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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문화의 상대주의와 기준

Inuit 2010. 10. 22. 22:00
아이들과 주말 식사 때는 재미난 놀이공부를 합니다. 주중에 클리핑해 놓은 뉴스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깊이 있게 들어가서 세계 역사나 지리를 배워보고, 쟁점을 잡아 토론을 하지요.

큰 딸은 아프가니스탄에 코잘린 여성이 다시 코를 되찾았다는 뉴스를 택했습니다. 그 뉴스가 주목을 끈 이유와 느낀 점을 발표하는데, 누구나 이야기할만한 내용을 꺼내니 맞긴 하지만, 좀 밋밋합니다.

엉뚱한 질문
전 좀 도발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프랑스의 여배우가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다고 엄청난 비난을 한 적이 있지? 그 때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지? 애완동물은 가족과 거의 다름없는 동물인데, 어떻게 야만적으로 개를 먹느냐고 이야기했었지. 그 때 우리는 어땠니? 매우 기분 나빴지? 우리나라의 문화인데, 그걸 외부에서 자신의 잣대로 이야기하고 비난하는게 옳지 않다고 화가 났었잖아.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가보자. 그리고 네가 말한대로, 이슬람에서 여성이 가축보다 조금 나은 위치라는게 아프간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아프간 입장에서는 자신의 문화적 관습에 따른 것을 외부에서 옳네 그르네 하는게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어찌보면, 가축보다 조금 나은 상황의 이슬람 여인과, 가족과 다름없는 애완동물에 대한 대응의 잣대가 달라져야하는 이유가 뭘까? 뭐를 기준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직관적으로는 분명 우리의 경우와 아프간 이야기가 다르고, 어느게 옳고 그른지 판단이 되지만, 논리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이유는 무언지 말할 수 있니?"

아이들은 이런저런 근거와 경험과 추론을 이야기하지만 속시원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가지 대답
"아빠 생각을 말해볼께.

일단 이렇게 문화적으로 각각 다른 점을 용인해야 하는 것은 문화적 상대주의라해서 기본적으로 옳은 접근방법이야. 하지만, 뭐든지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는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돼.

아빠가 이슬람 여인은 가축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고, 프랑스의 애완동물은 가족보다 조금 못한 상황이라고 아빠가 일부러 혼돈스럽게 말했지만, 엄연히 사람은 사람이고, 가축은 가축인거야. 

다시말해, 모든 나라의 헌법에, 심지어 많은 공산주의나라의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인권 또는 자유, 민주 같은 가치는 인류 보편적인 것이란다. 사람이 사람을 속박하거나 상하게 하는건 인도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거야. 종교가 다를지라도 그 부분은 인권에 기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받아들이는건 나름대로지만 그 자체가 무례한 문화적 침해는 아니라고 봐.

반대로, 어떤 나라에서 동물을 굉장히 아낄 수는 있어도, 짐승은 짐승이야. 우리 인류는 고대부터 짐승을 잡아먹고, 이용해서 살아왔고 그게 동물에 대해 잘못 다룬다고 말하기는 어려운거야. 다만, 이유없이 괴롭히는건 생명을 하찮게 다루는 것이라서 안되지. 마찬가지로, 기르던 개를 잡아먹는것이 아니라면, 개고기를 먹는 거나 소고기를 먹는거나 크게 다르지 않게 볼 소지도 많기 때문에 그 여배우의 말은 자신의 편협한 생각을 남의 문화와 습관에 대해 강요하는 문화적 충돌을 부르는거지."

저도 질문해 놓고 속시원한 답은 못해줬어도 이렇게 함께 답을 찾아가는데서 재미도 있고 배우기도 합니다. 또 다른 좋은 설명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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