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에서는 식사 미팅이 많았습니다. 대단히 특색있는 장소에서 독특하게 맛난 음식을 맛볼 기회였지만, 비즈니스 디너 미팅의 특성 상 사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보다도 두시간 넘는 저녁 자리에서의 이야기가 더 의미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밥자리의 특성 상 가볍게, 하지만 치열하게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상당한 시간 동안은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신뢰를 쌓아가는 자리니까요.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는 독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배웠다는데서 무척 놀라더군요. 지금은 독일에서 한국 기업을 벤치마킹 하고 있거든요. 한 독일 친구, 신음하듯 말합니다. 
"한국.. 배워도 너무 잘 배웠군요."

베를린은 이미 국제도시라 다양한 외국 음식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사실 베를리너들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퓨전 풍의 오리엔털 음식점에 갔는데, 일본 음식과 태국 음식을 퍽 잘 다루더군요. 즐겁게 먹었습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물론이고, 터키 음식도 독일에서 잘 할 수 밖에 없는 음식입니다. 많은 이민자들이 받치고 있는 까닭이지요.

마지막 저녁식사는 검색을 해서 전통음식점을 찾아갔습니다. 베를린에서 맛 볼 전통 필수과목을 떼어야했으니까요. 
첫째, 거리 곳곳에 어디나 볼 수 있는 커리 소시지. (Currywurst)
둘째, 구운 돼지고기. (Schweinebraten)

하나 더 꼽자면 삶은 족발인 아이스바인(eisbein)이 북부 독일의 유명 요리인데, 저는 바이에른 식 학센(Haxen)을 좋아하는 관계로 패스. 그 외로 우리나라 돈까스와 똑같은 슈니츨(Schnitzel)도 독일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평소 많이 먹어본 관계로 역시 회피. 

베를린이 함부르크보다 좋은 또 하나 이유는, 최소한 맥주를 맛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지요. 북부지만 독일의 수도답게, 곳곳에 비어가르텐이 있고 왠만한 레스토랑에서는 남부지역에서 수송된, 여행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밀맥주 드래프트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독일의 장점과 세상요리의 장점을 다 갖춘 베를린의 음식들. 값도 적당하니 그 착한 음식은 세상 큰 도시의 모범이 될 만합니다.
  1. BlogIcon 토댁 2010.10.09 08:49 신고

    여행은 지혜를 쌓게 하는 삶의 또 다른 길인것 같습니다.
    외우고 외우는 단편적인 보다 보고 느끼고 만지고 생각하는 동시다발적 복합 행동에서 더 많은 삶의 이야기를 배우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블러그를 통한 간접 경험에서 느끼게 될 수 있게 됨에 늘 감사요~~~히히

    즐거운 주말 되시고,
    두루두루 안부 여쭤주세욤^^

    • BlogIcon Inuit 2010.10.09 22:21 신고

      네. 적극 공감입니다.
      종합적인 공부라고 생각해요. ^^

      토댁님도 주말 잘 보내시고 최고의 컨디션을 찾으시길!

  2. BlogIcon Smart & Fusion 2010.10.21 19:37 신고

    독일에 이런 요리가 있는지는 몰랐네요. 전 지난번 출장때 학센이 인상깊었는데.. 혹시 괜찮은 음식점(위치) 아시는데 있으시면 추천좀.. ^^

    • BlogIcon Inuit 2010.10.22 21:49 신고

      서울에 학센 잘하는데가 있다던데 제가 직접 먹어보진 않아서 모르겠네요. 코엑스 오킴스에 있긴 한데, 베스트라고 말하긴 좀 어렵구요..

베를린 호텔에서 모퉁이를 돌면 Kadewe라는 큰 건물이 있더군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며칠 지나니 여기저기 Kadewe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광고는 물론이고 거리 이름에도 Kadewe가 자주 나옵니다. 아이폰의 Lonely Planet Guide를 찾아보니 바로 설명이 나옵니다. 해로즈(Harrod's)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 큰 백화점이라고 합니다.

일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러봤습니다.
5층까지는 일반 백화점과 다르지 않아 그냥 무덤덤했습니다. 그러나 6층에 가본 순간, 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커피, 차, 향신료, 초콜릿, 햄, 소시지, 와인, 조미료 등등 각 카테고리 별로 기기묘묘한 세상 제품들이 다 진열되어 있습니다. 수입품이 많아 다소 럭셔리풍이지만 가격이 황당하지도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쇼핑과 매우 안 친하고 이런 종류의 제품은 돌보다도 재미없게 보는데, 카데베에서는 한참을 넋 놓고 구경을 했습니다. 제품 진열 자체로도 구경거리였으니까요. 
카데베에 없으면, 세상에 없는 것이다.
가이드북의 과장이 비현실적이진 않게 느껴졌지요. 일반 물품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도 않으면서 풍성한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곳이었습니다. 
세번째 방문이라, 베를린에 딱히 더 가볼 욕심나는 곳은 없고, 이번 출장은 일정상 여유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잠시 짬이 났을 때도 어딜 가볼까 고민만 하다가 느닷없이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고궁을 향했습니다.
샬로테의 성이란 뜻 그대로, 빌헬름 3세의 왕비인 샬로테를 위해 지었다는 궁전입니다. 정궁은 아니고 여름궁(sommerpalast)이라 정교하고 화려한 맛은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그 규모와 궁 곳곳에 스며있는 왕가의 위엄은 대단했습니다. 베를린 최대의 고궁이라할만 합니다.
샤를로텐부르크에서 내내 느낀건 딱 한가지입니다. 
"역시 베르사이유야."

ㄷ자 모양의 건물이나, 궁앞 철창, 철창의 금장식이며 보자마자 베르사이유가 떠오를 정도로 구조가 닮았습니다. 베르사이유는 실상 유럽 궁전의 전범이지요. 뮌헨의 레지덴츠도 궁내 구조가 베르사이유와 똑 같습니다.
하다못해, 궁궐 앞의 쌍둥이 유틸리티 건물과 탁 트인 대로까지도 같은데, 아마 현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영문도 몰랐을테지요.

궁 뒤로 돌아가면 엄청난 정원이 있습니다. 
정원뿐 아니라 호수도 일품이지요.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느낌입니다.

시간도 없었지만, 굳이 궁안에 입장료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별로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방들이 배치되고 나중에 왕과 왕비의 방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림처럼 상상이 되었으니까요.

어찌보면 젊은 도시 베를린입니다. 
프로이센에서 터잡고 제국의 수도가 되기 전까지는 유명도시가 아니었던 베를린, 그 화려한 시대의 서막에 자리잡은 고궁의 흔적이 미묘한 감흥을 줍니다. 맘껏 화려하지 못한 어정쩡한 장식, 베르사이유를 베꼈으나 그대로는 구현되지 못한 변방의 미감, 그러나 탁 트인 정원과 자연. 이 모든게 문화와 자연과 역사의 교점에서 지어진 하나의 궁전이란데 생각이 미치자 역사적 상상력은 날개를 펼치고 훨훨거립니다.
베를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vivid입니다. 통일된 독일의 수도로서 정치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유럽의 관광객 유치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IFA를 필두로 수많은 전시회와 베를린 영화제, 베를린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가 손님 몰이에 한 몫을 합니다. 

그러나, 큰 행사를 유치할 만한 베를린의 매력과 힘, 도시 전체를 떠받치는 하부구조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IFA만 해도 그렇습니다. 약 23만명이 참관한 대규모 전시회입니다만, 제가 가본 전시회 중 가장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동선이며 곳곳의 식사시설은 대규모 인원이 효과적으로 전시회를 활용하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친 다리와 눈에 쉴 기회를 주는 중앙광장(Sommergarten)은 베를린 메세만의 장점입니다.

교통마저 그렇지요. 숙박은 편하지만, 이동이 젬병인 베가스의 CE Show와 비교해도, 사통발달 뚫려 있는 문과 게이트마다 편리하게 이용가능한 U-Bhan과 택시 등 대중교통 망은 타 도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베를린이 생생하다고 느낀 점은, 갈 때마다 변모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동베를린 지역인 베를린 성당 근처가 크레인으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단정하고 우아한 건물로 바뀌었습니다. 하긴, 베를린 성당 자체가 해마다 변했는데 더 말해 뭐할까요.

카이저 빌헬름 교회처럼,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폭격맞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자세나,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또 다른 내일을 모색하는 그 모든 것이 베를린의 생생함에 단단히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갖 외국 음식만큼이나 횡적인 다양성이 있고, 종적으로는 고성과 첨단 현대건축이 거리에 일렬로 스펙트럼을 이루는 베를린은 과연 독일 최고의 도시라 칭하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우리 서울은 이러면 안될까요. 과연 4대강에 쓰는 돈의 10%만 서울에 투자해도 더 아름다운 서울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누구 못지 않은 전통과, 누구 못지 않은 현대성, 동양과 서양의 감각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국제도시 서울은 언제나 '나 서울이요' 하는 정체성을 갖게 될런지. 베를린에서 잠깐잠깐 느꼈던 도시의 여유가 부러우면서, 자꾸 고국과 고향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 BlogIcon 칫솔 2010.09.30 12:54 신고

    어.. 저도 이번 IFA에 갔을 때 저 중앙 무대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풀밭에 앉아 구경했습니다. 콘서트를 보면서 그냥 제품 구경만 하지 않고 숨돌릴 여유가 있던 전시회인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또 가고 싶더라구요. ^^

    • BlogIcon Inuit 2010.09.30 22:45 신고

      저도 블로그글 보고 칫솔님이 다녀가신걸 알았네요.
      알았으면 IFA에서 한번 뵈었어도 좋았을걸. ^^

  2. BlogIcon LaStella17 2010.09.30 18:04 신고

    독일의 무서울 정도로 공정한 사람들과 잘 짜여진 법과 맥주가 부럽습니다. =ㅂ=

    • BlogIcon Inuit 2010.09.30 22:46 신고

      엉? 스텔라님 맥주 드세요?
      왠지 맥주랑 안친할듯한 느낌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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