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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신과 인간 展

Inuit 2010. 7. 18. 00:10
장마비가 주륵거리는 날,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기획전, '그리스의 신과 인간'을 보고 왔습니다. 

브리튼 박물관
다른 식구는 볼 일이 있어, 아들과 둘만의 데이트입니다. 
전시품은 대영박물관 전시물인데, 전에 글 썼듯 대영박물관이란 말이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브리튼 박물관이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전시품은 일부 그리스 신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그리스 관점의 표현이 나타난 작품들입니다. 석상과 부조, 항아리 그림들이 대종을 이룹니다. 가장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고 그만큼 눈에 익은 핵심 전시물은 '원반 던지는 사람'입니다.

작품보다 이야기
솔직히, 큰 기대 안하고 가서 기대수준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시물은 생각보다 볼품 없습니다. 꼼꼼히 봐도 한시간도 안걸릴 정도입니다. 출품작도 적고, 다리를 잡아끌며 영감을 풍부하게 주는 작품들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소비해도 항상 즐거운 컨텐츠인 그리스 신화입니다. 모든 전시물에 녹아 있는 거대한 그리스 신화의 흔적을 찾아내며 아들과 신나는 대화를 했습니다. 한시간 내내 그리스 작품들 속에서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그 자체로 즐거웠습니다. 아들이나 저나 그리스 신화 매니아라서 가능한 일이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강탈

[http://mlbbada.com/bbs/board.php?bo_table=freeboard&wr_id=172523]

신의 표현 이후, 인간의 표현에 대한 전시실은 개방적인 성의식과 인간육체에 대한 찬미, 사실적 표현이 특징입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사티로스(Satyr)로부터 도망치는 님프(nymph)의 모습을 나타낸 강탈(attemped rape)이라는 작품입니다. 설명에는 당시 사람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며 즐기던 당대의 포르노그라피에 해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의식이 예술을 밀고, 다시 예술이 시대의식을 반영하는게 역사이니 말입니다.

더 묘하게는, 정작 그리스의 전시물이 브리튼의 이름하에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지요. 세계의 장물센터 브리튼 박물관이 한때 주름잡은 것도 '강탈'이었겠지요.

사진이 정말 해롭나?
항상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카메라에 대해 강박적인 결벽증을 보이는 부분이지요. 작품에 대한 설명과 이해보다, 카메라 단속에 쓰는 시경과 알바 운영비가 더 크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특히 미술품도 아닌 조각인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전에 시립미술관에서도 전시실 밖에서 찍는 사진가지고도 시비를 걸던데, 이번에도 다끝나고 나오다 뒤돌아 전시실 스케치 삼아 찍는 원경가지고 득달같이 달려와 뭐라고 합니다. 뭐, 룰을 안지킨 셈이니 알았다고 수긍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말 진귀한 작품들이 즐비한 런던 브리튼 박물관이나 파리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등에서는 카메라에 제한이 없는걸 알기나 할지 궁금합니다.

뒷풀이
끝나고 임시 공연장에서 우연히 시간 맞춰 열린 비보이 공연을 아이가 참 좋아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특별히 활동하기 어려운 날, 실내라서 좋겠다고 무작정 나선 박물관에서 아들과 보낸 시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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