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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그리고 비즈니스 본문
조선소를 짓고 싶습니다. 돈을 빌려 주십시오.
돈을 빌려주는건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한국같은 나라에서 배 만들기가 가능하겠습니까. 어렵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할 수 있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다른 데서 알아보시지요.
(주머니에서 오백원 지폐를 꺼내며) 여기를 봐주십시오.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 조선술에 있어서는 어디에도 지지 않습니다. 왜 저희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돈을 빌려주는건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한국같은 나라에서 배 만들기가 가능하겠습니까. 어렵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할 수 있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다른 데서 알아보시지요.
(주머니에서 오백원 지폐를 꺼내며) 여기를 봐주십시오.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 조선술에 있어서는 어디에도 지지 않습니다. 왜 저희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이 알려진대로, 정주영 회장이 현대조선소를 짓기 위해 돈을 빌리러 영국에 갔던 일화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저는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봅니다. 윤색이나 각색이 있을지언정, 의외로 기발한 감성적 언어가 논리를 이기기 십상이라는 정황론 말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까요.
스토리텔링으로 순식간에 메이저 플레이어가 된 기업이라면 어디를 꼽겠습니까? 전 CNN을 떠올립니다. 늘 있던 전쟁소식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히 중계를 하여 그 감성을 공유합니다. 결과는 전혀 다른 깊이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지요. TV를 안보는 저는 이 부분을 절실히 느낍니다. 통상적으로 제가 접하는 매체는 신문과 웹이지요. 어디서 사고가 났다하면 몇 명 사망에 몇 명 부상이라는 정제된 요약만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TV를 켜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말라 비틀어진 혈흔과 우그러진 철제 프레임, 오열하는 가족, 그 옆에 천진하게 뛰노는 아이 등, 명백한 영상이 아픔과 슬픔에 관한 제 개인적 경험과 기억에 겹쳐지며 깊이가 전혀 다른 느낌과 메시지를 받습니다.
논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기업 내에서도, 기업과 기업이 소통하는 부분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의 경영이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설득 방법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에 언급했듯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게 부족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들어서 더욱 그렇지요. 요즘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현대 경영의 틀을 잡은 쪽은 서양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이 동양, 특히 동북아를 절대로 못따라오는 부분이 두 분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전략이야 19세기 와서도 나폴레옹이 손자병법에 매혹되서 탐독했던 바처럼, 그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풍부함에서 워낙 열위인 서양의 전략과, 삼국지를 읽고 자란 사람들의 전략을 같은 선상에서 논하기는 불공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서양 전략은 경영학적 프레임웍을 잘 정리하여 양산에 성공한 공이 클 뿐이라고까지 잘라 말해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개별 기업의 전략은 우리나라나 일본 기업이 종종 더 풍부하고 세밀하며 기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또한 그러합니다. 중국, 일본이나 우리나라 역시, 프로페셔널한 스토리텔링이 매우 발달해 있지요. 예컨대, 왕의 잘못을아뢸 때 바로 직언을 하기는 껄끄럽기 때문에 지난 왕들의 실수나 선행을 넌지시 빗대지요. 왕은 그 뜻을 새겨 듣고 깨우칩니다. 동양의 고사(故事)라는 스토리텔링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습니다. 이런 문화가 체질화 되다보니 상대의 말을 깊이깊이 새겨듣고 또 곱씹어 봐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high context 문화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고 봐야합니다.
기업으로 국한시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에 다녀보신 분은 절실히 느끼겠지만, 임원들의 어투는 매우 독특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개 대리는 토요일의 동료 결혼식에도 매번 빠지고, 개인 시간을 참 잘 활용하는듯 해.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말야.. 허허.."그 말을 곁에서 듣고있는, 같이 결혼식 빼먹었던 부장, 차장은 등에 땀이 흘러 내립니다.
'출.석.체.크.다.'
분명히 임원은 주말에 동료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회사를 위해 좀 더 시간을 쓰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한 적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스스로 알아서 commit을 합니다.
서두에 예를 든 70년대 정회장이나, 80년대 정치인이나, 90년대 회사 선배 모두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던 기법이 스토리텔링인데, 요즘엔 직설화법과 논리가 만연해서인지 예전처럼 흔히 보긴 쉽지 않은 느낌입니다.
웬만해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이 자라나면 더욱 스토리텔링이 빈약해 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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