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어느 금요일밤 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뉴욕 퀸즈에서 괴한에게 칼에 찔렸다. 인근 주민들이 비명을 듣고 범행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중 한명은 고함을 질러 범인은 도망을 쳤다. 그러나, 범인은 다시 돌아와서 범행을 계속했고 여인은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총 38명의 목격자가 30분 넘게 진행된 범행을 지켜보았으나 아무도 제지를 하거나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Genovese 사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당시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http://en.wikipedia.org/wiki/Kitty_Genovese 참조)

사건 이후 미국의 언론과 여론은 이 냉혹한 방관자들에게 저주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가히 마녀사냥의 경지였을 것입니다. 모두가 당황스러운 상황이니까요.

너무도 이해하기 힘든 현상, 인간이 과연 선의지를 가진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여 Latane와 Darley는 심리실험을 통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합니다.

격리된 방에 학생을 한명씩 넣고 학교생활의 스트레스에 대해 마이크를 통해 서로 이야기 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기 이외에 다른 학생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 와중에 미리 섭외된 한명의 학생이 발작증세를 보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을 지릅니다.

실험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단 둘이 있을 때, 즉 발작학생과 실험자 단 둘이 있을때, 85%의 학생이 도움을 주기위해 실험방을 떠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자기 이외에 네명의 학생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 때는 31%의 학생만이 행동을 취했습니다.

결국, 퀸즈 거리 38인의 방관자도 같은 경우였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비상상황에서 다시말해
1) 급작스럽고 낯선 일이 벌어져 이게 무슨 일인지 판단이 되지 않을때,
2) 그리고, 나말고 다른 사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때
모두가 서로 멈칫거리며 어찌할까 당황하고 주저하는 동안, 그 집단적 방관이 사회적으로 norm이 되어 섣불리 나서는 것이 오히려 꺼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책임의 확산 (diffusion of responsibility)라는 심리학적 개념이 도출되게 되지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이쯤 들어보시면, 탁하고 무릎을 치실 분도 더러 있겠습니다.
씨야라는 가수의 공연에서 한 백댄서가 발작을 일으켰고, 모두들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공연을 지속한 것 때문에 많은 논란과 비난이 있나봅니다.

그 상황 역시 책임의 확산에 따른 집단적 방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공연중 누군가가 쓰러지는 것은 직접 경험은 물론이고 선례가 별로 없어서 매우 낯선 상황입니다. 어찌해야 할지 혼돈스럽지요. 게다가 생방송중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연예계의 불문율입니다. 가수는 혼돈스러워 하면서 노래를 계속합니다. 이 상황에서 카메라에 덜 비치는 백댄서라고 해서 선뜻 도움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돌발행동으로 방송을 망치고 내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것을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나설 자리인가. 누군가가 곧 해결을 할 것 아닌가. 멈칫거리면서 모두가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지요.

스키너의 심리상자에 보면 이러한 경우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해결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사건의 목격 > 도움의 인식 > 책임인식 > 행동결정 > 행동의 연결고리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예컨대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도움과 책임이 강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백댄서건 가수건 누군가가 쓰러지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알 것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매우 높은 교육이었던 셈입니다.

보다 좋은 방법은 이러한 집단 방조의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기제임을 널리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Beaman의 실험에 의하면, 단지 이 Darley & Latane의 실험을 녹화한 테입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 똑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두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정말 간단한 사항이지만, 인간이 심리적으로 이렇다는 것을 알려주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교육을 하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여럿이 동시에 목격하는 낯선 상황이다, 그러면 '나부터  먼저 도와야지' 하는 자각도 중요하고 정 헛갈리면 옆사람에게 '우리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하면 가슴아픈 사고가 미연에 방지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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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2 , 댓글  40개가 달렸습니다.
  1. 우리나라에서도,,
    심지어 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_-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한국 사람은 한사람이 시작해야 우루루 몰려가서 시작하는;; 그런 분위기로 알고 있었는데.. 잘못알고 있었군요 ;;
    어쨋든 '씨야'라는 사람이 잘못 걸려서 '꾸중'좀 듣게 생겼네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말 비싼 교육을 받았구요 ^^*
    만약 씨야가 쓰러진 백댄서를 구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면..
    칭찬을 들으며 완벽한 교육이 완성되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 결과적으로 큰일이 없었다니 다행이지만, 목숨이 위태로왔다거나 대미지가 크게 남았다면 아주 애매해질 뻔했지요.
  3. 아. 그렇군요. 스키너의 심리상자에 나온 내용이네요. 흠..저도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지. 자신없었습니다. 신문기사를 보면서도 줄곧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사람들이 잘못하긴 했는데...과연 나라면 다르게 행동했을까 하면서 말이죠. ㅜ_ㅠ
    • 엘윙님은 방관자 효과를 잘 알고 있으니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마.. 옆사람을 홱 밀지 않을까. -_-a
  4. 용기란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먼저 나서는 것이 아닐까요. 휴우.
  5. 저같은 경우도 심리상자에 너무 빠져 실험실 생쥐같은 인생이 되는것은 너무 싫거든요. 알면 고치는 것이 사람이라고 밑고 싶습니다. ^^;; 말씀하신 그러한 교육과 훈련을 교육 기관에서 해줬으면 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요..
  6. 오...이거 은근히 스키너의 심리상자에서 인용한 글이 은근히 낚시성 오바인거 같은데요?^^.
  7. 아뇨...inuit님이 아니고...지금 트랙백 작성중입니다...내용이 길어서요.
    • 트랙백 잘 보았습니다.

      저도 사실 이번 포스팅하면서 wiki를 찾아 보고 제가 알고 있던 상황과 실제가 좀 다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려진"이라는 단서와 "정확한 내용"을 위한 wiki 링크를 남겨 놓았지요.

      그래도 시초가 틀리면 제 포스팅이 논리적으로 불합리하지 않을까 해서 Latane와 Darley의 실험을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실험 내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요. 그 뒤로도 후속실험이 이어졌고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뉴튼이 실제로는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해서 뉴튼의 만유인력법칙에 흠결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언론의 과장은 상업성과 결부되기 때문에 늘 존재하는 속성이겠지요. ^^
  8. 구구절절 맞는 얘기네요. 과연 그런 상황에서 혼자 선뜻 나설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위급한 상황을 만나면, 그냥 "사람살려", "도와주세요" 등 불특정 다수를 지목하기 보다는 "빨간 모자 아가씨", "안경쓴 아저씨" 등 특정 인물을 찍어서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_-;
    • 특히 저는 이 방관자 효과를 이렇게도 응용합니다.
      업무상 다수가 관여된 상황에서 다들 머뭇머뭇하며 졸지에 모두가 마다하는 일이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때 꼭집어 일을 배분하면 의외로 쉬운 일이 되어 버립니다.
  9.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0. 그래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때는..
    .. 도와주세요 .. 가 아니라..

    도움을 줄 대상을 딱 지목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또 도움이 필요한 내용까지 알려주면 좋죠..

    .. 거기 아저씨 119에 신고를 해주세요 ..라고 말을 던지면
    책임감이 아주아주 높아진다는 것!!

    사실 이번일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한데도..
    너무 몰아가는 분위기 입니다.. 늘 그렇지만.. 늘 맘에 안 듭니다..
    • 제가 포스팅을 하게된 이유도 그렇습니다. 특히 백댄서들이나 가수가 과도하게 욕먹는 부분은 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요.
  11. 제가 간질로 발작을 일으켰을 때 제 아내를 몰라봤다고 하더군요.
    전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만...
    제가 지하철에서 발작을 일으켰을 때는 제 오른손이 심하게 떨리면서 제 몸이 왼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깨보니 그 역에서 표파는 아저씨 옆에 누워있더군요.
    잠시후 어머니와 아내가 달려왔구요.
    역시 제가 어떻게 거기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누군가 도와주었다고 하더군요. 전화로 아내에게 연락도 해주시구요.
    생각해보니 방송도 되지 않아서 더 방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네요..
    그분께 영원히 감사드립니다.

    누구를 지목해서 도와달라고 하기는커녕 그냥 어쩌지도 못하게 쓰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교육효과가 있었다라고 얘기하고 싶다면
    누구를 지목해서 도와달라고 하는 센스를 요구하지 말고
    그냥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도와주자고 얘기가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신고라도 해주시든가...

    마지막으로,
    지금 그때 그상황을 비판하는 분들은
    누군가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기꺼이 하던 일을 멈추고 도와주실 고마운 분들이라고 간절히 믿어보겠습니다.
    • 긴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을 보고 seizure에 대해 좀 찾아 보았습니다. laonhuje님 같이 정신차리기 전까지는 진행에 대해 자각도 못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이런 경우라면 누구에게 지목하며 도와달라고 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막상 발작을 목격한 경우, 도움을 주려 나서고 싶어도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더군요. 잠시 찾아본 결과로는 이렇더군요.
      *안정되게 눕히고 주변의 위해한 것을 치운다.
      *특별히 흔들거나 무엇을 먹이지 않는다.
      이정도로 충분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사회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12.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일어나 상황이라면 Inuit님의 말이 옳습니다만...방송이라는 상황에서는 다르지 않을까요?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게 스텦들이라고 생각하는데....스텦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다시 또 뒤짚어보면..가수가 쓰러졌다면 바로 튀어나가지 않았을까도 합니다...
    • 저도 staff이 당시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floor에 있는 누군가에게 지시를 해서 그사람이 움직여 넘어진 댄서를 실어나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30초정도가 소요될 것 같아요.
      문제는 방송을 중단하지 못한 판단 미스 부분일테지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당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집단방관을 하게 되었지만 여러사람이 쉽게 말하듯, 댄서나 가수가 악하거나 나쁜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13. 저도 가수가 쓰러졌다면 바로 방송중단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가수가 쓰러졌으면 방송자체가 불가능하니까 PD분도 판단이 쉽게 방송을 중단했겠지요. 그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와니님은 공연중이라도 긴급상황에 잘 배려해 주실테지요? ^^
  14. 다원적무지 라는 개념과 비슷하군요...
    ...
    내가 그때 옆에있던 백댄서였다면...
    같이 쓰러져버려서...상황을 더 크게 만드는 센스를...ㅋ
    • 네 pluralistic ignorance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상황판단이 잘 안될 때 같이 쓰러지는 것.. 매우 실용적인 해결책이로군요. ^^;
  15. Inuit님은 역시나...상황분석력과 지식과 경험 등등에서 묻어나오는 내공이 느껴집니다...그냥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는...^^. 그냥 레베루가 다르신거 같아요^^. 저도 님과 온라인상에서나마 가까이에 있게되면...비슷한 성향을 띄게 될래나 모르겠네요...

    푸...^^

    그나저나 블로그 시즌 2의 주소를 바꾸기만 했어요. 사실 비슷하게 갈건데...주소만 바꿨어요.
    http://www.weirdtopics.com/refinance

    작명 나름대로 만족스럽습니다...그냥 tt나 auto로 가려다가 화끈하게 가는겁니다. refinance로...^^.
  16. 정말 명쾌하네요 ^__^;

    Inuit 님 블로그에 오면 지적 즐거움이 있어 좋습니다 ^^;;
  17. 안녕하세요. 네이버로 '파정사'를 검색했다가 들렸습니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더군요. 관련된 글들 잘 봤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읽다가 이 포스팅을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저도 이 주제에 관심이 많거든요.

    우선 outsider님이 지적하셨듯이 실제로 사건의 전말을 목격한 사람은 두셋밖에 되지 않고 당시 뉴욕타임즈 기사가 대부분 과장되었다는 것을 사건이 일어난 동네의 변호사가 자기 동네의 역사를 연구하여 밝혀놓았습니다.
    http://www.oldkewgardens.com/ss-nytimes-3.html

    그리고 또 Inuit님께서 얘기하셨듯이 사건은 사건이고 이 사건을 발단으로 시작된 심리학 연구는 연구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데 동의합니다. Latane와 Darley가 연구를 시작한 이래 다른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의 흐름을 이었고 다양한 실험에서 '구경꾼 효과'가 나타났죠. 심지어 지금도 간혹 뉴스 프로 등에서 이를 소개하고 또 직접 간단한 실험을 하여 보여주기도 합니다.

    말이 주절주절 길었네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 파정사에 관심이 있다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반갑습니다. ^^

      bystander effect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저도 이 실험이 시사하는 점에 대해 곰곰히 반추해볼 때가 있습니다.
  18. 키티 제노비스 살인사건은 짧은 언급이지만,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죄수의 딜레마"에도 자원자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네요.
    • 파운드스톤씨가 죄수의 딜레마란 책도 썼나보군요. 관심이 많이 가네요. 소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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