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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Inuit 2007. 6. 17. 20:29
공은 둥글다.
운에 좌우되는 부분이 많은 야구 경기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말입니다. 실력과 운이 조화로와야 하는 야구경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상적으로 대답하면 잘 때리고, 잘 던지고, 잘 받는 선수를 영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기 때문에 타점, 타율과 홈런 기록이 높은 타자, 승률과 방어율이 좋고 세이브가 많은 투수는 그 몸값이 천정부지입니다. MLB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Alex Rodriguez의 경우 2천8백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면 부자구단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07년 Yankees의 1년 전체 연봉이 1억9천오백만 달러인데, 최하위인 Tampa Bay의 경우 2천4백만달러입니다. Alex 선수 한명도 영입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그러나 다행히도 성적은 연봉순이 아닙니다. 역시 공은 둥글어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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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Lewis

(원제) Money Ball: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


제목처럼, 부자가 유리하다는 점으로 보면 분명히 불공정한 게임인 야구에서, 특별히 잘 이기는 기술에 대한 책입니다. 마이클 루이스 빠순이를 자처하는 햄양님으로부터 진즉 책에 대한 소개를 받았으나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읽고 있던 HR 책에서 '머니볼' 사례를 다룬 article을 보고 서둘러 읽었습니다.

머니볼은 Oakland Athletics (A's)의 실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짠돌이 구단주가 부과한 제약조건인 타이트한 연봉에도 불구하고 연속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팀입니다. 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요체는 데이터에 의거한 과학적 관리입니다. 제 리뷰가 늘 그렇듯, 제 관점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선발
오클랜드의 단장인 빌리 빈 (Billy Beane)의 기본 의문은 이렇습니다.
기존 야구인들은 눈에 보이는 성적과 외형적 조건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성과와 상관관계가 있는가?
이 부분은 과학적 통계를 추종하는 sabermetrics에서 그 연원을 찾아야 합니다. 빌 제임스(Bill James)의 야구통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했으니까요. 이들은 정확한 통계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많은 시사점을 도출해 냅니다.

예컨대, 타자 최고의 미덕은 무엇일까요.
빌리 빈의 해답은 출루율입니다. 야구에 있어 절대적 희소 자원은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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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입니다. 따라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먹는 선수는 역적이고 다음 선수에게 넘겨주는 선수는 좋은 선수입니다. 이를 측정하기 가장 좋은 지표가 바로 출루율입니다. 게다가 같은 조건이라면 2구에 안타를 치는 선수보다 4구를 받는 선수가 더 좋은 선수입니다. 같은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그만큼 투수를 더 지치게 하니까요. 선발투수가 지치면 좀더 낮은 등급의 투수를 만나게 되어 이길 확률이 더 늘어나는 부가가치가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지표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고, 다분히 내재된 성향이라 단번에 길러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클랜드는 타구단이 돈을 싸들고 고등학교 졸업생을 찾을 때, 대학 선수를 공략합니다. 우선 쓸만한 선수는 미리 타구단에서 뽑고 남았으니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고, 대학야구를 하며 충분한 기록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타 구단이 신경쓰지 않는 출루율 따위가 높은 선수입니다. 이들은 대개 눈에 띄지 않아 더욱 싸게 영입이 가능합니다. 그저 계약만 해줘도 감지덕지지요. 책의 첫머리에도 나오지만, 폴 데포데스타라는 하버드 출신 분석가가 통계만 보고 선발한 선수를 스카우터들은 몹시 질색합니다. 뚱뚱하다든지 다리가 기형적으로 생겼으니까요. 그러나, 단장은 한마디 하지요.
"우리가 모델 뽑습니까?"



2. 계약
오클랜드 구단 운영의 핵심중 하나인데, 소위 노예계약이라 불리우는 장기계약을 맺습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무명선수에게 6년간의 장기계약을 맺습니다. 폴의 통계에 의해 뽑힌 선수들은 대개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는 우량선수로 탈바꿈합니다. 그러면 뭐 합니까. 어디 가지도 못하고 계약이 끝나기만 기다리며 계약조건대로 운동을 합니다. 결국 A급 선수를 C급 연봉으로 고용하는 효과입니다.


3. 운영
제가 가장 많이 배운 부분입니다. 빌리 빈은 폴과 함께 경기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정립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월스트리트의 파생상품 전문가들이 미리 개척한 길입니다만, 그 시스템마저 비싸다고 자기의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선수의 기여도를 계량화하고 성과를 예측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노 아웃에서의 기대점수는 0.55입니다. 만일 선두타자가 안타를 칠 경우 기대값은 1.1입니다. 따라서 이 선수의 기여점수는 0.55가 되지요. 만일 아웃을 당하면, 원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기대값이 0.3입니다. 이 경우 아웃당한 선수의 기대값은 -0.25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공격과 수비에 대한 기여도를 선수별로 통계화 합니다. 따라서 A라는 선수가 나가면 B+C선수의 조합으로 메꾸는게 가능하다는 담백한 결론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뒤에 나오는 방출전략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대단한 점은, 오클랜드 구단에서 한해 라인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치인 총 득점과 실점이 연말에 매우 근접한 결과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평균개념을 좋아하는 오클랜드 구단은, 승리에 대한 개념도 총득점-총실점의 관점에서 승수를 예측하고 변동상황에 따라 선수구성을 달리 합니다.

하물며 야구도 이렇게 하는데, 기업에서는 너무 주먹구구가 아닐까 반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4. 트레이드
철저히 장사꾼 구단인 오클랜드입니다. 트레이드에서도 이득을 많이 봅니다.
예컨대, 오클랜드의 관점은 이렇습니다.
구원투수의 세이브 처럼 과대 평가된 지표가 없다.
세이브는 투수의 능력이 아니라 결과로 나오는 지표인데 절대적 미덕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오클랜드는 평균 이상의 투수를 구원전문 선수로 투입합니다. 많은 세이브를 챙겨준 뒤 유명해지면 타 구단에 비싼 값에 팔아버립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또 저평가된 선수를 몇명 살 여력이 생기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오래된 장기계약 선수가 계약이 풀리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타 구단에 넘깁니다. 결과로 돈도 챙기고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까지 덤으로 얻어 다음 시즌을 위해 찍어 놓은 선수를 선 확보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치를 올려 팔아먹으면 선수 월급은 벌게 됩니다.



생각할 점들
지금까지의 간단한 소개만 봐도 흥미롭지요. 운과 기량에 좌우될 야구가 오히려 과학과 경영의 영역에 닿아있으니 말입니다. 어찌보면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와도 일맥 상통입니다. 시장의 합의된 믿음은 오류로 간주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고수익을 향유하는 점은 빌리 빈과 꼭 닮았습니다.

반면, 책의 말미에 대두된 대중의 의구심은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평균 개념의 운영은 시즌에서의 수익률, 즉 승률을 극대화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약해진다. 결국 스타가 필요한 것 아닌가?
저는 통계 개념의 철학을 단기 시즌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통찰을 주는 데이터 모델이 있다면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않겠습니까. 뒤집어 말하면 버핏 선생에게 1억주고 1주일 후에 수익률이 부채도사를 넘지 못한다고 비난할 수 있느냐의 이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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