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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2010 Nov] 13. View of Mediterranean sea from Montjuic

Inuit 2010. 12. 5. 12:56
어느새 여행은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이제 하루만 있으면 스페인을 떠납니다. 
남은 동안 무얼해야 가장 좋을까. 고민되는 선택입니다.

단순한 원칙을 다시 택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도 알뜰히 이것 저것 보려는 욕심을 버리자. 
다만 우리 가족이 함께한 이 시간을 충분히 의미있게 하자..'

여기에 딱 맞는 선택이 있습니다. Save the best for last, 몬주익 성입니다.
Paral-lel 역에서 푸니쿨라르 타고 올라가, 새로 표 끊고 곤돌라를 타면 몬주익 성에 닿습니다. 몬주익 언덕은 지중해를 맞서는 요새이자, 바르셀로나를 품에 안은 유서깊은 산입니다.
여기 역시 카탈루냐의 한이 서려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왕위 계승 전쟁에서 카탈루냐는 펠리페 5세를 반대했습니다. 펠리페는 왕위를 물려받은 후 카탈루냐를 보복 정벌하지요. 바르셀로나는 몬주익 요새를 중심으로 결사항전하다 결국 함락되고, 도시는 초토화 됩니다. 아예 도시 전체를 군사시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카르타고가 건설한 이후 지중해 상업의 찬란한 거점 노릇을 해온 바르셀로나는, 참담한 패퇴 이후 고난을 겪습니다. 고대부터 이어온 카스티야에 대한 악감정은, 카스티야의 가혹한 지배하에서 지속적으로 카탈루냐의 독립심을 자극합니다. 근대의 프랑코 정권에서는 바르셀로나 자치정부의 리더가 몬주익 요새에 마련된 감옥에 갇혀지내기도 합니다.
이런 슬픈 역사가 배어있는 몬주익 성이지만, 꼭대기에 올라 지중해를 바라보면 그저 가슴벅차게 아름답기만 합니다.
저 망망대해를 건너면, 아프리카, 이탈리아가 버티고 있습니다. 또한 서쪽으로 길을 틀어 전진하면 신세계로 향하지요. 
2천년 전부터 이곳에서 바다를 지킨 초병들은 저 바다를 보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또한, 바르셀로나의 소년들은 저 바다를 굽어보며 어떤 꿈을 키웠을까요.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숲이 유서깊은 스페인 양식의 건물과 함께 감동스러운 정서를 자아냅니다. 바르셀로나가 한 눈에 굽어보이는 몬주익 성은 그 높이로 인해 어느 방면도 풍경이 좋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몬주익 성을 휙 한바퀴 돌고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몬주익 스타디움이나 호안미로 미술관을 들러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카탈루냐의 한과 기가 서린 이곳, 지중해가 주는 무한한 영감에 휩싸인 지금, 다른 어디를 더 갈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기분좋은 햇볕 쪼이며, 머무르고 싶은만큼 충분히 몬주익 성에서 지냈습니다.

더 많은 관광명소보다, 인생에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 더 좋았고, 몬주익 성은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이야기거리에 빠지지 않을 우리만의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