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0/09 (4)
Inuit Blogged
지인 소개로, 미슐랭 받았다는 삼청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이곳은 매번 코스요리의 컨셉이 있는데, 전에 갔을 땐 '별의 향기를 맡다'는 주제로 어린왕자가 나오고 그랬다. 이번엔 영화테마라고 한다. 메뉴와 빵 차림부터가 심상치 않다. 처음엔 영화 매거진에 이 식당이 소개되어 잡지를 디스플레이 해 놓은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그냥 매거진을 차용해 메뉴를 만들었단다. 전체 코스가 영화의 키워드로 구성되었는데 소개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뉘벨 퀴진 계열의 프렌치 요리에서 셰프가 내는 한턱인 아뮤즈 부시. 그냥 예쁜 애피타이저 같지만, 내면은 다르다. 영화관의 3대요소인 땅콩, 팝콘, 오징어를 재료로 쓰고, 트러플 같은 재료로 프렌치스럽게 해석했다. 여기서 이미 머리를 띵 한대 맞은 느낌. 아뮤즈 부시가..
예술은 본능일까요? 일견 쉬워 보이는 명제지만, 조금 깊이 과학적으로 규명하자고 달려들면 막상 쉽지는 않은 이야기입니다. 영유아 때부터 인간은 미술이든 음악에 반응함을 보기 때문입니다. '끼'를 보이거나 즐기는게 느껴지죠. 만일 이게 본능이라치면, 인류는 왜 이런 능력을 진화적으로 보유하고 있을까요. 생존에 도움이 될까요, 아님 다른 능력의 부산물일까요. 이게 딱부러지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인간에게 진짜 예술 본능이 있는지, 있다면 왜 그게 생존과 번영을 위해 왜 필요했을지 진화심리학적으로 규명해보자는게 신경미학(neuroesthetis)입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좀 쉬운 예부터 가 봅니다. 단맛은 왜 단맛일까요. 이 허망한 질문에도 진화는 작용합니다. 단맛 자체는 미각 수용기와 ..
니콜라(Nikola)라는, 미국의 자동차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차 한대 팔지 않은 신생회사인데도 상장되자마자 잠시 현대차 시총을 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한화에서 초기 투자를 해서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봤다고도 하고, 최근엔 실체 없는 사기극이란 소리도 있습니다. 왜 이리 난리 법석일까요. 니콜라가 수소전기 트럭을 만드는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수소가 이 난리일까요. 무지의 탓이지만, 솔직히 저 역시 작년까지만해도 수소차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전망도 없었습니다. 막연히, 배터리가 있는데 수소 연료전지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업무상 필요로 약간의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었고, 뜻밖에 수소전지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이 책 덕입니다. 제가 수소전지가 배터리보..
딱딱한 역사책일거라 각오하고 샀는데, 알고 보니 재미난 카툰이었다. 만일 이러면 왠지 수지 맞은 느낌일겁니다. 이 책이 딱 그랬습니다. 일에 필요해 공부하려고 읽었는데,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문장이 유려해 술술 읽히고, 한눈 팔기 어렵게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책은 15개 챕터에 걸쳐 성장, 사랑, 식욕, 성 등 인체의 작동을 관장하는 다양한 호르몬을 설명합니다. 각 챕터는 어떤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해당 호르몬과 관련한 과학자나 의사의 분투를 적는 일관된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눈에 보면 어이없는 생각, 황당한 실패, 집요한 노력, 과감한 가설과 끈기 있는 실험 등의 이야기가 천일야화처럼 흘러나옵니다. 그러면서 해당 호르몬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깊어집니다. 의외로, 책의 일관된 형식이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