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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2010 Nov] 12. A short trip to Montserrat

Inuit 2010. 12. 3. 22:00
바르셀로나에만 내내 머물러도 충분히 좋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인근의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카탈루냐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보조교재입니다. 예술가의 미학적 영감, 그리고 카탈루냐 민족정신의 허브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몬세라트를 감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파냐 역 앞 광장

몬세라트는 서울의 국철 1호선과 유사한, R5로 닿을 수 있습니다. 출발은 스페인 광장 옆 Espanya 역입니다. 자판기에서 표를 사야하는데, 알고 보면 쉽지만 처음 가면 헛갈립니다. 내리는 역이 수도원 역(Monistrol de Montserrat), 아에리 역(Montserrat Aeri) 등에 따라 교통이 푸니쿨라르(funicular 등산열차), 케이블 카로 나뉘고 다시 어른요금, 아이요금 등등이 있어 메뉴가 복잡합니다. 

다행히 영어가 가능한 안내원이 몬세라트 전용 부스에서 상담을 해주고, 주요 골자를 쪽지에 적어주면 현지 도우미가 자판기에서 발권을 해주는 재미난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그만큼 몬세라트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가격에서도 나타나는게 관광책자에 적힌 가격보다 실제는 두 배 정도 비쌌습니다. 그 새 가격이 오른거지요. 사실 다녀오고 나면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그 이상 재미나거든요.
몬세라트행 기차는 자주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도 다음 차까지 45분이 남았습니다. 오히려 다행입니다. 구엘 공원에서 생각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점심도 못먹고 갈 뻔 했는데 여유시간 동안 간단히 점심을 때웁니다. 식단이 간단해도 기분 좋은 이유는 방금 만든 주스와 스페인식 샌드위치가 하도 맛나서입니다. 보기엔 평범해도 질좋은 빵에 신선한 재료를 턱턱 올린 샌드위치도 좋지만, 오렌지 두개를 통째 갈아 만든 주스는 기분좋게 달며, 상큼한 싱싱함이 혀돌기돌기를 단단히 자극합니다.
국철인지라 Monistrol 역까지 한시간 가는 동안 기차는 자주도 섭니다. 톨레도 가던 특급열차와는 다른, 타고 내리는 스페인 사람들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라틴계 특유의 쾌활함과 수다가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미국 쯤 이었다면 사람들 다 돌아볼만한 소란과 수다도, 모두 그러려니 할 뿐더러 서로 이야기에 빠져있을 따름입니다. 이처럼 관계와 사회화에 몰두한 나라도 보기 힘듭니다. 소란스러움과 정서적 유대가 특징인 남미의 뿌리답습니다.
수도원 역에서 내리면 바로 등산열차 푸니쿨라르를 갈아 탑니다. 제대로 표 끊었으면 번들 패키지로 구매가 되어 있습니다. 
등산열차는 톱니를 굴리며 산을 씩씩하게도 잘 올라갑니다. 고도는 낮지만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에 오르는 느낌과 흡사합니다.
드디어 도착한 산꼭대기의 수도원. 우선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제주의 주상
절리와 마찬가지로 각각 솟아오른 돌기둥이 모여 있는 형국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기암의 괴인 같기도 하고, 수도원을 지키는 천군 같기도 합니다. 이 몬세라트를 보지 않고서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가우디가 평생 마음에 지니고, 또 동경했던 그 곡선입니다.
산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고, 수도원은 어찌 여기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 싶게 산꼭대기 바위 속에 웅장한 자태를 숨기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평범해 보이는 수도원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웅장함과 화려함, 그리고 은은히 감도는 정기에 들어서는 객의 마음이 서서히 격동합니다.
그리고 성당. 멀리서 은은한 멜로디에 끌리듯 들어가보니 거대한 성당에 파이프 오르간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높은 산 속 구름 위 선율은 천상의 음악 그대로입니다. 사실, 여기 소년 성가대(에스콜라니아)의 성가는 더욱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미사 시간이 아니니 그까지 듣는 행운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특정한 종교는 없지만, 성당가면 성당에, 절가면 절에 고요한 마음을 빕니다. 종교의 교리에 에둘리지 않는다면, 착한 마음으로 살자는 종교의 기본 원리는 다 똑같습니다.
그리고 검은 성모상. 바로 몬세라트를 몬세라트로 만든 아이콘입니다. 도시의 수호성인이자 카탈루냐 저항정신의 가디언입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면서, 괜히 눈물이 날듯한 검은 성모상은, 카탈루냐 지식인들에게 무한한 영감과 용기를 주었겠지요. 실제로 가우디를 비롯한 모데르니스모 운동은 각자가 자신의 재능으로 민족정신을 고취하는데 몰입했고, 그로 인해 카탈루냐는 자신의 정체성을 또렷이 가져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이 집약된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입니다. 또 그래서 몬세라트가 바르셀로나를 이해하는 보조교재가 되는 것입니다.

한 도시는 역사의 압축이고, 지식인은 문화의 자식입니다. 자연과 역사, 역사와 문화, 문화와 문명, 그리고 문명과 실상이 가로세로로 짜여 있는 시공간을 아이와 함께 누볐습니다. 아이들도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새로운 공부를 많이 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