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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정유정 작가의 신작에 해당하는 '7년의 밤'을 먼저 읽고 나니, 그의 다른 책은 읽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글솜씨는 인정하겠지만, 불편할 정도의 몰입감과, 있음직하게 뒤틀린 세계관이 휴식을 위한 독서와 잘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권 다 읽은 아내가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는 보다 가볍고 유쾌하다고 줄곧 말한지라, 작가의 다른 세상을 만나보려 휴가 때 읽었습니다. 확실히 낫더군요. 인생에 갑자기 변화구가 던져진 '7년의 밤'처럼, '내 심장'도 갑자기 정신병원에 갇힌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돌이킬 수 있다는 점, 실낱 같은 탈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한껏 희망적입니다. 무엇보다 스테레오 타입의 악역은 있을지언정, 뼛속까지 철저한 악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증오의 농도..
정유정 작가의 글맛이 좋다는 단 한가지 정보만으로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집어 들었다가 꽤 고생한 책입니다. 고요히 머리를 식히며 릴랙싱하려고 일요일 아침에 집어 들었다가 무려 열시간은 들여서 책장을 덮고 잤기 때문입니다. 책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그런걸까요. 아닙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보는 책은 분명 아닙니다. 오히려 빨리 좀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강해서 더 읽게 됩니다. '내 인생에 던져진 변화구'로 인해 평범한 일상은 급류에 휘말리고 납니다. 각자 사연이 있고, 구조적 갈등의 인화물은 빽빽히 들어선 상황이지만, 그 발화점은 사실 운명의 장난같이 다가오고 말지요. 수십년 일생 중 단 몇 분의 찰나로 인해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 인생은 매우 씁쓸하고 가슴 답답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