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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2010] 2. 큰산 嶽

Inuit 2010. 1. 8. 21:49
전날 실패한 산보기에 다시 도전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졸린 눈을 쉽게 뜨지 못하는 아이들, 차에 싣고 길을 나섭니다.

권금성 올라가는 케이블 카를 탔습니다.
몽고의 침입 때 권씨, 김씨 두 사람이 쌓은 성이라는 설명을 듣습니다.
아이들, 몽고군이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올까 의심을 합니다.
전설이긴 해도 좀 납득이 안가긴 합니다.

아.. 전에도 와본 곳이지만, 눈 덮인 정초의 권금성은 그 아름다움이 혼절하도록 아름답습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속에, 눈이 부시게 빛나는 바위정상입니다.
그 통바위 사이에 곧게 선 나무는 생명력의 극치입니다.
온 주변의 산들은 백의를 입고 단정히 앉아 있습니다.
어찌나 영묘한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아들은 저 산의 peak 모양이 주식 그래프 같다고 합니다.
도시 아이는 어쩔 수 없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멀리 울산바위가 설악에 박힌 보석처럼 빛을 발합니다.
아들은 금강산과 얽힌 일화와, 울산원님과 양양원님간 다툼에 대한 설화를 이야기 해줍니다.
어느새 여행의 화자에서 청자로 바뀌어가는 제 모습을 봅니다.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세월이 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권금성 밑의 작은 암자에 들렀습니다.
스님이 따끈한 차 한 잔씩을 내어주셨습니다.
밤 되면 이 깊은 산, 높은 바위에 얹혀있는 암자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영묘한 산속, 속세와 번민에서 멀리 자리잡은 이 곳은, 추위만 피한다면 그 이름처럼 안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자 떠난 어려운 길입니다.
설악은 그 이름처럼 큰 눈과, 큰 산으로 저희 가족을 맞아주었습니다.
큰 눈은 역경이었지만, 견딘 후의 아름다움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경치가 되었고, 큰 산은 사는게 힘들어도 진짜 중요한게 뭔지 오연하고 넉넉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산과 나무 사이를 찬연히 비추는 저 해처럼, 올해도 자연의 이치가 우리 모두를 보살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소한 가족들 마음이 더 부드럽고 넉넉해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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