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주익 성을 내려와 마지막 여정을 매듭 짓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신항구, 포르토 벨로 향했지요.
통상적 항구와 다르게 물이 투명하고 깨끗합니다. 수 많은 고기 떼가 헤엄쳐도 사람들은 어항보듯 즐기고만 있는 점도 특이하지요.

시대를 잊은듯, 공간을 잃은듯, 아름다운 항구는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 배하나 집어타고 망망대해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도 모락모락 납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많이 걸어서 모두 목이 많이 마릅니다. 우선 목부터 축입니다. 이런 날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인, 카탈루냐 특산 카바(cava)는 딱 알맞은 음료입니다. 맥주의 청신함과 와인의 우아함이 한잔에서 만나는 맛이지요.

가재와 오징어, 대구와 파에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해산물 메뉴입니다. 바닷가 좌석은 자리를 파하기에 꽤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풍광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매듭을 짓고 일단 식당을 나섰지요.
하지만 이 아름다운 항구를 나서면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습니다.
다시 바닷가에 주저앉아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따끈한 햇살을 즐깁니다.
일요일 오후에 산책나온 바르셀로나 사람마냥, 아예 드러누워 느긋한 휴식을 취했지요.
이렇게 바르셀로의 마지막 오후를 뜻깊게 지냈습니다. 출발할 때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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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행은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이제 하루만 있으면 스페인을 떠납니다. 
남은 동안 무얼해야 가장 좋을까. 고민되는 선택입니다.

단순한 원칙을 다시 택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도 알뜰히 이것 저것 보려는 욕심을 버리자. 
다만 우리 가족이 함께한 이 시간을 충분히 의미있게 하자..'

여기에 딱 맞는 선택이 있습니다. Save the best for last, 몬주익 성입니다.
Paral-lel 역에서 푸니쿨라르 타고 올라가, 새로 표 끊고 곤돌라를 타면 몬주익 성에 닿습니다. 몬주익 언덕은 지중해를 맞서는 요새이자, 바르셀로나를 품에 안은 유서깊은 산입니다.
여기 역시 카탈루냐의 한이 서려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왕위 계승 전쟁에서 카탈루냐는 펠리페 5세를 반대했습니다. 펠리페는 왕위를 물려받은 후 카탈루냐를 보복 정벌하지요. 바르셀로나는 몬주익 요새를 중심으로 결사항전하다 결국 함락되고, 도시는 초토화 됩니다. 아예 도시 전체를 군사시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카르타고가 건설한 이후 지중해 상업의 찬란한 거점 노릇을 해온 바르셀로나는, 참담한 패퇴 이후 고난을 겪습니다. 고대부터 이어온 카스티야에 대한 악감정은, 카스티야의 가혹한 지배하에서 지속적으로 카탈루냐의 독립심을 자극합니다. 근대의 프랑코 정권에서는 바르셀로나 자치정부의 리더가 몬주익 요새에 마련된 감옥에 갇혀지내기도 합니다.
이런 슬픈 역사가 배어있는 몬주익 성이지만, 꼭대기에 올라 지중해를 바라보면 그저 가슴벅차게 아름답기만 합니다.
저 망망대해를 건너면, 아프리카, 이탈리아가 버티고 있습니다. 또한 서쪽으로 길을 틀어 전진하면 신세계로 향하지요. 
2천년 전부터 이곳에서 바다를 지킨 초병들은 저 바다를 보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또한, 바르셀로나의 소년들은 저 바다를 굽어보며 어떤 꿈을 키웠을까요.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숲이 유서깊은 스페인 양식의 건물과 함께 감동스러운 정서를 자아냅니다. 바르셀로나가 한 눈에 굽어보이는 몬주익 성은 그 높이로 인해 어느 방면도 풍경이 좋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몬주익 성을 휙 한바퀴 돌고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몬주익 스타디움이나 호안미로 미술관을 들러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카탈루냐의 한과 기가 서린 이곳, 지중해가 주는 무한한 영감에 휩싸인 지금, 다른 어디를 더 갈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기분좋은 햇볕 쪼이며, 머무르고 싶은만큼 충분히 몬주익 성에서 지냈습니다.

더 많은 관광명소보다, 인생에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 더 좋았고, 몬주익 성은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이야기거리에 빠지지 않을 우리만의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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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끔은 경영 글도 올려 주세요(...)
  2. 스페인 여행은 가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신나는 여행기 차분하게 읽어보겠습니다
  3. 저도 이 여행기 쟁여두고 차근차근히 볼께요^ㅇ^

    p.s. 왔다갔다 하면서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 저도 슬슬 블로그 시동을 걸어볼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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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만 내내 머물러도 충분히 좋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인근의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카탈루냐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보조교재입니다. 예술가의 미학적 영감, 그리고 카탈루냐 민족정신의 허브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몬세라트를 감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파냐 역 앞 광장

몬세라트는 서울의 국철 1호선과 유사한, R5로 닿을 수 있습니다. 출발은 스페인 광장 옆 Espanya 역입니다. 자판기에서 표를 사야하는데, 알고 보면 쉽지만 처음 가면 헛갈립니다. 내리는 역이 수도원 역(Monistrol de Montserrat), 아에리 역(Montserrat Aeri) 등에 따라 교통이 푸니쿨라르(funicular 등산열차), 케이블 카로 나뉘고 다시 어른요금, 아이요금 등등이 있어 메뉴가 복잡합니다. 

다행히 영어가 가능한 안내원이 몬세라트 전용 부스에서 상담을 해주고, 주요 골자를 쪽지에 적어주면 현지 도우미가 자판기에서 발권을 해주는 재미난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그만큼 몬세라트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가격에서도 나타나는게 관광책자에 적힌 가격보다 실제는 두 배 정도 비쌌습니다. 그 새 가격이 오른거지요. 사실 다녀오고 나면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그 이상 재미나거든요.
몬세라트행 기차는 자주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도 다음 차까지 45분이 남았습니다. 오히려 다행입니다. 구엘 공원에서 생각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점심도 못먹고 갈 뻔 했는데 여유시간 동안 간단히 점심을 때웁니다. 식단이 간단해도 기분 좋은 이유는 방금 만든 주스와 스페인식 샌드위치가 하도 맛나서입니다. 보기엔 평범해도 질좋은 빵에 신선한 재료를 턱턱 올린 샌드위치도 좋지만, 오렌지 두개를 통째 갈아 만든 주스는 기분좋게 달며, 상큼한 싱싱함이 혀돌기돌기를 단단히 자극합니다.
국철인지라 Monistrol 역까지 한시간 가는 동안 기차는 자주도 섭니다. 톨레도 가던 특급열차와는 다른, 타고 내리는 스페인 사람들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라틴계 특유의 쾌활함과 수다가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미국 쯤 이었다면 사람들 다 돌아볼만한 소란과 수다도, 모두 그러려니 할 뿐더러 서로 이야기에 빠져있을 따름입니다. 이처럼 관계와 사회화에 몰두한 나라도 보기 힘듭니다. 소란스러움과 정서적 유대가 특징인 남미의 뿌리답습니다.
수도원 역에서 내리면 바로 등산열차 푸니쿨라르를 갈아 탑니다. 제대로 표 끊었으면 번들 패키지로 구매가 되어 있습니다. 
등산열차는 톱니를 굴리며 산을 씩씩하게도 잘 올라갑니다. 고도는 낮지만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에 오르는 느낌과 흡사합니다.
드디어 도착한 산꼭대기의 수도원. 우선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제주의 주상
절리와 마찬가지로 각각 솟아오른 돌기둥이 모여 있는 형국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기암의 괴인 같기도 하고, 수도원을 지키는 천군 같기도 합니다. 이 몬세라트를 보지 않고서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가우디가 평생 마음에 지니고, 또 동경했던 그 곡선입니다.
산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고, 수도원은 어찌 여기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 싶게 산꼭대기 바위 속에 웅장한 자태를 숨기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평범해 보이는 수도원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웅장함과 화려함, 그리고 은은히 감도는 정기에 들어서는 객의 마음이 서서히 격동합니다.
그리고 성당. 멀리서 은은한 멜로디에 끌리듯 들어가보니 거대한 성당에 파이프 오르간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높은 산 속 구름 위 선율은 천상의 음악 그대로입니다. 사실, 여기 소년 성가대(에스콜라니아)의 성가는 더욱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미사 시간이 아니니 그까지 듣는 행운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특정한 종교는 없지만, 성당가면 성당에, 절가면 절에 고요한 마음을 빕니다. 종교의 교리에 에둘리지 않는다면, 착한 마음으로 살자는 종교의 기본 원리는 다 똑같습니다.
그리고 검은 성모상. 바로 몬세라트를 몬세라트로 만든 아이콘입니다. 도시의 수호성인이자 카탈루냐 저항정신의 가디언입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면서, 괜히 눈물이 날듯한 검은 성모상은, 카탈루냐 지식인들에게 무한한 영감과 용기를 주었겠지요. 실제로 가우디를 비롯한 모데르니스모 운동은 각자가 자신의 재능으로 민족정신을 고취하는데 몰입했고, 그로 인해 카탈루냐는 자신의 정체성을 또렷이 가져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이 집약된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입니다. 또 그래서 몬세라트가 바르셀로나를 이해하는 보조교재가 되는 것입니다.

한 도시는 역사의 압축이고, 지식인은 문화의 자식입니다. 자연과 역사, 역사와 문화, 문화와 문명, 그리고 문명과 실상이 가로세로로 짜여 있는 시공간을 아이와 함께 누볐습니다. 아이들도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새로운 공부를 많이 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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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부럽습니당. 스페인 꼭 갈꺼에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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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인상 깊은 음식이 하몽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단연 타파스입니다. 물론, 타파스는 남부지역에서 시작한 간단한 일품 요리이므로 딱히 바르셀로나만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싱싱한 해물을 사용하는 카탈루냐 타파스는 정말 맛이 좋습니다. 전 바르셀로나만 생각하면 타파스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쾌한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이자까야처럼 양적고 맛난 요리를 가지가지 순서대로 시키니 안주 겸 식사로 훌륭합니다. 게다가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카탈루냐 조리법은 화려하지 않아도 미각과 시각을 흡족히 채웁니다.  
하나 더 꼽자면, 토마토 바른 빵도 좋습니다. 그냥 단순한 딱딱한 빵에 싱싱한 스페인 토마토를 문지른 건데 그렇게 맛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 빵만 몇 접시를 시켜 먹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로 치면 분식집마냥, 길 모퉁이마다 있는 타파스 집입니다. 그래도 하루는 마음 먹고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전문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가족 모두가 크게 만족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위력을 새삼 깨달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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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맛있겟다... ㄷㄷㄷ 바르셀로나도 꼭 가봐야겟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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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모든 도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 바르셀로나입니다. 가족 첫 유럽여행을 스페인으로 오게 된 이유기도 하지요. 
전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도 갔지만, 제가 가족에게 가장 바르셀로나다운 곳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소는 구엘 공원입니다. 아침 먹자마자 바로 향했습니다.
구엘 공원 가는 방법은 메트로 L3 Lesseps에서 걸어가면 됩니다만, 구엘공원의 정문으로 들어가 순차적으로 보겠다는 생각만 포기하면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Lesseps 다음 역인 Vallcarca에서 내리면 공원 옆구리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바로 구엘공원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즉 공원의 가장 후면인 정상에서 공원 정문까지 내려오면서 일반 관광객과 반대의 순서로 보게되지요. 이러면, 우선 체력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으면서, 비교적 관광객 틈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정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전에도 정말 감탄했던 공원 정상의 돌무덤. 그곳에서 바르셀로나 시내와 먼 바다를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지는듯한 평온함을 느낍니다.
구엘공원은 처음에 신도시 주택단지로 지은 것입니다. 돌로 된 산을 개발한 것이지요. 그러니 산에 토목공사를 하여 평지 조성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사람살게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그의 신조대로 돌파합니다. 
첫째,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다. 
둘째, 돌산을 깎아 나온 돌을 재활용한다. 
셋째, 인간적인 건축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의 걸작들이 탄생합니다. 우선 돌로 다리를 괴어 평평한 대로를 만듭니다. 위에서 걸을 때는 그냥 넓은 흙길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 그 밑은 돌다리입니다. 가파른 돌산에 계단도 안쓰고 오히려 마치 시골길을 걷듯 평화로운 감성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산을 쪼아 나온 자갈들을 끌어 모아 구조물의 미학적 변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가우디는 괴물같은 천재성을 발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흠모하는 가우디의 작품에는 새가 깃들고 있지요.
그런 면에서, 가우디하면 생각나는 색타일이 돋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천한 재료인 폐타일입니다. 그것을 색색으로 조화시켜 아름다운 벤치로 만들었지요. 트렌카디스 기법은 재료를 재활용하고 공사비를 아끼려는 건축가의 쟁이기질에서 생겼습니다. 단, 재료는 싸되 수고는 비쌉니다. 이 트렌카디스 작업을 할 때는 가우디가 한시도 떠나지 않고 인부들에게 색과 모양을 계속 지시하여 아름다운 모양을 뽑아냈다고 하지요.

이 무슨 합성도 아니고..

산을 내려오면서 차근차근 구엘공원의 숨겨진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겉으로 보는 미학 이면에 진실된 인문학이 겹쳐있는 공원이니까요. 

내려오는 길 내내 좀 불편한 점은 길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이었습니다. 다른 관광지처럼 소매 잡아 끌며 귀찮게 하지는 않는데, 조용히 가우디를 즐기려는 눈에 거슬리고, 마음에 가슬거리는건 맞지요. 조잡한 기념품들을 저리 여러사람이 들고나와서 수지가 맞으려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장내가 술렁이더니 전 노점상이 후다닥 짐보따리를 싸고 뜁니다. 정문에 단속경찰 나타난 사실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도망가는 모습이 참 스페인 답습니다. 별로 바쁜 기색없이 낄낄거리며 집을 싸서 이동하는 사람들이나 주변에서 웃으며 도망을 독려하는 관광객이나 모두 초등학교 운동회에 나온 아이와 부모처럼 한바탕 소동을 즐깁니다. 더 재미난건 경찰이지요. 소란이 나고도 한 십분 넘게 늑장을 부리며 나타나서는 코믹할정도로 위압적인 모습으로 가슴을 내밀고 돌아보고는 싱겁게 물러갑니다. 마치 스패머의 이면을 보는듯한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깨진 타일 모아 붙여 만든 유쾌한 벽면들, 손으로 빚은 듯한 돌의 부드러운 곡선, 쉽게 쉽게 꼬아 놓아 살아 있는 듯 섬세한 금속 장식들. 이 모든 것이 재질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재질의 고유치를 무시하고 가우디만의 재료로 만들어간 재능이 놀랍습니다. 누구는 산수 풀 때, 누구는 같은 연필로 상대성 이론을 유도하는듯한 차이를 느낍니다. 세상의 진리는 아름다움에 있다 했는데, '돌로 시를 쓰는' 가우디 또한 자신의 미학으로 가우디만의 우주를 만들었습니다.
흔히 구엘공원의 이정표, 가우디의 상징,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으로 사용되는 타일 도마뱀입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 재료에 대한 접근법, 폐타일의 경제성 같이 이 도마뱀이 생겨난 이력을 알고나면 이 아이콘에 대한 애정이 배가되지요.
가벼운 산책삼아 나선 공원이지만, 어느 큰 미술관에 간 때보다 더한 감동과 즐거움 몸으로 배우는 교훈을 가득 안고 산을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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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도착 후, 숙소에서 짐 풀고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El templo de la Sagrada Familia)입니다. 아직도 건설중이란 사실 자체가 관광거리인 레전드급 성당입니다.
매표소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이 수난의 파사드입니다. 단순하고 힘있는 직선이 특징입니다. 예수의 수난을 형상화 했습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오색영롱한 빛이 감돕니다. 강한 스페인의 햇살에 스테인드 글라스를 대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인 성당은 짙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실내에 필요한 최소 광량만 확보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수채화처럼 환하고 맑은 빛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아름드리 기둥이 빽빽히 있습니다. 폭에 비해 높은 건물이라 기둥과 아치의 구조적 지지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우디는 수십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양을 지탱할 구조적 해결책을 실험하고 검증했다고 합니다.
든든한 구조물이지만 천장이며 기둥끝이며, 세심한 마무리가 경탄스럽습니다. 이러한 천장과 기둥의 특징은 구엘 공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가우디 풍입니다.
수난 파사드는 나름 볼만하지만, 전 참 못마땅합니다. 가우디에 빌붙은 약삭빠른 현대미술이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또는, 아름다운 명산에 케이블카 달아 놓은듯 부조화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가우디 진품, 탄생 파사드 때문입니다. 얼핏 사진으로 보면 음침하고 기괴한 성 같습니다. 그건 대리석이 오래되어 변색된 탓이고, 장대한 스케일에 세부사항이 묻혀서 까칠한 인상을 줄 뿐이라 그렇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반나절을 봐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구석구석에 많은 스토리가 흩어져 있습니다. 통상적인 유럽의 성당이 건물에 다양한 부조와 입상을 달아놓은 구조라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하나가 거대한 산이며 전체를 통으로 쪼아 만든 조각덩어리 같기도 합니다.
단단한 돌을 떡주무르듯 부드럽게 맵시를 내고, 이모저모 필요한 이야기를 담아 놓은 가우디의 예술혼은 그저 보면서 감격만 할 따름입니다. 
글이 없던 시절 성당은 살아있는 성경이자 텍스트 북입니다. 가우디는 바이블에 동화와 그림책과 판타지를 다 넣은 셈입니다. 우리 가족은 다음 행선지가 있음에도 발이 안 떨어져서 오래도록 탄생 파사드 앞에 머물렀습니다.
더욱 갸륵한건, 항상 가우디 건물에는 비둘기가 잘 깃든다는 사실입니다. 사진의 비둘기는 조각이지만, 살아있는 동네 비둘기가 성당과 가우디 조각을 항상 맴돕니다. 탄생 파사드는 물론이고, 성당의 안쪽도 마찬가지이고, 구엘공원의 돌기둥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수난 파사드엔 그런게 없더군요. 항상 자연을 닮고자한 가우디의 열망이 새에게도 통하나 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입장권은 10유로를 훌쩍 넘습니다. 바르셀로나 물가치고는 꽤 비쌉니다. 하지만, 정작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압권은 탄생 파사드일 뿐입니다. 그냥 돈 안내고 건물 밖 뒷편 도로에서 봐도 충분합니다. 실제로 그렇게들 많이 하지요. 전 내부가 궁금해서 들어가 봤는데 식구가 다 들어간건 좀 출혈이더군요. 하지만, 가우디의 유지를 이어 성당 짓는데 도움되리라는 마음으로 기쁘게 헌납했습니다.

해가 저물어가니 서둘러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자의 활력소 에스프레소로 잠시 기운을 돋구었습니다.

말라가 출신의 피카소가 처음 대처로 나와 미술을 공부한 도시가 바르셀로나입니다. 그리고 파리에 건너가 화려함과 세련된 화풍을 익히고, 이내 우울한 청색 시대로 빠지면서 다시 낙향한 곳도 바르셀로나지요.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의 초기 작품부터 시간 순으로 작품이 배열되어 있어 그가 어떻게 입체파로서 자신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갔는지 아주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한 소리가, '어 피카소도 그림 잘 그리네'였지요. 젊은 시절 피카소는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애를 많이 썼으니까요. 물론 사실적으로 그리는데 있어 뛰어난 재능은 찾지 못했습니다. 화풍을 세우려 이리저리 연습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히 느낌도 많고 배운점도 많은 것은 시녀들(Las meninas) 연작이 있는 방입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피카소가 재해석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 그림이 수십점 있습니다. 결국 그는 벼락같이 내려온 천재가 아니라, 수없는 노력을 해서 스스로의 길을 완성해낸 노력의 천재였던거지요. 그 습작과 화풍이 진화하는 모습이 다 드러나 있어 이런 절호의 기회가 없습니다.

바르셀로나 관광산업을 통째로 먹여 살리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 그리고 변방 미술의 범주를 벗어나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스페인을 현대 미술의 본산지로 만든 피카소. 그들이 있어 바르셀로나는 생동감있고 세련된 느낌으로 객을 맞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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