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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주를 향한 골드러시 십 수년 전, 맥주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에일도 들어오기 전 맥주의 다양한 매력에 심취한 때였지요. 당시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독일, 체코,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특성이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되면서 그 다채로움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간된 서적에 대해 조사를 해봤더니 이미 훌륭한 맥주 책이 나와 있었습니다. '이 이상 잘 쓸 순 없겠다.' 바로 접고 다른 주제를 생각했죠. 예전 제 일화가 생각나는 책입니다. 꼭 나왔어야 할까. 책은 꼼꼼하고 다양한 사례가 잘 망라되어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번역이 끔찍해서 뭔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저는 이쪽이 전공인데도 불구하고, 맨발로 돌밭 걷는 속도로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2021. 4. 3.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전 가급적 많이 돕는 편에 속합니다. 특별히 시간과 돈이나 재능이 넘쳐서라기보다, 그게 마음 편하고 한편 기뻐서 그렇습니다. 기껏 도와주고도 마음 상한 적도 꽤 많지만, 도와준 이후에 제 자신과 제 주변의 삶이 함께 고양되는 경험은 상심을 능가할정도로 빼곡합니다. 어찌보면, 그 호혜의 네트워크에서 알게 모르게 저를 돕는 힘 덕에 제가 약간이라도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음도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은근하고 일반적이며 간접적인 도움 말고, 직접 '이거 해주세요, 이거 도와주세요'란 말을 잘 못하는 편인것도 맞습니다. 책 제목을 보기 전까진, 생각조차 안 미쳤던 의문이었지요. "그러게,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책의 핵심 논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도와달라고 말을 하라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2021. 3. 6.
그들에게 린디합을 굳이 따지지면 제 잘못입니다. 몇 달 전 스윙 댄스를 시작하면서 스윙과 관련된 책을 여럿 샀습니다. 이 책은 스윙댄스 소재의 소설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사 두었습니다. 그러다 차례가 되었고, 읽는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딱 이거 하나였습니다.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당연히도, 예술이 반드시 상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올드 미디어에서, 특히 일방적 전달 성향이 강한 예술 작품쯤 되면, 의도된 불친절은 감상하는 사람의 적극적 개입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로 사고의 전복이나 깨달음, 발견과 통찰 등 상호작용의 고리를 완성하는 기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추상화나 현대무용이 그렇듯이요. 언어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영화나 소설도 불친절함을 이용해 독자와.. 2021. 1. 16.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가치와 가격어떤 커스텀 공예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창작자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컨셉은 좋았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니 솜씨는 별로였다. 그래도 맞춤이라 진행을 하고자 했는데, 가격이 깜짝 놀랄만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작품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기대적" 임률을 이야기하며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 강변했다. 창작자의 노고는 분명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상엔 대체품이 많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는 같이 가기도 따로 가기도 하는거다. (Title) Unflattening 기대가 컸다최초이자 아마 유일할, 만화 형식의 논문. 수학 전공자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화제의 책..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가 너무 컸다카피 라인에 기댄 내 기대는 너무도 컸나 보다. 텍스트를 넘어 비주얼로 내 생각의 지.. 2017. 2. 18.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A book like choloate이 책을 뭐라 비유하면 좋을까. 딱 초콜릿 같다. 먹어서 한끼 배부르지도 않고, 안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보면 소유를 욕망하고, 간직하고 싶은. 딱 그렇다. 벨기에 곳곳을 간단히 설명한 내용은 타 여행서랑 그리 다르지 않다. 오히려 분량은 적다. 여행지 다니는 참조로 하기엔 내용이 빈약하다. 내용을 설명하자면 딱히 쓸말도 없을 정도로 한산한 글이다. Warm touch이 책의 강점은 감성이다. 감성 충만한 도시곳곳의 사진도 사진이려니와, 사진을 바탕으로한 일러스트가 일품이다. 그냥 벨기에 일러스트집이라 생각해도 소장가치가 충분할 정도다. 물론 책 자체도 감성이란 렌즈로 보면 빼곡하다. 문학적 감수성으로 여행자의 눈길 발길 닿는 순간을 잘 잡아두었다. 눈이 아니라 .. 2016. 10. 25.
비트레이얼 (Title) the heat of betrayal Dramatic난 소설은 잘 안 읽는다. 드라마 보는 듯한 시간의 아까움도 한 몫 하지만, 어떤 번역 소설은 한 없이 주절거리는 문학연의 장식이 버거운 탓도 있다. "인생수업"이 그랬다. 읽다가 '내가 이걸 왜 참고 읽고 있나'해서 접은 적 있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단 잘 읽힌다는게 미덕이다. Like a Movie그나마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나처럼 번역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와 닿는 글은 대개 영화처럼 호흡이 빠르다. 미적거리지 않고 죽죽 나가며, 크고 작은 반전과 전환으로 관심을 이어가는 부류다. 크라이튼이 그렇고, 댄 브라운이나 스티븐 킹도 그렇다. 글쓴이 케네디의 다른 소설인 '빅 픽처'를 원작으로하는 동명의 영화를 본 적 있다. 비.. 2016.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