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니 작년에 이어 연말연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스키를 졸랐지만, 전 단호히 No라고 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책도 좀 읽고 맛난 음식 먹고 생각도 하며, 정말 푹 쉬는 휴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당도한 곳은 스키 리조트. 목적지가 바뀐건 아주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출발 2주 전에도 예약 가능한 곳이 회사 콘도 밖에 없더군요. 이왕 간 김에 아이들 스키나 실컷 태워주고 몸으로 노는 여행으로 컨셉을 바꿔 잡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저한테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둘째 낳고 스키를 안 탔으니 거의 10년 만의 스키이니까요.

13년전 캐나다 근무할 때, 첫 아이 태어나고 바로 한달 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을 두고 홀로 부임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한국은 주5일 근무가 없던 터라, 가족 없이 혼자, 그것도 눈 밖에 없는 캐나다의 겨울에서 유독 긴 주말을 그냥 보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 조언대로 스키 장비 사서 주말마다 스키장에서 시간을 보냈지요.

직장 동료에게 A자로 스키타는 요령만 듣고, 몸으로 굴러가며 배운 스키라 폼도 엉망이고 썩 잘 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슬로프가 스무개도 넘는 그 큰 스키장 맨 오른편에서 시작해서 왼편 슬로프까지 다 돌고야 집에 오는게 일과였습니다. 당연히 중간에 그린, 블루는 물론 블랙 코스에 블랙 다이아몬드 2개짜리도 있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통과했지요. 결국, 모양 빠지더라도 어떤 코스든 안 다치고 내려오는, 요령 위주로 터득한 생존형 스키지요.

딸과 아들은 스카우트 스키캠프를 몇 차례 다녀온 터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제법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아빠랑 같이 타고, 또 사람 없이 한산한 슬로프에서 연속해서 계속 타니 실력도 쑥쑥 늘고 스키의 재미를 많이 느꼈던듯 합니다.

아들은 재미가 너무 좋은지, 오후 내내 타고도 밤늦도록, 볼이 빨갛게 얼도록 숙소로 들어갈 생각을 안 합니다. 문제는 자전거도 요 몇 달 못 타 다리에 근육이 덜 붙은 저입니다. 아들 페이스 따라 타다가 첫날 완전 녹초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은 주말에, 신년에, 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어 쾌적하지 않았습니다. 어딜가도 줄이었지요. 결국 전날처럼 즐겁지가 않아 리프트 시간이 남았는데도 그냥 스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들과 눈속에서 정말 긴 시간을 함께 몸으로 놀아준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온도에,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이라는 제약을 즐거운 놀이로 바꾸는 겨울 스포츠의 맛을 함께 감상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간간히 주어진 묵상의 시간에, 저는 올해도 아이들과 아내 모두 무탈하게 건강히 지내기를 기도하듯 바랬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신나는 한해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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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0개가 달렸습니다.
  1. 방학, 주말, 연말연초...
    엄청난 인파네요!!~

    전 다행히 약 2주전에 다 피해서 다녀왔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 네. 때가 때라서 그랬나봐요.
      저도 하루는 아주 여유로왔고 하루는 불쾌할 정도로 사람에 치였네요.

      rince님도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한해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2. 우와 정말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네요.ㄷㄷㄷ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어쩐지 여행을 가신 듯 했습니다..ㅎㅎ

    넘어지고 다치는데 프로인 저는 스키장은 절대 안갈랍니다.
    집 앞 눈길에서도 워낙 잘 스피드를 느껴서 말이죰..ㅋ

    아. 그것 납니다.
    어릴때 강원도 외갓집 뒤 언덕에서 외할아버지가 주신 비료포대 타고 쌩~`하며 언덕을 미끌어져 내려오던 그 맛이 문뜩 생각나네요..ㅎㅎ
    • 하하 비료포대야 말로 온 국민의 눈썰매였지요.
      내려오다가 돌부리 있으면 정말 아프고.. ^^
  4. 비밀댓글입니다
    • 역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시군요.
      꼭 새로운 분야에서도 멋진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시리라 믿어요. ^^
  5. ㅎㅎ...
    좋은시간 보내셨군요.
    저도 울 큰놈 델꼬... 함가야 하는 임무를 명받았습니다.
    무주로 갈건데.. 새벽에 출발해서 밤에 돌아올 일정으로 1월중순 생각하네요^^
    InuiT님 애기 듣다보니 과거가 생각나네요. 2년전에도 죽을 고생했는데...
    전 간신히 중급자 코스.. 울큰놈 상급자코스... 아궁... 울 큰놈 기대 만땅입니다.
    • 무주 좋지요.
      저도 예전에 무주 다녔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눈 좋아하고 스키도 겁안내고 잘탑니다. 지나온 시절인데 또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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