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집근처 중국 레스토랑을 갔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했습니다. 그냥 적당히 고급스럽고, 적당히 먹을만한데 이리 사람이 많을까. 메뉴를 살펴보니 두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탕수육 소짜를 17,000 -> 10,000원으로 40% 할인.

짜장면 가격 = 5,500

 

탕수육은 할인폭이 크지만 그만큼 양도 작아 실상 할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밖에 배너도 크게 달았고 선전을 대대적으로 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개 탕수육을 시켰습니다. 짜장은 작년 서울시 평균가격이 6800이니 가격이면 싸지요. 두가지가 유인책이었습니다. 과연 경영적 결과는 어떨까요?

Jagmohan Raju, John Zhang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 이후로 그만큼 재미난 프라이싱 책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되어 읽었습니다. 기대 없이 봤다가 이거봐라 하고 정도로 재미났습니다. 워튼의 마케팅 교수들답게 평범한 가격론 책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대충 슬렁슬렁 읽다가 자세를 고쳐잡은 대목은 가격전쟁이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가격전쟁은 핵전쟁입니다. 이기든지든 결과는 모두의 패배로 끝나니까요. 그럼에도 실생활에선 가격전쟁이 종종 벌어지고 결과로 회사들의 순위와 희비가 갈린 경우를 보게 됩니다. 반도체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비롯해, 화웨이, 샤오미도 대표적 사례지요.

 

저자들은 창홍과 galanz 사례를 통해 가격전쟁이 의미 있는 지형을 분석합니다.


cm (고수익) 산업이나 Δc 규모의 경제형 산업에선 손익분기를 이루는 최소증분량이 크지 않아 쉽게 가격전쟁이 일어납니다. 이는 주로 정보통신 관련한 신산업에서 많이 보입니다. 수식은 중요하지 않고, 가격전쟁은 무조건 피하라는 서구의 교의적 가르침과 대비되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공통의 인식하에 암묵적 담합을 하더라도, 거리의 싸움법칙을 체화한 아시아의 강자가 나오면 번번이 판을 내주는 상황의 비밀을 말하고 있는겁니다.

 

하나 인상깊은 내용은 자동 할인(automatic markdown)입니다. 주로 의류 제품 같이 희소성과 유행성이 있어 시간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면 색다른 효과가 나옵니다. 패션과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는 품절이 되기 전에 사야하는 시간적 긴박이 생기고, 가격이 중요한 민감형 소비자는 기다렸다가 싸게 (물건이 남아 있다면) 사게 되므로 지불의향이 다른 고객군에게 모두 판매를 있지요.

 

마지막으로 새겨 읽은 부분은 마케팅 수익성(marketing profitability)입니다. 한번의 구매에서 다품종을 동시 구매할 미끼가 되는 상품과 수익을 내는 상품이 따로 있는데, 이를 회계적으로 분리해서 들여다보면, 수익성 좋은것만 남기려다가 전체 매출을 죽인다는 이론입니다. 

 

첫머리에 말한 중국 레스토랑의 절묘한 전략은 짜장면 가격이었습니다. 나머지 짬뽕은 7500원에서 만원을 넘어가는데, 기본 짜장이 싸니 사람을 쉽게 모으며, 메뉴 가격도 진실되어 보입니다. 책을 먼저 읽고 중국집을 갔는데, 본능적인 메뉴 구성에 탄복을 했습니다. 다만 탕수육 양을 줄이는 밑장 빼기는 마케팅에서 가장 기초적인 브랜드 약속인 서비스의 질에 대한 기만이라서 리텐션엔 문제가 있어보였습니다.

 

Inuit Points ★★★★☆

내용은 좋게 평가했지만, 한글판은 엉망임을 짚어야겠습니다. 원저의 훌륭한 내용을 오역으로 망쳤습니다. 한글 책의 품질은 셋도 아까운 정도입니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걸 넘어 오역 투성이였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하도 이상하게 씌여 있어 영어 원문을 구해 봤더니 그제서야 뜻이 통하더군요. 경영과 마케팅 관련한 번역의 오류는 수두룩이고, 심지어 영어 고유의 표현에도 익숙지 않은듯한 번역이 너무 아쉽습니다. 싸구려 알바 써서 자기이름 달고 내보낸 허수아비 교수 역자는 요즘 보기드물게 한심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내용이 하도 좋아 네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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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또 로봇들의 공격에 트래픽 초과로 서버에 접근이 불가능해졌습니다. Yahoo! Slurp군은 요즘 바보짓을 많이 하더군요. 긁은 자료 또 긁고 또 긁고.. 태그만 바뀌어도 새로운 컨텐츠로 생성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Slurp의 활동수준을 제한시키는 방법으로 몇주간 평화가 있었는데 어제 그동안 저조했던 Googlebot군이 가세하여 간단히 트래픽 제한을 넘겨버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리퍼러를 보다가 갑자기 유입이 늘어난 경로인 outsider님 블로그에 가봤더니 흥미로운 주제가 있었습니다. 발단은 떡이떡이님이 Merrill Lynch 자료를 인용하여, MS가 Google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Yahoo!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후 얼마에 인수될까 하는 블칵 경영진 중 한분의 댓글 의문에 대해 outsider님이 동조호기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일단 제목의 낚시성을 배제하기 위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은 없다'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 그렇습니다. ^^;



Acquisition이든 merger든 인수가격 결정에 다양한 재무적 테크닉에 현란한 계산이 들어가지만 그 줄기만 추려보면, '양사가 현재 보유한 리소스와 미래의 전망에 관한 합의'가 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오해 하나를 명확히 하겠습니다.

그것은 valuation과 pricing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흔히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valuation이 미래 현금흐름의 현가계산을 하는 DCF니, sales multiple이니 하는 여러가지 기법으로 정해지다 보니 이러한 평가가치와 동떨어진 인수가에 대해 사기니 떨이니 여러가지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valuation은 valuation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valuation의 본질은 내가 가진 관점과 가정의 현가환산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물건을 놓고 매수측과 매도측의 valuation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valuation이 왜 필요한 가요? 바로 인수 가격을 정할때 나의 가정과 상대의 가정이 충돌이 날때 그것을 다시 조율하면 바로 수정된 가치가 금액으로 산정되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량화가 불가능하더라도 서로 협상의 기준점 (reference point)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pricing은 결국 valuation의 차이를 협상 등의 방법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최종 가격을 결정짓는 작업이고 다양한 변수가 종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value와 price라는 두가지 숫자중에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오히려 price입니다. 이점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재무전문가가 2달간 작업한 가격이 있는데, 우리 회장님이 상대 사장님하고 마지막날 밤에 술한잔 하면서 '그래 그럼 100억 깎아서 사는 걸로 하지!'라고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후자의 가격이 더 합리적이고 실제적인 가격입니다.

이 가격에는 수요와 공급, 경쟁과 독점, 타이밍상의 현재가치,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그리고 비대칭적 협상력의 차이 등 모든 경제적 가치가 이룬 타협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정한 목적으로 불법이나 부조리를 초래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따라서, 지금 국외자가 Yahoo!의 인수가를 논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논의가 될 것이라는 점이 자명합니다. 이런점을 잘 알면서도 지명 포스팅을 한 outsider님의 궁금증에는 그간 포스팅을 못했던 제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아름다운 의도가 있다고 믿어져서 댓글이 아니라 이렇게 트랙백 포스팅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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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승환 2006.06.25 20:02

    음... 어렵네요... -_-; 그런데 pricing이 valuation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은 동등한 협상능력하에서만 가능한 것 같은데요... 협상능력이 우수한 쪽이 pricing을 가지고 놀게 되지는 않나요? 특히나 pricing에서 valuation이외의 작용요소들이 조금은 수량화가 힘든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으음... 더 말해봐야 무식만 뽀록날 것 같아요 ㅠ_ㅠ

    • BlogIcon Inuit 2006.06.27 00:15

      동등하지 않아도 유효합니다. 저는 협상력을 bargaining power라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이 경우 협상력의 비대칭 역시 가격요소에 포함되는 것이 옳기 때문입니다. 혹시 가상의 "공정가"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 한쪽이 불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만, 합리적으로 플레이하는 상황이라면 절박하게 팔아야 하는 사람과 느긋하게 살 수 있는 사람간의 협상력은 차이가 있고 그것은 수급상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혹시 협상능력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협상과정에서의 능수능란함이 중요한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타파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이 부분에서 시장가격과 gap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시일이 지나야 검증되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price의 정당성을 논하는 근거로는 취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하고 일정부분 discaount를 하기 때문입니다.

    • BlogIcon 이승환 2006.06.27 00:20

      할 말이 없이 명쾌한 답이에요... 너무 멋있습니다 ㅠ_ㅠ

  2. BlogIcon outsider 2006.06.25 20:48

    inuit님 감사합니다. 바쁘실텐데...^^. 그래도 좋잖아요.^^. 가끔씩 커스터마이징된 포스팅!!! 역시나 아웃사이더가 정확한 인수가를 논한다는것은 허공에 삽질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님 덕분에 general하게 깊이 한번더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3. BlogIcon outsider 2006.06.25 20:51

    사실은 인터넷비즈니스관련 활발한 포스팅을 하고 있는 외국 애널리스트 출신 블로거에게 물어볼려다가 님 말씀대로...아웃사이더가 정확한 인수가액을 논한다는 것이 좀 뜬구름 잡는것 같아서 말았네요.^^.

    • BlogIcon Inuit 2006.06.27 00:17

      어째 '속시원한' 답을 못드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
      얼핏보고, outsider님이 정확한 인수가를 논한다는 것이 뜬구름 잡는다는 줄 알았습니다. ^^;

  4. BlogIcon 엘윙 2006.06.27 10:34

    어렵네요. 그렇지만 inuit님의 설명을 들으면 그런거 같기도합니다. (뭐가-_-?)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 BlogIcon Inuit 2006.06.28 23:16

      요즘 많이 바쁘네요. 처절합니다. ㅠ.ㅜ
      그래도 의미있는 일이라서 재미는 있습니다.

  5. 문경락 2010.04.12 15:57

    현장의 숨소리와 의자 에서의 생각과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양자 모두를 위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이러다가 순직간에 숙명론에 빠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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