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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효율적인가

Inuit 2006. 10. 14. 13:51
제 블로그에서도 몇번 다룬 주제입니다만, 재무론의 모형 중에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시장은 모든 정보가 반영될 정도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을 항상 능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가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효율성의 정도에 따라 약형(weak form), 준강형(semi-strong form), 강형(strong form)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가설로 나뉩니다.

  • 약형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시장수익률을 앞서기는 불가능하다는 가설입니다. 다시말해 기술적 분석의 무용성을 뜻합니다.
  • 준강형은 모든 공표된 자료에 기초하여 시장수익률을 앞서기는 불가능하다는 가설입니다. 이는 fundamental analysis도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 강형어떤 경우에도 시장수익률을 앞서기가 불가능하다는 가설입니다. 이는 내부정보 또한 무용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처음 효율적 시장가설이 나왔을 때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버핏 선생이 가치투자로 평생 성공적인 투자를 했던 사례 등으로 인해 현재는 약형 가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전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투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투자 시스템을 가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스템을 갖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철학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바, 약형이든 준강형이든 자신이 믿는 모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약형을 믿으면서 어제 올랐느니 적삼병을 논하면 안됩니다. 준강형을 믿는다면 가치분석을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타겟의 내부정보를 빼내야 합니다. 실제로 내부 정보는 켈리의 돈버는 공식 중 핵심 항이지요. (머니 사이언스) 그도 아니면 버핏선생처럼, 'EMH는 쓰레기 가설이다. 하지만 내게 돈을 벌어주는 고마운 가설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시장의 취약점을 이용해 수익을 챙겨가든지요.

저는 버핏의 투자방법을 믿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효율적이라고도 믿는 어정쩡한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자세히 말하면 길기만 하고 지루하니까 논외로 하지요. 대신 생생한 사례를 볼까요.
며칠전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했던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며칠 후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의구심이 나돕니다. 최소한 모두가 패닉에 빠질만한 월요일에도 시장은 무언가 의심을 했었습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지요.

끝으로 직접 목격한 시장 효율성만 몇 가지 사례를 들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회사 전략을 총괄하기 때문에 회사 내부정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위치에 있습니다.


1. A사 공급건
작년 일입니다. 특별한 재료가 없는데 오후부터 주가가 미친듯이 올라갑니다. 다들 어리둥절 했지요.
나중에 저녁 먹을 무렵, 진행중이던 저희 제품의 대량 공급이 고객사에서 승인이 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시장은 저희 회사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았던거죠.

2. B사 투자건
제가 농담삼아 우리 회사는 강아지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현금이 풍부한 편입니다만, 전략적 목적으로 외국 유명사의 투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매우 보안등급이 높은 일이라서, 사장님 직통 채널만 열어놓고 valuation, negotiation, legal check, documentation 등을 저 혼자서 진행했던 처절한 프로젝트였지요. 회사내 커뮤니케이션을 D-5일쯤에서 시작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물론 주가는 발표 3일전부터 상종가. -_- (이 건도, 사외 채널이라는 심증만.)

3. C사 공급건
마찬가지로 달포 전에도 회사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는데 상종을 치며 난리가 났습니다. 감을 잡지 못하겠더군요. 부하직원들과 '또 뭔가 우리 모르는 좋은일이 있으려나보다' 하고 이제는 느긋하게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가 궁금해서 현재 계약 진행중인 영업직원들에게 뭔가 가시화된 상황이 없나 물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중 가장 큰 계약을 담당하는 직원이 대답하더군요. "너무 오래 끄는 감이 있어, 오늘은 저녁 먹고 와서 계약서 사인한 담에 보낼려던 참인데요.."


이건 무슨 관심법도 아니고, 담당직원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시장이란 말입니까. 너무 효율적인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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