커뮤니케이션 하면..이럴 시간에 전화로 말 몇 마디하면 되는데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 공감백배입니다.
      문자는 비겁한 소통수단이 되기 십상이지요.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12. 대면접촉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2가지 이상의 툴을 사용하는데(문자 + 전화 or 메일 + 전화) 그것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 한번 확인해 봅니다. 좋은 책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 네. 프로페셔널은 매체를 병렬로 사용하지요.
      편의성과 배려를 위한 문자/메일 그리고 확인 전화. ^^
  13. 지난주 주말에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가 일을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난 뒤에 픽업을 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시간대를 잘 못 알아서 한시간이나 넘게 기다려야 했더랬지요. 애기들은 졸려서 보채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먼저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는 정신없이 바쁘니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 먼저 간다고 문자 한통 날려주고 확인하는 대로 전화달라고 했는데, 친구 퇴근시간에서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즉 만약 우리가 기다렸다면 1시간 반 정도를 대책없이 기다렸어야 했는 분위기였지요.

    그 친구도 우리랑 같이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없어졌으니 황당햇을 테고... 뭐 하여튼 이랬습니다. ㅡㅡ; 이런 경우에서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하고... 이런게 꼭 본문과 같은 상황은 되질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기본적으로는 전화통화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문자는 확인용도로만. ^^;
    • 그런경우가 많지요 정말.
      배려한다고 문자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좀 다른 이야긴데 저는 전화도 불편해요.
      직접 보는게 제일 나은데 어쩔 수 없을때가 많지요.
  14. 전화통화 잘 안하는, 문자가 편한 저는..
    막상 약속 취소 문자 받았을때 맘상하는 편이라,약속 취소같은 경우에는 꼭 전화를 하는 편이예요.
    근데 약속 취소를 문자로 받았을때 전화해서 맘상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ㅋㅋㅋ 아무튼 알아줬으면 하지만 표현하기가 좀 애매했던...:)
    • 하하하
      죄송합니다. 말씀이 재미나서요..

      문자로 약속취소 되었을 때 문자로 답할지 전화로 전할지 정말 애매하네요. ^^
  15. 헙 전 전화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화를 하구요, 못받는 사람이라면 문자를 보낸답니다^^
  16. 참 좋은 이야기군요..
    일단 만나...
    마음에 확 와닿습니다.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을 떠올립니다.
  17. 일단 만나세요.. 저도 전화나 메시지등으로 하는 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일전에 술집에 갔다 요즘 애들이 쓰는 신기한 단어를 들었습니다.
    뻐카충이란 단어의 의미를 듣고 저도 서서히 늙어가는 구나란 생각을 했답니다...

    '아빠 뻐카충하게 돈좀줘~~'

    뻐카충이 버스카드충전이라더군요 ㅋㅋ
  18. 문자를 잘못보내서 오해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무미건조한 텍스트뿐이라..이모티콘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크.

    책 제목이 와닿네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만나러 북한에 간것도.."일단 만나자"는 뜻 아니었을까요. 서로를 이해하려면 만나는 것, 스킨쉽이 중요한 듯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수줍음이 많다고 생각한다니 놀랍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에 이누잇님과 산나님, 승환님과의 만남은 참 놀랍습니다.
    • 맞아요.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미디어를 사용할 땐 주의를 충분히 기울여야하죠.

      그리고 말씀처럼 일단 만났던 저번 모임 기억은 아직도 좋게 남아 있어요. ^^
  19. 이별 또한 문자 하나로 이루어지는 세상...
    참 쿨(?) 하네요 ㅠㅠ
  20. 소통은 아무래도 평생의 숙제인듯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알아갈수록 깊이있는 관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지더라고요. 일단 만나는게 좋은데 서울 땅덩어리는 왜이리 넓은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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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미치다

Biz/Review 2007.05.12 17:40
동네에 한 노인이 있습니다.
행색이 지저분한데다 거짓말을 잘하기로 유명합니다. 요즘 야간 근무로 돈을 제법 벌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인과 거래를 해 본 동네 사람들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후일담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우연히 이 노인의 집에 들러본 후 묘한 매력에 빠진 저는, 관심을 갖고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던 중 이 노인의 예전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매우 놀랍더군요.

예전에 동네 최고 부자였던 이 노인의 집에는 보석과 금이 넘쳐났다고 합니다.
겁없는 젊은 불량배 중 하나가 이 노인의 앞마당을 털었습니다. 엄청난 보물을 노획했지요. 한번 돈 맛을 본 이 친구 연달아 17번을 약탈했습니다. 물론 큰 부자인 이 노인의 자존심에는 상처가 났겠지만 그래봤자 노략 당한 재물은 약소한 수준입니다. 집도 좀 상했지만 대문 언저리가 불탄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길을 트기가 어려울 뿐이지 한번 길이 나면 쉬운 법. 소문을 들은 젊은 부랑아들은 이 집을 털고 또 털었습니다. 찬바람부는 윗 동네에 살던 부랑아들은 노인의 집이 햇볕 잘들어 너무 덥다고 대개 재물만 털고 불을 지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는 갈 집도 없어 노인집에 눌러 살며 주인 행세도 했었지요. 무굴이라고 자기 문패까지 버젓이 달았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 엄마의 허락까지 받고 골목길 지나는 사람 '삥뜯어' 먹고 살던 젊은이들이 노인의 집에 다다랐습니다. 이 친구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어 딱히 할 만한 일도 없는터였지만 싸움하나는 자신있습니다. 그래서 경비 용역으로 이 집에 취직을 했다지요. 나름대로 오래 버티다 보니 슬슬 기회가 생깁니다. 노인의 친척끼리 싸우는 틈을 타서 집사가 되고 은근슬쩍 집안의 어른 노릇까지 합니다. 결국은 조직적으로 노인의 재물을 홀랑 다 털어먹고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고 사람을 못 믿는 성격 고약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역사에 관심많은 분은 위의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누군지 훤히 떠오르겠지요. 노인의 이름은 힌두스탄 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옥순

는 인도라고 불리웁니다. 마지막 조직 폭력배는 영국이고, 심심하면 노략질을 한 젊은 부랑아는 인근 이슬람 세력들입니다.

특히 가즈니의 마흐무드는 부자로 소문난 인도를 약탈해서 사는 방법을 처음 시도해 성공한 이입니다. 한번 맛들인 노략질은 끊기도 힘들어 평생 17번을 침략했다 합니다. 결국 인도의 서북부를 조금 털었음에도 엄청난 부를 축적한 가즈니는 복이 화가 되었지요. 재물을 탐낸 이웃의 구르에게 정복당합니다. 구르는 내친김에 내쳐 인도로 향합니다. 이번엔 인도의 심장인 델리까지 침탈했고, 부하인 쿠트브 웃 딘 아이바크가 스스로 술탄을 칭하며 인도의 첫 이슬람 왕조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면 해피엔딩이지요. 아프간의 티무르는 갠지즈까지 온 도시를 피로 물들이고 재물을 털었습니다. 그전 2세기동안 무슬림 왕조가 수탈한 것을 능가하는 약탈고를 보였다고 합니다.
한술 더 떠 나디르 샤는 같은 무슬림인 무굴제국이 350년간 축적한 부를 단 3일만에 털어먹습니다. 3년간 본국의 세금을 안 걷을 정도였으니 쓰지도 못할 재물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어찌보면 무굴은 양반일지 모르겠습니다.
비르발의 황제인 악바르는 무굴 창업자인 바부르와 그의 아들 후마윤을 이은 왕입니다. 이후 제항기르를 지나 타지 마할의 샤 자한과 아비를 공격한 아우랑제브까지 최소한 인도에 남아 살며 통치는 했으니까요. 뒤에 다시 언급할 영국은 이보다 더 합니다.

얼마나 큰 부가 있길래 그랬을까요.
단적인 예로, 나디르 샤가 노략한 '샤 자한의 공작옥좌'를 볼까요. 샤 자한이 솔로몬 왕좌를 꿈꾸며 만든 의자입니다. 1톤이 넘는 순금,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진주 등 보석만 230Kg 이상이 박혔고 공작 두마리가 의자 양옆을 감싸는 모양이라 공작옥좌란 별칭이 붙었습니다. 제작에 7년이 소요된 이 의자의 비용이 타지 마할 건축비의 두배가 들었다니 그 호화로움과 가치가 얼마나 될지 짐작이 가지요.


이 모든 이슬람의 인도 침략 명분은 이교도 응징이었습니다. 무슬림 병사에게는 종교라는 명분을 주고 약탈이라는 보상을 주었습니다. 결과로 국가 수준의 부의 이전이 생기게 되었지요. 신상만은 파괴하지 말라는 애걸하는 민간인을 죽이고 철저히 금과 보석을 빼낸후 신상을 파괴해 본국의 저자 거리에 무슬림이 밟고 다니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런 종교간의 비이성은 사실 수탈의 경제논리를 종교로 포장한 통치술일 뿐입니다. 심지어 같은 무슬림인 무굴제국에 쳐들어갈 때는 '이슬람 종교의 본원에 훼손되고 있다'는 희한한 명분을 가지고 갔으니까요.

여기에서 그치면 그나마 국부적이고 일시적입니다. 당시 빈한했던 3류국가 영국은 인도를 아주 뼛속까지 철저히 털어내는 조직적 식민 수탈을 했습니다. 결과로 세계의 선두국가가 되는 디딤돌이 되었지요. 애초의 영국은 포르투갈에 선수를 빼앗기고 기술과 교역품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뭄바이를 포르투갈 공주가 혼수로 영국에 선물했겠습니까. 비빌 언덕도 없어 인도의 해군 용역을 하며 버티다가 결국 벵갈지역을 기반으로 동인도 회사가 야금야금 인도의 경제권과 정치를 장악해 나가지요.
놀라운 점은, 당시 무굴의 인도는 세계 GDP의 24.4%를 차지하고 있었고, 영국은 3%가 채 안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후 영 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200년이 채 안되는 세월동안 인도는 절반인 12.2%로 줄지만, 영국은 세배가 넘는 9.1% 비중으로 급성장을 했습니다. 이만하면 제대로 털었다고 해야지요.

물론, '인도에 미치다'가 수탈사의 관점으로 지어진 책이라서 인도가 각별히 불쌍해 보이는건 사실입니다.
카스트의 영향으로 크샤트리아만 전쟁에 임했던 점, 이웃나라에 별 관심이 없고 전략적 제휴보다는 지역간 감정적 반목이 강했다는 점 등 인도 자체적인 문제점을 가리고 희생의 결과만 부각하는 주장이 온전히 타당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인도는 예전부터 내내 부자였다는 점,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정복당하지도 수탈 당하지도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인도가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흥미있는 나라에 대해 흥미있는 관점으로 엮어낸 이야기라
문명사 서적, 인도 여행책, 사회과 부도를 곁에 펼쳐 놓고 이리 저리 상상하며 즐겁게 읽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예약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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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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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책입니다. 사실 이런 제목의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너무 자극적인 상업성 냄새가 나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라는 나라가 21세기 돌연 떠오르는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인류 역사를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면 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국이었고 아주 잠시 잠들어 있다 다시 깨어나는 것이니까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바라볼 시점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 자극적인데다가, 미쳐야 미친다는 책의 아류 냄새도 나지요. 책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간해서는 손 안가는 제목입니다. 인도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는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구요.

      인도에는 관심 많이 가져 보세요. 비즈니스 하다보면 두고두고 만날 사람들이니 많이 알아도 손해볼 일 없습니다. ^^
  2. 인도. 참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복자에게도 정신세계만큼은 지켜내는 그들의 저력. 조금만 정신차리면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언제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는거=_=;
    인도에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자주 먹었던 치킨롤과 까밥이 그립네요^^; 항공소포로 순대를 진공포장으로 받아서 인도친구들과 먹기도 하고... 제가 끊여준 짜파게티를 맛나게 먹어주던 친구들이였느데 말이죠^^
    • 하하하.. 언제 정신차릴지 모른다는거..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인도에 근무하셨다니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가지셨네요.
      그나저나 인도 친구가 순대를 먹었답니까. 상상이 안가네요. 무슬림은 절대 아닐테고, 청결을 숭상하는 힌두도 순대는 안먹으리라 생각됩니다만.. SuJae님의 뛰어난 능력 덕인듯.
  3. 연구실에 있던 인도 친구가 생각납니다. 참 착한 사람이었어요. 실력도 뛰어났고요. (특히 수학부분에서)
    잠시 인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군요.
    • 착한 인도인을 만나셨다니 즐거운 경험이겠습니다. ^^
      엘윙님이 착해서 같이 착하게 대해준 것 아닐까요.
  4. 인도에 가면 인도의 문화에 젖어서 다른 곳에 가기 싫어진다고 하더군요..모든것을 흡수해서 포용해 버리는 .. 그 인도의 정신..정말..인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ㅠㅠ
    • 아.. 인도의 정신세계란..
      인도에 다녀오면 인도 생각이 머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런 끈적한 마력이 있습니다. 가면 안오는 사람도 있으니 잘 생각하세요. ^^;;
  5. 예전에 프리로 일할 때 하던 프로젝트에 인도사람이 2명 있었더랬습니다. 어느날 갑자가 그들이 휴가를 다녀오더니 인도의 기념일(?)이라고 하더니 인도 전통 음식을 주는데 다들 한입 이상을 못 먹고 슬금슬금 달아난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에 회식자리에서 잠깐 이야기 했었는데 브라만인 그들은 ㅡ.ㅡ+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보다 훨신 부자더라고요. 끙! 저도 인도의 금댕이(이거 사투리죠?)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
    • 어떤 음식이었을까요.
      양고기 말고는 우리 입맛에 그리 안맞지도 않은듯 한데요. (물론 저도 원단으로 터프한 음식은 맛을 못봤다고 생각합니다. -_-)

      브라만들은 꽤 잘살지요. 자부심도 높고. 아직도 인도 시골사람들은 금덩이를 숨겨놓고 산다더군요. 잘 사귀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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