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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가장 마지막 여정은 리스본 야경을 택했습니다. 아내는 쉬고 싶다 남고, 셋만 출격합니다. 아테네에서도 셋이서만 야경 보러 바람 부는 산을 오른 적 있는데 데자부 같습니다. 야경을 위해 아껴둔 장소는 성모 언덕의 전망대(miradouro de nossa senhora do monte)입니다. 숙소에서 먼 거리는 아니지만, 오르막길이라 우버를 탔습니다. 리스본 시내 풍경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풍경을 눈에 꽉꽉 담아두고 내리막을 걸어 호텔로 옵니다. 늦은 점심이 거했고 배가 고프지 않아, 로컬 분들 많이 가는 간이식당에서 비파나 두개를 사서 들어왔습니다. 배가 여유 있고 피곤하지 않다면, 한참 머물러도 좋을만큼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윽고 귀국날.여행의 시작은 설레고 반짝이지만, ..
식사를 마쳤으되 해가 아직 중천입니다. 마지막 날 시간이 여유로우니 좋습니다. 어딜 더 가볼까 별별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테주 강너머 예수상을 가기로 합니다. 긴 이름은 예수왕 국립 성소(santuario nacional de cristo rei)인 예수상은 리우 데 자네이로의 예수상을 본딴 것 맞습니다. 한때 식민지였던 리우의 예수상에 감명받아 포르투갈 국민 청원에 의해 지어진 유래가 인상적입니다. 이 예수상은 크고 아름다운 다리를 지나서 갑니다. 다리 밑을 지날 때마다 저기 한번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예정없이 소원을 풀게 되었습니다. 이 다리는 유명한 독재자의 이름을 따서 살라자르 다리로 불리었습니다. 수십년 독재를 견디다 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뤘고 다리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Ponte..
한참 걷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 목도 말라 광장 카페에 자리를 잡습니다. 유럽 어느 광장에 있어도 행복도가 +5 상승하는데요. 광장의 매력 같습니다. 탁 트여 사람이 모이고 만나고 다시 흩어지는 전통의 플랫폼. 플랫폼이 그렇듯 광장은 사람을 유인하는 요소가 있지요. 랜드마크 건물이거나 분수, 동상, 탑 같은. 어트랙션의 나머지를 채우는건 사용자입니다. 이 날은 지독히 못부르는 가수가 저 편에서 노래를 합니다. 그래도 너무 멀어 소리가 가물거리니 나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바람을 쐬며 상그리아를 마시니 올라간 체온도 식고 팍팍해진 다리도 쉬어서 좋습니다. 카페 주인같은 여성은 영어를 잘하는데 일하시는 할머니는 영어를 못하십니다. 그럼에도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까 몸짓으로 위치 알려주시고 남녀 공용이라 누가 있..
여행 마지막 날. 원래 날씨나 돌발상황으로 놓칠 곳을 보충하려 예비로 빼둔 날입니다. 하지만 예정해둔 여행 포인트는 대부분 클리어한 상태. 오비두스(obidus)를 갈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진자(ginja) 또는 진지냐(ginjinha)라 불리우는 체리주가 유명합니다. 하도 이뻐서 왕비에게 선물로 준 마을이라 왕비마을이라는 별칭도 마음을 끕니다. 가보면 좋긴 하지만, 여행의 말미에 장거리 여행이 약간 부담스러울듯도 하여 리스본 시내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뭐하지? 식구들과 간단히 이야기해 본 후, 오늘 일정은 고공 테마로 정했습니다. 리스본은 도시 경관이 수려합니다. 도시 안에서 봐도 이쁘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절경이지요. 먼저 소피아 전망대에서 시내를 보고, 비센테 성당을 지나 알파마를 크게 돌고, 제가..
와이너리가 있는 가이아 지역은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갈 순 있지만, 되짚어 걸어오긴 먼 거리라 우버를 탔습니다. 우버 기사 만나면 수다를 많이 떠는데, 현지 정서를 알기 제일 좋은 시간입니다. "포르투FC 좋아해요?" -포르투 버전 "어느 팀 응원해요,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버전 로컬사람과 대화할 때 급속도로 친해지는 마법의 질문입니다. 포르투갈은 축구의 나라고, 리스본과 포르투는 매우 자부심 강한 축구의 도시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이 축구에 흠뻑 빠진 이유가 독재자 살라자르 정권 시절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3F(Futebol, Fado, Fatima) 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 없는 다른 라틴계 나라도 축구에 미쳐있는걸 보면, 이용했을망정 조성한건 아닌성 싶습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강쪽으로 조금 가면 '발견의 탑(padrão dos descobrimentos)가 나옵니다. 제가 기대를 많이 한 곳이지요. 무슬림이 중동을 장악하고 기독교도의 동방 출입을 통제한건 종교보단 경제적 이해다툼이었습니다. 길이 끊겨 동방무역이 된서리를 맞게 되자 바다의 나라 포르투갈엔 기회가 열렸습니다.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루트를 개척하고, 이어서 바스쿠 다 가마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횡단해 고아에 도착한 후, 황금의 땅 인도와의 해상 루트를 확보합니다. 계속 동진한 포르투갈은 말라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중국의 마카오를 거쳐 유라시아의 극동인 일본까지 갑니다. 일본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고스란히 알지요. 빵은 포르투갈 말 그대로고, 뎀뿌..
리스본 셋째 날은 벨렝 가는 날입니다.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외곽에 있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때 왕가가 화를 면하게 된 곳이기도 합니다. 공주들이 벨렝의 수목원이가를 가고 싶다해서 왕은 벨렝으로 이동했습니다. 벨렝의 성당에서 미사를 하던 중 발생한 지진에서 벨렝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왕실도 안전했습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은 벨렝이 암반 위에 있어 지진에 강하다고 합니다. 이런 우연으로 왕이 건재했고, 멘탈은 무너진채 카르발류에게 리스본 재건과 개혁을 일임해서 포르투갈은 몰락을 면했습니다. 왕이 죽고 도시와 경제가 파탄에 빠진채 왕위계승 전쟁이 나고 민심을 수습한다고 혹독한 종교적 구심점이 되는 왕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오늘날 포르투갈은 매우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전날 미리 사둔 리스보아 카드를 사..
파두 박물관을 나와 아름다운 알파마의 골목을 통해 리스본 대성당에 갔습니다. 여기 뿐 아니라 포르투도 그런데 그 도시 본당을 포르투갈에선 그냥 쎄(Sé)라고 하더군요. 저는 라틴 감성이라 그런지 성당 가면 마리아가 제일 좋습니다. 모성과 가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라틴 계 나라는 어디나 마리아 성당이 가장 성대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브라질과 스페인이 그랬듯 포르투갈도 그렇네요. 특히 대성당의 마리아는 미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파란 배경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는 입체적 레이아웃은 넋놓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상한 이유는 단지 진도가 높아서만은 아닙니다. 하필이면 대지진 날은 리스본에서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
둘째 날은 밝았고 제일 걱정이 되는 날입니다. 예보상 비 가능성이 높았는데 다행히 아침 예보에 비는 없습니다. 다만 종일 흐린 상태에서 해가 감질나게 나왔다 들어가는 날씨이고, 나가보니 실제 온도보다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원데이 교통카드를 사고, 트램을 탔습니다. 리스본의 트램은.. 정말 정서적입니다. 언덕을 오르내릴때는 샌프란시스코의 느낌과도 비슷하지만, 유럽의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을 헤집고 다닐때는 테마파크에 더 가깝습니다. 리스본 여행자들의 수호신 28번 트램은 주요 관광지를 죄다 커버해서 유명한데, 페소아의 100년전 책에도 나오는것이 신기합니다. 어쩌면 도시로서 시간속에 박제된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그 덕에 수도의 산업적 기능에는 제약이 있었겠지만, 그 세월 견디고나니 세상 어디에도..
리스본은 일곱개 언덕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불리웁니다. 실은 로마가 일곱 언덕위의 도시로 유명한데, 리스본도 그렇답니다. 로마와 비교하자면 리스본은 훨씬 밀집된 상태란 점이 차이입니다. 모퉁이를 돌면 바로 가파른 언덕이 나오고, 오르락 내리락이 여느 도시보다 심한 편입니다. 지도상 봤을때는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일지라도 언덕을 내려와서 다시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스본의 주요 지구를 알아두는건 여행자로서 유용합니다. 일반 여행지는 의미상 구분이라면 리스본은 지리상 구별이기 때문입니다. 리스본의 기본이 되는 중심축은 바이샤(baixa)입니다. 호시우 역과 광장에서 꼬메르시우 광장까지 직선 도로와 이를 가로지르는 도로들로 이뤄진 지구입니다. 낮은 지대란 뜻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