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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실용 트리즈

Inuit 2013. 7. 6. 10:00

김호종

TRIZ 공부 마지막 책이다.

첫째 책은 처음이라 임팩트가 강했고, 나름 퀄리티도 있었다. 둘째, 셋째 책은 형편 없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 트리즈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방법론이란게 일반적 경영학 프레임웍에 비해 무척 초라하다.
코끼리 냉장고 넣는 3단계와 매우 흡사한데, 없는 것 있어 보이려 안간힘 쓰는 것이고, 내실은 얇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top talent가 TRIZ로 가지 못하고 비주류층에서 전폭적으로 적용해 일가를 이뤘기 때문이다.
트리즈 전문가를 폄하하는게 아니라, 주류 학계에서 돌보지 못한 주제를 척박한 토양에서 힘들게 일궈온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컨설턴트' 이름 달고, 문제 해결 보다는 '교육'과 '장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좋은 주식에 집중 투자하라'에서 지적했듯, 협소한 언어공간이 제한된 시장을 형성하는 우리나라 서적 시장의 특성이 여기도 반영된다.
실제 문제 해결 능력 있는 사람이 책 쓸 RoI가 안나오니, 함량 미달의 책이 넘쳐난다.

김호종의 실용 트리즈는 국내 트리즈 전문가들에게는 바이블격인 내용이다.
즉, 알트슐러의 고전적 방법론이 자체로 완전하지만 그 적용은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서 이를 간단화하여 적용을 쉽게 한 것이 '실용 트리즈' 방법론이다.

실용트리즈 방법론은 5단계로 요약된다.
1. 경계영역의 도식화
2. 모순도출
3. 모순분석
4. 시스템의 기능분석
5. 요소-상호관계

안타깝게도 5단계 방법론 역시 허접한 프레임웍을 뒤집어 쓰고 있다.
저 5단계는 실질적으로 중요하며 의미가 있지만, 전혀 나이스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어찌보면 어떤 책들은 없는 내용도 있어보이게 포장을 휘황찬란하게 하는데, 이 책은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그냥 누덕누덕 뭉쳐버린 느낌이다.

어쨌든 책의 내용을 거칠게라도 요약하면, 실용 트리즈는 트리즈 방법론을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리즈의 요체는 모순 파악인데, 물리모순과 기술모순이 있다. 
물리모순은 시간분리, 공간분리, 전체분리 등의 방법이 있고, 기술모순은 40가지 방법론이며 장황한 도식이 있다.

실용트리즈의 핵심은, 모든 문제를 물리모순화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계영역을 잘 그리는게 매우 중요하다. 
경계영역이 정의되면 그에 따라 물리모순화하고 그러면 시간분리, 공간분리 등 단순한 도구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단순화의 장점은 책 그냥 읽어서 또렷이 안 보인다.
나 역시 다른 책을 읽으며 미리 구도를 잡아서 장점을 포착했지 아니면 이 책 역시 별두개 쓰레기 취급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책의 장점은 명확하다.
트리즈를 매우 단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실용적이란 점이다.
아울러, 다양한 기술에 적용한 사례 분석이 충분히 있어 곰곰히 생각하며 방법론을 체화할 수도 있다.

단점은, 책의 포커스를 모르고 보면 그냥 '밥먹으면 배부른' 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5단계 도식화가 별로 직관적이거나 자기교육적이지 않다는 점, 그래서 차라리 원리를 곱씹어 어떻게든 혼자만의 실용 트리즈 방법을 체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여기에 따르는 단점은 비기술 모순의 분석인데, 프레임웍이 너무나 일반적이며 엉성해서 언급할 가치도 못 느낀다. 이 부분은 책으로 배울 부분이 아니라 내공으로 넘을 산이라고 보인다.

아무튼, 그간 트리즈에 대한 공부는 이 책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감상은, 좋은 분석틀을 알게된 점은 행복했고, 다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썩 편하지는 않다는 간극이 크게 느껴진다.
무기로 치면, 매우 파워풀한 무기인데 칼이 아니라 해머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